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진의 축제이야기 · 제10호
정직한 숫자가 축제를 살린다 — 정확한 데이터로 쌓아가는 축제의 신뢰
보도자료 첫 줄의 "○○만 명"은 누가 어떻게 셌는지 아무도 모른다. 부풀린 숫자는 하루를 빛내지만 다음 해 예산·안전·시설 계획을 기울게 한다. 아와오도리·에든버러 프린지·옥토버페스트가 보여 주는 것 — 축제의 신뢰는 큰 숫자가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숫자에서 자란다.

축제가 끝나면 보도자료가 나온다. 첫 줄은 늘 같다. "올해 축제에 ○○만 명이 다녀갔다." 작년보다 늘었다는 말이 꼭 붙는다. 숫자는 해마다 커지는데, 현장을 걸어 보면 그만큼 붐비지 않는다. 그런데 그 숫자를 누가, 어떻게 셌는지는 어디에도 없다.
정부의 문화관광축제 평가에서 방문객 수는 이미 맨 윗자리를 내려놓은 지 오래다. 지역 축제 지원사업도 만족도와 운영 역량, 콘텐츠를 함께 본다. 그래도 보도자료 첫 줄은 바뀌지 않는다. 계수기를 들고 숫자를 세는 게이트에서 한 스태프가 게이트를 왔다 갔다 열 번 하면 10명이 온 걸로 잡힌다. 결국 축제의 방문객 수는 대부분 추정이고, 부풀렸고, 검증할 수 없는 숫자다. 너무 오래된 관행이라 이제는 아무도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부풀린 숫자는 홍보로 끝나지 않는다. 다음 해 예산이 그 숫자로 정해진다. 장소를 고르고,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수용력을 계산하는 것도 그 숫자다. 부풀린 숫자에 맞추면 돈이 엉뚱한 곳으로 새고, 진짜 붐비는 시간과 장소는 숫자 뒤에 숨는다. 틀린 숫자 위에 세운 계획은 처음부터 기울어 있다. 거짓 숫자는 다음 해 축제에 스며드는 독이다.
음식축제는 더 치명적이다. 숫자가 곧 재료이고, 그릇이고, 테이블이기 때문이다. 하루 10만 명이 온다고 믿고 부스 30곳을 열면, 한 곳이 하루 3천 그릇을 팔아야 한다. 현장을 해 본 사람은 안다. 그런 숫자는 나올 수 없다. 가장 빠르게 조리하는 라면축제에서 주방부스별로 4명씩 들어가서 조리를 해도 25개 부스에서 하루 종일 3만 그릇을 조리해내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행정은 10만 명을 한자리에서 본 적이 거의 없다. 10만 명은 잠실야구장을 네 번 채우고도 남는 인원이다. 그들이 한 끼씩만 먹어도 10만 그릇이다. 그 인파가 저녁 두세 시간에 몰린다면 어떨까. 화장실과 쓰레기통, 의자는 몇 개가 있어야 할까? 허구의 숫자로 어떻게 축제장 시설을 준비하고 안전을 계획할 것인가?
구미라면축제를 3년째 맡는 동안 나는 특히, 숫자에 집착했다. 통신·카드 빅데이터를 받고, 점포별·메뉴별·시간대별 판매량과 판매액을 다 잡았다. 농심의 갓 튀긴 라면 판매수량도 집계한다. 2024년 빅데이터는 방문객의 48%가 외지인이라고 알려줬다. 축제장소의 규모와 영업시간, 부스와 좌석 수까지 모두 전년도 숫자가 정했다. 음식축제에서 정확한 숫자는 생명줄이다.
올해도 축제는 구미역 앞,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 스트리트 475미터에서 열린다. 주방부스는 푸드트럭 8대를 포함해 33개, 셀프라면 조리기 15대, 좌석은 2,522석이다. 축제는 문화로와 후면광장, 금리단길, 금오산까지 넓어졌다. 그래도 우리는 475미터를 그대로 부른다. 그 숫자는 라면축제가 만들어 내는 숫자에 거는 신뢰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본 도쿠시마의 아와오도리는 좋은 거울이다. 2023년 주최 측은 사흘간 54만 명이 왔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도쿠시마시가 공개한 경제효과 보고서는 휴대전화 위치 데이터로 다시 셌다. 같은 날 같은 사람을 한 번만 세자 약 18만 명이었다. 보고서는 무대마다 인원을 더하면 한 사람이 두세 번 잡히고, 그 숫자로 식비와 숙박비를 계산하면 효과가 부풀려진다고 적었다.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는 방문객 수 대신 발권된 티켓 수를 대표 숫자로 낸다. 올해 마지막 날 오전 기준 280만 5,395장이다. 표마다 기록이 남으니 부풀리기 어렵다. 티켓 없는 거리공연 관객은 이 숫자에 넣지 않는다고 밝힌다. 셀 수 있는 것만 세고, 못 센 것은 못 셌다고 말한다.
독일 뮌헨 옥토버페스트는 시청이 직접 결산 보고서를 낸다. 2025년에는 맥주 650만 잔, 쓰레기 764톤, 분실물 4,500개까지 적었다. 맥주 텐트 좌석은 하루 약 10만 석이다. 방문객 75% 이상이 바이에른 사람이고, 1인당 평균 90유로를 쓴다는 것도 공개한다. 축제 책임자인 뮌헨시 경제국장은 기록을 쫓지 않겠다고 말했다. 700만 명을 조금 넘는 지금이 건강한 규모라는 것이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몇 명이 왔느냐가 아니다. 누가 와서, 얼마나 머물고, 얼마를 썼느냐다. 만족도는 몇 점이고, 다시 오겠다는 사람은 몇 퍼센트인가. 어떤 프로그램 앞에 몇 분을 머물렀는가. 체류시간이 길면 그늘과 좌석이 더 필요하다. 재방문율이 낮으면 메뉴와 동선을 바꿔야 한다. 이 숫자들은 보도자료를 빛내지 않는다. 대신 다음 해 기획서를 건강하게 채운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숫자 옆에 세는 방법을 함께 적는 것이다. 추정이면 추정이라고 쓴다. 통신·카드 데이터와 현장 판매 기록을 같은 기준으로 모아 공개한다. 행정은 기준을 정하고 숫자를 지키며, 현장은 정직한 기록을 만든다. 그리고 숫자가 줄어도 정직하게 센 축제에 박수를 보내는 평가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 군수들이 의미없는 숫자에 집착하지 않도록 정확한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게 제일 어렵다.
부풀린 숫자는 하루를 빛낸다. 정직한 숫자는 다음 해를 살린다. 축제의 신뢰는 큰 숫자가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숫자에서 자란다. 숫자가 정직해야 시민이 믿고, 상인이 믿고, 방문객이 다시 온다. 올해 몇 명이 왔느냐보다 먼저 물어야 하는 것은 "그 숫자, 믿어도 되는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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