Best Practice · 대한민국 부산 (영화의전당·센텀시티 일원)
부산국제영화제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지자체장이 조직위원장을 겸하던 공공 축제가 외압 논란을 겪은 뒤, 정관으로 '프로그래머의 고유 권한'을 못 박고 민간 리더십으로 넘어간 사례. 두 번의 위기를 거버넌스 재설계로 넘기고, 영화제를 원천 IP가 거래되는 콘텐츠 마켓으로 키웠다.

이 글의 차례 · 5개 절
출발점 — 지원하는 기관이 운영자도 겸하는 구조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1996년 아시아 영화 중심의 비경쟁 영화제로 출발해 30년 만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가 됐다. 그 성장의 이면에는 한국 지역 축제 대부분이 공유하는 구조적 약점이 있었다. 돈을 대는 지자체의 장이 조직의 장도 맡는 구조다. 부산시장이 조직위원장을 겸직했고, 예산의 상당 부분이 공공 재원이었다. 박광수 현 이사장은 2024년 인터뷰에서 부산시와 정부 예산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평소에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2014년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두고 조직위원장을 겸하던 시장이 상영 취소를 요구하면서, 이 구조는 곧바로 축제의 존립을 위협하는 리스크로 바뀌었다. 이후 집행위원장 사퇴 압박과 예산 삭감 요구가 이어졌고, 영화인들은 영화제 불참을 선언했다. 문제는 특정 인물이 아니라, 누가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지가 문서로 정해져 있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1차 재설계(2016) — 정관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적다
2016년 5월 24일 임시총회에서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시장이 겸직하던 자리를 처음으로 민간 인사가 맡게 된 것이다. 새 지도부는 정관 개정을 이듬해 2월 정기총회까지 기다리지 않고 7월로 앞당겨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두 가지였다.
- 지원 주체의 운영 개입 금지 — 영화제를 지원하는 기관·단체·개인이 운영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정관에 명시한다.
- 프로그래밍 권한의 보호 — 작품 선정과 게스트 초청은 프로그래머의 고유 권한이며, 조직위원장도 이를 침해할 수 없도록 한다.
눈여겨볼 점은 독립성의 범위를 '무엇을 상영하고 누구를 부르는가'라는 콘텐츠 결정에 정확히 한정했다는 것이다.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이상 예산 집행과 감독까지 벗어날 수는 없다. 콘텐츠 결정권과 돈의 집행·감독을 서로 다른 칸에 나눠 담는 것, 이것이 이 재설계에서 가져갈 요체다.
2차 재설계(2023~2024) — 혁신위원회라는 '한시 조직'
규칙을 고쳤다고 위기가 끝나지는 않았다. 2023년 운영진 내부 갈등이 극에 달하자, 영화제는 그해 7월 혁신위원회를 꾸렸다. 혁신위는 약 5개월간 정상화 작업을 맡은 뒤 2024년 1월 해산했다. 그 사이 새 이사장 선임까지 주도했다. 미래 비전, 혁신 의지, 국제영화제 네트워크에 대한 식견, 영화인들의 신망을 기준으로 박광수 감독을 단독 후보로 추대했고, 박 이사장은 2024년 2월 부임했다.
새 지도부가 내세운 과제는 개인 교체보다 조직 문제였다. 박 이사장은 인력 구조의 문제를 짚으며 세대교체와 인력의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2024년 3월에는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위원장을 새로 맞았다. 위기 때 비상 조직을 꾸리고, 임무를 마치면 해산하고, 정상 조직에 권한을 돌려주는 순서를 지킨 것이다.
콘텐츠·IP — 상영하는 축제에서 거래되는 축제로
거버넌스가 안정되자 영화제는 '틀어 주는 곳'을 넘어 '콘텐츠가 사고팔리는 곳'으로 무게를 옮겼다. 영화제와 함께 열리는 ACFM 안에는 출판물·웹툰·웹소설 같은 원천 IP를 영상화 판권으로 거래하는 부산스토리마켓(BSM)이 있다. 아시아 신작 기획을 투자자와 연결하는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 각본 개발부터 후반 작업까지 지원하는 아시아영화펀드(ACF)도 함께 운영한다. 축제 기간 열흘이 아시아 영상 IP의 발굴·개발·거래가 한 번에 이뤄지는 창구가 된 셈이다.
30회를 맞은 2025년에는 경쟁부문을 처음 신설해 아시아 영화 14편을 경쟁작으로 골랐다. 트로피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이 디자인했다. 1996년부터 지켜 온 '비경쟁'이라는 정체성을 바꾼 결정이었지만, '아시아의 눈으로 아시아 영화를 본다'는 철학 위에 새 IP(부산어워드)를 얹는 방식을 택했다.
결과 — 제30회(2025) 주요 지표
| 지표 | 내용 (주최 측 집계) |
|---|---|
| 기간 | 2025년 9월 17일 ~ 26일 (7개 극장 31개 스크린) |
| 공식 초청작 | 64개국 241편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99편) |
| 총 참여 인원 | 238,697명 (영화 관람 175,889명 포함) |
|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 방문객 30,006명, 54개국 1,222개사 3,024명 등록 |
| 부산스토리마켓(원천 IP) | 145개사, 비즈니스 미팅 703건 |
| 아시아프로젝트마켓 | 127개사, 비즈니스 미팅 726건 |
| 경쟁부문 | 2025년 신설, 아시아 영화 14편 |
출처
이 사례를 우리 축제에 적용하려면
원포인트 클리닉은 한 가지 과제에 집중해 현장을 보고,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처방을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