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핵심 — THIS WEEK POINT
- 행사장에서 "몇 명 왔나"를 묻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센서로 잰 방문객 4,380만 명, 행사 3,000곳 이상의 자료를 묶은 첫 행동 기준선이 나왔다. 요지는 하나다. 몇 명이 왔는가, 몇 명이 멈춰 섰는가, 멈춘 사람이 얼마나 머물렀는가는 서로 다른 세 개의 질문인데 업계는 지금까지 첫 번째만 답해 왔다. 가장 잘한 공간과 가장 못한 공간의 격차는 20배였고, 발걸음 수로는 그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 행사 운영 시스템이 인공지능 비서에게 쓰기 권한을 열기 시작했다. 한 전시 등록 시스템은 261개의 기능을 인공지능 비서에 연결했는데 그중 125개가 데이터를 쓰고 19개는 지울 수 있다. 실제로 진행 중인 전시회의 티켓 종류를 지우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비서는 두 번 거절했다가 세 번째에 손을 뻗었다. 막은 것은 모델이 아니라 그 바깥에 있던 승인 창이었다. 주최자 쪽 플랫폼 여덟 곳이 이미 같은 문을 냈다.
- "올해는 열지 않는다"가 실패가 아니라 기술이 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음악 축제가 부지를 쉬게 하려고 2027년 판을 통째로 건너뛰기로 했고, 영국의 한 축제는 13년을 지낸 밭을 떠나 새 부지로 옮겼다. 같은 주 한국에서는 200년 빈도 호우를 맞은 거제·통영이 가을 축제 넉 자리를 반납했다. 여는 결정만큼 멈추는 결정에도 절차와 설명이 필요해졌다.
- 일본의 오래된 춤 축제는 쉬지 않기 위해 돈과 사람의 구조를 다시 짰다. 기후현 군조시는 보존회 100주년을 계기로 2년에 걸쳐 계획을 만들었고, 현장 통에 넣는 기부를 응원하듯 부를 수 있는 이름으로 바꿔 첫해 약 150만 엔을 모았다. 뒷일을 돕는 서포터 약 45명 가운데 아홉 명 중 여덟이 시 바깥에 산다. 이 방식이 한국 지역 축제의 논의에 닿기까지는 대체로 12~18개월로 본다.
이번 호 핵심 트렌드
발걸음 수를 버릴 때가 됐다 — 4,380만 명이 만든 첫 행동 기준선, 그리고 20배의 격차
행사 이야기는 20년째 같은 숫자에서 끝난다. 몇 명이 왔는가. 전시회가 그 숫자로 자리를 팔고, 참가 기업이 그 숫자를 보고 사고, 이사회가 그 숫자로 결재한다. 그리고 그 숫자는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가장 적게 말해 준다. 영국의 한 공간 계측 회사가 8월에 내놓은 첫 연간 기준선은 그 관행을 정면으로 겨눈다. 2020년부터 올해 4월까지 18개국 18개 업종에서 3,000곳이 넘는 행사와 공간의 센서 자료를 모았고, 계측된 방문객은 4,380만 명이다. 전 세계 평균 참여율은 35.59%, 멈춰 선 사람들의 평균 체류 시간은 13분 50초로 나왔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틀이다. 이 보고서는 물리 공간의 성과를 세 개의 질문으로 쪼갠다. 몇 명이 그 자리에 있었는가, 그중 몇 명이 지나치지 않고 멈춰 섰는가, 멈춘 사람은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 셋은 같은 것을 다른 각도에서 본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사결정이다. 사람은 많이 오는데 멈추지 않는 공간은 문턱에 문제가 있다. 멈추기는 하는데 금방 떠나는 공간은 내용에 문제가 있다. 사람은 적은데 두 지표가 다 좋은 공간은 아마 엉뚱한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진단이 갈리면 처방도 갈리는데, 발걸음 수 하나로는 셋 중 어느 것도 구분되지 않는다.
가장 눈에 띄는 발견은 평균이 아니라 격차다. 상위 10%의 공간은 방문객의 76.3%를 멈춰 세웠고 하위 10%는 3.9%를 세웠다. 체류로 보면 상위 10%가 33분 31초, 하위 10%가 3분 52초다. 스무 배다. 하나의 범주 안에서 최고와 최악이 스무 배 벌어지는 일은 흔하지 않다. 디지털 광고도 한 채널 안에서 이런 범위를 보고하지 않고, 소매업의 구매 전환율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로 넓은 폭은 대개 측정이 오랫동안 거칠었던 분야에서 나타난다. 좋은 공간과 나쁜 공간이 같은 값으로 팔려 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자료는 조심해서 읽어야 하고, 보고서 자신이 그렇게 읽을 수 있는 숫자를 함께 실었다는 점이 미덥다. 4,380만 명 가운데 3,320만 명이 영국·아일랜드의 센서에서 나왔고 3,300만 명이 실외에서 측정됐다. 전시회는 960만 명이다. 그러니 전시 업계가 인용해야 할 숫자는 전체 평균 35.59%가 아니라 전시회만 따로 낸 참여율 39.7%와 체류 16분 54초다. 둘 다 전체 평균보다 높다. 가장 큰 두 업종인 가전과 자동차가 전체 계측의 약 73%를 차지하는데, 회사가 매체에 확인해 준 바로는 가전 자료의 98%가 브랜드 체험 공간이고 전시회는 1.3%였다. 가전의 체류 시간이 6분 51초로 가장 짧게 나온 것은 가전 기업이 전시회에서 못한다는 뜻이 아니라, 애초에 다른 일을 하도록 만들어진 공간의 숫자라는 뜻이다. 표를 읽는 순서가 결과를 바꾼다. 공간 유형을 먼저 고르고, 그 다음에 업종 줄을 읽어야 한다.
한 가지 더. 이 지표에서 참여는 마음의 상태가 아니라 센서가 정의한 행동이다. 그리고 그 정의를 만드는 거리와 시간을 각 고객이 배치마다 직접 정한다. 회사가 그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고 정직하지만, 동시에 12제곱미터짜리 부스에서 2미터 안에 몇 초 머문 것과 대형 매장에서 10미터 안에 30초 머문 것이 둘 다 참여율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업계 기준선이 되려면 다음 판은 실제로 쓰인 임계값의 범위를 공개하거나 표준값을 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틀은 지금 업계가 가진 것 중 가장 나은 편이다. 조사에 따르면 마케터의 67%가 여전히 참석자 수를 가장 중요한 지표로 꼽는다. 이 보고서가 겨눈 것이 바로 그 67%다.
같은 주 라인업 쪽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나왔다. 한 유럽 대형 에이전시의 축제 담당자는 9월 8일 런던에서 열리는 업계 자리에 데이터냐 직감이냐라는 제목의 토론을 들고 간다. 그의 진단은 정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너무 많다는 것이다. 차트 지표, 음원 플랫폼의 사업자용 통계, 소셜 지표까지 전부 들여다보면 쉽게 압도당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그는 전부 보지 않는다. 가끔 훑고, 매니저·아티스트와 어느 시장에 들어갈지에 대해 실제로 대화한다. 데이터는 어디에서 잡히느냐에 따라 오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직감도 신비한 것이 아니다. 여러 아티스트를 같은 장르에서 다뤄 본 경험에서 오는 시장 감각과, 아티스트 본인이 무엇을 옳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대화가 그 실체다. 어떤 아티스트는 어떤 나라에서는 축제형이고 다른 나라에서는 아니다. 숫자가 좋아 단독 공연을 열었는데 표가 안 팔려 머리를 긁는 일도 있다. 결국 그가 쓰는 방법은 시장을 나누는 것이다. 열기가 가장 센 곳에서는 단독 공연을 빨리 팔고, 어떤 시장은 다음 여름의 축제 무대를 위해 아껴 둔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 축제의 결과보고서에는 거의 언제나 방문객 추산치 하나가 맨 앞에 있다. 그 숫자는 예산을 지키는 데는 쓰이지만 다음 해를 개선하는 데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위 기준선의 값어치는 평균값이 아니라 질문을 셋으로 쪼갠 방식에 있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다음 축제의 결과보고서 첫 장을 몇 명이 왔나 대신 세 줄로 바꿀 것. 몇 명이 왔고, 몇 명이 프로그램 앞에서 멈춰 섰고, 멈춘 사람이 얼마나 머물렀는지다. 둘째, 셋을 재는 방법을 미리 정할 것. 센서가 없어도 된다. 부스별 참여자 집계, 프로그램별 잔류 인원, 입·퇴장 시각 표본 조사만으로도 세 줄은 채워진다. 중요한 것은 정확도가 아니라 같은 방법을 해마다 반복해 비교 가능한 줄을 만드는 것이다. 셋째, 우리 축제 안에서 가장 잘한 공간과 가장 못한 공간의 격차를 재 볼 것. 스무 배까지는 아니어도 그 격차가 다음 해 배치와 예산을 정하는 근거가 된다. 넷째, 협찬 제안서의 값을 매길 때 그 자리의 참여와 체류를 덧붙일 것. 방문객 수만 적힌 단가표는 이제 어느 기업의 결재도 통과시켜 주지 못한다. 다섯째, 라인업 결정에도 같은 규율을 쓸 것. 데이터를 다 보되 전부 반영하려 하지 말고, 우리 축제에서 실제로 관객을 붙든 출연자가 누구였는지 한 줄로 남길 것. 이 문법이 한국 지역 축제의 결과보고 서식에 자리 잡기까지는 12~18개월, 광역 단위 평가 지표가 바뀌기까지는 18~24개월쯤으로 본다.
261개 기능 중 19개가 삭제 — 행사 시스템이 인공지능에게 쓰기 권한을 열었다
8월 중순, 한 유럽 전시 등록 시스템 회사가 자사 제품을 인공지능 비서 안에 넣었다. 연결 목록에 등재된 이 제품은 261개의 기능을 노출한다. 그중 136개는 읽기 전용이고 나머지 125개는 데이터를 쓴다. 쓰기 기능을 다시 나누면 69개가 데이터를 만들고, 37개가 고치고, 19개가 지울 수 있다. 업계 공급사가 자기 연결기의 읽기·쓰기 구성을 이 정도로 자세히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이 공개가 왜 중요한가 하면, 목록에 등재됐다는 사실은 연결기가 규격대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말해 줄 뿐 그것을 진행 중인 행사에 겨눠도 안전한지는 말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가 매체에 공유한 실제 대화 한 토막이 이 문제를 정확히 보여 준다. 누군가 인공지능 비서에게 진행 중인 전시회의 티켓 종류 하나를 지우라고 했다. 비서는 먼저 확인했다. 그 상품은 2026년 전시회의 1일권이었고, 거기에는 티켓 1만 4,995장과 판매 기록 259건, 주문 기록 2건이 붙어 있었다. 비서는 거절했고, 어차피 삭제가 막혀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하라고 하자 다시 거절하면서, 회계 기록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해당 기능이 거부하도록 돼 있고 강제로 밀어붙이는 장치가 설계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로 더 거친 표현의 명령이 들어오자 비서는 물러섰고 기능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것이 서버에 닿기 전에 클라이언트가 막았고 화면에 상자가 떴다. 거부할 것인가, 이번 한 번만 허용할 것인가.
이 장면이 값진 것은 비서가 착하게 굴어서가 아니다. 보호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정확히 보여 주기 때문이다. 세 겹 가운데 모델은 가장 약한 고리였다. 실제로 막은 것은 회계 기록이 있으면 거부하도록 만들어진 서버 쪽 규칙과, 실행 직전에 사람에게 묻는 승인 창이었다. 이 순서를 뒤집어 이해하면 위험한 결론이 나온다. 인공지능이 조심스러우니 괜찮다는 결론이다.
이 흐름은 한두 회사의 실험이 아니다. 8월 11일 기준으로 주최자 쪽 플랫폼 여덟 곳이 같은 규격의 연결 서버를 냈거나 등재했다. 4월 초에 한 곳이 먼저 나섰고, 6월부터 또 한 곳이 등록·체크인·보고 자료를 세 종류의 인공지능 비서에 연결해 운영해 왔다. 7월에는 넷이 몰렸다. 그중 한 곳은 인증 체계를 가장 엄격하게 짰다고 밝히면서도 비서가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여덟 곳 가운데 읽기와 쓰기의 범위를 공개한 곳은 셋뿐이다. 업계 최대 사업자는 자체 서버 없이 제3자 다리를 통해서만 비서에 닿는다. 네 곳이 저마다 최초를 주장하는데, 범위를 충분히 좁히면 넷 다 사실이라는 점이 지금 이 시장의 성숙도를 말해 준다. 한 회사는 자주 묻는 질문에서 인공지능이 틀릴 수 있느냐는 물음에 아니라고 답했다. 자료가 학습 데이터가 아니라 살아 있는 시스템에서 오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는데, 그것은 자료에 대해서만 참이다. 정확한 숫자를 끌어와도 그것을 합치고 요약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오해를 만들 수 있고, 그 결과물이 이사회 보고서로 향할 때 이 구분은 결정적이 된다.
7월에 먼저 문을 연 다른 플랫폼의 이유는 더 실용적이다. 고객들에게 물었더니 다수가 이미 인공지능 비서 안에서 일하고 있었다. 등록 자료를 분석하고, 행사 진행표를 짜고, 문안 초안을 쓰고 있었다. 그러니 기획자를 대시보드로 다시 끌어오는 대신 데이터를 그쪽으로 보내자는 판단이었다. 설정에 걸리는 시간은 약 2분이고, 접근은 읽기 전용이며 이미 가진 권한 범위를 그대로 따른다. 이 회사가 노리는 것은 한 행사가 아니라 행사 묶음이다. 소매·항공 고객은 한 해에 수백 개의 행사를 돌리는데, 그들에게 중요한 질문은 하나의 행사 안이 아니라 행사들 사이에 있다. 작년 대비 등록자 비교, 참가자가 이 행사에서 저 행사로 옮겨 가는 흐름, 프로그램별 참여도를 연간 일정 전체에서 비교하는 일이다. 그것이 행사별 대시보드가 가장 못하는 일이다. 남은 걱정은 기술이 아니라 동의다. 여러 행사에 걸친 참가자 자료가 기획자가 임의로 연결한 외부 모델에 질의 가능해진다는 것은 주최자가 답해야 할 개인정보 문제다.
세 번째 움직임은 방향이 조금 다르다. 호주의 한 회사가 8월에 후원사·전시업체 관리 도구를 따로 떼어 내놓았다. 15년 동안 이벤트 기술의 돈은 참가자를 따라갔다. 등록, 앱, 매칭, 배지 스캔, 사후 대시보드까지 참가자의 여정은 여러 번 다시 지어졌다. 정작 행사에 돈을 내는 쪽은 그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다. 대형 행사에서도 후원사와 전시업체는 여전히 스프레드시트와 공용 메일함으로 관리된다. 로고를 메일로 쫓아다니고, 등급별로 약속한 것들을 아무도 믿지 않는 문서에 적어 둔다. 이 회사의 대표는 그것을 두고 대형 행사에 남은 마지막 진짜 수작업이라고 불렀다. 새 도구는 주최자가 후원 제안서 파일을 올리면 그것을 읽어 후원 등급과 패키지, 등급마다 제공하기로 한 항목, 업무 목록, 자산을 받을 양식 항목까지 만들어 프로그램과 브랜드 포털을 짓는다. 기획자는 빈 화면에서 설정하는 대신 만들어진 것을 검토하고 고친다. 회사가 강조한 구분이 정확하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인공지능과, 남이 만든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인공지능은 다른 종류의 일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상품 설계다. 이 도구는 자사 플랫폼을 쓰지 않아도 된다.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당연한 선택이 아니다. 보통은 핵심 제품에 기능을 넣고 그것으로 고객을 끌어당긴다. 대표의 설명은 솔직했다. 핵심 플랫폼 안에 넣었다면 자기 고객의 문제만 풀렸을 것이고, 대부분의 주최자와 대행사는 하나의 플랫폼이 아니라 몇 년에 걸쳐 쌓인 조합을 쓴다는 것이다. 후원 관리가 통합형 제품에 잘 맞지 않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이 일은 팀들 사이의 틈에 놓여 있다. 영업이 관계를 갖고, 운영이 이행을 갖고, 마케팅이 자산을 갖는데 세 팀이 같은 시스템을 쓰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회사가 조용히 넘어간 진짜 배경이 하나 더 있다. 단일 업무용 도구는 세우고 굴리는 비용이 쌀 때만 성립하는데, 이제 그 구축을 인공지능이 한다. 설정이 컨설팅 프로젝트가 아니라 몇 분의 일이 되면서 한 가지 일만 하는 제품이 다시 장사가 된다. 기능 하나보다 이 되풀이 없는 해체가 더 큰 이야기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의 축제·행사 조직에서 인공지능은 대개 문안 작성 도구로 쓰인다. 위 세 사례는 그보다 한 칸 앞선 단계, 즉 인공지능이 우리 운영 데이터에 직접 손을 대는 단계를 보여 준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지금 쓰는 등록·티켓·정산 시스템의 담당자에게 딱 한 가지를 물을 것. 인공지능 비서가 우리 데이터를 읽을 수 있는가, 그리고 쓰거나 지울 수 있는가. 답이 문서에 없다면 그 자체가 답이다. 둘째, 우리 조직 안의 규칙을 먼저 만들 것. 읽기는 허용하고 쓰기는 승인 창을 거치게 한다는 두 줄이면 시작으로 충분하다. 셋째, 승인 창을 누를 사람을 지정할 것. 위 사례에서 마지막으로 막은 것은 모델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넷째, 정산·환불처럼 기록이 남는 영역은 아예 삭제 기능을 닫아 둘 것. 회계 기록이 있으면 거부하도록 설계된 규칙이 실제로 작동한 사례가 이미 나왔다. 다섯째, 후원사 관리부터 손볼 것. 한국 축제에서 스프레드시트와 단체 대화방으로 굴러가는 대표적인 영역이고, 등급별 제공 항목과 자산 수집 양식을 한 번만 문서로 정리해 두면 그 다음은 도구가 대신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여섯째, 도구를 고를 때 우리 것 전부를 갈아타야 하는가를 물을 것. 한국 주최자들도 몇 년에 걸쳐 쌓인 조합을 쓰고 있고, 그 조합에 얹히지 않는 도구는 아무리 좋아도 도입되지 않는다. 이 논의가 한국 행사 업계의 계약서와 보안 검토 항목에 반영되기까지는 12~18개월로 본다.
"올해는 열지 않는다" — 한 해를 건너뛰는 축제, 밭을 옮기는 축제, 가을을 반납한 두 도시
미국 테네시의 대형 음악 축제가 2027년 판을 열지 않기로 했다. 이유는 부지를 쉬게 하기 위해서다. 올해 6월 11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이 축제는 마지막 날 심한 뇌우를 만나 열 개가 넘는 무대가 취소됐고 부지가 물에 잠겼다. 이 축제는 팬데믹 이후 두 번 취소된 적이 있다. 2021년에는 허리케인으로 인한 침수였고, 지난해에는 폭풍이었다. 지난해 전면 취소 뒤 주최 측은 휴장을 내비쳤다가 결국 개최를 택했고, 대신 여러 가지를 바꿨다. 중심 부지 안의 야영장 사용을 중단했고, 캠핑 입장 동선을 다시 짰고, 중심 구역의 프로그램을 줄였고, 배수를 개선했다. 개최 시기를 옮길지 관객 설문까지 돌렸지만 6월 중순을 그대로 유지했다. 올해 날씨는 극히 이례적이었고 6월이 여전히 최적이라는 판단이었다. 그 판단이 한 번 더 어긋나자 이번에는 시기가 아니라 해 자체를 건너뛰기로 한 것이다. 주최 측의 문장은 담담하다. 연달아 폭풍을 맞은 뒤 회복할 시간이 부족했고, 특히 중심 공연장이 쉬면서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주 영국에서는 다른 방식의 결정이 나왔다. 2013년 첫 회부터 브리스톨 인근의 한 농장에서 열려 온 축제가 현 부지에서의 마지막 판을 마쳤다. 2027년 8월 18일부터 21일까지는 글로스터셔의 새 농장에서 열린다. 축제장에서 진행된 공개 대담에서 주최자가 밝힌 배경은 극적이지 않다. 축제와 지주가 다음 판을 두고 교착 상태에 이르렀고, 지주가 올해가 마지막이냐고 묻기에 새 부지를 구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는 옮기는 일이 기쁘면서도 슬픔이 섞여 있다고 했고, 내년이 보통 해보다 훨씬 힘들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곳에서는 축제를 세우는 일이 쉬워 보이지만 새 부지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가 밝힌 이전 원칙은 단순하다. 중심 무대 구역의 배치를 가능한 한 그대로 복사해 옮긴다는 것이다. 축제를 짓는 데 필요한 것은 크고 평평한 밭 하나이고, 그런 밭을 구했으니 그렇게 하겠다는 설명이었다.
같은 주 한국에서는 축제를 반납하는 결정이 넉 자리에서 나왔다. 이른바 200년 빈도의 국지성 호우를 맞은 경남 거제·통영은 8월 24일 오전 기준으로 접수·확인된 공공·사유 시설 피해 2,273건 가운데 1,701건, 그러니까 74.8%의 응급 복구를 마친 상태였다. 도로는 거제 24곳과 통영 21곳 등 45곳을 정비했고 거제에서 통행이 제한됐던 80여 곳이 모두 재개됐다. 그러나 전기와 가스, 상하수도가 온전히 돌아오지 않아 356세대 675명이 수해 여드레째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 하루에만 자원봉사자 1,358명과 군 인력 317명을 포함해 1,984명과 장비 211대가 투입됐다. 거제시는 복구에 힘을 모으기 위해 처음 유치해 8월 27일 개막할 예정이던 전국 규모 해양스포츠 대회를 열지 않기로 했고, 9월의 포도한우축제와 10월의 섬꽃축제도 각각 농작물과 행사장이 피해를 입어 취소했다. 통영시도 8월 29일 섬에서 열 예정이던 음악 행사 등을 전면 취소했다.
한국 사례에서 특히 눈여겨볼 것은 취소된 넷의 성격이 저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전국 규모 해양스포츠 대회는 이 도시가 처음 유치한 행사였다. 유치에 들인 준비와 그동안 쌓은 관계가 있었을 텐데 개막 사흘을 앞두고 열지 않기로 했다. 9월의 포도한우축제는 행사장이 아니라 농작물이 피해를 입어 취소됐다. 지역 농산물을 앞세운 축제는 행사장이 멀쩡해도 출품할 것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기서 드러난다. 10월의 섬꽃축제는 행사장 자체가 상했다. 그리고 통영의 섬 음악 행사는 접근 자체가 문제였다. 하나의 재난이 축제를 멈추는 경로가 넷이나 되고, 그 경로마다 복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다르다. 이 구분을 미리 해 두면 어느 축제를 언제까지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훨씬 빨라진다.
세 결정은 규모도 원인도 다르지만 같은 자리에 서 있다. 축제 운영의 기술이 여는 쪽에만 쌓여 온 반면, 멈추는 쪽에는 아직 문법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 사례는 부지를 자산으로 보고 회복 기간을 예산 항목처럼 다뤘다. 영국 사례는 부지를 계약 관계로 보고 협상이 막히자 옮기는 쪽을 택했으며, 옮길 때 무엇을 그대로 가져가고 무엇을 새로 만들지를 미리 공개했다. 한국 사례는 재난 복구가 우선이라는 판단을 시장 명의의 호소문과 함께 냈다. 셋 다 취소를 사고로 다루지 않고 결정으로 다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것은 작은 차이가 아니다. 사고는 설명하면 끝나지만 결정은 다음 해의 계획으로 이어진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에서 축제 취소는 대개 재난 뒤에 급하게 결정되고, 그 결정이 다음 해의 계획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위 세 사례가 공통으로 보여 주는 것은 멈추는 데도 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축제 기본계획에 개최하지 않는 경우를 한 장 넣을 것. 어떤 조건에서 누가 판단하고, 언제까지 알리고, 티켓과 계약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네 줄이면 시작이 된다. 둘째, 취소와 연기와 축소를 구분해 둘 것. 셋은 비용도 다르고 관객의 반응도 다른데 현장에서는 하나로 뭉뚱그려진다. 셋째, 부지의 회복 기간을 계획에 넣을 것. 잔디와 배수는 해마다 같은 상태로 돌아오지 않는다. 넷째, 이전을 미리 준비할 것. 지주와의 계약이 한 해 단위인 축제라면 대체 부지 한 곳의 조건을 지금 조사해 두는 것만으로도 협상력이 달라진다. 다섯째, 취소를 알리는 문안을 미리 써 둘 것. 무엇이 취소되고 무엇이 유지되며 이미 지출한 예산은 어떻게 되는지를 밝히는 세 문단이면 충분하고, 그 문안이 없으면 급할 때 침묵하게 된다. 여섯째, 다음 해 계획서에 올해 열지 않아서 얻은 것을 적을 것. 그것이 없으면 휴장은 손실로만 기록된다. 이 절차가 한국 지역 축제의 계획 서식에 들어가기까지는 12~18개월로 본다.
세계 현장에서 온 단서
다음 100년의 돈과 사람을 어디서 구하는가 — 군조의 현장 기부 150만 엔과 시 바깥의 서포터 45명
기후현 군조시의 여름을 채우는 춤 축제는 7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이어지고, 오봉 기간 나흘 동안의 밤샘 춤에는 전국에서 십수만 명이 모인다. 규모만 보면 걱정할 것이 없어 보이는 이 축제가 지난 6월에 공개한 이야기는 정반대다. 2022년 보존회가 창립 100주년을 맞자 관계자들 사이에서 앞으로도 100년을 이어 가려면 지금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겼고, 약 2년에 걸쳐 보존 활용 계획을 만들어 2024년 6월에 발표했다. 눈에 띄는 것은 만든 방식이다. 외부 컨설턴트를 넣지 않고 행정 직원과 지역 사람들이 직접 만들었다. 지역을 생각하는 일에 지역 사람이 땀을 흘리지 않으면 좋은 것이 나올 수 없다는 이유였다.
계획이 마주한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었다. 보존회 회원의 고령화가 진행돼 후계자와 기술 계승이 급했고, 무엇보다 반주자와 소리꾼이 타는 수레를 밀며 시내를 도는 일을 각 마을 자치 조직이 맡아 왔는데 젊은이가 마을을 떠나면서 그 유지가 어려워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수레를 끌지 못해 개최 자체가 위태롭다는 위기감이 있었다고 담당자는 말한다. 두 번째 문제는 돈이다. 지방 도시의 공통 사정으로 재정 체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이 축제가 시의 중요한 관광 자원이더라도 앞으로 영원히 같은 액수의 공적 자금을 낼 수는 없다는 판단이 계획의 밑바탕에 깔렸다. 그래서 계획의 핵심에 수익화가 들어갔다.
행정 쪽 배치부터가 특이하다. 문화재 계승을 관광 부서가 시야에 넣었다. 다른 지자체가 시찰을 와서 놀라는 대목인데, 시장이 이 축제는 시의 최대 관광 자원이니 행정의 칸막이에 얽매이지 말고 관광 부서도 지키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 춤은 국가 지정 중요무형민속문화재인 동시에 지역 경제를 끄는 관광 자원이고, 수익화와 자체 재원 확보를 진행하려면 관광 부서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실용적인 판단이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장치는 현장 기부다. 방문객과 팬이 축제장에서 직접 보존·운영 자금을 낼 수 있게 했고, 접수처에 놓인 통에 현금을 넣거나 QR 코드로 결제하면 누구나 후원자가 된다. 첫해에 약 150만 엔이 모였다. 담당자가 꼽은 성공 요인 가운데 하나가 이름이다. 행정이 하면 아무래도 기부나 성금 같은 딱딱한 이름이 되는데 그러면 젊은 세대가 꺼릴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동영상 플랫폼의 후원 문화로 이미 익숙해진 말을 일부러 골랐고, 그 이름 하나가 참여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는 것이다. 운용에서도 발견이 있었다. 처음에는 거리 곳곳에 QR 코드를 붙여 가볍게 참여하게 하려 했는데, 실제로는 접수처에 놓인 통에 현금을 넣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장에서 춤의 열기를 쬔 뒤 바로 그 자리에 통이 있는 것이 응원하고 싶은 마음을 직접 기부로 이어 준 것이다. 현금 관리와 인력 배치는 실제로 운영상의 부담이 됐지만, 모인 동전을 세고 입금하는 데 드는 수수료를 지역 금융기관이 취지에 공감해 감면해 주면서 해결됐다.
두 번째 장치는 사람이다. 열성 팬이 축제의 뒷일을 돕는 조직이 만들어졌는데, 이것은 시청 업무에서 완전히 분리돼 축제 관계자들이 자율로 운영한다. 발기인은 몇 년 전 이 지역의 물 흐르는 소리에 반해 이주해 온 시민이고, 본인의 기술을 살려 모집 사이트를 만들고 인원을 모으는 일을 맡았다. 가장 큰 문제였던 수레 끌기를 중심으로 시즌 통틀어 약 80명이 등록했고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약 45명이다. 놀라운 것은 그 가운데 약 9할이 시 바깥에 산다는 점이다. 운영 원칙도 명확하다. 중심 구성원들이 이 활동을 업무로 만들지 말자고 못 박았다. 의무감이나 일로 여기는 순간 동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좋아하는 춤에 관여하고 지역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두 장치를 함께 놓으면 설계의 논리가 보인다. 현장 기부는 돈을 만드는 장치이고 서포터 조직은 사람을 만드는 장치인데, 둘 다 같은 집단을 겨눈다. 이 축제를 좋아하지만 이 도시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동안 그들은 손님이었다. 와서 춤추고 돈을 쓰고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계획이 한 일은 그들에게 손님 말고 다른 자리를 하나씩 만들어 준 것이다. 통에 넣는 사람과 수레를 미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만들 때 두 가지를 조심했다. 이름을 딱딱하게 짓지 않았고, 활동을 업무로 만들지 않았다. 무료 봉사를 요청하면서 의무감을 얹지 않는 설계라는 점에서, 이것은 인력 확보 대책이라기보다 관계를 다루는 기술에 가깝다.
이 사례를 더 넓게 놓으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같은 매체가 6월과 7월에 연재한 계승 취재는, 축제가 멈추는 이유를 저출산 고령화라는 한 단어로 묶으면 처방을 놓치게 된다고 말한다. 같은 시의 다른 마을 춤은 축제를 운영 면에서 떠받쳐 온 상점가가 무너지면서 흔들렸다. 1947년 보존회가 생기고 1960년대 상점가의 급성장과 함께 커져 1970~80년대 전성기를 맞았는데, 편의점과 대형 점포의 확산, 스키 붐의 종언, 고속도로 개통으로 이 도시가 목적지가 아니라 통과 지점이 되면서 상점가가 기울었고, 지금은 행사장이 되는 거리에 빈 자리가 눈에 띈다. 이와테현의 한 신악은 사람이 아니라 장소가 문제였다. 1월부터 3월까지 연안을 도는 이 예능은 마을 유력자의 집에서 연행되는데, 넓은 방과 접대·숙박 제공이 필요해 어느 정도 재력이 있어야 맡을 수 있었다. 집주인들이 고령화하면서 그 집이 줄었고, 2011년의 지진 해일로 그 집들 자체가 사라졌다. 정작 연행자 쪽에는 10대까지 들어와 사람이 부족하지 않다. 전통 예능의 보존이 기예의 보존만이 아니라 기예가 연행되는 장소의 보존까지를 포함한다는 지적이 여기서 나온다. 세 번째 사례는 더 뜻밖이다. 세토내해의 한 섬에서는 그해에 처음 오봉을 맞는 고인의 영정을 상자에 넣어 등에 지고 춤추는 풍습이 남아 있는데, 최근 그 공양을 의뢰하는 가정이 줄었다. 보존회장이 꼽은 원인은 가족장의 보급이었다. 장례의 규모가 작아지자 마을이 함께 죽음을 다루던 자리가 줄었고, 그것이 춤의 한 부분을 지워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연재의 두 번째 회는 반대편을 본다. 후쿠시마의 한 해충 쫓기 행사는 두 해의 휴지 끝에 2023년을 마지막으로 보존회가 해산을 결정했지만, 회원이었던 한 이주민이 지역의 양해를 얻어 새 모임을 만들어 이어받았다. 한 번 끊겼다고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그 회의 결론이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 지역 축제의 존속 논의는 대개 예산 심의와 인구 통계 사이에서 오간다. 위 사례들은 그 사이에 실제로 손댈 수 있는 지점이 여럿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우리 축제를 실제로 굴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목록을 만들 것. 조직도가 아니라 무대 설치, 물자 운반, 주차 안내처럼 실제 동작 단위로 적어야 어느 자리가 비어 가는지 보인다. 둘째, 현장에서 바로 낼 수 있는 기부 창구를 하나 만들 것. 이때 이름이 결정적이다. 성금함과 응원함은 같은 통이어도 모이는 액수가 다르다. 셋째, 그 창구를 계좌나 QR만으로 두지 말 것. 현장의 열기 옆에 실물 통이 있을 때 기부가 일어난다는 관찰은 우리 축제에서도 그대로 시험해 볼 수 있다. 넷째, 동전 처리 비용을 미리 지역 금융기관과 상의할 것. 이것을 놓치면 모금이 늘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가 된다. 다섯째, 외지 팬을 운영 인력으로 초대하는 통로를 만들되 그것을 업무로 만들지 말 것. 수당과 명함을 붙이는 순간 지원자는 줄어든다. 여섯째, 우리 축제가 멈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지 세 가지만 적어 볼 것. 사람일 수도 있고, 축제를 떠받쳐 온 상권일 수도 있고, 연행할 장소나 달라진 생활 관습일 수도 있다. 원인이 다르면 처방도 다르다. 이 방식이 한국 지역 축제의 논의에 닿기까지는 12~18개월, 조례와 보조금 서식에 반영되기까지는 24개월쯤으로 본다.
축제장을 지키는 일이 달라지고 있다 — 오리야크의 기동대 셋, 뮌헨의 민간용 드론 방어
프랑스 중남부 오리야크의 거리예술 축제가 8월 19일 40회째 판을 열었다. 지난 호에서는 이 축제가 지중해를 하나의 축으로 세워 편성을 정렬한 방식을 다뤘다. 이번에는 같은 발표의 다른 절반을 본다. 나흘 동안 약 20만 명이 찾는 이 축제의 개막 소식을 전한 기사에서 첫 문단을 차지한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경비였다. 도청이 축제 기간 내내 기동대 3개 부대를 배치한다고 발표했고, 경찰은 지역 인력에 더해 범죄예방대와 경찰견 팀, 사법경찰관을 증원받는다. 헌병은 외부 증원 없이 지역 인력을 대거 동원해 경찰견 팀과 열차 배치 팀, 헬기 한 대를 포함한 31개의 특별 근무를 편성했다. 도청은 여러 명령을 내렸고 그중 하나가 폭죽 사용 금지였다. 시청은 시 직원과 여러 단체를 합쳐 약 100명 규모의 중재·예방 활동을 따로 운영한다.
배경은 지난해다. 2025년 판은 첫날부터 복면을 쓴 이들의 폭력으로 얼룩졌고 경찰관 여덟 명이 다쳤다. 3월에 당선된 시장은 그 사건이 축제의 이미지와 존속을 해쳤다고 말하면서 2026년 판은 가족적이고 화기애애해야 한다고 했고, 취임 이후 영상 감시 카메라를 60대로 늘렸다. 축제 감독의 대응은 결이 다르다. 그는 편집자의 글에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구경하러 온 것이 아니라고 썼고, 거리는 걸러 내지 않는다고 했다. 1년에 나흘 동안 무심함은 약점이 아니라 버티는 방식이라는 문장이 그 뒤에 붙었다. 같은 행사를 두고 행정과 예술감독이 각각 다른 언어로 말하고 있고, 둘 다 축제를 지키겠다고 말한다는 점이 이 장면의 핵심이다.
같은 주 독일에서는 다른 종류의 방어가 상품이 됐다. 뮌헨의 한 방산 기업이 민간 운영자가 공권력 없이 쓸 수 있는 드론 방어 시스템을 내놓았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런 보호 수단은 보안 당국의 전유물이었고, 그래서 대형 행사 주최자와 시설 운영자에게는 닫혀 있던 시장이 열린 셈이다. 기술적으로는 파괴하지 않는 방식이다. 지향성 광자 방사로 드론의 광학 센서를 무력화하는 비운동성 장치이고, 드론 자체를 부수지 않는다. 전파 방해 장비와 레이저, 요격 드론은 법적으로 보안 당국만 운용할 수 있지만 이 장치는 법적 의미의 개입으로 보지 않아 민간도 쓸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주장이다. 공항이나 대형 행사장, 주거 지역 상공처럼 민간 공역에서는 통제를 잃은 드론이 떨어지며 생기는 2차 피해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내세웠다. 회사 임원의 문장이 시장의 온도를 보여 준다. 유럽의 위협 상황이 급변하고 있고 이제 질문은 핵심 시설을 보호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보호 수단을 얼마나 빨리 쓸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이 장치는 이미 보안 당국과 기반 시설 운영자가 실제 운용 조건에서 시험 중이고, 몇 주 안에 군 협력사와 추가 시험이 예정돼 있으며, 민간 대상 판매는 곧바로 시작됐다.
경비 배치를 숫자로 다시 읽으면 이 축제의 규모 감각이 잡힌다. 나흘 동안 약 20만 명이 오는 행사에 기동대 3개 부대가 상주하고, 헌병 쪽에서만 31개의 특별 근무가 편성되며, 시청이 따로 굴리는 중재 인력이 약 100명이다. 이 비용은 어느 항목에도 축제 예산으로 잡히지 않는다. 도청과 시청과 경찰이 각각 부담한다. 축제가 도시에 주는 값을 계산할 때 방문객 지출만 세고 이런 비용을 세지 않으면 셈이 맞지 않는다. 반대로 이 비용을 감당하겠다고 판단한 쪽이 행정이라는 사실은, 이 축제가 도시에 그만한 값을 한다고 행정이 인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두 소식을 나란히 놓으면 축제 안전의 정의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오랫동안 축제 안전은 군중 관리였다. 몇 명이 들어오고 어디로 흐르고 어떻게 빠져나가는지를 다루는 일이었다. 지금 그 위에 도시의 치안 질서와 공역이 얹혔다. 오리야크의 경우 축제의 존속 여부를 좌우한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난해의 폭력이었고, 올해 그 부담을 진 것은 주최자가 아니라 도청과 시청이었다. 독일 사례에서는 반대로 그 부담이 주최자에게 넘어온다. 민간이 살 수 있는 방어 장치가 나왔다는 것은 사고가 났을 때 왜 그것을 도입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가능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책임 배분의 문제이고, 대개 그런 변화는 보험료와 계약서 조항의 모습으로 먼저 도착한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 축제의 안전 계획은 인파 밀집과 화재, 응급 의료에 집중돼 있고 그 자체는 옳은 우선순위다. 다만 위 두 사례가 가리키는 방향은 그 바깥이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우리 축제의 안전 계획에 공역이라는 항목이 있는지 확인할 것. 촬영용 드론의 비행 허가와 별개로, 허가받지 않은 드론이 무대 위로 들어왔을 때 누가 무엇을 하는지가 적혀 있어야 한다. 둘째, 그 답이 경찰에 신고한다 하나뿐이라면 그것을 문서에 그대로 적어 둘 것. 대응 수단이 없다는 사실을 기록해 두는 것이 다음 예산 요구의 근거가 된다. 셋째, 지난해 우리 축제에서 있었던 안전 관련 사건을 한 줄씩 적고 그 대응 비용을 옆에 쓸 것. 프랑스 사례에서 경비 규모를 정한 것은 올해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난해의 사건이었다. 넷째, 경비 인력과 중재 인력을 구분할 것. 오리야크는 경찰과 별도로 약 100명 규모의 중재·예방 인력을 따로 운영한다. 한국의 축제에서 이 자리는 대개 자원봉사자가 겸하는데, 겸하면 둘 다 약해진다. 다섯째, 축제 감독의 언어와 행정의 언어를 미리 맞춰 둘 것. 안전을 이유로 프로그램을 줄이자는 요구는 반드시 오고, 그때 답할 문장을 미리 준비해 둔 축제와 그렇지 않은 축제는 결과가 다르다. 이 논의가 한국 대형 축제의 안전 계획서에 반영되기까지는 12~18개월, 지역 축제 서식까지 내려오기까지는 24개월쯤으로 본다.
성장의 한계가 무대가 아니라 잠자리다 — 라트비아의 야영객 36% 감소, 콜롬비아의 사다리
라트비아 서해안 도시 리에파야의 해변에서 열리는 축제가 7월 31일부터 8월 1일까지 14회째 판을 열었다. 60팀이 출연했고 약 4만 5,000명이 모였으며 판매는 지난해보다 약 7% 늘었다. 주최자는 이 성장을 자랑하지 않는다. 양적으로 늘었지만 큰 도약은 없었고, 대신 꾸준히 자라기 때문에 계속 개선하고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흥미로운 것은 성장을 멈춰 세운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그의 진단이다. 무대도 예산도 라인업도 아니다. 도시의 수용력이다.
리에파야는 인구 약 6만 명으로 이 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축제가 커지는 동안 관객의 습관이 바뀌었는데, 야영하는 사람이 2019년 대비 36% 줄었다. 그런데 야영을 그만둔 사람들이 잘 곳, 그러니까 도시가 축제장 바깥에서 사람을 재울 수 있는 능력은 그만큼 늘지 않았다. 주최자의 말은 구체적이다. 호텔이 많지 않고 늘 초과 예약이며 가격이 치솟고 사람들이 아파트와 마당을 내놓는데, 반경 50킬로미터 안이 전부 만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성장의 가장 큰 제약이 사람들을 어디에 재울 것인가라고 잘라 말했고, 여객선을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했으며 자체 호텔을 짓는 것까지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이 축제는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 체제를 유지한다. 일요일까지 늘리는 것은 주최자에게도 관객에게도 과하다는 판단이다. 관객은 일요일을 쉬고 싶어 한다.
양을 늘릴 수 없게 되자 이 축제가 택한 것은 질이다. 모래사장 위 두 개 무대 가운데 중심 무대의 영상 장비를 개선했다. 해변 개최에는 다른 곳에 없는 어려움도 있다. 해변의 폭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서 30미터가 될지 60미터가 될지 모르는 채로 모든 것을 세우고 바다가 너무 가까이 오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는 것이다. 관객 동선이 가장 큰 난제로 꼽힌 이유다. 편성도 특이하다. 올해 출연진의 약 75%가 자국과 인근 지역 아티스트였고 국제 출연자는 여덟 나라에서 왔다. 국내 아티스트가 국제적 이름보다 더 큰 관중을 모으는 경우가 흔한데, 관객이 라트비아 최고의 팀들을 여기서 한꺼번에 보려고 온다는 것이 주최자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국내 팀만으로 갈 수는 없다고 그는 덧붙인다. 관객도 뭔가 큰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유료 축제 이틀 전에는 시내에서 무료 다중 무대 행사를 열어 신진 발트 아티스트 스무 명 남짓에게 무대를 준다. 사실상 무료로 연주하니 축제에는 큰 비용이 아니고, 주말 무대에 넣을 수 없는 팀에게 시내 무대를 제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홍보이자 육성이다.
반대편 대륙에서는 그 병목을 시설로 푸는 움직임이 한꺼번에 나왔다. 콜롬비아는 6,000석부터 5만 석까지 서로 다른 크기의 공연장을 동시에 짓고 있다. 1938년에 문을 열어 지금 3만 9,500석 규모로 올해 대형 공연들을 치른 보고타의 상징적 경기장은 철거가 예정돼 있다. 다만 방식이 눈여겨볼 만하다. 지금 경기장 옆 부지에 지붕 있는 5만 석 새 경기장을 먼저 짓고, 그것이 2027년 말에서 2028년 사이에 가동을 시작하면 그때 기존 것을 헐기로 했다. 공연을 열 수 있는 기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순서를 짠 것이다. 새 경기장 주변에는 2,300석 규모의 공연장과 e스포츠 경기장, 200실 호텔과 상업 시설이 함께 들어선다. 두 번째 도시 메데인에서는 11월에 1만 7,200석 규모의 새 실내 공연장이 문을 연다. 운영사는 연 60만 명과 75개 행사를 예상하고 도시 관광이 30% 늘어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세 번째 움직임이 실은 가장 실무적이다. 한 흥행사가 1년 된 4만 석 공연장 바로 옆에 6,000석짜리 공간을 새로 열었다. 여러 형태로 바꿀 수 있는 이 공간의 목적은 명확하다. 시장의 공연장 등급 사이에 뚫려 있던 구멍을 메우는 것이다. 아티스트가 자라는 속도에 맞춰 옮겨 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두는 일이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 지역 축제의 성장 계획은 대개 프로그램과 예산 위주로 짜인다. 위 두 사례는 성장의 병목이 대개 그 바깥에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우리 축제 반경 30킬로미터 안의 숙박 가능 객실 수를 한 번 세어 볼 것. 이 숫자가 없으면 방문객 목표는 근거 없는 숫자가 된다. 둘째, 야영객 비율의 변화를 3년 치로 볼 것. 야영이 줄면 반드시 다른 곳에서 자야 하고, 그 수요는 대개 축제가 아니라 지역이 감당한다. 셋째, 축제를 하루 더 늘리자는 요구가 나올 때 관객에게 물어볼 것. 라트비아의 주최자는 관객이 일요일을 쉬고 싶어 한다는 이유로 확장을 접었다. 넷째, 늘릴 수 없다면 무엇을 좋게 만들지 한 가지만 정할 것. 영상 장비든 화장실이든 그늘이든, 해마다 하나씩 올리는 편이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재방문에 효과가 크다. 다섯째, 우리 지역의 공연·행사 공간을 크기순으로 적어 볼 것. 200석 다음이 곧바로 2,000석이라면 그 사이에서 자랄 팀은 우리 지역을 떠난다. 여섯째, 신인에게 줄 무대를 유료 프로그램 바깥에 만들 것. 유료 무대에 넣을 수 없는 팀에게 다른 자리를 제안할 수 있는 축제가 결국 라인업을 스스로 기른다. 이 관점이 한국 지역 축제의 중기 계획에 들어가기까지는 12~18개월로 본다.
한국 축제 현장
10억짜리 마늘축제와 다섯 배의 방문객 — 의성군이 던진 질문
경북 의성군의회의 한 의원이 8월 24일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군의 축제·행사성 예산 전반을 점검하자고 요구했다. 그가 든 숫자는 구체적이다. 청년 대상 물놀이 축제에는 아흐레 동안 물놀이장 대여료 4,000만 원과 하루치 출연 가수 비용 4,300만 원 등 모두 1억 8,000만 원이 들어갔다. 봄 꽃 축제 예산은 지난해 1억 5,000만 원에서 올해 2억 5,000만 원으로 늘었고, 네 번째를 맞은 벚꽃 축제에도 1억 5,000만 원이 들어갔다. 네 시간짜리 여름 음악 행사에 3억 원이 편성됐고, 아홉 번째를 맞는 마늘 축제에는 1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그가 문제 삼은 것은 총액만이 아니다. 매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가수를 섭외하고 축제가 끝나면 무대와 가수가 떠나는 구조라며, 지역 상권과 주민 소득에 무엇이 남았는지를 검증해야 한다고 했다. 대행사 계약 과정과 세부 지출 내역, 공연비 산정의 적정성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가 뒤따랐다. 그리고 그가 붙인 마지막 대비가 아프다. 상습 수해 지역의 수로 정비 예산은 추경 편성이 어렵다면서 억대 행사 예산은 집행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발언이 특별한 것은 반론이 함께 실렸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축제 담당 부서와 행사 기획 쪽에서 나온 반론은 감정적이지 않다. 유명 가수의 팬덤과 대중적 인지도가 없으면 외지 관광객 유치와 초기 홍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근거로 제시된 숫자가 결정적이다. 지자체 축제 평가 자료에서 대형 가수 초청 공연이 포함된 날의 관광객 방문 수가 일반 프로그램 대비 최대 다섯 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역 소상공인 쪽에서도 가수가 오는 날 축제장 인근 식당과 숙박업소 매출이 일시적으로 급증하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반론이 나왔다. 그러니 이 논쟁은 낭비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성과로 셀 것인가의 문제다.
바로 여기가 이번 호의 첫 꼭지와 정확히 맞물리는 지점이다. 다섯 배라는 숫자는 방문객 수, 즉 몇 명이 왔는가에 대한 답이다. 그리고 그것은 진짜다. 대형 가수가 오는 날 사람이 다섯 배 오는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그날 근처 식당이 붐빈다는 증언도 사실일 것이다. 문제는 그 숫자가 답하지 못하는 질문이 두 개 더 있다는 것이다. 그 다섯 배의 사람들이 무대 앞을 떠나 축제의 다른 프로그램 앞에서 멈춰 섰는가. 그리고 멈춘 사람은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 의원이 말한, 무대와 가수가 떠나면 무엇이 남았는가라는 질문은 사실 이 두 번째와 세 번째 질문을 다른 말로 한 것이다. 지금 한국 지역 축제의 평가 서식에는 첫 번째 답을 적을 칸만 있고, 그래서 논쟁이 매년 같은 자리에서 되풀이된다. 한쪽은 다섯 배를 들고, 다른 쪽은 남은 것이 없다고 말하는데, 둘 다 자기 숫자가 없다.
의원이 든 숫자를 다시 배열해 보면 다른 것도 보인다. 네 시간짜리 여름 음악 행사에 3억 원, 아흐레짜리 물놀이 축제에 1억 8,000만 원이다. 시간당으로 환산하면 전자가 압도적으로 비싸고, 지속 시간으로 보면 후자가 지역에 사람을 훨씬 오래 붙든다. 그런데 두 행사는 같은 축제·행사성 예산 항목에 나란히 들어가 있고, 심의도 함께 받는다. 축제 예산 논쟁이 매번 총액 싸움이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성격이 다른 지출이 하나의 항목에 묶여 있으면 비교할 언어가 생기지 않는다. 마늘 축제의 10억 원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 무대와 출연료가 얼마이고, 농산물 판매 지원과 부스 운영이 얼마이고, 홍보가 얼마인지가 나뉘어 있지 않으면 10억이라는 숫자만 남는다. 옹호하는 쪽도 비판하는 쪽도 그 숫자 하나를 두고 싸우게 되고, 그 싸움은 매년 결론 없이 끝난다.
의성군수는 축제를 포함한 군정 전반에서 옥석을 가려 예산 낭비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관건이다. 옥석을 가린다는 말이 큰 축제 몇 개를 없앤다로 실행되면 다음 해에 방문객이 줄고, 그러면 다시 대형 가수를 부르자는 요구가 돌아온다. 이 순환을 끊는 유일한 방법은 셈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논쟁은 의성만의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기초자치단체의 축제 예산 심의에서 해마다 반복된다. 그리고 지금의 구조에서는 어느 쪽도 이길 수 없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대형 출연자가 있는 날과 없는 날의 방문객 수를 나눠 기록할 것. 지금은 대개 총계만 남는다. 둘째, 같은 날의 다른 프로그램 앞에 몇 명이 머물렀는지를 함께 셀 것. 다섯 배가 온 날 부스와 체험 프로그램이 얼마나 붐볐는지를 재면, 출연료가 축제의 다른 부분을 살렸는지 아니면 무대 앞에서 소진됐는지가 드러난다. 셋째, 축제장 인근 상권의 매출을 카드 결제 자료로 사흘 단위로 볼 것. 이것은 지자체가 이미 접근할 수 있는 자료이고, 축제 논쟁의 유일한 객관 근거가 되는 경우가 많다. 넷째, 출연료를 홍보비로 회계 처리해 볼 것. 인지도를 사는 비용이라는 반론이 옳다면 그것은 공연비가 아니라 홍보비이고, 그렇게 분류하는 순간 같은 돈으로 다른 홍보 수단과 비교할 수 있게 된다. 다섯째, 대행사 계약의 항목별 단가를 공개할 것. 공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다음 해의 협상 기준선을 만드는 일이다. 여섯째, 축제 평가 서식에 방문객 수 외에 두 칸을 더 만들 것. 이 두 칸이 생기기 전까지 이 논쟁은 매년 같은 문장으로 되풀이된다.
국내 첫 이벤트 산업 박람회, 그리고 축제장 안에 세운 관광 홍보부스
한국 이벤트 산업에 전용 전시회가 생긴다. 이벤트 전문 매체와 한 기획사가 함께 주최·주관하는 박람회가 2027년 1월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 서울 세텍의 제2·3전시장에서 열린다. 규모는 약 4,818제곱미터에 175개 남짓의 부스다. 참가 분야 목록이 이 산업의 실제 구성을 그대로 보여 준다. 무대와 LED, 음향과 조명, 특수효과 같은 시스템·구조물, 전시 부스와 디자인 장치, 이벤트 장비와 에어바운스와 체험형 기계, 공연과 진행자와 출연자, 경호와 통역과 의전, 그리고 행사장과 케이터링·푸드트럭까지다. 이 목록은 축제 기획자가 한 해에 접촉하는 협력사의 목록과 거의 겹친다.
프로그램 구성이 단순 전시를 넘어선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산화탄소와 에어샷 같은 특수효과, 레이저와 스트로보 같은 조명 기술, 세레모니 장치를 특설 무대에서 직접 시연한다. 진행자들의 자기 소개 발표와 공연팀의 실제 무대를 보고 곧바로 사업 매칭으로 연결하는 자리도 있다. 정부와 지자체, 관공서 관계자와 업계 대표가 모여 시장의 현주소를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되고, 발주처와 대행사·협력업체가 마주 앉는 1대1 상담 공간이 여럿 조성된다. 주최 측이 밝힌 신설 이유는 명확하다. 그동안 이벤트 산업만을 온전히 다루는 대표 기업 간 박람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2026년 7월 일본의 대표적인 이벤트 박람회와 업무협약을 맺어 한국관과 일본관을 서로 운영하기로 한 점이 붙는다. 국내 시장 안의 거래 자리를 만드는 동시에 바깥으로 나가는 통로를 함께 설계한 것이다.
한편 강원 횡성군은 다른 방식으로 축제를 활용하고 있다. 관광객 500만 시대를 내걸고 지역 축제장을 순회하는 군정 홍보부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첫 현장은 8월 14일 고랭지 토마토 축제였다. 축제장에 별도의 부스를 세우고 룰렛과 가위바위보 같은 참여형 행사를 진행하면서 관광 홍보 기념품을 나눠 줬다. 앞으로 소맥 축제와 더덕 축제, 한우 축제, 찐빵 축제에 순차적으로 부스를 운영한다. 목적은 축제를 즐기고 돌아가는 방문객을 지역의 다른 관광지로 이어 보내는 것이다. 이 방식이 흥미로운 것은 축제를 목적이 아니라 통로로 다루기 때문이다. 축제장에 이미 와 있는 사람은 그 지역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한 사람이고, 그 사람에게 다음 목적지를 제안하는 비용은 처음부터 관광객을 유치하는 비용보다 훨씬 싸다.
이 박람회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값이 나갈 자리는 아마 시연 무대일 것이다. 특수효과와 조명 장치는 견적서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같은 이름의 장비가 현장에서 전혀 다르게 보이는 일이 흔하고, 그래서 기획자는 대개 지난해에 써 본 업체를 계속 쓴다. 그 관성이 단가를 올린다. 눈으로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는 자리가 국내에 생긴다는 것은 지역 축제의 협상력이 조금 달라진다는 뜻이다. 일본 박람회와의 상호 부스 운영도 같은 맥락에서 볼 만하다. 국내 축제가 해외 장비와 인력을 쓰려면 지금까지는 대행사를 거치는 것 말고 다른 길이 거의 없었는데, 서로의 전시장에 부스를 두면 그 사이가 한 단계 짧아진다.
두 소식은 성격이 다르지만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축제를 한 번의 행사가 아니라 산업의 접점이자 관광의 입구로 다시 세는 방식이다. 박람회 쪽은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이 서로를 만나는 자리를 상설화하려는 시도이고, 홍보부스 쪽은 축제가 만든 방문을 지역의 다른 자산으로 흘려보내려는 시도다. 둘 다 축제 그 자체의 성과를 키우는 일이 아니라, 축제를 다른 것과 연결해 값을 만드는 일이다. 지금 한국 지역 축제 논의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정확히 이 연결의 설계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축제 기획자가 이 두 소식에서 곧바로 쓸 수 있는 것이 있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우리 축제가 한 해에 거래하는 협력사 목록을 분야별로 정리할 것. 무대, 음향, 조명, 특수효과, 진행, 경호, 케이터링으로 나누고 각각 몇 곳과 거래하는지 세어 보면 어느 분야가 한 곳에 묶여 있는지가 보인다. 그 분야가 다음 해 견적이 가장 많이 오를 곳이다. 둘째, 그 목록을 들고 전문 박람회 같은 자리에 갈 것. 지금까지 이런 자리는 해외 출장으로만 가능했고, 국내에 생긴다는 것은 실무자가 하루를 내면 된다는 뜻이다. 셋째, 상담 자리를 쓸 때 견적이 아니라 문제를 들고 갈 것. 얼마입니까보다 작년에 이 지점에서 이런 사고가 났는데 어떻게 푸느냐가 훨씬 유용한 질문이다. 넷째, 우리 축제장 안에 지역의 다른 관광지를 안내하는 자리를 하나 만들 것. 지도 한 장과 사람 한 명이면 시작할 수 있고, 몇 명이 그 안내를 받아 갔는지를 세는 것만으로도 다음 해의 근거가 생긴다. 다섯째, 그 안내 자리를 축제 부스가 아니라 관광 부서의 상설 사업으로 만들 것. 축제마다 새로 만들면 노하우가 남지 않는다. 여섯째, 인접 지자체와 축제 일정을 맞춰 볼 것. 방문객이 하루 더 머물 이유는 대개 우리 축제 안이 아니라 옆 동네에 있다.
곧 우리에게 올 것
이번 주 세계 여러 곳에서 눈에 띈 짧은 소식들이다. 아직 흐름이라고 부르기에는 이르지만, 한국 축제 현장에 닿기까지의 거리가 저마다 다르다.
영국 — 수용인원 2,500명 이하 축제 스무 곳에 1년치 회원권을 사 주는 장치
한 독립 티켓 플랫폼과 독립 축제 협회가 2년째 같은 지원 사업을 연다. 수용인원 2,500명 이하의 축제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1년치 협회 회원권을 전액 지원하는 방식이고, 최대 스무 곳이 선정된다. 회원이 되면 협회에 속한 축제 네트워크와 업계 지침, 법률 지원 같은 자원에 접근할 수 있다. 협회 대표의 설명이 이 사업의 성격을 정확히 말해 준다. 축제를 운영하는 데 매뉴얼은 없지만, 서로 나누고 빌리고 묻고 도우며 각자의 행사를 만들어 가는 200곳 가까운 주최자 네트워크는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잘 모르는 것의 회원권에 돈을 거는 일은 작은 운영자에게 큰 부담이라는 점을 그는 짚었다. 선정된 축제에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홍보 패키지도 붙는데, 축제 안내서 안의 소개와 기사 노출을 포함해 최대 5,000파운드 규모로 각 축제의 필요에 맞춰 구성된다. 작은 축제에 돈을 주는 대신 관계망에 넣어 주는 방식이라는 점이 참고할 지점이고, 한국의 축제 지원 사업 설계에 닿기까지는 12~18개월쯤으로 본다.
브라질 — 90개 넘는 브랜드가 만드는 8,000시간의 체험
리우데자네이루의 대형 음악 축제가 8월 18일 파트너 브랜드 발표회에서 올해 판의 상업 구성을 공개했다. 90개가 넘는 브랜드가 참여해 이레 동안 8,000시간 분량의 브랜드 체험과 100회가 넘는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고, 약 100만 개의 증정품이 배포된다. 지난 판은 85개 브랜드가 참여해 73만 명을 받았고 그중 거의 절반이 리우주 바깥에서 왔다. 이번에는 후원사가 12곳에서 14곳으로 늘었고, 라이선스 상품은 2024년 300여 종에서 약 400종으로 늘었다. 축제 안의 놀이기구 다섯 종이 후원사를 달고 들어간다. 눈여겨볼 것은 라인업이 아니라 이 상업 설계가 별도의 발표회로 공개된다는 사실이다. 브랜드 구성 자체가 축제의 콘텐츠로 취급되고 있고, 한국의 대형 축제가 협찬 구성을 이런 방식으로 공개하기까지는 18~24개월쯤 걸릴 것으로 본다.
독일 — "우리가 거기 있어도 되는가"가 새 질문이 됐다
독일의 한 에이전시 그룹 대표가 업계지에 쓴 기고문이 축제 후원의 질문이 바뀌었다고 정리한다. 예전 질문은 어느 축제에 나가야 하는가였고, 지금 질문은 우리가 거기 있어도 되는가라는 것이다. 그가 뽑은 세 가지 배움은 명료하다. 관련성은 존재가 아니라 부가가치에서 생긴다는 것, 문화적 적합성이 수용 여부를 가른다는 것, 그리고 공동체가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화폐라는 것이다. 소속을 가능하게 해 주는 브랜드는 그 세계의 일부가 되고, 보이기만 원하는 브랜드는 끝까지 손님으로 남는다. 그가 든 대비도 인상적이다. 대상 집단은 세분화할 수 있지만 문화는 세분화할 수 없다. 축제에서는 대도시의 치과의사가 작은 마을의 견습생 옆에서 같은 무대 앞에 서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협찬 제안서가 대상 연령과 성비 표에서 벗어나기까지는 12~18개월로 본다.
콜롬비아 — 30주년을 맞은 무료 시립 축제의 편성
보고타의 대표적인 록 축제가 30주년 라인업과 공식 이미지를 공개했다.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시몬 볼리바르 공원에서 열리며, 국제 34팀과 전국 3팀, 보고타 지역 26팀이 오른다. 눈에 띄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여성 참여 비율을 명시했다는 점으로, 확정된 21개 팀이 전체 출연진의 32%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발표에 함께 적었다. 다른 하나는 공식 포스터의 주인공이 보고타에 흔한 작은 새라는 점이다. 지역 작가가 그렸고 반응이 좋았다. 록과 메탈, 펑크와 스카, 인디와 하드코어, 레게까지 여러 갈래를 한 큐레이터가 묶었다. 30년 된 무료 시립 축제가 기념 판에서 규모가 아니라 구성의 균형을 앞세운 방식이 참고할 지점이고, 한국 지자체 축제의 라인업 발표가 이런 지표를 함께 내기까지는 18~24개월로 본다.
호주 — 농인 예술가가 이끄는 오페라가 프린지의 중심에 선다
멜버른의 프린지 축제가 10월에 농인 예술가가 연출하는 오페라를 선보인다. 연출자는 자신이 자랄 때 농인 예술가의 사례를 찾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농인은 주류 예술의 맥락에서 일상적으로 배제됐고, 본보기는 해외에서 찾아야 했으며 그것도 드물었다는 것이다. 농인의 이야기가 다뤄질 때도 대개 비농인 연기자가 그 경험을 가져가 상찬을 받았다고 그는 덧붙인다. 그러나 20년 사이에 상황이 달라졌다. 수어와 농문화가 주변에서 주류로 이동했고, 예술 접근성 단체의 수어 프로그램과 프린지 자체의 지원 사업이 그것을 떠받쳤다. 그가 2018년 공동 창립한 축제가 전환점이었다. 접근성이 프로그램의 부속이 아니라 작품의 출발점이 되는 방식이고, 한국 축제의 접근성 논의가 편의 제공에서 창작 주체로 옮겨 가기까지는 24개월쯤으로 본다.
대만 — 체험이 끝나고 10분 만에 도착하는 기념사진
타이베이의 초고층 건물이 4층 광장에 8미터 높이의 설치 작품을 세우고 한 달 동안 등정 체험을 운영한다. 올해 초 한 등반가가 91분 만에 이 건물을 맨몸으로 오른 사건에서 출발한 기획이다. 예약한 참가자는 안전 장비를 갖추고 실제로 작품 위 플랫폼에 올라가 건물 첨탑과 마주 보는 장면을 남긴다. 이 체험에 붙은 사진 서비스가 눈여겨볼 만하다. 촬영과 보정과 전송이 하나로 이어져 최단 10분 안에 보정된 사진이 참가자의 온라인 앨범에 도착하고, 얼굴 인식으로 수많은 사진 가운데 자기 것만 골라낸다. 한 달 동안 쌓이는 사진은 날짜별로 나뉘어 관리된다. 사진을 며칠 뒤에 받는 것과 체험이 끝나자마자 받는 것은 다른 상품이고, 한국 축제의 체험 프로그램이 이 수준의 즉시성을 갖추기까지는 12~18개월로 본다.
케냐·우간다 — 티켓 플랫폼이 동아프리카에 정식으로 들어갔다
남아프리카의 한 티켓 플랫폼이 약 10년의 현지 협력사 협업을 거쳐 케냐와 우간다에 정식 출범했다. 현지 결제 연동과 디지털 티켓, 그리고 여러 음악·소셜 플랫폼을 통한 행사 유통이 함께 들어간다. 사업 운영 책임자의 말이 이 시장의 실무를 정확히 요약한다. 10년이 지나도 기본은 같아서, 팬은 가장 빠르고 안전한 구매를 원하고 그것은 오늘날 휴대폰을 뜻하며 자기가 산 티켓이 진짜라는 확신을 원한다는 것이다. 주최자는 몇 장이 팔렸는지가 아니라 누가 사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데, 그것이 잘되기를 바라는 것과 잘될 것을 아는 것의 차이라고 그는 말했다. 입장 단계에서는 몇천 명이 같은 20분 안에 도착해도 스캔이 버텨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두 시장이 스스로를 골랐다는 표현도 인상적이다. 젊고 디지털에 익숙하며 실제 공연 장면이 있는 시장이라는 이유였다.
멕시코 — 박물관의 밤이 파는 것은 개방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에만 되는 일
멕시코시티가 8월 26일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국립 예술·문학 기관 소속 미술관과 공간을 정규 개관 시간 밖에 무료로 열었다. 여기까지는 여러 도시가 하는 야간 개방이다. 눈여겨볼 것은 붙는 프로그램이다. 대표 미술관에서는 상설 소장품과 벽화를 도는 해설이 저녁 6시, 7시, 8시 세 차례 진행되고, 7시부터 8시 40분까지는 한 화가의 작업을 본떠 테라코타 장난감을 만드는 워크숍이 시간당 16명 정원으로 열린다. 같은 날 그림을 보고 쓴 시를 참가자들이 직접 낭독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다른 미술관에서는 전문 작가 세 명이 진행하는 열린 마이크가 열려, 관객이 그 미술관의 작품과 공기에서 받은 글을 나눈다. 정원 16명짜리 워크숍은 방문객 수를 늘리는 장치가 아니다. 야간 개방이 그저 문을 늦게 닫는 일로 끝나지 않으려면, 그 시간에만 할 수 있는 일이 프로그램 표에 적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편성이다. 한국의 야간 개방형 문화 행사가 이 수준의 프로그램 밀도를 갖추기까지는 12~18개월로 본다.
영국 — 스코틀랜드 힙합이 자기 인프라를 스스로 짓는다
글래스고에서 사흘간 열리는 힙합 전문 축제이자 콘퍼런스가 있다. 공동 창립자이자 축제 감독의 설명이 이 행사의 성격을 정확히 말해 준다. 이곳에서 힙합은 다른 장르와 같은 기회를 얻지 못하므로 그 주변에 인프라를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룻밤에 바꿀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사람들을 스코틀랜드로 데려와, 원래 있어야 하는데 정기적으로 초대받지 못하는 자리에 앉히는 일이다. 축제는 글래스고 여러 공연장에서 지역의 실험적 랩과 재즈 색이 섞인 비트를 영국·유럽·캐나다에서 온 팀들과 함께 무대에 올리고, 콘퍼런스와 업계 프로그램으로 글쓰기 워크숍과 제작 쇼케이스를 함께 연다. 이 기획이 필요에서 나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감독은 16년 동안 스코틀랜드 대안 음악 시상식을 운영해 왔고 그 과정에서 힙합이 심각하게 소외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재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 음악에 대해 대화하고 의견을 듣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환경이 없다는 진단이다. 장르 축제를 시상식 운영자가 인프라 사업으로 설계한 사례이고, 한국의 장르 특화 축제 논의에 닿기까지는 18~24개월로 본다.
영국 — 전시산업이 만든 경제 산출 117억 파운드
영국의 전시 관련 협회들이 함께 낸 새 연구는 2025년 영국 전시산업이 117억 파운드의 총경제 산출과 12만 7,000개가 넘는 일자리를 뒷받침했다고 밝혔다. 그해 영국에서는 1,154개의 전시회가 열렸고 약 680만 명이 방문했으며 13만 9,000곳의 전시업체가 참가해 53억 파운드의 직접 지출을 만들었다. 눈여겨볼 숫자는 파급 효과다. 전시에 직접 쓴 1파운드가 더 넓은 경제에서 1.23파운드의 추가 지출을 만들고, 전시업체 한 곳당 연간 평균 8만 4,493파운드의 총경제 산출을 뒷받침한 것으로 계산됐다. 이 연구는 의회 문화·미디어·스포츠 위원회가 대형 행사에 관한 조사를 마치고 정부 지원 방식에 대한 권고를 낸 직후에 나왔다. 산업이 자기 규모를 스스로 계량해 정책 논의의 언어를 만드는 방식이고, 한국 행사·축제 산업이 같은 방식의 통계를 갖추기까지는 24개월쯤으로 본다.
편집장의 글
① 이번 호를 관통한 질문은 하나였다 — 무엇을 셀 것인가
이번 호에 담긴 소식은 나라도 규모도 제각각이지만 같은 자리에서 갈렸다. 영국의 계측 회사는 4,380만 명의 자료를 놓고 몇 명 왔나라는 질문 하나로는 상위와 하위가 스무 배 벌어지는 현실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경북 의성의 군의원과 축제 담당 부서는 정확히 같은 자리에서 부딪혔는데, 한쪽은 남은 것이 없다고 하고 다른 쪽은 다섯 배가 왔다고 한다. 둘 다 틀리지 않았다. 다만 둘 다 자기가 필요한 숫자를 갖고 있지 않다. 브라질의 대형 축제가 8,000시간이라는 단위를 들고 나온 것도, 영국의 전시 협회들이 1파운드당 1.23파운드라는 계수를 만든 것도 결국 같은 일이다. 자기 산업을 설명할 단위를 스스로 만드는 일이다. 한국 축제가 지금까지 가진 단위는 방문객 추산치 하나뿐이고, 그 하나로는 잘한 해와 못한 해를 구분할 수 없다. 세는 방식을 바꾸는 일은 새 장비를 사는 일이 아니라 결과보고서의 첫 장을 세 줄로 바꾸는 일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세 줄이 생기면 협찬 제안서와 예산 심의와 라인업 논의가 동시에 달라진다.
② 여는 기술만큼 멈추는 기술이 필요해졌다
미국의 축제는 부지를 쉬게 하려고 한 해를 통째로 건너뛰었고, 영국의 축제는 13년을 지낸 밭을 떠나면서 무엇을 그대로 옮기고 무엇을 새로 만들지를 미리 밝혔다. 경남의 두 도시는 가을 축제 넉 자리를 반납하면서 그 결정을 시장 명의로 설명했다. 셋 다 취소를 사고가 아니라 결정으로 다뤘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일본 기후현의 사례가 있다. 그곳은 멈추지 않기 위해 100년을 내다본 계획을 2년에 걸쳐 만들었고, 현장의 통에 넣는 기부와 시 바깥에 사는 서포터라는 두 개의 새 기둥을 세웠다. 방향은 반대지만 성격은 같다. 축제가 계속되는 일을 우연에 맡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 축제의 기본계획에는 여는 절차만 있고 멈추는 절차가 없다. 재난은 앞으로 더 자주 올 텐데, 그때마다 급하게 결정하고 다음 해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손실이다. 멈춘 해에 무엇을 얻었는지 적을 칸 하나가 다음 해의 예산을 지킨다.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것은 멈추는 결정이 늘 재난에서만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국의 축제를 옮기게 만든 것은 날씨가 아니라 지주와의 협상이었고, 그 협상이 막힌 시점에 이미 대체 부지가 준비돼 있었기 때문에 이전은 사고가 아니라 계획이 될 수 있었다. 한국 지역 축제의 상당수가 한 해 단위로 부지와 장소를 빌려 쓴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준비의 유무가 어느 해에는 축제의 존폐를 가르게 된다.
③ 축제 바깥에 있는 것들이 축제의 운명을 정하고 있다
이번 호의 사례들을 늘어놓고 보면 축제를 흔든 것 가운데 축제 안에 있던 것은 거의 없다. 라트비아 축제의 성장을 멈춘 것은 라인업이 아니라 도시의 객실 수였다. 일본의 한 춤을 흔든 것은 상점가의 쇠퇴였고, 다른 예능을 흔든 것은 연행할 집이 사라진 일이었으며, 어느 섬의 춤에서 공양이 줄어든 것은 가족장이 퍼졌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축제의 올해 경비 규모를 정한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난해의 사건이었고, 독일에서 새로 팔리기 시작한 것은 무대 장비가 아니라 드론 방어 장치였다. 축제 기획자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의 목록이 길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것은 무력감의 근거가 아니다. 콜롬비아가 공연장 사다리의 빈 칸을 채우고, 영국의 협회가 작은 축제를 관계망에 넣어 주고, 횡성이 축제장 안에 다음 목적지를 안내하는 자리를 만든 것은 모두 축제 바깥에 손을 뻗은 사례다. 축제의 일은 점점 더 축제 바깥에서 이뤄진다.
가을 개막을 앞둔 한국 축제 현장에 권하고 싶은 것은 다섯 가지다. 결과보고서의 첫 장을 세 줄로 바꿀 것. 기본계획에 열지 않는 경우를 한 장 넣을 것. 반경 30킬로미터 안의 객실 수와 협력사 목록을 한 번 세어 볼 것. 현장에서 바로 낼 수 있는 응원 창구를 하나 만들되 이름부터 다시 지을 것. 그리고 우리 시스템에 인공지능 비서가 무엇을 읽고 무엇을 쓸 수 있는지 담당자에게 한 번 물어볼 것. 다섯 가지 모두 예산이 거의 들지 않고, 다섯 가지 모두 올가을에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