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핵심 — THIS WEEK POINT
- 한 나라가 축제의 표를 파는 방식을 통째로 법령으로 옮겼다. 브라질 정부가 8월 31일 서명한 규제 명령은 공연과 축제의 1차·2차 티켓 시장을 동시에 겨눈다. 봇을 쓴 대량 구매 금지, 재판매 사이트의 공식 채널 여부 명시, 수수료를 포함한 가격 표시, 액면가보다 비싸게 팔 때의 고지 의무, 무료이면서 추적 가능한 명의 이전 절차, 그리고 취소·연기·중대한 변경이 생기면 수수료까지 포함한 전액 환불이다. 같은 날 서명된 다른 명령은 1,000명 이상 행사에서 관객이 개인 물통을 들고 들어갈 수 있게 했다. 2023년 리우의 한 대형 공연에서 스물세 살 관객이 숨진 뒤 3년 만이다.
- 관객이 무너지는 일이 두 대륙에서 같은 주말에 다뤄졌다. 아일랜드의 8만 명 규모 축제에서 무대 앞 군중이 무너져 예정된 공연이 시작 전에 취소됐고, 주최 측 대표는 현장 기자회견에서 "무너지는 것이 보이자마자 즉시 멈췄다"고 말했다. 같은 주말 영국의 여러 축제가 폭우와 뇌우로 공연을 중간에 끊었다. 한국에서는 100만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 불꽃 행사에 통신 3사가 인공지능 기반 망 운용 체계를 처음으로 투입했다. 기지국 접속자 수와 트래픽 변화가 인파의 밀집도와 이동 흐름을 읽는 자료가 된다.
- 축제의 위험을 누가 지느냐는 질문이 이사회 구조의 문제로 옮겨 갔다. 호주에서는 한 문학 축제 이사회가 초청을 철회하자 수십 명의 작가가 철수했고, 며칠 만에 감독이 사임하고 이사들이 물러났으며 행사 자체가 취소됐다. 호주의 전업 예술가 가운데 자기 주 종목에서 급여를 받는 사람은 네 명 중 한 명이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프로젝트 단위나 작품 단위로 계약한다. 계약 관계가 그렇게 짜여 있으면 논란이 생겼을 때의 위험은 조직이 아니라 개인에게 남는다.
- 행사 산업이 자기 시장과 자기 직업을 처음으로 문서로 만들기 시작했다. 독일에서는 행사 장소와 기획자 양쪽을 한 보고서에 담은 첫 통합 조사가 나왔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결론은 경쟁이 문의보다 먼저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기획자는 온라인에서 훑는 동안 이미 후보 목록을 만들고, 연락처를 찾기 어렵거나 응답이 느린 곳은 문의 자체를 받지 못한 채 탈락한다. 인도에서는 마하라슈트라주가 컨벤션뷰로를 세우고 도시 단위 조직까지 만들면서, 관광대학이 몇 시간만 다루고 마는 행사 분야에 전용 학위 과정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 논의가 한국 행사 인력 정책에 닿기까지는 대체로 12~18개월로 본다.
이번 호 핵심 트렌드
한 나라가 표의 규칙을 법령으로 옮겼다 — 그리고 같은 달, 시장은 줄의 규칙을 다시 썼다
브라질 대통령이 8월 31일 서명한 규제 명령은 이 나라에서 공연과 축제의 표가 팔리는 방식을 국가 문서로 다시 쓴다. 스포츠 경기는 별도 법령이 관할하므로 대상에서 빠지고, 콘서트와 축제를 비롯한 유료 행사 전반이 그 대상이다. 명령은 이달 말까지 전면 시행된다.
내용을 뜯어보면 두 개의 시장을 동시에 겨눈다. 재판매 쪽이 더 촘촘하다. 봇을 이용한 자동 대량 구매가 금지되고, 재판매 사이트는 자기가 공식 판매 채널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표시해야 한다. 판매자는 수수료를 포함한 가격을 표시해야 하고, 액면가보다 비싸게 파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구매자에게 알려야 한다. 다만 재판매 가격의 상한은 두지 않았다. 대신 플랫폼에 상습적·직업적·조직적 재판매를 식별하는 장치를 갖추도록 요구했고, 판매자가 법인인지 개인인지 밝히게 했다. 가격을 묶는 대신 누가 파는지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1차 시장 쪽 조항도 가볍지 않다. 티켓 회사는 대량·남용적·투기적 구매를 막는 조치를 갖춰야 하고, 수요가 몰리는 행사에서는 대기열과 사전 등록, 1인당 구매 한도에 대한 기술적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가격은 수수료를 포함해 표시한다. 그리고 구매자가 표의 소유권을 넘길 수 있는 절차를 무료로, 진위와 추적과 보안이 확보된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되거나 중대하게 바뀌면 수수료를 포함한 전액을 환불한다. 온라인만이 아니라 현장 판매에 대해서도 안전, 접근성, 대기 줄, 소비자에 대한 예우를 다뤘다.
문화 정책의 성격을 가진 조항도 있다. 브라질에는 청년층에게 반값 표를 주는 제도가 있는데, 명령은 여기에 붙는 수수료를 제한하고 판매자가 반값 표의 배정 비율을 표시하도록 했다. 그리고 "법이 정한 반값 혜택에 대한 접근을 줄이거나 방해하는 어떤 관행도 남용적"이라고 못박았다. 규칙을 지키되 그 규칙의 취지를 우회하는 설계를 미리 막겠다는 문장이다.
이 명령이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브라질 소비자보호국은 7월에 한 대형 재판매 채널을 상대로 절차를 열어 자신이 2차 시장임을 눈에 띄게 밝히라고 명령했고, 이어 다른 재판매 사업자들과 또 다른 대형 플랫폼의 현지 영업에 대해서도 조사에 들어갔다. 개별 사업자를 상대로 한 조치가 몇 달 쌓인 끝에 산업 전체의 기준으로 정리된 셈이다.
같은 날 서명된 또 하나의 명령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1,00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에서 관객이 개인 물통을 갖고 들어갈 수 있게 했다. 기온이 섭씨 38도를 넘던 시기에 나온 결정이고, 배경에는 2023년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대형 공연에서 스물세 살 관객이 숨진 사건이 있다. 당시 관객들은 물을 구하기 어려웠다고 호소했다. 3년이 지나 그 사건은 물 판매 수익의 문제가 아니라 입장 규정의 문제로 정리됐다.
한편 같은 달 브라질의 라이브 마케팅 업계에서는 전혀 다른 종류의 규칙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대상은 표가 아니라 줄이다. 올해 3월 한 대형 음악 축제가 브랜드 체험 공간 앞의 긴 줄로 곤욕을 치렀다. 굿즈를 받으려고 몇 시간을 선 사람들이 공연을 본 시간보다 기다린 시간이 길었다고 불평했다. 그동안 이 업계에서 긴 줄은 대체로 성공의 증거로 읽혔다. 줄이 길다는 것은 그 체험이 욕망의 대상이 됐다는 눈에 보이는 증명이었고, 그 해석은 기획 회의까지 그대로 올라갔다.
그런데 기다림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들여다본 연구는 다른 답을 내놓았다. 미국과 홍콩의 두 연구자가 줄의 유무와 길이를 바꿔 가며 실험한 결과, 시장의 직관은 어느 지점까지만 맞았다. 문 앞의 줄은 사회적 증거로 작동해서 들어가기도 전에 그 체험에 대한 기대치를 올린다. 한계는 시계에 있었다. 대략 15분까지는 기다림이 긍정적으로 작동하지만 그보다 길어지면 브랜드 경험을 깎아내린다는 것이 2024년에 발표된 결론이다.
이 줄의 상당 부분은 문이 열리기 몇 주 전에 만들어진다. 굿즈를 미리 공개하는 관행이 지난 축제 이후 시장에 자리 잡았고, 올해 대형 축제는 그것을 규모 있게 반복했다. 8월 18일 후원사 발표 자리에서 이레 동안 나눠 줄 약 100만 개의 굿즈 목록이 브랜드별로 하나씩 공개됐다. 홍보로는 훌륭하다. 부스를 세우기도 전에 언론에 오른다. 그러나 그 예고는 현장에 도착할 때 목적지가 정해진 수요로 바뀐다. 관객은 무엇을 어느 브랜드의 어느 자리에서 받을지 이미 알고 온다. 게다가 요즘의 굿즈는 희소하고 값이 붙는 물건이라 축제가 끝난 뒤 되팔리는 일도 드물지 않다. 그래서 9월의 줄은 예측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이미 예약돼 있다.
업계가 찾은 답은 가상 대기열이다. 정해진 자리에 서 있는 대신 시각을 배정받고 그동안 다른 곳을 돌아다니게 하는 방식이다. 한 기술 회사가 만든 플랫폼은 QR 코드로 줄에 들어가고 차례가 되면 메신저로 알린다. 올해 대형 축제에서는 초콜릿 브랜드와 통신사, 항공사가 이 방식을 쓴다. 이 회사 쪽 설명에 따르면 최근의 변화는 문의량이 아니라 대화의 성격에 있다. 예전에는 줄이 성공한 체험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다뤄졌지만, 이제는 예산서와 기획서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 올라온다는 것이다.
현장에 주는 함의 — 두 소식은 표면적으로 다르지만 한국 축제 현장에는 같은 순서로 도착한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우리 축제의 표와 줄이 각각 누구의 규칙으로 움직이는가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유료 프로그램이 있는 축제라면 티켓 화면에서 최종 결제 금액이 언제 처음 보이는지 확인할 것. 수수료가 마지막 단계에서 붙는 구조라면 브라질식 규칙이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손봐야 할 자리다. 둘째, 취소·연기 시 환불 범위에 예매 수수료가 포함되는지 약관을 열어 볼 것. 대부분의 지역 축제는 이 조항을 대행사 약관에 맡겨 두고 확인하지 않는다. 셋째, 표의 명의 이전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유료인지 확인할 것. 무료 명의 이전은 재판매 시장을 줄이는 가장 값싼 방법이고, 조직위가 대행사에 요구할 수 있는 조건이다. 넷째, 무료 축제라도 예약제 프로그램이 있다면 1인당 한도와 노쇼 처리 방식을 문서로 정할 것. 다섯째, 물과 그늘을 프로그램과 같은 급으로 계획에 넣을 것. 개인 물통 반입을 막는 규정이 있다면 그 규정이 안전 때문인지 매출 때문인지 스스로 답해 볼 것. 여섯째, 체험 부스의 대기 시간을 올해 한 번이라도 재 볼 것. 15분이라는 기준선이 생기면 다음 해 부스 수와 배치가 달라진다. 일곱째, 굿즈를 미리 공개할 것인지 정할 것. 예고는 홍보를 벌지만 그만큼의 줄을 산다. 티켓 규칙이 한국의 제도 논의에 닿기까지는 대체로 12~24개월, 대기열 설계가 국내 축제의 기획서에 항목으로 들어가기까지는 6~12개월쯤으로 본다.
관객이 무너진 자리 — 아일랜드에서 멈춘 무대, 100만 명의 움직임을 읽기 시작한 통신망
8월 마지막 주말 아일랜드 리시 주에서 열린 축제에 사흘 동안 약 8만 명이 모였다. 금요일 밤 하우스 음악 디제이의 공연이 예정돼 있었으나 그가 무대에 오르기 전에 취소됐다. 무대 앞 군중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축제를 운영하는 회사의 대표는 현장 기자회견에서 한 매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무너지는 것이 보이자마자 즉시 멈췄다는 것이다. 그는 군중이 가득 차고도 무너지지 않는 경우가 있으며 그날 다른 무대에서는 어느 시간대에도 그런 일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왜 하필 그 순간에 무너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무너진 순간 멈췄다는 말이었다. 현장에 있던 한 관객은 그 상황을 소리 없는 폭발 같았다고 표현했다.
같은 축제에서 다른 디제이의 공연 때도 인원이 몰려 문제가 보고됐다. 이때는 진행 요원과 경찰이 무대 구역 진입을 제한했고, 축제 공식 앱을 통해 관객에게 알림이 발송됐다. 사후 대응이 아니라 진행 중 통제였다는 점이 앞의 경우와 다르다. 같은 주말 영국 여러 축제도 날씨로 어려움을 겪었다. 잉글랜드 북부와 남부의 대형 축제들이 비와 진창에 시달렸고, 리버풀의 한 전자음악 축제는 뇌우 때문에 공연을 중간에 끊었다. 어느 디제이의 무대는 진행 도중 안전을 이유로 잘렸다.
이 소식들에서 되짚어 볼 것은 사고 자체가 아니라 판단의 구조다. 멈추는 결정이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 밖에서, 그것도 몇 초 안에 내려졌다는 점이다. 무너짐이 보인 순간과 소리가 꺼진 순간 사이의 간격이 그 축제의 실력이다. 그 간격을 줄이는 것은 대체로 장비가 아니라 권한 배분이다. 누가 볼 것인가, 무엇을 보면 멈출 것인가, 멈추라고 말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가, 그 사람이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있는가. 네 개의 질문에 미리 답해 둔 조직만이 몇 초 안에 움직인다.
한국에서는 같은 문제가 다른 각도에서 다뤄졌다. 9월 초 여의도에서 열리는 불꽃 행사에 약 100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통신 3사가 처음으로 인공지능 기반 망 운용 기술을 이 행사에 투입한다. 표면적인 목적은 통신 품질 유지다. 그러나 이번에 눈여겨볼 대목은 그 기술이 안전 관리 쪽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한 통신사는 5G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써서 행사장 폐쇄회로 영상의 전송을 따로 떼어낸다. 하나의 물리적 망을 여러 개의 가상 망으로 나눠 특정 서비스에 자원을 우선 배정하는 기술인데, 관객이 쓰는 영상·소셜 트래픽과 관제용 영상 전송망을 분리해 관제 시스템의 품질을 지키는 방식이다. 다른 한 곳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망 운용 체계를 투입해 지난해 행사 자료를 근거로 올해 최대 동시 접속자를 8만 8,000명으로 예측하고, 그 예측으로 이동 기지국의 수량과 배치 위치를 도출했다. 행사 분석부터 대응 계획 수립까지 걸리던 시간이 닷새에서 30분으로 줄었다고 한다. 행사 장소를 지도에 입력하면 예상 관중 규모와 기존 기지국의 부하율을 분석해 추가 장비가 필요한 위치를 추천하는 구조다. 세 번째 회사는 자율 운영 플랫폼으로 특정 구간에 트래픽이 몰리기 전에 망을 자동 분산 제어하고 종합상황실에서 24시간 감시한다.
서울시는 이 행사에 안전 인력 6,800명을 투입하고 폐쇄회로 영상으로 현장을 실시간 관리한다. 원효대교와 여의동로를 통제하고 지하철 두 개 노선을 83회 증회한다. 통신사의 자료는 여기에 얹힌다. 기지국 접속자 수와 트래픽 변화가 특정 구역의 인파 규모와 이동 흐름을 읽는 지표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상과 교통 정보와 통신 자료를 합치면 사람이 급격히 한쪽으로 몰리는 상황을 더 이르게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시도의 논리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 둘 것이 있다. 이 자료의 주인은 주최자가 아니다. 통신사가 축적한 망 자료를 공공 안전에 쓰면서 동시에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로 바꿀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변수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지금은 대형 행사마다 협력의 형태로 이뤄지지만, 이 자료가 안전 관리의 표준 입력값이 되는 순간 그것은 서비스가 되고 값이 붙는다. 축제 주최자가 지금부터 생각해 둬야 할 것은 그 값을 누가 낼 것인가다.
현장에 주는 함의 — 두 장면을 나란히 놓으면 한국 축제가 지금 준비해야 할 것이 분명해진다. 아일랜드의 축제는 몇 초 안에 멈췄고, 여의도의 행사는 몇 분 전에 예측하려 한다. 둘 다 필요하지만 순서는 앞의 것이 먼저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무대와 주요 구역마다 멈춤 판단 기준을 숫자와 장면으로 적어 둘 것. 앞줄에서 사람이 밀려 넘어지는 장면, 특정 구역에서 손을 들어 도움을 요청하는 관객이 보이는 경우처럼 진행 요원이 실제로 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 그 기준을 봤을 때 소리를 끄고 조명을 올릴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한 사람으로 정할 것. 무대 감독인지 안전 책임자인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몇 초가 몇 분이 된다. 셋째, 그 사람이 무대 앞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자리에 있는지 확인할 것. 넷째, 관객에게 알릴 통로를 미리 만들 것. 아일랜드의 사례에서 축제 앱 알림이 실제로 쓰였다. 문자든 방송이든 앱이든 당일 작동하는 것이어야 한다. 다섯째, 인파 자료를 외부에서 받는다면 그 자료가 몇 분 지연되는지 반드시 물어볼 것. 5분 지연된 밀집도는 대응이 아니라 사후 기록이다. 여섯째, 통신사·지자체와 협력하는 경우 자료의 소유와 사후 이용 범위를 협약에 적어 둘 것. 이 논의가 국내 중소 규모 축제의 안전관리계획 서식에 항목으로 들어오기까지는 대체로 12~18개월로 본다.
이사회가 초청을 거둔 뒤 남은 것 — 축제의 위험은 누가 지는가
호주에서 예술 조직의 위험 관리가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계기는 올해 초 애들레이드의 한 문학 축제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사회가 한 초청 작가에 대한 초대를 철회하자 수십 명의 참가 예술가가 항의의 뜻으로 참가를 접었다. 며칠 만에 축제 감독이 사임했고 이사들이 물러났으며 행사 자체가 취소됐다. 위험을 줄이려던 결정이 조직 전체를 멈춘 셈이다.
한 대학 연구자가 쓴 이번 분석은 이 사건을 개별 사고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읽는다. 출발점은 호주 예술 조직의 지배구조다. 이 나라에서 예술 조직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사기업은 최소 한 명의 이사를, 공개 회사는 최소 세 명의 이사를 둔다. 비영리 법인은 재정을 책임 있게 관리하고 조직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기로 동의한 책임 있는 사람들을 둬야 한다. 그리고 의회의 개별 법률로 설립된 문화 관련 법정 기관이 있다. 이사를 정부가 임명하는 형태이고 국립 초상화 미술관이나 주립 미술관, 그리고 축제 조직 일부가 여기에 해당한다. 문제가 된 축제는 이 마지막 유형이었고, 이사회에 예술계 인사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정치적 개입에 취약한 구조였다고 분석은 지적한다.
이사회 모델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호주 예술계에서 정당성과 정부 지원을 얻기 위한 지배적 형태로 자리 잡았다. 규모가 작은 조직에도 기업식 이사회 구조가 들어왔다. 재무와 법률과 마케팅에 능한 사람들이 이사로 들어오는 것은 조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 구성이 조직을 기업처럼 움직이게 만들면서, 위험과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예술가가 자신을 고용한 조직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라는 단층선이 드러났다는 것이 이 분석의 요지다. 전임 축제 감독의 말이 인용된다. 이사회 차원의 위험 관리는 더 이상 재정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첨예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이해관계자마다 다른 관점을 관리하는 일에 훨씬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직의 존재 이유 자체인 작업을 만드는 예술가를 침묵시키는 방식으로는 그 문제를 풀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이 논의에서 가장 실무적인 대목은 계약 형태에 관한 부분이다. 호주에서 전업 예술가 가운데 자기 주된 예술 직종에서 급여를 받는 사람은 네 명 중 한 명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프로젝트 단위로 고용되거나 작품 단위로 대가를 받는다. 극단 시즌에 출연하는 배우나 전시료를 받고 작품을 거는 작가가 그렇다. 예술가가 대체로 도급 계약자로 일하기 때문에 피고용인과 같은 권리를 갖지 못하고, 그 결과 조직이 져야 할 위험의 일부를 개인이 떠안는다. 조직은 공연이나 전시 자체에만 값을 치르고 그 공연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의 연습 시간에는 값을 치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산출이 들쭉날쭉한 예술가를 고용하는 재정적 위험을 조직이 그런 방식으로 덜어 낸다는 것이다.
같은 원리가 논란이 생겼을 때도 작동한다. 작업이 정치적으로 위험해졌을 때 그 작업을 무대에 올리기로 한 것은 조직이지만, 여론과 후원자와 정부의 반응을 정면으로 받는 사람은 대체로 개인이다. 도급 계약자에게는 조직이 제공하는 법률 지원도 홍보 대응도 계약서에 없는 경우가 많다. 이 구조에서 이사회가 초청을 철회하는 결정을 내리면, 조직은 위험을 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위험을 개인에게 마저 넘기고 자기 존립의 근거를 지운 것이 된다. 애들레이드의 결말이 정확히 그랬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 축제 조직은 형태가 다르지만 같은 취약점을 공유한다. 재단법인이나 조직위원회가 정치적·행정적 임명 구조를 갖고 있고, 출연자와 연출자와 기획자는 대부분 단기 계약으로 참여한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우리 조직의 의사결정 기구가 무엇을 결정할 권한을 갖는지 문서로 확인할 것. 프로그램 선정까지 이사회나 위원회의 심의 대상인지, 감독의 권한인지를 명시하지 않은 조직이 많다. 둘째, 프로그램에 대한 이의가 제기됐을 때의 절차를 한 장으로 만들 것. 접수와 검토와 답변의 주체, 검토 기간, 결정 공개 여부면 충분하다. 절차가 있으면 논란은 절차를 탄다. 셋째, 출연 계약서에 논란 발생 시의 역할을 한 줄 넣을 것. 대외 대응의 주체가 누구이며 개인에게 향한 공격에 조직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다. 넷째, 준비 기간에 대한 대가를 계약서에서 분리해 표시할 것. 연습과 준비를 별도 항목으로 적기만 해도 협상의 언어가 달라진다. 다섯째, 프로그램을 내리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 결정의 이유를 문서로 남길 것. 여섯째, 그 결정 전에 감독과 예술가에게 알리는 절차를 둘 것. 애들레이드에서 참가자들이 철수한 이유는 결정 자체보다 결정 방식이었다. 이 논의가 한국 축제 조직의 정관과 계약 서식에 반영되기까지는 대체로 18~24개월로 본다.
세계 현장에서 온 단서
쓰기 권한을 연 다음에 남는 질문 — 확인 창을 띄우는 것은 우리 시스템이 아니다
지난 호에서 한 전시 등록 시스템 회사가 자사 기능 261개를 인공지능 비서에 연결하면서 그중 19개가 삭제 기능이라는 사실을 공개한 일을 다뤘다. 그 흐름은 한 주 만에 한 걸음 더 나아갔고, 이번에는 훨씬 불편한 대답이 나왔다.
미국의 대형 행사 플랫폼 회사 레인포커스가 자사 연결기에 대해 세 가지를 기록으로 남겼다. 첫째, 관리자용 기능 123개를 17개 영역에 걸쳐 노출한다. 둘째, 그중 일곱 개는 데이터를 플랫폼 밖으로 내보내거나 행사 단위 설정을 바꿀 수 있다. 셋째, 그리고 이것이 핵심인데, 쓰기 작업에 대한 수동 승인은 서버가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클라이언트가 처리한다. 이 회사는 아직 어떤 고객도 진행 중인 실제 행사를 상대로 쓰기 작업을 실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기능 분류 방식이 특히 참고할 만하다. 이 회사는 기능을 만들기·고치기·지우기 같은 동작이 아니라 결과의 무게로 나눴다. 자료를 돌려줄 뿐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읽기 기능이 55개, 기록을 만들거나 고치지만 되돌릴 수 있는 것이 50개, 기록이나 기록 사이의 관계를 지우는 파괴적 기능이 11개, 그리고 자료를 시스템 밖으로 내보내거나 조직 단위 설정을 바꾸는 치명적 기능이 일곱 개다. 메일 발송이나 명찰 인쇄가 그 일곱 개에 들어간다. 지난 호에 나온 다른 회사의 261개 분류는 동작 기준이었다. 결과 기준 분류가 실무에서 더 쓸모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주최자가 알고 싶은 것은 이 기능이 데이터를 고치는가가 아니라, 잘못 실행됐을 때 되돌릴 수 있는가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부사장이 확인한 내용은 업계 전체에 해당한다. 수동 승인은 클라이언트 쪽에서 이뤄지며 아직 서버가 강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연결 규격이 사람의 개입 책임을 호출하는 응용프로그램에 두고 서버에 두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서버가 강제하는 것은 권한 범위다. 인증 절차가 특정 프로필을 고정된 기능 집합에 묶어 놓기 때문에, 그 집합 밖의 기능을 부르는 호출은 클라이언트가 무슨 짓을 하든 실패한다. 개발용과 운영용도 분리돼 있다.
두 통제를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권한 범위는 서버가 지키고, 실제로 작동한다. 프로필에 없는 기능은 어떤 영리한 지시로도 불러낼 수 없다. 그러나 확인은 서버가 지키지 않는다. 일단 어떤 기능이 프로필 안에서 켜지면, 4만 명에게 메일을 정말 보낼 것이냐고 묻는 대화창을 띄우는 것은 주최자가 쓰는 인공지능 도구다. 이 회사는 읽기 전용과 파괴적이라는 표시를 기능 목록에 붙여 두지만, 표시는 표시일 뿐이고 그 표시를 보고 무엇을 할지는 클라이언트가 정한다. 실무 관점에서 이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인공지능 비서와 되돌릴 수 없는 작업 사이에 마지막으로 서 있는 것은 우리 행사 플랫폼이 통제하지 않고 우리가 구매하지도 않았을 소프트웨어다.
기록에도 공백이 있다. 모든 기능 호출과 자료 이동은 기록되고, 인증 방식 덕에 각 호출은 그것을 실행한 관리자와 연결된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시문과 모델의 답변을 저장하지 않고 호출만 저장한다. 어느 비서나 어느 기능이 관여했는지 기록할 수 있는 선택 항목이 있지만 말 그대로 선택이다. 이상한 일이 생겼을 때 기록은 무엇이 호출됐고 누구의 자격으로 호출됐는지는 알려 주지만, 무엇을 지시했는지는 누군가 따로 기록하기로 했을 때만 알려 준다.
이 회사 대표가 내놓은 주장도 함께 볼 만하다. 그는 개방형 연결 규격이 통합의 마찰로 고객을 붙잡아 두던 층을 걷어 내며, 방어선이 진짜 가치에 있는 회사의 위치를 강화한다고 말했다. 자기 회사에 유리한 주장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한계도 있다. 규격은 호출의 모양을 표준화하지 그 아래 자료의 모양을 표준화하지 않는다. 경쟁사가 똑같은 기능 이름을 구현해도 그 아래에는 더 얇은 자료가 있을 수 있다. 즉 개방형 규격은 갈아타기의 통합 비용을 낮추지 자료 이전 비용을 낮추지 않으며, 축적된 가치는 자료 쪽에 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흐름은 한국 행사업계에 두 단계로 도착한다. 먼저 도구가 오고 그다음에 사고가 온다. 순서를 바꾸려면 지금 확인할 것이 있다. 첫째, 우리가 쓰는 등록·티켓·참가자 관리 시스템이 인공지능 비서 연결 기능을 제공하는지 담당자에게 직접 물어볼 것. 제공한다면 언제부터인지, 기본값이 꺼짐인지 확인한다. 둘째, 제공한다면 그 기능 목록을 결과 기준으로 받아 볼 것. 읽기만 하는 것, 되돌릴 수 있는 것, 되돌릴 수 없는 것, 자료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 네 갈래다. 이 분류를 이름으로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공급사와의 대화 수준이 달라진다. 셋째, 되돌릴 수 없는 것과 밖으로 내보내는 것에 해당하는 기능은 행사 기간에 아예 꺼 둘 것. 넷째, 승인 창을 누가 띄우는지 물어볼 것. 답이 우리 시스템이 아니라면, 그 승인 창을 띄우는 도구가 무엇인지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한다. 다섯째, 지시문과 답변을 기록하는 선택 항목이 있다면 켤 것. 여섯째, 인공지능 도구를 쓰는 담당자 계정과 시스템 관리자 계정을 분리할 것. 이 점검은 하루면 끝나고, 이 흐름이 국내 주요 행사 플랫폼에 기본 기능으로 실리기까지는 대체로 6~12개월로 본다.
문의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탈락한다 — 독일의 첫 통합 실측, 그리고 인도가 만든 컨벤션뷰로
행사 산업이 자기 시장을 스스로 계량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같은 주에 두 나라에서 나왔다. 방향은 다르다. 한쪽은 시장의 작동 방식을 재고, 다른 쪽은 시장에 들어갈 조직과 사람을 만든다.
독일에서는 행사 장소와 기획자 양쪽을 한 보고서에 담은 첫 조사가 나왔다. 두 회사가 함께 진행한 이 조사는 공급 측과 수요 측을 동시에 묻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행사장과 회의용 호텔에는 마케팅 예산, 영업 조직, 디지털화, 지속가능성, 플랫폼 전략, 시장 전망을 물었고, 전문 기획자에게는 어떻게 장소를 찾고 무엇을 기준으로 고르며 어떻게 소통하고 예약 과정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물었다. 두 시선을 마주 놓아 시장의 전체 그림을 만들겠다는 설계다.
가장 눈에 띄는 결론은 경쟁의 시작 시점에 관한 것이다. 기획자는 온라인에서 검색하는 동안 이미 후보 장소의 1차 목록을 만든다. 연락이 잘 닿지 않거나, 웹사이트가 정리돼 있지 않거나, 필요한 정보가 없거나, 응답이 느린 곳은 그 이른 단계에서 탈락한다. 문의가 오기도 전에 떨어지는 것이다. 조사는 디지털화와 투명성, 지속가능성, 그리고 속도가 행사장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정리했다. 조사를 주도한 쪽은 이 산업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바뀌는데도 많은 전략적 결정이 여전히 경험과 감으로 내려진다고 지적했다. 기획자와 장소의 관점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놓아 객관적인 그림을 만들려 했다는 것이다.
같은 나라에서 나온 다른 소식은 사람 쪽이다. 한 교육기관과 행사업계 연합체가 함께 만든 2개월 과정이 11월에 시작한다. 필수 과목에는 라이브 커뮤니케이션 기초, 행사 기획, 크리에이션과 연출, 예산 편성과 원가 계산, 전시 분야 프로젝트 관리, 전시 부스 시스템과 물류가 들어간다. 선택 과목으로는 안전 절차와 업계 법률, 프레젠테이션 기법, 공간 커뮤니케이션, 마케팅과 브랜딩, 행사 소셜미디어,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고를 수 있다. 나흘의 대면 수업과 네 번의 실시간 온라인 훈련, 자기 학습 기간을 조합하고 온라인 시험과 구술 시험으로 마친다. 눈여겨볼 것은 과정의 문제의식이다. 행사는 여러 직능과 협력사를 조율하고 예산을 지키고 안전 요건을 반영하면서 창의적인 기획을 안정적으로 구현해야 하는 복합 프로젝트인데, 새 기술과 높아진 요구와 새로운 협업 방식이 담당자의 일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조직과 제도 쪽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다. 마하라슈트라주는 컨벤션뷰로를 세워 이 주를 회의·포상여행·학회·전시의 목적지로 자리매김하는 전담 기구로 삼았고, 도시 단위 조직과 목적지 관리 기구를 함께 만들고 있다. 이 기구의 자문을 맡은 인사는 다섯 가지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전략적 유치와 목적지 홍보로 국내외 행사를 끌어오는 것, 장기 확장을 뒷받침할 기반 시설과 정책 틀을 만드는 것, 전문 교육을 통해 인재와 기술에 투자하는 것, 기술과 지속가능성을 미래형 발전의 축으로 통합하는 것, 그리고 정부와 산업과 국제 이해관계자 사이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마지막 부분이다. 관광 성장에 참여하려는 주는 컨벤션센터를 짓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마이스와 행사 분야의 숙련 인력과 전용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관광 계열 대학이 이 주제를 아주 짧게만 다루는데, 그 잠재력은 전문 학위나 학과를 뒷받침할 만큼 크다고 그는 말했다. 인도의 이 분야 규모는 2024년 기준 490억 달러로 추산되고, 전국에 70곳 넘는 현대적 컨벤션센터와 120곳 이상의 행사 가능 시설이 있다. 뭄바이에는 이미 세 곳의 컨벤션·전시 시설이 있고 푸네와 콜하푸르, 나시크, 나그푸르에 국제 수준의 시설이 올라가고 있다.
기반 시설만으로는 안 된다는 진단도 함께 나왔다. 세계 마이스 산업을 이끄는 목적지는 기반 시설에 비전과 협력, 효과적인 목적지 마케팅, 그리고 흠 없는 실행을 결합한 곳이라는 것이다. 마침 같은 주 독일의 두 대형 전시 주최사가 인도 시장을 겨냥해 손을 잡았다는 소식도 나왔다. 유기농 식품 전시회와 신선식품 전시회를 2028년 5월 뭄바이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함께 열기로 한 것이다. 두 행사는 각자의 위치와 대상을 유지하면서 상호 보완적인 사업 영역을 연결한다. 성숙한 시장의 전시 브랜드가 성장하는 시장으로 옮겨 갈 때 쓰는 전형적인 방식이고, 인도가 만들고 있는 기구들이 상대할 대상이 바로 이런 움직임이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두 나라의 움직임은 한국 행사·축제 산업에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진다. 독일의 조사가 묻는 것은 우리가 선택되는 과정에서 어디쯤 떨어지는가이고, 인도가 묻는 것은 이 일을 할 사람을 누가 길러내는가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우리 축제나 행사장의 웹사이트를 처음 보는 사람의 눈으로 열어 볼 것. 담당자 연락처를 찾는 데 몇 번 눌러야 하는지, 수용 인원과 면적과 기본 대관 조건이 한 화면에 있는지, 지난 행사의 사진과 규모가 있는지를 센다. 독일 조사가 말한 탈락은 대부분 이 세 항목에서 일어난다. 둘째, 문의 메일에 답장하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을 한 달만 재 볼 것. 셋째, 우리 지역에 행사 유치를 전담하는 조직이 있는지, 있다면 그 조직이 무엇을 결정할 권한을 갖는지 확인할 것. 넷째, 지역 대학의 관광·문화 관련 학과에서 행사·축제 분야를 몇 시간 다루는지 알아볼 것. 다섯째, 우리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받는 교육이 있는지, 없다면 안전 절차와 예산 편성 두 과목만이라도 올해 안에 한 번 돌릴 것. 여섯째, 해외 전시 주최사가 한국에서 여는 행사가 늘고 있다면 그것을 경쟁이 아니라 학습 기회로 볼 것. 그들이 어떤 조건으로 장소를 고르는지가 곧 우리 기준이 된다. 이 논의가 한국의 행사 인력 정책과 지역 유치 조직 설계에 반영되기까지는 대체로 12~18개월로 본다.
세계유산에 오른 축제와 오르려는 축제 — 오순 강의 금, 파타야의 2027년
축제가 도시의 자산으로 등록되는 일에 대해, 같은 주에 정반대 방향의 두 장면이 나왔다.
나이지리아 오순주에서는 매년 열리는 오순 오소그보 축제의 마지막 날 풍경이 전해졌다. 흰옷을 입은 신도들이 강가에 늘어서서 과일과 콜라나무 열매와 제물을 들고 기도한다. 요루바의 다산과 아름다움과 치유의 여신에게 바치는 수백 년 된 전통이고, 세계 각지의 디아스포라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 강이 흐르는 성림은 75헥타르 규모로 2005년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강물은 치유의 힘을 지녔다고 여겨져 사람들이 마시거나 몸을 씻는다.
문제는 그 강이 2018년 이후로 갈색으로 흐린다는 것이다. 상류 몇 마일 지점에서 시작된 채굴이 중금속과 퇴적물을 물길에 흘려보내면서다. 오순주는 금이 많은 지역이고, 소규모·영세 채굴업자들이 단속이 느슨한 틈에 불법으로 작업하는 일이 잦다. 213킬로미터에 이르는 강을 따라 금을 캐면서 그 유출수가 물로 되돌아온다. 2021년 한 사회·환경 정의 단체가 강을 살리자는 이름의 활동을 시작하며 여섯 지점에서 시료를 받아 독립 검사를 의뢰했고, 납과 수은과 시안화물이 안전 기준을 넘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어린이와 임신부에게 특히 위험한 물질이다.
당국은 채굴업자를 체포하고 일부 불법 현장을 폐쇄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활동가들은 복원 계획도, 독립적인 검증도, 수질의 측정 가능한 개선도 없었다고 말한다. 새 채굴 현장이 계속 생겼고 그중 하나는 성림에서 6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이 단체를 이끄는 사람의 말이 이 사안의 성격을 정확히 짚는다. 발표와 행동 사이의 그 간격 자체가 이야기의 일부라는 것이다.
올해 축제를 앞두고 당국은 물이 마시기에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많은 신도가 그대로 물을 마셨다. 한 신도는 그것을 평범한 물이 아니라 약처럼 여기며 해로운 성분은 여신이 이미 걷어냈다고 말했다. 통에 물을 받아 집으로 가져가는 참배객과 관광객도 있었다. 활동가는 이 오염이 신도들을 불가능한 자리에 세운다고 말한다. 수백 년 된 전통을 지키는 일과 실제 건강 위험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고, 그것이 세계가 공식적으로 중요하다고 인정한 장소에서 살아 있는 유산의 지속 자체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한 컨설팅 회사의 분석가는 중금속이 강바닥에 남아 어류와 수생 식물에 쌓이고 먹이사슬을 따라 농축되기 때문에 채굴이 끝난 뒤에도 영향이 오래간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금광은 수십 년에 걸쳐 캘 수 있지만, 700년 넘게 형성된 살아 있는 문화 경관은 그 생태적·정신적 온전함이 훼손된 뒤에는 그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주 태국에서는 정확히 반대 방향의 소식이 나왔다. 파타야가 영화 분야의 창의도시로 자리 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고, 8월 말 사흘 동안 열린 네 번째 파타야 영화제가 2027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신청을 위한 준비 과정의 일부로 치러졌다. 문화부 차관이 개막식을 주재했고 촌부리주 부지사와 도 문화청장, 정부 기관과 민간, 지역 상인과 주민, 관광객이 함께했다. 문화부가 도 문화청을 통해 주최했고 영화와 현대미술과 문화 활동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 시도의 구조가 흥미롭다. 축제 자체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등재 신청을 위한 준비 상태를 증명하는 것이 목적이다. 차관은 이번 행사가 도시의 준비 상태를 보여 줬다고 말하면서 근거를 나열했다. 다양한 문화 자산, 영화 관련 과정을 운영하는 교육기관, 숙련 인력, 다양한 촬영지, 시설, 그리고 국제 영화제를 치러 낼 역량이다. 등재에 성공하면 촬영지이자 영화 산업 자체의 목적지가 되어 제작진과 관련 전문 인력을 끌어들이고 그 지출이 지역 상권으로 바로 흘러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축제 기간 중앙 해변은 창의도시 장터와 사업자·관광 사업체 부스, 상점, 워크숍, 거리, 음식 구역으로 바뀌었고 사업 매칭 프로그램도 열렸다. 젊은 단편 감독들이 참여한 대담도 마련됐다.
현장에 주는 함의 — 두 도시는 같은 제도의 양쪽 끝에 서 있다. 하나는 등재된 유산의 물리적 기반이 무너지는 중이고, 다른 하나는 등재를 목표로 근거를 쌓는 중이다. 한국의 지역 축제에 이 대비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우리 축제가 의존하는 물리적 자원을 목록으로 적을 것. 강이든 갯벌이든 숲이든 특정 농산물이든 오래된 거리든 상관없다. 그 목록의 각 항목에 대해 누가 관리 권한을 갖는지 적는다. 대체로 그 권한은 축제 조직 밖에 있다. 둘째, 그 자원의 상태를 재는 지표가 존재하는지 확인할 것. 수질이든 개체 수든 작황이든 없다면 그것부터가 과제다. 셋째, 그 지표를 매년 축제 결과보고서에 한 줄로 실을 것. 축제 조직이 그 숫자를 계속 기록하는 유일한 주체가 되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 넷째, 발표와 행동 사이의 간격을 기록해 둘 것. 관계 기관이 조치를 약속한 날짜와 실제 이행 여부를 표로 남기는 것만으로도 다음 협의의 무기가 된다. 다섯째, 유네스코 창의도시나 무형유산 같은 국제 제도를 목표로 삼는 경우, 신청 그 자체가 아니라 신청 서류가 요구하는 항목을 먼저 갖출 것. 교육기관, 인력, 시설, 개최 역량 같은 항목이 그대로 지역 문화정책의 점검표가 된다. 여섯째, 등재 이후의 관리 계획을 신청 단계에서 같이 만들 것. 이 논의가 한국 지역 축제의 중장기 계획에 반영되기까지는 대체로 18~24개월로 본다.
한국 축제 현장
보조금이 나오기 전에 맺은 계약, 그리고 위약금 90% — 영주가 드러낸 관행
경북 영주에서 20여 년을 이어 온 인삼 축제를 둘러싸고 계약 관행의 문제가 드러났다. 한 지역 매체가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축제 조직위원회가 영주시의 공식 축제 보조금이 교부되기도 전에 특정 민간업체와 시설물 임대 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에 적힌 계약일은 6월 23일이다. 시의 보조금 교부 결정과 정식 예산 배정이 이뤄지기 전이다. 세금이 들어가는 공공 축제는 통상 지자체의 예산 교부 후 국가 전자조달 시스템 등을 통해 공정하게 업체를 선정한다. 그러나 이 계약은 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수의계약이었다. 형식에도 문제가 있었다. 법인 명의의 직인 없이 위원장의 자필 서명만 있었다. 내부 결재나 이사회 의결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남는 대목이라고 매체는 지적했다.
내용은 더 문제적이다. 몽골텐트 13만 원, 테이블 1만 5,000원, 의자 1,500원처럼 품목별 단가만 적혀 있고 필요한 총수량과 최종 계약금액은 비워 뒀다. 계약서에는 총금액을 최종 설치 후 상호 협의해 결정한다고만 적혔다. 축제가 끝난 뒤 정산 금액을 임의로 늘릴 여지를 열어 두는 구조다. 반대로 민간업체 쪽에는 계약 위반 시 총 계약금액의 90%를 위약금으로 물게 하는 조항과, 의견이 다를 때는 전적으로 발주자 쪽 해석에 따른다는 조항이 붙었다. 금액은 정하지 않으면서 위약금은 그 정하지 않은 금액의 90%로 걸어 둔 셈이다.
이후 과정은 더 얽혔다. 조직위는 계약 20일 만인 7월 12일 축제 주관 포기를 선언했다. 조직위 사무국장은 취재진에게 8월 12일과 13일쯤 해당 업체에 계약 취소를 유선으로 통보했고 업체도 수긍했으므로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률 전문가들의 판단은 달랐다. 유효하게 맺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며, 10월 초 행사를 위해 이미 자재를 확보하고 인력을 배정한 업체의 손해를 단순 취소 통보로 무마할 수 없다는 것이다. 7월 중순에 주관을 포기하고도 8월 중순에야 통보한 것은 오히려 업체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 지역 법조계 인사는 일방적인 취소 통보는 계약을 파기했다는 사실을 알린 것일 뿐 손해배상 책임까지 없애 주는 면책 수단이 아니라고 말했다.
같은 축제를 둘러싸고 다른 사안도 이어졌다. 시장이 인삼을 들고 춤추는 모습을 담은 인공지능 생성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퍼지면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영주시는 9월 3일 입장문을 내고 이를 반박했다. 시는 해당 영상을 제작하거나 예산을 지원한 바 없고 공식 계정에 게시하지도 않았으며, 8월 24일 밤 한 간부 공무원이 개인 계정에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확대간부회의에서 시장이 한 발언은 축제 홍보를 일반적 차원에서 당부한 것이고, 개인 계정을 통한 홍보가 부당한 지시라고 판단되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그 자리에서 밝혔다고 했다. 시는 이 홍보 참여의 배경으로 기존 조직위원회가 개막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주관을 포기하고 운영 주체가 재단으로 급히 바뀌면서 생긴 홍보 공백을 들었다.
두 사안은 별개지만 뿌리는 하나다. 축제의 운영 주체가 개막 석 달 전에 무너졌고, 그 공백이 계약 분쟁과 홍보 혼선으로 각각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사안에서 배울 것은 특정 지역의 잘잘못이 아니라 전국의 축제 조직이 공유하는 구조적 취약점이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우리 축제의 계약 가운데 보조금 교부 결정 이전에 체결된 것이 있는지 확인할 것. 준비 기간이 짧은 가을 축제일수록 이 관행이 흔하고, 이것이 모든 분쟁의 출발점이다. 둘째, 총액이 비어 있는 계약이 있는지 볼 것. 단가만 적고 총액을 설치 후 협의로 남긴 계약은 정산 단계에서 반드시 문제가 된다. 수량 범위와 상한을 함께 적는 것만으로 대부분 해결된다. 셋째, 위약금 조항이 양쪽에 대칭인지 확인할 것. 한쪽만 90%를 무는 조항은 분쟁이 생기면 오히려 조직위 쪽 과실의 증거가 된다. 넷째, 분쟁 시 해석 권한을 한쪽에 몰아 준 조항이 있다면 삭제할 것. 다섯째, 조직위 명의 계약에 법인 직인과 내부 결재 기록이 남는지 절차를 점검할 것. 여섯째, 주관 포기나 운영 주체 변경이 발생할 경우의 처리 절차를 미리 문서로 만들 것. 기존 계약의 승계 여부, 통보 기한, 정산 방식 세 가지면 시작할 수 있다. 일곱째, 조직위 임원의 개인 책임 범위를 정관에서 확인할 것. 이번 사안에서 법률 전문가들이 위원장 개인의 책임을 언급했다는 점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탄광이 회의장이 되고, 가을이 지도가 된다 — 같은 주 한국에서 벌어진 세 가지 재배치
이번 주 한국에서는 축제와 행사를 다루는 방식을 바꾸는 세 가지 움직임이 각각 다른 층위에서 나왔다. 산업 유산을 행사 자원으로 바꾸는 일, 도시의 가을 축제를 하나의 지면으로 묶는 일, 그리고 축제의 목표를 관람에서 체류로 옮기는 일이다.
첫째는 강원도다. 강원관광재단과 한국광해광업공단이 9월 1일 석탄산업 전환지역의 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태백과 삼척, 영월, 정선의 산업 유산과 광해 복원 현장을 관광 콘텐츠로 바꾸는 작업이고, 눈여겨볼 것은 그 범위에 회의와 학술행사가 명시적으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강원관광재단은 국내외 학술대회와 기업 행사 유치 경험을, 공단은 광산과 복원 분야의 전문성을 결합한다. 광산 개발과 폐광, 복원 과정을 산업관광과 학술행사에 접목하면 일반 관광객뿐 아니라 기업과 연구기관과 학회의 수요까지 끌어올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미 네 시·군을 잇는 통합 관광 브랜드가 운영되고 있고 수도권을 겨냥한 팝업 매장이 서울에서 열렸다. 강원의 행사 개최 지원 사업은 올해 7월에 예산이 조기 소진될 만큼 수요가 몰렸다.
이 접근의 값어치는 소재의 특수성에 있다. 폐광은 다른 곳이 흉내 낼 수 없는 자원이고, 복원 과정 자체가 학술적 관심의 대상이다. 광산 안전, 지반 공학, 생태 복원, 지역 전환 정책은 모두 학회가 있는 분야다. 관광지가 학회를 유치하는 일반적인 경로는 시설과 접근성이지만, 이 경우는 주제 자체가 유치의 근거가 된다.
둘째는 서울이다. 서울시가 9월부터 11월까지 열리는 축제를 한 장에 모은 가을편 지도를 냈다. 시와 자치구와 민간의 축제 정보를 계절별로 안내하는 자료이고 지도 서비스와 연동돼 일정과 장소, 프로그램을 지도 위에서 바로 확인하고 길찾기까지 할 수 있다. 올해 새로 만든 것은 야간 특화 축제라는 분류다. 네 개 분류 가운데 하나를 야간에 배정하고, 다른 분류에도 저녁까지 이어지는 축제 정보를 폭넓게 담았다. 시가 밝힌 기대 효과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시민의 퇴근 후와 주말 저녁 선택지를 넓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의 체류 시간을 늘려 상권에 활력을 더하는 것이다. 지난 호에서 다룬 73일짜리 가을 공연예술 시즌도 이 지도 안에 한 항목으로 들어가 있다. 도시가 축제를 개별 행사가 아니라 시즌으로, 그리고 시즌을 다시 시간대별 선택지로 편성하는 흐름이 한 단계 더 나아간 셈이다.
셋째는 전북이다. 9월 무주와 장수와 진안을 시작으로 10월 완주와 김제까지 이어지는 가을 축제들이 관람 중심에서 벗어나 체류와 지역 소비를 겨냥해 프로그램을 다변화하고 있다. 반딧불이 서식지를 직접 찾아가는 생태 탐사와 야영을 결합한 축제, 한우와 사과에 토마토와 오미자를 더해 붉은색 농산물이라는 묶음을 만든 축제, 홍삼을 주제로 체험과 먹거리와 공연을 붙인 축제가 이어진다. 10월에는 화덕 요리와 지역 밥상과 직거래 장터를 붙인 축제와 전통 행사에 드론과 짚 테마파크를 더한 축제가 열린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눈여겨볼 대목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관리다. 한 지자체는 주민 부스 운영자 180여 명을 대상으로 위생과 운영 기준을 사전 교육했고, 다른 지자체는 지역 농가와 소상공인의 참여를 확대하면서 메뉴와 가격을 사전 점검했다. 축제장 바가지 논란이 매년 반복되는 상황에서 사전 교육과 사전 점검을 축제 준비 과정의 정식 항목으로 넣기 시작한 것이다. 체류형으로 가겠다는 선언은 흔하지만, 체류가 길어질수록 관객이 축제장에서 돈을 쓰는 횟수가 늘고 그만큼 불만의 접점도 늘어난다는 사실을 계산에 넣은 준비는 흔하지 않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세 가지를 한 줄로 묶으면 이렇게 된다. 축제가 자기 바깥의 자원과 시간을 편성하기 시작했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우리 지역에 다른 곳이 흉내 낼 수 없는 산업·기술 자원이 있는지 목록을 만들 것. 폐광이든 항만이든 발전소든 농업 시험장이든 상관없다. 그 분야에 학회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그 학회의 연차 대회 개최지 선정 방식을 알아본다. 둘째, 축제와 학술행사를 같은 조직이 다루도록 담당을 묶을 것.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이 둘은 다른 부서에 있고, 그래서 같은 자원을 두 번 쓰지 못한다. 셋째, 우리 지역의 가을 축제를 한 장에 모아 볼 것. 겹치는 주말이 몇 개인지, 저녁 시간대에 열리는 것이 몇 개인지 세는 것만으로 다음 해 편성이 달라진다. 넷째, 야간 시간대를 별도 분류로 다뤄 볼 것. 체류 시간을 늘리는 가장 값싼 방법이 저녁 프로그램이다. 다섯째, 체류형을 목표로 한다면 부스 운영자 사전 교육을 준비 과정의 정식 항목으로 넣을 것. 여섯째, 메뉴와 가격을 사전에 점검하고 그 사실을 관객에게 알릴 것. 점검했다는 사실 자체가 신뢰의 근거가 된다. 일곱째, 체류 시간을 실제로 재 볼 것. 입장과 퇴장 시각을 표본으로 받는 것만으로 다음 해에 비교할 줄이 생긴다.
곧 우리에게 올 것
가족 축제가 '편하지 않은 라인업'을 골랐다 — 요크셔의 16년
잉글랜드 요크셔의 한 가족 축제는 얼굴 그림과 마술쇼로 이뤄진 통상의 가족 축제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스스로를 폭넓은 관객이 즐기도록 설계된 문화 축제라고 부르고, 가족을 염두에 두되 아이에게 맞추지는 않은 편성을 한다. 10대가 풍자적이고 부조리한 성인 코미디를 보고 곧이어 롤러 디스코에서 무릎을 깬다. 이 축제의 감독은 라인업이 편안하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밴드를 좋아하든 아니든 축제에서 돌아와 그 밴드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는 것, 그것이 문화의 요점이며 발견이 그 목적이라는 것이다. 관객을 얕보지 않는 것과 전위적인 것을 강요하는 것은 다르다고 그는 선을 긋는다. 올해 헤드라이너는 중년 남성 둘로 이뤄진 밴드였고 부모가 아이의 귀를 막지 않고 함께 봤다. 2010년 첫 회에 갓난아기였던 아이들이 지금은 부모와 같은 신보를 기다린다. 팬데믹으로 두세 해를 잃는 동안 핵심 관객이 자라 다른 곳으로 갔고, 다시 그들의 한 해 일정 안에 축제를 넣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한다. 젊은 관객을 읽는 방법으로 그가 드는 것은 듣기다. 아이를 키우는 친구든 공연장에서 만난 열여덟 살이든, 업계 바깥에 묻기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교토가 '제0회'라는 이름으로 새 국제 행사를 연다
미술과 디자인과 공예를 가로지르는 국제 행사가 10월 9일부터 18일까지 교토의 여러 장소에서 처음 열린다. 3년 주기로 작가와 디자이너와 장인, 큐레이터, 공공기관, 교육기관, 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만드는 일의 동시대적 가치를 탐구한다는 구상이고, 만드는 행위를 인간의 근원적 활동으로 규정한다. 이번 회차의 이름은 제0회 선언판이다. 첫 회를 1회가 아니라 0회로 부르는 것은 이번 판을 완성된 행사가 아니라 방향을 선언하는 자리로 두겠다는 뜻이다. 참가자는 일본의 새 세대 작가 열 팀과 이탈리아 작가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를 거점으로 하는 디자이너들, 영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아프가니스탄의 프로젝트 팀이다. 전시는 세 갈래로 나뉜다. 공예와 전통 기술에 뿌리를 둔 일본 신세대의 작업, 손이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제작을 명상적 행위로 다루는 이탈리아 작가들의 작업, 그리고 건축물과 사물과 직물을 특정 시점의 사회 상황과 기술 관습과 가치관을 담은 능동적이고 영속적인 문화 기록으로 다시 정의하는 걸프 지역 작가들의 작업이다.
축제 안내가 국경을 넘는 정기 간행물이 됐다 — 이탈리아의 실험
이탈리아의 한 문화 매체가 문화 축제만 다루는 주간 소식지를 창간했고 두 번째 호가 9월 3일에 나갔다. 첫 호의 구독 신청이 예상을 크게 넘었고, 정확하고 잘 다듬어진 문화 지도에 대한 수요가 확인됐다는 것이 발행 측의 설명이다. 설계에서 눈여겨볼 것은 시간 범위다. 이번 주말에 무엇을 할지만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15일에서 20일 사이의 구간을 굴리듯 다룬다. 이번 주말의 축제와 함께 앞으로 두 주 동안의 예고를 실어서 여행을 계획하고 표를 예매할 시간을 준다. 중요한 축제가 두 주 뒤에 있다면 오늘 실리고 다음 주 목요일에 다시 실린다. 놓치지 않도록 두 번째 기회를 주되 매일 여러 페이지를 열어 보는 부담은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 호는 국경을 넘어 스위스 이탈리아어권까지 다뤘다. 지리적 경계보다 언어와 문화의 권역을 단위로 잡은 편성이다.
프랑스의 가을은 서커스 마을에서 시작한다
프랑스에서는 9월 초가 공연 시즌의 시작이다. 파리 근교에서 열리는 서커스 축제가 그 문을 여는 행사 가운데 하나로, 천막을 여러 개 세워 임시 마을을 만드는 방식이다. 개별 공연을 극장에 배치하는 대신 한 부지에 여러 천막을 모아 관객이 마을 안을 걸어 다니게 하는 구성인데, 관객의 체류 시간과 작품 사이의 이동을 프로그램의 일부로 다루는 접근이다. 같은 시기 프랑스 각지에서 규모가 작은 축제들이 시즌 개막을 알렸다. 한국의 가을 축제가 대체로 개별 행사로 흩어져 열리는 것과 비교하면, 시즌이라는 단위와 부지라는 단위를 동시에 쓰는 방식은 참고할 만하다.
멕시코시티의 축제는 여전히 동네 단위로 만들어진다
멕시코시티에서 9월에 열리는 한 지역 축제는 스카 음악과 루차 리브레와 지역 밴드를 한 자리에 모은다. 대형 자본이 들어간 축제가 아니라 자치구 단위에서 오래 이어져 온 형식이고, 대중음악과 스포츠 오락과 거리 문화를 구분하지 않고 한 프로그램에 넣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장르를 나누지 않고 그 동네가 실제로 즐기는 것들을 그대로 무대에 올리는 방식은, 한국의 자치구 축제가 대체로 공연과 체험과 장터를 분리해 배치하는 것과 대비된다.
괌이 12월에 국제 무용 축제를 다시 연다
태평양의 작은 관광 목적지가 12월에 국제 무용 축제의 복귀를 확정했다. 규모가 크지 않은 목적지가 비수기에 국제 행사를 배치하는 전형적인 전략이고, 항공 노선과 숙박 수요가 얇아지는 시기에 특정 분야의 국제 행사를 넣어 좌석과 객실을 채우는 방식이다. 한국의 중소 도시가 겨울과 초봄의 빈 구간을 다루는 방법을 고민할 때 참고할 만한 배치다.
베트남 영화가 부산에서 첫선을 보인다
베트남 영화 한 편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다. 아시아 영화제의 초연 무대로 부산이 쓰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고, 이는 영화제가 상영 공간이 아니라 유통의 출발점으로 기능한다는 뜻이다. 한국의 지역 영화제와 콘텐츠 축제가 초연을 유치하는 일에 무엇을 걸 수 있는지, 그리고 초연 유치가 실제로 무엇을 남기는지를 계산해 볼 시점이다.
축제가 캠페인의 종착지가 됐다 — 말레이시아의 사례
말레이시아에서 한 맥주 브랜드가 자사 캠페인의 마무리로 아시아 음악 축제를 연다. 10월 31일 쿠알라룸푸르 인근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저녁 5시부터 자정까지 열리고, 홍콩과 대만과 현지 출연자들이 무대에 오른다. 눈여겨볼 것은 출연진이 아니라 입장권이 배포되는 경로다. 이 브랜드는 앞서 사람들이 자신의 용기에 관한 이야기를 올리면 그것을 인공지능으로 노래로 바꿔 주는 온라인 기획을 진행했는데, 그 참여자에게 선착순으로 초대권을 준다. 여기에 더해 9월 1일부터 10월 15일까지 편의점에서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한 영수증을 제출하면 초대권을 받을 수 있고 그 물량이 600장이다. 음식점과 주점 경로로는 2인 초대권 400세트와 전자지갑 적립금이 배정됐으며, 전자상거래 경로도 따로 열렸다. 축제가 브랜드 캠페인의 마지막 장으로 설계되고, 입장권이 판매 촉진의 보상 수단으로 유통되는 구조다. 한국의 지역 축제가 협찬을 유치할 때 대체로 노출 지면을 파는 것과 비교하면, 축제 자체를 캠페인의 종착지로 파는 방식은 값을 매기는 방법이 다르다.
공연과 축제가 브랜드의 여름 무대가 되는 방식 — 미국의 한 주
미국의 한 업계 매체가 8월 마지막 주의 사례를 묶어 정리한 내용을 보면 브랜드가 공연·축제와 결합하는 방식이 몇 갈래로 정형화되고 있다. 한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팝 가수와 함께 그 가수의 앨범에서 착안한 음료를 만들어 전국 출시 전에 일부 매장에서 먼저 팔았고, 같은 시기 그 가수가 처음 연 축제에 분홍색 구역을 만들어 시음과 한정 굿즈를 배포했다. 한 주류 브랜드는 투어의 공식 후원사로서 공연 전 시간대에 인근 술집과 식당을 묶어 사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한 화장품 브랜드는 특정 팬덤의 공연 일정에 맞춰 사흘 동안 문화원 안에 임시 공간을 열었다. 한 음원 플랫폼은 아티스트의 새 앨범을 40곳이 넘는 천문관에서 시청각 프로그램으로 선공개했다. 공통점은 공연장 안이 아니라 공연장 주변의 시간과 장소를 사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축제 주최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협찬 상품의 범위가 부스 자리에서 축제 전후의 도시로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고, 그 확장분의 값을 누가 받을 것인지가 다음 협상의 쟁점이 된다.
국경을 넘은 축제 브랜드와, 대성당으로 들어간 클럽
세르비아를 대표하는 음악 축제가 몬테네그로에서 처음 연 두 개의 축제에 15만 명을 모았다. 축제 브랜드가 인접 국가로 자기 형식을 옮겨 새 시장을 여는 방식이고, 성수기 관객을 국경 너머로 확장하는 접근이다. 한편 런던의 한 클럽은 세인트폴 대성당과 4년짜리 협약을 맺고 그곳에서 동시대 라이브 공연을 열기로 했다. 종교 시설이 공연 공간으로 열리는 흐름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단발 대관이 아니라 4년이라는 기간을 정한 파트너십이라는 점이 다르다. 기간이 길어지면 공간의 제약을 매번 협상하는 대신 프로그램 설계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 또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올해부터 15개 축제에 공식 약물 검사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축제 안전 정책이 단속에서 위해 감소 쪽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여 주는 결정이다.
편집장의 글
① 이번 호의 질문은 하나였다 — 축제의 규칙을 누가 쓰는가
브라질 정부는 표를 파는 방식을 명령으로 정했고, 호주에서는 이사회가 프로그램의 경계를 정하려다 축제 자체를 잃었으며, 독일에서는 시장 조사가 행사장이 선택되는 기준을 밝혔고, 인도에서는 주정부가 이 산업의 인력 기준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에서는 100만 명의 밀집도를 읽는 자료가 주최자의 계수기가 아니라 통신사의 기지국에서 나왔고, 영주에서는 조직위가 쓴 계약서의 조항을 법률가들이 다시 읽었다. 이 목록에서 규칙을 쓴 주체 가운데 축제 조직은 하나도 없다. 그것이 이번 호의 사실이다. 이것을 권한의 상실로 읽을 수도 있지만 나는 다르게 본다. 규칙이 바깥에서 쓰인다는 것은 축제가 마침내 규칙을 가질 만큼 큰 산업이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규칙이 쓰이는 자리에 우리 업계의 언어가 없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명령에 담긴 항목들은 티켓 업계와 소비자 단체의 오랜 공방에서 나왔고, 독일의 조사는 행사장과 기획자가 스스로 답한 것이며, 인도의 다섯 가지 과제는 이 산업의 사람이 정부에 요구한 것이다. 규칙이 만들어지는 자리에 앉으려면 먼저 셀 수 있는 것을 갖고 있어야 한다. 우리 축제가 지금 가진 숫자가 방문객 추산치 하나뿐이라면, 그 자리에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② 멈추는 능력과 지키는 능력은 같은 근육이다
이번 호에는 멈춘 장면이 여럿이었다. 아일랜드에서는 공연이 시작 전에 취소됐고, 영국의 여러 축제가 뇌우에 무대를 끊었으며, 호주에서는 초청이 철회됐고, 영주에서는 조직위가 주관을 포기했다. 그런데 이 네 가지 멈춤의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앞의 둘은 관객을 지키기 위한 멈춤이고, 뒤의 둘은 조직이 자기를 지키려다 지켜야 할 것을 잃은 멈춤이다. 갈림길은 멈추기 전에 무엇이 준비돼 있었는가에 있다. 무너지는 것이 보이자마자 소리를 끈 조직에는 그 판단을 내릴 사람과 기준이 있었다. 반면 초청을 철회한 이사회에는 이의를 처리할 절차가 없었고, 주관을 포기한 조직위에는 계약을 정리할 방식이 없었다. 결국 같은 근육이다. 무엇을 보면 멈출 것인지, 누가 멈출 권한을 갖는지, 멈춘 뒤 무엇을 하는지를 미리 적어 둔 조직만이 멈춰야 할 때 멈추고 멈추지 말아야 할 때 버틴다. 한국 축제의 기본계획에 이 세 문장이 들어가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대체로 그것을 적는 순간 책임이 명확해지기 때문이고, 명확해진 책임을 피하려는 조직은 결국 훨씬 큰 책임을 지게 된다.
③ 한국 축제를 향해 — 가을 개막 전에 열어 봐야 할 서류 여섯 장
올해 가을 축제 대부분이 이미 준비 마지막 단계에 있을 것이다. 지금 프로그램을 바꿀 수는 없지만 서류는 열어 볼 수 있고, 이번 호의 사례들이 가리키는 서류는 여섯 장이다. 첫째, 올해 체결한 계약 목록을 체결일 순으로 정렬해 보조금 교부일과 대조해 볼 것. 교부일보다 앞선 계약이 있다면 그 계약의 총액란과 위약금 조항을 확인한다. 둘째, 티켓이나 사전 예약이 있는 프로그램의 환불 약관을 열어 수수료 포함 여부를 확인할 것. 셋째, 무대별로 멈춤 기준과 멈춤 권한자를 적은 종이가 있는지 볼 것. 없다면 A4 한 장으로 만들어 무대 감독과 음향 감독에게 오늘 전달할 수 있다. 넷째, 출연 계약서에서 논란 발생 시의 대응 주체를 찾아볼 것. 없다면 내년 서식에 넣는다. 다섯째, 우리 등록·예약 시스템이 인공지능 도구에 무엇을 열어 두고 있는지 공급사에 물어볼 것. 답이 오는 데 하루면 되고, 되돌릴 수 없는 기능은 행사 기간에 꺼 두면 된다. 여섯째, 우리 축제가 쓰는 자연물이나 산물의 최근 상태 자료를 찾아볼 것. 없다면 올해부터 한 줄씩 적기 시작한다. 여섯 장 모두 예산이 들지 않고 이번 주에 끝난다. 그리고 이 여섯 장이 다음 해 우리가 규칙이 쓰이는 자리에 앉을 수 있는지를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