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색 셈파수칠(금잔화)이 화면 가득 피어 있고, 뒤로 도시의 건물과 가로등 불빛이 흐릿하게 번져 있다
※ 실제 행사 사진이 아니라 주제를 환기하는 대표 이미지입니다.

축제 사무국이 가장 곤란해지는 순간은 흥행이 안 될 때가 아니라, 우리에게 없는 것을 보러 관광객이 올 때다. 드라마에 나온 그 골목, 영화에 나온 그 축제, 예능에 나온 그 시장 — 찾아온 사람이 "그게 어디예요"라고 물었을 때 내놓을 것이 없으면 노출은 그대로 실망으로 바뀐다.

멕시코시티는 정확히 그 상황에 놓였고, 없는 것을 만들어 버리는 쪽을 택했다. 2015년 007 영화 『스펙터』가 멕시코시티 도심에서 촬영한 오프닝 — 해골 분장을 한 인파가 대형 인형과 함께 행진하는 그 장면은 완전한 허구였다. 망자의 날(Día de Muertos)은 멕시코 전역의 오래된 기념일이지만, 도심 대로를 가로지르는 대규모 퍼레이드는 그때까지 멕시코시티의 관습이 아니었다.

2016년, 시는 그 허구를 실물로 옮겼다. 그리고 2025년, 그 퍼레이드는 145만 명을 불러 모았다.

영화가 만든 수요, 존재하지 않는 공급

『스펙터』 촬영은 2015년 멕시코시티에서 진행됐다. 감독 샘 멘데스는 색과 활기가 넘치는 도심 장면을 원했고, 촬영에는 엑스트라 1,500명이 동원됐다. 영화가 개봉하자 그 장면은 멕시코시티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다.

여기서 관광당국이 마주한 것은 흔한 딜레마다. 세계적 노출은 공짜로 얻었는데, 그 노출이 가리키는 상품이 없다. 영화를 보고 온 관광객이 11월 초 멕시코시티에 도착해 "퍼레이드는 어디서 하나요"라고 물으면, 답은 "그런 건 원래 없습니다"였다.

선택지는 둘이었다. 오해를 정정하거나, 오해를 실물로 만들거나. 시는 후자를 택했고, 심지어 그 사실을 숨기지도 않았다. 당시 홍보 문안에는 '스펙터식 퍼레이드'라는 표현이 그대로 쓰였다.

2016년 1회차 — 자원봉사자 1,028명으로 시작했다

첫 퍼레이드는 2016년 10월 29일, 차풀테펙 공원에서 출발해 레포르마 대로를 따라 소칼로 광장까지 이어졌다. 규모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소박했다.

항목2016년 1회차
참가자자원봉사자 1,028명
음악 팀6팀
전통 무용수40명
인형(퍼펫)30개 + 대형 인형 3개
알레브리헤(환상 동물 조형)3개
모히강가(대형 인물 조형)2개
수레(플로트)3대
구성3개 테마 구간(미크틀란으로의 여정 / 어린 죽음 / 묘지로)

주목할 것은 구성표의 단순함이다. 첫해에 필요했던 것은 예산 폭탄이 아니라 '퍼레이드라고 부를 수 있는 최소 단위' — 걷는 사람, 소리 내는 팀, 눈에 띄는 큰 물체 몇 개였다. 관람객 규모는 보도에 따라 25만 명 안팎으로 집계됐다.

1회성 이벤트를 제도로 바꾼 한 줄

이 사례에서 실무자가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흥행이 아니라 그 다음 해에 벌어진 일이다. 대부분의 '영화 특수'는 1년짜리로 끝난다. 담당 국장이 바뀌고, 예산 항목이 사라지고, 이듬해에는 아무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멕시코시티는 이 퍼레이드를 시 공보(Gaceta Oficial)에 게재된 협약으로 상설화했다. 매년 개최하도록 못을 박은 것이다. 축제가 '올해의 사업'이 아니라 '해마다 해야 하는 일'이 되는 순간, 사무국의 계획 단위가 1년에서 10년으로 바뀐다. 2016년 자원봉사자 1,028명이 2025년 8,000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매년 처음부터 다시 설득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10년 뒤 — 145만 명과 50개 코미파르사

2025년 11월 1일 퍼레이드는 다시 차풀테펙 '사자의 문'에서 출발해 레포르마 대로를 거쳐 소칼로까지 이어졌다. 규모는 이렇게 달라졌다.

항목2016년2025년
관람객25만 명 안팎(보도 집계)145만 명(주최 측 집계)
참가자자원봉사자 1,028명8,000명 이상
참가 단체코미파르사 50개 이상
구성3개 테마 구간9개 블록

2024년 관람객이 130만 명이었으니 1년 만에 15만 명이 늘었다. 참가자 8,000명은 예술가· 음악가·무용수와 함께 카르토네로(cartonero, 종이·판지 조형 공예가)를 포함한 수치다.

2025년 첫 번째 수레 '테노치티틀란의 심장: 700년'은 엘 볼라도르(El Volador) 공방이 제작했다. 퍼레이드 전체가 그해의 도시 서사를 실어 나른다 — 2025년에는 멕시코-테노치티틀란 건설 700주년과 1985년 대지진 40주기를 함께 기렸고, 카를로스 몬시바이스, 파키타 라 델 바리오 등 대중문화 인물들에게 헌정했다.

남의 이미지를 우리 것으로 바꾼 방식

영화가 씨앗을 뿌린 것은 맞다. 그러나 10년 뒤 이 퍼레이드가 007과 무관하게 굴러가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손을 바깥이 아니라 안에 뒀기 때문이다.

퍼레이드의 블록 구성을 보면 그 설계가 보인다. 2025년 9개 블록에는 시의 공공 문화시설 네트워크가 통째로 들어와 있다 — 파로스(Faros, 예술·공예 공방), 필라레스(Pilares, 동네 학습·문화 거점), 우토피아스(Utopías, 지역 복합 문화공간)가 각각 자기 블록을 맡고, 여기에 커뮤니티 부문과 청년기구(Injuve) 부문이 붙는다.

이 구조가 만드는 차이는 크다. 퍼레이드 제작을 대행사에 통으로 맡기면 끝난 뒤 남는 것은 정산서와 창고 속 소품이다. 반면 동네 공방과 공예가가 만들면 제작 역량 자체가 도시에 축적된다. 셈파수칠(금잔화)을 기르는 농가, 판지 조형을 만드는 공방, 분장을 하는 사람들 — 퍼레이드는 이 생태계의 연간 최대 수요처가 된다. 클라라 브루가다 시장이 2025년에 "모든 기념비적 작품과 수레, 코미파르사, 분장한 얼굴과 셈파수칠 한 송이 뒤에는 거대한 집단이 있다"고 말한 것은 수사가 아니라 조직도 설명에 가깝다.

그래서 이것은 전통인가 — 남아 있는 논쟁

이 사례를 미담으로만 읽으면 절반만 보는 것이다. '영화가 만든 전통'이라는 출발점 때문에 진정성 논쟁은 지금도 계속된다.

멕시코시티 남동쪽 산안드레스 믹스키크(San Andrés Mixquic) 같은 마을에서는 가족이 묘지에서 밤을 새우는 오래된 방식의 망자의 날이 이어진다. 도심 퍼레이드와 마을의 밤샘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실제로 국립인류학역사연구소(INAH)와 연방 문화부는 2024~2026년 보호 계획을 통해 관광 젠트리피케이션과 공동체 의례의 상업적 이용이 원형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도심 퍼레이드는 관광 수요를 흡수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원형 전통이 남아 있는 마을은 별도의 보호 대상으로 관리된다. 하나로 뭉뚱그리지 않는 것 — 이것이 '만들어진 전통'을 운영하는 쪽이 감당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돈은 퍼레이드가 아니라 시즌에서 나온다

경제 효과를 볼 때도 퍼레이드 하루만 보면 규모를 놓친다. 멕시코시티 상공회의소(Canaco CDMX)는 2025년 10월 27일, 망자의 날 기간 멕시코시티 경제 파급 효과를 114억 4,600만 페소로 추산했다(전년 대비 4.2% 증가). 호텔 객실 점유율은 69~73%로 전망됐고, 빵집 3,722곳이 '판 데 무에르토'를 굽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혜 업종 목록이 흥미롭다 — 호텔·여행사·식당·식료품점·꽃집·문구점·의상점·과자점·빵집. 퍼레이드 티켓 수입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일상 업종이 매출을 올린다. 축제의 경제 효과를 '행사장 안 매출'로만 측정해 온 사무국이라면, 측정 범위를 다시 그려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 축제 현장에 주는 함의 — 첫째, 미디어 노출이 왔을 때 '없다'고 답하지 말고 최소 단위를 만들어라. 드라마·예능·영화에 우리 지역이 나오면 문의가 몰린다. 그때 필요한 것은 완성형 축제가 아니라 '퍼레이드라고 부를 수 있는 최소 구성'이다. 멕시코시티의 1회차는 자원봉사자 1,028명, 수레 3대, 대형 인형 3개가 전부였다. 우리 사무국 기준으로 옮기면 걷는 사람 200명 + 눈에 띄는 큰 조형물 3개 + 음악 2팀이면 1회차는 시작된다. 노출이 식기 전에 '가면 볼 것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 만들면 된다. 둘째, 2회차를 문서로 못 박아라. 이 사례의 진짜 기술은 흥행이 아니라 공보 게재 협약으로 매년 개최를 의무화한 것이다. 우리 축제 대부분은 '올해 사업' 이라 담당자가 바뀌면 사라진다. 첫해 성과 보고서를 낼 때 반드시 함께 올릴 것 — 조례·협약·중기 계획 중 하나에 '매년 개최'를 넣는 안건이다. 이것이 없으면 2회차는 매번 처음부터 설득이다. 셋째, 제작을 대행사에 통으로 넘기면 IP는 남지 않는다. 멕시코시티는 퍼레이드 블록을 동네 공방·문화시설·청년기구에 나눠 맡겼다. 우리도 최소한 조형물·의상·분장 중 한 가지는 지역 공방·학교·주민 동아리에 배정해 보라. 첫해에는 완성도가 떨어져도, 3년이면 그 지역에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남는다. 대행사에 맡기면 남는 것은 창고 속 소품과 정산서뿐이다. 넷째, 같은 포맷에 매년 다른 이야기를 실어라. 2025년 퍼레이드는 도시 건설 700주년, 1985년 대지진 40주기, 작고한 문화 인물 헌정을 한 해에 함께 담았다. 포맷(경로·형식)은 고정하고 '올해의 헌정 대상'만 갈아 끼우는 편성 규칙을 만들면, 매년 새 기획을 짜내지 않아도 언론이 쓸 이야기가 생긴다. 지역의 기일·주년·인물은 이미 달력에 있다. 다섯째, '만들어진 전통'은 원형 전통과 역할을 나눠라. 도심 퍼레이드가 관광 수요를 흡수하는 동안 믹스키크 같은 원형 지역은 보호 대상으로 따로 관리된다. 우리도 마을 제례·종가 의례를 관광 상품 안에 그대로 밀어 넣는 대신, 관광객이 갈 곳(재현·공연)과 지키는 곳(원형 의례)을 분리 설계하는 편이 양쪽 모두를 지킨다. 여섯째, 경제 효과 측정 범위를 행사장 밖으로 넓혀라. 이 사례의 수혜 업종은 꽃집· 문구점·의상점·빵집이다. 축제 기간 지역 상권의 업종별 매출을 카드 데이터로 뽑아 두면, 다음 해 예산 심의에서 '행사장 부스 매출' 대신 도시 전체 숫자로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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