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핵심 — THIS WEEK POINT
- 역사가 하루도 없는 동네가 두 해 만에 3만 명짜리 여름 축제를 갖게 됐다. 도쿄 올림픽 선수촌 부지에 들어선 하루미 플래그는 다섯 구역·24개 동·약 1만 2,000명이 거의 같은 시기에 입주한 곳이다. 지연도 제례도 없는 이 동네의 자치회가 2년째 본오도리를 열어 이틀에 3만 명을 모았다. 주목할 것은 규모가 아니라 기록이다. 이들은 포스터를 언제 외주로 넘겼는지, 신청 마감이 언제인지까지 작업 분해 구조로 남기고 있다. "내가 없어도 돌아가게" 만드는 일이 두 해째 축제의 실제 과제였다.
- 관객이 한 화면에 머무는 시간이 47초로 줄었고, 브랜드는 '끼어들기'를 포기했다. 상파울루에서 열린 브랜드 경험 행사에서 나온 정의는 단순하다. 좋은 경험은 관객을 중단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제 발로 온 사람을 초대하는 것이다. 한 위스키 브랜드가 롤라팔루자 브라질 현장에서 제품을 경험한 사람 열 명 중 여덟 명에게서 긍정 평가를 얻었다는 수치가 함께 제시됐다. 브라질에는 축제 366개와 후원 브랜드 946개가 있고, 그 사이에서 부스 크기는 더 이상 변수가 아니다.
- 고령 관객이 객석에서 매대와 무대 쪽으로 옮겨 앉기 시작했다. 영국 링컨셔의 한 요양원은 해마다 열던 여름 바자회를 이틀짜리 음악 축제로 바꿨고, 입주자가 직접 매대 주인이 됐다. 91세 남성이 드럼 세션에 참여했고 70세 여성이 친구의 좌판에서 귀걸이를 샀다. 같은 주 도쿄에서는 69세 필자가 신사 경내의 본오도리에 나갔다가 사람에 막혀 마지막 곡을 기다리지 못하고 돌아왔다. 참여를 설계한 쪽과 참여가 막힌 쪽이 같은 주에 나란히 보인다.
- 한국에서는 '무엇을 후원으로 셈하고 누구를 바이어로 셈할 것인가'가 같은 주에 손질됐다. 문화예술후원 인증은 거래처에 공연·전시 관람 기회를 준 활동과 지역 축제를 후원한 활동까지 실적으로 인정한다고 다시 정리했고, 11월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 행사 산업 전시회는 해외 바이어 자격을 '3년 안에 한국에서 행사를 열 구체적 계획이 있는 곳'으로 좁혔다. 셈하는 기준이 바뀌면 준비하는 서류가 바뀐다. 이 변화가 지역 축제 실무에 닿기까지는 대체로 6~12개월이 걸린다.
이번 호 핵심 트렌드
역사가 없는 동네의 두 번째 여름, 50년째의 촛불 — 축제를 '다음 사람이 읽으면 움직이는 것'으로 만드는 일
도쿄만을 바라보는 하루미후토공원에서 7월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약 3만 명이 모였다. 야구라 너머로 레인보브리지가 보이고 고층 주거동의 불빛과 제등의 불빛이 겹치는 자리에서, 유카타 차림의 사람들이 춤의 원 안으로 들어갔다. 회장에는 50여 개의 천막이 섰고 고리 던지기와 요요 낚시, 야키소바와 빙수를 파는 자리 주변으로 아이들 소리가 퍼졌다. 이곳은 2020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 부지에 들어선 하루미 플래그다. 이 동네의 본오도리는 올해가 두 번째다.
이 동네에는 지연도 제례도 없었다. 분양 세 구역과 임대 한 구역, 상업시설 한 곳을 합쳐 다섯 구역, 24개 동, 약 5,600호, 약 1만 2,000명이 거의 같은 시기에 한꺼번에 입주했다. 관리조합도 관리회사도 구역마다 다르고 소유자도 운영 주체도 하나가 아니다. 그런데 자치회는 딱 하나다. 다섯 구역 전체가 하나의 자치회를 이룬다. 2024년 1월에 입주한 자치회장 아라세 유타 씨는 그해 3월 '자치회를 만드는데 뜻 있는 분 있느냐'는 전단을 보고 손을 든 사람 가운데 하나였고, 그때 모인 스무 명 남짓이 초기 구성원이 됐다. 그는 중앙구에 긴자와 니혼바시와 쓰키시마가 있는데 자기들은 역사 없이 등장해 버렸다고 말한다. 그래서 새 동네에서 새 전통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본오도리를 시작한 이유는 하나가 아니지만 중심에 있는 생각은 분명하다. 자치회를 지속시키려면 '즐거워서 관여하고 싶어지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재·청소·방범·지킴이는 지역에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이지만, 해야 하는 일만 늘어놓으면 구심력이 사라진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이 필요했다.
첫해는 그야말로 도시락 싸 들고 하는 일이었다. 전기 조건도 식품 제공 조건도 모르는 상태에서 출점자를 공모할 수 없어, 주민 테니스 동호회를 하는 친구에게까지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옥수수 구울 대를 준비해서 나와 달라'고 한 사람씩 부탁해 가게를 채웠다. 천막은 관리조합 것을 빌렸는데,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하려면 20킬로그램짜리 추를 몇 개씩 놓아야 한다는 것도 쳐 보고 알았다. 다음 날이 월요일이라 주민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어 자정 무렵까지 그 추를 직접 날랐다.
2년 차의 과제는 그 경험을 구조로 바꾸는 일이었다. 부담이 크고 전문성이 필요한 천막 설치와 전기 계통은 업자에게 맡겼다. 보건소와 주고받으며 무엇을 팔아도 되고 무엇은 안 되는지를 파악한 뒤에야 주민 출점을 공모할 수 있었다. 주민 출점료는 0엔이다. 관객으로만 즐기지 말고 손을 움직여 자리를 만드는 쪽으로 넘어와 달라는 뜻이다. 첫해에 세는 방식에 따라 1만 5,000명에서 2만 명이 다녀갔고, 그만한 인원이 모이자 과제도 함께 또렷해졌다. 가장 큰 것은 음향이었다. 넓은 공원에서 '모여 주세요'라고 해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가을 핼러윈 퍼레이드에서 스피커를 대폭 보강했더니 이번에는 시끄럽다는 항의가 상당히 들어왔다. 쓰레기는 여러 곳에 버리는 자리를 만들었더니 사람의 눈이 닿지 않아 분리가 되지 않았고, 2년 차에는 본부 앞 한 곳으로 몰아 운영 스태프가 지키게 했다. 출점자가 낸 쓰레기는 공용 자리로 가져오지 않고 각자 처리하도록 규칙을 세웠다. 더위는 시작 시각을 오후 4시로 늦춰 해가 진 뒤에 본격적으로 모이도록 설계하고, 출점자에게는 냉방과 선풍기를 각자 준비하도록 안내했다.
축제가 남긴 것은 그날의 풍경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개최 뒤 자치회 임원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 접수하는 사람, 안내하는 사람, 출점을 조정하는 사람, 음향을 확인하는 사람, 쓰레기를 관리하는 사람이 보이자 '저 사람들이 이 동네를 위해 움직이는구나'가 주민에게 보였고, 11월 임원 모집에 하겠다는 사람이 여럿 손을 들었다. 그리고 이들은 그 관여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도록 준비와 운영의 노하우를 사내 협업 도구에 기록하고 있다. 포스터를 언제 외주로 넘겼는지, 신청은 언제까지 내야 하는지, 작업을 어떻게 쪼개야 하는지를 작업 분해 구조로 남긴다. 아라세 씨는 자기가 없어도 돌아가도록 지금 심어 두는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여름, 고치현 고난시 아카오카 지구에서는 50번째 축제가 열렸다. 해가 진 상점가에 막부 말기부터 전해 온 연극 그림 병풍이 처마마다 줄지어 서고, 흔들리는 촛불이 그 기이한 색채를 떠오르게 하는 축제다. 시작은 1977년, 아카오카 요시카와 지구 상공회가 상점가를 살려 보자는 마음으로 기획한 것이었다. 북쪽 스루타하치만구에서 이어져 온 신사 제례의 풍습을 본떠, 병풍을 상점가 처마에 거는 형식을 세웠다. 축제 기간에 상점가에는 야외 맥주 자리와 노점과 공연장이 들어선다. 지금 이 축제를 굴리는 것은 병풍 소장가와 상점주, 상공회, 전시관과 극장 같은 관계 단체로 구성된 실행위원회이고, 최근에는 그림을 활용한 상품을 만들어 판 수익을 작품 보전에 되돌리고 있다. 고치 연안부에는 이런 여름 축제가 여러 곳에서 이어지고 있고, 비공개까지 합하면 병풍은 200점 넘게 남아 있다.
두 축제는 나이가 48년 차이 난다. 그런데 실제로 푸는 문제는 같다. 이 자리를 누가 이어받을 것인가, 그리고 이어받을 사람이 읽으면 바로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되어 있는가. 하루미는 그것을 작업 분해 구조와 협업 도구의 기록으로 풀고 있고, 아카오카는 소장가와 상점주와 상공회를 한 위원회에 묶고 상품 수익을 보전 자금으로 되돌리는 방식으로 풀고 있다. 축제의 지속은 열정의 문제가 아니라 인수인계의 문제라는 말이 이 두 사례에 나란히 적혀 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에는 지금 하루미 플래그와 같은 조건의 동네가 아주 많다. 입주가 한꺼번에 이루어진 신도시와 대단지, 재개발로 새로 생긴 생활권에는 역사도 제례도 없고, 그래서 대부분 상가 번영회 주최의 일회성 행사나 입주자 대표회의의 연말 잔치로 끝난다. 하루미의 사례에서 옮겨 올 수 있는 것은 규모가 아니라 순서다. 첫째, 첫해에는 공모하지 말 것. 무엇을 팔아도 되는지 보건소와 확인이 끝나기 전의 공모는 취소와 민원을 부른다. 첫해는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채우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조건을 문서로 남긴 뒤 이듬해에 공모하는 순서가 안전하다. 둘째, 주민 출점료를 받지 말 것. 돈을 받는 순간 주민은 손님이 되고, 받지 않으면 만드는 사람이 된다. 셋째, 첫해 과제 세 가지를 반드시 문서로 남길 것. 하루미가 남긴 것은 음향과 쓰레기와 더위였고, 한국의 여름 축제도 대체로 같은 세 가지에서 걸린다. 넷째, 쓰레기 자리는 여러 곳이 아니라 한 곳으로 하고 사람을 세울 것. 다섯째, 준비 일정을 작업 분해 구조로 쪼개 공유 문서에 남길 것. 담당자가 바뀌면 사라지는 노하우가 축제 예산보다 비싸다. 이 방식이 한국의 신도시 자치 조직에 자리 잡기까지는 12~18개월, 기초자치단체의 주민 주도 축제 지원 사업 심사 항목에 '인수인계 계획'이 들어가기까지는 24개월쯤 걸린다고 본다.
47초와 여덟 명 — "끼어들지 말고 초대하라"가 축제 안에서 수치로 확인됐다
상파울루 이비라푸에라 공원에서 8월 12일 열린 브랜드 경험 행사의 한 무대에서, 진행을 맡은 기획자가 객석에 불편한 부탁을 했다. 휴대전화에서 손을 떼고 앞만 똑바로 보라는 것이었다.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3초쯤 지나자 상당수가 다시 기기를 찾았다. 그 반사 반응으로 시작한 자리의 이름이 '주의력 경제 — 경험을 결과로 바꾸기'였다.
무대에 오른 옥외광고 기업의 창업자는 청중에게 47초를 달라고 했다. 사람이 한 화면에 머무는 평균 시간이 지금 47초라는 조사 결과에서 가져온 숫자다.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의 정보학 교수가 2004년부터 추적해 온 지표인데, 그때는 2분 30초쯤이었다. 그는 이 진단이 인터넷보다 오래됐다는 점도 짚었다. 정보의 풍요가 주의의 결핍을 만든다는 문장은 1971년에 이미 쓰였다. 이어 붙인 숫자가 뼈아프다. 전 세계 광고 투자는 연간 1조 2,000억 달러 규모인데, 브라질인 가운데 최근 12개월 사이의 광고를 하나라도 기억한다고 답한 사람은 46%였다. 브라질 사람은 하루 3시간 넘게 소셜미디어를 쓰고 9시간 30분 가까이 접속해 있는데도 그렇다. 그가 내놓은 처방은 세 갈래였다. 자기 자랑을 멈추고 관객이 자기를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식별, 그 자리를 벗어나서도 이야기가 되게 하는 반향, 그리고 그 브랜드가 쌓아 온 문화적 자산을 꺼내 쓰는 레퍼토리다. 같은 무대에 오른 초콜릿 브랜드의 마케팅 책임자는 공원 현장에 세운 대형 설치물이 그 자리에 있던 사람에게 만든 효과가 온라인에서는 재현되지 않았다고 털어놨고, 자동차 브랜드의 마케팅 책임자는 신차의 '넓다'는 속성을 영화관 좌석 업그레이드라는 경험으로 번역한 사례를 들었다. 세 사람이 같은 결론에 닿았다. 혁신적인 기획은 이제 차별점이 아니라 전제조건이고, 결과를 만드는 것은 그 뒤에 붙은 통합된 전략이라는 것이다.
같은 날 오후 1시 15분, 옆 무대에서 이 진단에 대한 답이 하나 더 나왔다. 브랜드 체험 대행사 창업자와 대형 주류 기업의 위스키 마케팅 디렉터가 45분 동안 주고받은 정의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좋은 경험은 관객을 중단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기 의지로 그 자리에 와 있는 사람을 초대하는 것이다. 대행사 창업자는 무한 스크롤과 상시 광고 중단의 시대에 축제에 들어오는 브랜드가 다투는 것은 주의력의 자리가 아니라 참여의 허락이라고 정리했다. 브랜드가 원하는 것은 사람을 멈춰 세우는 일이 아니라, 이미 음악이나 스포츠라는 열정 때문에 그 자리에 온 사람을 그 열정 안으로 함께 초대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마케팅 디렉터는 같은 이야기를 축제 쪽에서 풀었다. 개입이 정당화되는 것은 관객의 동선에 생긴 균열이 그 사람에게 값을 되돌려 줄 때뿐이고, 그러려면 축제가 만든 이야기와 경쟁하는 대신 그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가 제시한 잣대는 세 가지를 동시에 요구한다. 진실할 것, 그 자리에 적절할 것, 그리고 관객이 이미 갖고 있는 경험을 끌어올릴 것.
숫자도 함께 나왔다. 롤라팔루자 브라질 2026에서 이 위스키 브랜드의 공간에 들어와 제품을 경험한 사람 열 명 가운데 여덟 명이 음료와 브랜드 모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갖고 나왔다. 이 기업은 축제 활동을 세 각도로 잰다. 자기 공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축제 전체 소비에서 얼마를 차지했는가, 그리고 얼마만큼의 대화를 만들어 냈는가. 눈에 띄는 것은 앰배서더를 다룬 방식이다. 이 브랜드의 글로벌 음악 플랫폼 첫 앰배서더가 된 아티스트와는 18개월에 걸쳐 대화가 이어졌고, 상업 조건과 물류와 권리를 논의하기 전에 아티스트가 문화 변화의 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먼저 정리했다. 그가 광고 모델이 아니라 시그니처 음료의 공동 창작자로 이름을 올린 것도 그래서다. 대행사 창업자는 팬덤이 아티스트를 아끼고 축제를 아끼며 일관성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에, 제품을 함께 만든 앰배서더는 그 관객이 찾으러 온 연결을 정확히 돌려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45분 동안 형태를 바꿔 가며 반복한 결론은 하나였다. 결과는 부스 크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 자리를 떠난 사람이 나중에 어떤 계기로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을 갖고 나갔는가에서 나온다. 이 대행사가 후원한 조사에 따르면 브라질에는 축제가 366개, 그 축제를 후원하는 브랜드가 946개 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 축제의 협찬 제안서는 대부분 노출 단가표다. 방문객 수, 무대 크기, 로고가 들어가는 지면 목록으로 채워진다. 위 두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는 그 표가 왜 팔리지 않는지를 설명한다. 브랜드가 사는 것은 노출이 아니라 참여의 허락이고, 그 허락은 관객이 이미 원하던 것을 더 좋게 만들어 줄 때만 나온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우리 축제의 관객이 이미 하고 있는 행동을 세 가지만 적을 것. 줄을 선다, 그늘을 찾는다, 사진을 찍는다처럼 구체적이어야 한다. 둘째, 협찬 제안서의 첫 장을 노출 수치가 아니라 그 세 가지 행동으로 바꿀 것. 브랜드가 어떤 행동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지를 묻는 문서가 되어야 한다. 셋째, 성과 지표를 세 각도로 나눌 것. 브랜드 공간 안의 반응, 축제 전체 소비에서 차지한 몫, 그리고 축제가 끝난 뒤에 남은 대화의 양이다. 지금 대부분의 결과 보고서에는 첫 번째만 있다. 넷째, 유명인을 부를 때 출연료 협상보다 역할 협의를 먼저 할 것. 무대에 서기만 하는 사람과 프로그램을 함께 만든 사람은 관객이 곧바로 구분한다. 다섯째, 우리 지역에 축제가 몇 개이고 후원 브랜드가 몇 개인지를 한 번 세어 볼 것. 이 목록이 없으면 협상의 기준선도 없다. 이 문법이 한국의 축제 협찬 실무에 자리 잡기까지는 12~18개월, 광역 단위 축제의 후원 계약서 양식이 바뀌기까지는 24개월쯤으로 본다.
91세의 드럼과 69세의 '춤 정체' — 고령 관객이 객석 밖으로 나오는 두 장면
영국 링컨셔 라우스에 있는 한 요양원이 해마다 열던 여름 바자회를 이틀짜리 축제로 바꿨다. 이름은 '그래니 잼'이고 올해가 처음이다. 입주자와 가족, 친구, 인근 주민을 합쳐 100명이 넘게 다녀갔다. 지역 상인들이 매대를 세웠고 이틀 내내 공연이 이어졌으며 요양원 주방장이 직접 구운 피자와 바비큐를 냈다. 그런데 이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띈 장면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배역이었다. 입주자들이 관람객이 아니라 매대 주인이 됐다. 한 입주자가 손수 만든 물건을 늘어놓고 팔았고, 70세 입주자가 그 친구의 좌판에서 귀걸이 한 쌍을 샀다. 그는 행사 전체가 좋았지만 자기에게 가장 좋았던 순간은 친구에게서 귀걸이를 산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틀 동안 열두 팀이 무대에 올랐다. 1960~70년대 히트곡을 부르는 지역 가수들, 우쿨렐레 밴드, 그리고 다 함께 두드리는 몰입형 드럼 세션이 있었다. 91세 남성 입주자가 그 드럼 세션에 참여했고, 음악이 정말 좋았고 직접 두드리는 게 좋았다며 오랜만이었다고 말했다. 가족 방문객을 위해서는 에어바운스와 어린이 공예를 인근 상인들이 맡아 운영했다. 수익금은 입주자 기금으로 들어가 앞으로 입주자들이 직접 고르는 나들이와 여행 비용에 쓰인다. 이 요양원 관리자는 올해는 조금 다른 것을 만들고 싶었다고, 입주자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지역 전체가 즐기고 기억할 행사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반응이 좋아 내년에도 열기로 했고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같은 주 도쿄에서는 반대편 장면이 기록됐다. 69세의 한 필자가 후배의 권유로 고엔지의 작은 극장에서 전편이 춤으로 채워진 무대를 봤다. 군무라 한 사람만 조금 늦어도 리듬이 깨지고, 작은 극장에서는 그 어긋남이 객석에 그대로 보인다. 그런데 파탄이 한 번도 없었다. 그는 20대 배우들의 연습량을 짐작하다가 가슴이 뜨거워졌고, 자기도 자기 무대에서 힘내자고 마음먹었다고 적었다. 그리고 다음 날 이웃한 신사의 본오도리에 나갔다. 그가 완벽히 출 수 있는 곡은 탄광절과 오래전에 인터넷을 보며 익힌 곡 하나뿐이고, 도쿄온도는 될 것 같다가도 방심하면 틀린다. 그런데 실제로 부딪힌 벽은 안무가 아니었다. 경내가 사람으로 가득 차 춤이 정체됐고, 도중에 숨이 차서 마지막 곡을 기다리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는 돌아오는 길에 자기에게는 춤의 재능이 없었다고 체념했다고 썼다.
두 장면을 나란히 놓으면 축제 실무의 항목이 나온다. 라우스의 요양원이 한 일은 프로그램을 늘린 것이 아니라 배역을 바꾼 것이다. 입주자를 관람석에서 매대와 무대 쪽으로 옮겨 앉히자 91세의 드럼과 70세의 구매가 생겼고, 그 순간부터 이 행사는 돌봄이 아니라 축제가 됐다. 반대로 도쿄의 신사에서 69세가 부딪힌 것은 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니라 밀도와 체력의 문제였다. 안무를 못 외워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사람에 막히고 숨이 차서 돌아갔다. 지금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축제는 고령 관객을 '모시는' 대상으로만 놓고, 그들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와 무엇이 그들을 실제로 막는지는 따로 세지 않는다. 두 기사는 그 두 가지가 서로 다른 문제이며 각각 다른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 지역 축제의 관객 구성은 이미 상당 부분 고령층이다. 그런데 실무에서 이들은 대개 '안전 관리 대상'이나 '초청 대상'으로만 잡힌다. 위 두 장면을 실행 항목으로 옮기면 이렇게 된다. 첫째, 고령 참여자를 관객이 아니라 출연자와 판매자로 배치할 자리를 하나만 만들 것. 노인복지관의 공예 교실 결과물을 축제 매대 한 칸으로 옮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만들어 온 사람은 그 자리를 지키고, 지키는 동안 이 축제는 그의 축제가 된다. 둘째, 수익금의 사용처를 참여자 본인에게 돌릴 것. 라우스가 수익을 입주자가 직접 고르는 나들이 비용으로 돌린 방식은 다음 해 참여율을 결정한다. 셋째, 체력 항목을 프로그램표에 넣을 것. 참여형 프로그램의 한 회차를 20분 이내로 끊고, 회차 사이에 앉을 자리를 배치하며, 그 자리를 무대가 보이는 위치에 둘 것. 넷째, 혼잡을 관리 대상이 아니라 참여의 장벽으로 볼 것. 밀집으로 중간에 이탈한 관객은 안전 사고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다음 해에 오지 않는다. 참여형 프로그램에는 정원과 회차를 두고 사전 접수를 받는 편이 낫다. 다섯째, 결과 보고서에 '고령 참여자가 맡은 역할'을 한 줄 넣을 것. 관람객 수만 세면 배역은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 이 설계가 한국 지역 축제와 복지 기관의 협업에 자리 잡기까지는 6~12개월, 지자체 축제 지원 사업의 심사 항목이 되기까지는 18~24개월로 본다.
세계 현장에서 온 단서
축제가 자기 운영을 12시간짜리 강의실로 판다 — 히우의 500명, 그리고 채용의 첫 번째 필터
브라질의 대형 음악 축제가 운영하는 임원 몰입 프로그램이 9월 9일 축제장에서 열린다. 축제의 실제 운영을 사례 연구로 삼는 12시간짜리 과정이고, 2015년 시작해 브라질과 포르투갈에서 4,500명 넘게 수료했다. 올해는 약 500명의 임원과 최고경영진급이 참가하며 주제는 '압력 아래 살아 있는 시스템을 지휘하기'다. 기획자는 지휘라는 동사가 여러 사람이 저마다의 몫을 같은 시간에 내놓을 때에만 성립하는 일을 정확히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세상이 빨라지면서 만들어진 압박과 불안에 대한 해독제가 협업이고, 그것은 사실 아주 오래된 도구인데 사람들이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협업은 각자 자기 몫을 얌전히 해내는 분업이 아니다. 세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는 명료함이다. 역할이 정의돼 있어야 하고 리더와 구성원 사이에 양방향의 투명성이 있어야 한다. 같은 사람이 동시에 벌어지는 여러 상황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맡게 되므로, 각 상황에서 자기에게 무엇이 기대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둘째는 신뢰인데, 그는 이것을 친밀감과 분리한다. 직장에서는 누군가와 마음이 맞지 않으면서도 약속한 것은 끝까지 해낼 것이라고 믿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팀을 경쟁 모드에서 건설 모드로 옮기는 것이 바로 그 믿음이다. 셋째는 진정한 기여다. 그냥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 줄 수 있는 것을 갖고 들어와야 한다. 이 렌즈로 하루 전체가 조직된다. 각 발표자가 자기 운영 영역의 이야기를 하되 같은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올해 가장 큰 변화는 형식이다. 강연의 비중을 줄이고 대담과 패널을 늘렸다. 진행자와 초대 손님이 일정 시간 이끈 뒤 객석의 질문과 코멘트에 문을 여는 형태다. 좋은 이야깃거리를 가진 사람은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오래된 문제를 풀면서, 동시에 청중을 커뮤니티로 바꾸겠다는 의도다. 학생이라고 부르는 참가자들이 참여하고 싶어 하고 상호작용하고 싶어 하니, 매 대담마다 몇 명이라도 자기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이 큰 성과라는 것이다. 상위 참가권을 산 사람에게는 축제 운영사 임원과의 부문별 멘토링 세션이 제공되고, 축제장 가이드 투어는 관리·제작·마케팅 트랙으로 나뉜다. 하루의 시작은 10분짜리 짧은 오프닝 두 개다.
같은 나라의 행사 운영사 대표가 같은 주에 쓴 채용 칼럼은 이 커리큘럼의 반대쪽 끝을 보여 준다. 그는 흠잡을 데 없는 기술 이력서와, 경력은 얕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다루는 사람 사이에서 언제나 후자를 고른다고 했다. 유행이 아니라 운영의 논리라는 것이다. 행사 일이란 내내 문제를 푸는 일이고, 어떤 매뉴얼도 공연 당일에 벌어질 모든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다. 그가 정리한 문장은 이렇다. 하드 스킬은 가르칠 수 있고 소프트 스킬은 그 사람과 함께 온다. 등록 키오스크 조작은 한나절이면 가르치지만, 15분 만에 줄이 두 배로 늘고 무전이 아수라장이 됐을 때 침착한 목소리를 유지하는 법은 한나절에 가르칠 수 없다. 그래서 소프트 스킬은 부차적 기준에서 사실상 첫 번째 필터가 됐다.
칼럼은 그것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옮긴다. 갑작스러운 비, 늦는 출연자, 몇 분 만에 두 배가 되는 줄. 이런 순간에 버티는 운영과 무너지는 운영을 가르는 것은 거의 언제나 최전선에 선 사람이 목소리 톤을 유지하느냐다. 불안은 전염되고, 스태프의 태도가 주변 관객의 행동에 그대로 영향을 준다. 그가 리더십 교육에서 자주 쓴다는 협상 고전의 '입장과 이해관계' 구분도 현장에 그대로 옮겨진다. 입구에서 화를 내며 팀이 무능하다고 말하는 손님이 표면에 내놓은 것은 비판이지만, 그 뒤의 진짜 이해관계는 공연을 놓칠 두려움이거나 줄에 갇힌 불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려움에 답하도록 훈련된 스태프는 상황을 빨리 풀고, 말만 듣는 스태프는 방어 모드로 들어가 오해를 대치로 바꾼다. 같은 원리가 내부에도 적용된다. 특정 초소에 대한 반복되는 불평을 늘 하는 소리로 흘리지 않고 파고들면, 대개는 헷갈리는 안내 표시나 잘못 설계된 동선 같은 구조적 문제가 나온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 축제 조직이 가진 자산 가운데 가장 저평가된 것이 운영 노하우다. 매년 같은 사람들이 같은 문제를 풀고 있는데 그 풀이가 문서로도 수업으로도 남지 않는다. 위 두 사례는 그것을 각각 상품과 채용 기준으로 형식화한 경우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우리 축제의 운영을 반나절짜리 견학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볼 것. 대상은 관광객이 아니라 다른 축제의 실무자와 지역 기업의 관리자다. 참가비를 받을 수 있고, 받지 못하더라도 그 준비 과정에서 우리 운영이 문서화된다. 둘째, 견학 동선을 관리·제작·마케팅으로 나눌 것. 하나의 코스로 다 보여 주려 하면 아무에게도 유용하지 않다. 셋째, 강연을 줄이고 질문 시간을 늘릴 것. 실무자 대상 프로그램에서 값이 나오는 자리는 발표가 아니라 문답이다. 넷째, 자원봉사자와 단기 스태프 선발 기준을 다시 쓸 것. 경험 연수나 자격증 대신 '줄이 두 배가 됐을 때 무엇을 먼저 하겠는가' 같은 상황 질문 하나를 면접에 넣는 것으로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다섯째, 현장 불만을 기록할 것. 같은 초소에서 같은 불평이 세 번 나오면 그것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동선의 문제다. 축제 운영을 교육 상품으로 파는 모델이 한국에 나타나기까지는 18~24개월, 지자체 축제의 스태프 채용 공고 문안이 바뀌기까지는 12~18개월로 본다.
불의 등급이 하나 늘었다 — 보조배터리가 축제장의 위험 목록을 다시 쓴다
올해 영국은 연이은 폭염을 겪었고 잉글랜드와 웨일스는 기록상 가장 건조한 7월을 지났다. 영국과 유럽 곳곳에서 산불이 났다. 그 조건 위에 다른 위험이 겹치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에서 이 논의가 시작된다. 축제 참가자가 배낭에 옷을 욱여넣으면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위험 목록의 첫 줄로 떠올리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햄프셔와 아일오브와이트를 비롯한 소방 당국은 5월 이후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사고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보고했다. 대부분 보조배터리와 충전식 전자담배, 전동킥보드다.
최근 몇 해 사이 보조배터리는 축제의 필수품이 됐다. 스마트폰을 살려 두고 일행과 연락을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을 쓰는 것은 관객만이 아니다. 상인도 제작팀도 현장 곳곳에서 쓴다. 몇몇 축제는 이미 규제에 들어갔다. 영국의 한 대형 축제는 고온에서 손상 위험이 커진다는 이유로 개인 스피커와 30센티미터를 넘는 충전팩의 사용을 금지했다. 소방 안전 장비를 공급하는 한 업체의 제품 책임자는 문제의 성격을 이렇게 정리한다. 축제의 화재 안전은 언제나 진지한 계획 분야였다. 많은 인파, 임시 구조물, 복잡한 기술 설비, 발전기, 배선, 급식, 야영이 뒤섞여 고유한 위험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최근 몇 해 사이에 바뀐 것은 그 현장에 무엇이 들어와 있는가의 규모와 성격이다. 현대의 축제는 충전식 기술 위에서 돌아간다. 관객의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 무선 제작 장비, 전기 자전거와 킥보드, 매대와 무대를 위한 이동식 전원까지. 축제 현장이 품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총량은 10년 전과 실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여기에 여름의 조건이 겹친다. 잔디와 초목 화재가 최근 몇 해 사이 급격히 늘었고, 야외 현장은 대개 농촌이나 준농촌 지대에 많은 인파와 기술 설비를 함께 두는 곳이라 특히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그가 덧붙인 문장이 정확하다. 건조한 조건이 새로운 위험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미 있는 위험에 대한 여유를 줄인다.
제도는 이미 한 칸 움직였다. 2026년 1월 31일에 도입된 'L급'은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를 위한 최초의 전용 국제 분류다. 그 자체가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이 화재를 일반 전기 위험 범주에서 떼어 내 독립된 범주로 옮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축제 현장에는 실질적인 함의가 있다. 이 종류의 화재는 격렬하게 타고, 진화된 것처럼 보인 뒤에 다시 타오를 수 있으며, 다른 등급의 화재와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 손상되거나 과열된 하나의 셀이 연쇄적으로 폭주하는 과정이 그 안에 있다. 영국의 축제 주최자는 2005년에 제정된 화재안전 규정에 따라 지정된 '책임자'를 두어야 하고, 그 책임자는 대개 총괄 주최자다. 화재 위험성 평가를 수행하고, 적합한 소방 장비를 두고, 그 장비를 정기적으로 정비하고, 명확한 대피 절차를 현장 전체에 전달하는 것이 그의 의무다. 정부의 옥외 행사 지침은 이 위험성 평가가 살아 있는 문서, 즉 현장의 배치와 위험 환경이 바뀌면 함께 고쳐 쓰는 문서여야 한다고 적고 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의 축제 안전 계획서에서 화재 항목은 대개 소화기 배치 수와 화기 취급 부스 위치로 끝난다. 그런데 지금 축제장에서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발화원은 화기 취급 부스가 아니라 관객의 주머니와 매대 뒤편에 있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우리 축제의 배터리 총량을 한 번 세어 볼 것. 매대별 이동식 전원, 무선 마이크와 조명, 운영진의 충전기, 그리고 야영이나 대기 구역이 있다면 관객이 들고 오는 몫까지. 세어 보면 계획서의 화재 항목이 왜 부족한지 곧바로 보인다. 둘째, 소화 장비의 종류를 다시 볼 것. 배터리 화재는 다시 타오르는 특성이 있어 일반 소화기만으로는 마무리되지 않는다. 셋째, 매대 계약서에 조항을 하나 넣을 것. 이동식 전원의 용량과 보관 위치를 사전에 신고하게 하고, 충전은 지정된 자리에서만 하도록 하는 것이다. 넷째, 위험성 평가서를 매년 새로 쓰지 말고 고쳐 쓸 것. 지난해 문서에 무엇이 늘었는지를 적어 두는 방식이 실제로 작동한다. 다섯째, 무더위 조건과 화재 조건을 같은 문서에서 다룰 것. 건조와 고온은 새로운 위험을 만들지는 않지만 기존 위험의 여유를 줄인다. 이 항목이 한국 축제 안전 계획서의 표준 서식에 들어가기까지는 12~18개월, 지자체 행사 심의 체크리스트에 반영되기까지는 18~24개월로 본다.
한국 축제 현장
지스타가 게임 밖으로 나간다 — 부산이 전시회를 도시 축제로 바꾸는 방식
11월에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가 올해 방향을 둘로 정리해 발표했다. 외연 확장과 자체 콘텐츠 확대다. 8월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직위원장은 급변하는 세계 게임 흐름을 반영해 내실 있는 행사가 되도록 기본 틀을 다졌다고 말했다. 방향 전환의 배경에는 산업의 변화가 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콘솔 게임에 집중하면서 자원 투입이 커지고 개발 기간과 출시 주기가 길어졌다. 그러다 보니 신작을 알리는 창구라는 전시회의 역할이 예전만큼 자주 작동하기 어려워졌다. 해외 매출이 늘면서 국내 게임사와 해외 게임사를 가르던 기준도 흐려졌다. 조직위 실장은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사 대부분의 매출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산업이 콘솔로 향하고 있으니 전시회도 거기에 맞는 체격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체격을 키우는 방법이 흥미롭다. 올해 메인 후원사는 게임사가 아니라 인공지능 기반 캐릭터 대화 플랫폼이다. 게임사가 아닌 인공지능 콘텐츠 플랫폼이 이 전시회의 메인 후원사를 맡은 것은 처음이다. 메인 키비주얼에는 널리 알려진 웹툰을 썼고, 자동차 브랜드의 고성능 라인과 함께 레이싱 시뮬레이션 체험 공간을 제2전시장에 마련한다. 음악 쪽으로는 후원사와 함께 밴드 미니 콘서트를 열고, 한정판 거래 플랫폼과는 디지털 티켓과 웹툰 지식재산을 활용한 번들 패스를 준비한다. 9월 1일부터 6일까지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도 연다. 그리고 행사 구역이 전시장 밖으로 나간다. 부산역과 김해공항 같은 관문에 환영 공간을 두고 도시철도역에 테마존을 만들며, 행사 지식재산을 활용한 승차권을 만들고 해수욕장에서는 기간 중 특별 드론쇼를 연다. 부산시 담당 과장은 부산에 발을 딛는 순간 게임의 도시임을 느낄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축인 자체 콘텐츠 확대는 더 근본적인 이야기다. 실장은 아무리 좋은 기획 의도를 갖고 준비해도 좋은 개발사가 있느냐에 따라 전시회의 콘텐츠가 정해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참가사에 대한 의존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대표 콘퍼런스를 1,500석 규모 단일 무대로 이틀간 운영하고 주제를 서사로 잡았다. 연사는 게임 개발자뿐 아니라 영화감독과 웹툰 작가까지 넓혔고 라운드테이블을 새로 만들어 기업 방문객과 인디 개발자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인디 프로그램에는 해외 배급사와 엔진·플랫폼 기업이 파트너로 들어와 각자 별도 구역을 꾸리는데, 개별 게임을 늘어놓는 대신 생태계 전체를 보여주겠다는 구상이다. 온라인 자체 쇼케이스도 준비한다. 기업 간 거래 쪽에서는 비즈니스 라운지를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넓히고, 기존 최소 참가 단위보다 작은 0.5부스 규모를 새로 만들어 참가 부담을 낮췄다.
물론 숙제는 남아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전시회의 본질이 게임인데 국내 주요 게임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왔다. 공개된 일반 관람객 대상 참가사 명단에는 중국 게임사가 상당수이고 규모 있는 국내 게임사는 한 곳뿐이었다. 조직위는 비밀유지 계약이 풀리지 않은 기업이 명단에서 빠졌을 뿐이라고 설명하면서, 대형 게임사들이 지금 내보일 신작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덧붙였다. 위원장은 하드웨어로 해외 대형 게임쇼와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외연 확장과 자체 콘텐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실장은 해외 사례도 들었다. 어떤 대형 게임쇼는 전시관 하나를 통째로 영상 스트리밍 구역으로 쓰기도 하고, 어떤 통신 전시회는 지난해 대부분의 콘텐츠가 자동차였다는 것이다. 같은 도시에서 8월 14일부터 사흘간 열린 인디 게임 축제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보인다. 한 게임 플랫폼이 골드 스폰서로 참가해 입점 개발사와 배급사의 오프라인 부스 운영을 지원했고, 행사 뒤에도 2주가량 온라인 협업 페이지를 운영해 출품작 70여 개의 체험판을 무료로 제공하며 정식 출시작에는 할인 쿠폰을 붙였다. 관람객 평가단이 뽑는 선정 부문도 함께 굴러간다. 전시가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창구를 만든다는 점에서 큰 행사와 작은 행사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사례에서 지역 축제가 가져올 것은 게임이 아니라 구조다. 첫째, 참가사 의존도를 세어 볼 것. 우리 축제의 프로그램 가운데 몇 퍼센트가 외부 참가자가 무엇을 갖고 오느냐에 따라 결정되는가. 그 비율이 높으면 좋은 해와 나쁜 해가 우리 손을 떠나 있다는 뜻이다. 둘째, 자체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 것. 조직이 직접 기획하고 매년 반복하는 프로그램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것이 축제의 성격을 정한다. 셋째, 참가 단위를 쪼갤 것. 0.5부스라는 발상은 작은 사업자를 새로 끌어들이는 가장 값싼 방법이다. 지역 축제의 부스 참가비도 반 칸 단위나 하루 단위로 쪼갤 수 있다. 넷째, 행사장 밖으로 나갈 것. 역과 터미널과 시내 상권에 환영 공간을 두고 지역 교통과 묶는 방식은 예산 대비 체감 효과가 크다. 다섯째, 폐막 뒤 2주를 설계할 것. 온라인 페이지를 남겨 체험판이나 할인이나 후기를 이어 가면 축제는 사흘이 아니라 3주가 된다. 전시회의 축제화라는 이 방향이 다른 지역 산업 전시회로 번지기까지는 12~18개월, 지역 축제의 참가 단위 세분화가 일반화되기까지는 6~12개월로 본다.
무엇을 후원으로 셈하고 누구를 바이어로 셈할 것인가 — 한국이 같은 주에 두 개의 자격 요건을 손봤다
8월 14일, 문화예술후원 인증의 올해 접수가 8월 31일까지라는 안내가 나왔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일정이 아니라 인정 범위다. 문화예술후원의 성과는 사회공헌 목적의 기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문장이 안내의 첫 줄에 있다. 고객이나 거래처에 공연과 전시 관람 기회를 제공한 활동, 문화예술 축제를 후원한 활동, 임직원을 위한 문화 향유 프로그램까지 기업과 기관의 후원 실적으로 인정된다. 2015년에 도입된 이 제도는 후원자와 현장을 잇는 전문성을 갖춘 단체를 매개단체로, 모범적인 후원 활동과 성과를 쌓은 기업과 기관을 우수기관으로 인증하며 유효기간은 3년이다. 심사에서는 직접 기부뿐 아니라 기업의 마케팅이나 경영 전략과 연계된 지원 활동까지 폭넓게 본다. 2025년 말 기준 유효한 인증은 모두 80곳으로 매개단체 15곳과 우수기관 65곳이다. 인증에는 인증서와 현판, 대외 홍보에 쓸 수 있는 인증마크가 따라오고, 매개단체에는 매개사업 보조금이, 우수기관 가운데 중소·중견기업에는 금융기관 금리 우대가 붙는다. 유관 기관의 다른 인증사업에 신청할 때 가점도 받는다. 인증 수여식은 11월 10일에 열리는 메세나 행사와 함께 연다.
같은 주에 공개된 다른 소식은 바이어 쪽 자격 요건을 좁혔다. 11월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국내 행사 산업의 국제인증 전시회가 올해 해외 바이어를 '향후 3년 이내에 한국에서 행사를 열 구체적 계획이 있는 기업·기관'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의사결정 권한과 과거 행사 실적도 함께 본다. 국내 바이어는 의학·과학·기술·산업·교육 분야의 협회와 학회처럼 실제 행사를 여는 주최 기관으로 구성한다. 사전 매칭 시스템으로 바이어와 셀러를 연결하며, 주최 측은 상담 건수보다 실제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올해 신설되는 부문도 눈에 띈다. 전시장 안에 기술 기업 구역을 따로 두고 인공지능 기반 솔루션 기업을 시상하는데, 심사 기준은 혁신성과 현장 적용 가능성과 산업 확장성이다. 컨퍼런스에서는 한국·중국·일본 3국 협회가 민간 차원에서 함께 운영하는 포럼이 두 번째로 열리고 올해 주제는 스포츠 분야다. 협회장은 엄격하게 선발한 해외 바이어와 다양해진 국내 바이어를 바탕으로 상담의 양보다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두 소식은 분야가 다르지만 같은 일을 하고 있다. 무엇을 성과로 셈할 것인가의 정의를 손보는 일이다. 후원 인증은 셈의 범위를 넓혔다. 현금 기부만 후원이라고 보면 기업이 축제에 관람권을 사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한 활동은 장부에 남지 않는데, 그 범위를 넓히면 축제 쪽에서 제안할 수 있는 형태가 여러 개가 된다. 전시회는 반대로 셈의 범위를 좁혔다. 상담 건수를 성과로 세면 숫자는 늘지만 계약은 늘지 않기 때문이다. 넓히는 쪽과 좁히는 쪽이 서로 반대로 보이지만 목적은 같다. 지금까지 세던 숫자가 실제 결과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양쪽에 공통으로 깔려 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지역 축제 실무자가 이 두 소식에서 당장 쓸 수 있는 것은 제안서의 문장이다. 첫째, 후원 제안서에 '이 활동이 문화예술후원 실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안내를 한 줄 넣을 것. 기업의 담당자에게는 예산을 승인받을 명분이 필요하고, 인증 제도는 그 명분의 가장 구체적인 형태다. 둘째, 후원의 형태를 현금 외에 두세 가지로 늘려 제안할 것. 직원 단체 관람, 거래처 초청, 사내 프로그램 연계는 현금보다 결재가 빨리 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접수 마감을 축제 일정표에 넣을 것. 올해 접수는 8월 31일에 닫히고, 이런 일정은 대개 축제 준비의 가장 바쁜 시기와 겹쳐 놓친다. 넷째, 우리 축제에도 '바이어 자격'을 정의해 볼 것. 부스를 파는 축제라면 참가 신청서에 '지난해 매출'이나 '향후 계획' 같은 항목을 넣는 것만으로 참가자 구성이 달라진다. 다섯째, 결과 보고서의 성과 항목을 상담 건수에서 실제 성사 건수로 바꿔 볼 것.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두려워하면 그 보고서는 영원히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이 인정 기준의 변화가 지역 축제의 후원 제안 실무에 자리 잡기까지는 6~12개월, 기초자치단체 축제 결과 보고 서식이 바뀌기까지는 18~24개월로 본다.
곧 우리에게 올 것
이번 주 다른 나라와 우리 지역에서 함께 눈에 띈 짧은 소식들이다. 아직 흐름이라고 부르기에는 이르지만, 한국 축제 현장에 닿을 때까지의 거리가 저마다 다르다.
콜롬비아 — 25년 된 영화제가 18개 도시를 돌고, 재난 앞에서 개최를 알리는 방식
프랑스 영화제가 9월 23일부터 10월 7일까지 콜롬비아 18개 도시를 돌며 40편 넘는 작품을 상영한다. 25년째다. 눈에 띄는 것은 개최 소식을 전한 매체의 첫 문단이다. 지진으로 인명과 구조물 피해가 집계되고 구조 작업이 이어지는 상황이라는 것을 먼저 적고, 몇 주 안에 일상이 제 궤도를 되찾기를 바라며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의 애도를 존중하면서 이 행사를 알린다고 썼다. 재난 지역이 포함된 일부 도시는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는 단서도 함께 달았다. 축제를 취소할 것인가 열 것인가라는 이분법 대신, 여는 이유를 밝히고 조정 가능성을 함께 공지하는 방식이다. 한 도시의 재난이 다른 도시의 축제 일정에 곧바로 영향을 주는 구조는 한국에서도 이미 익숙하다. 이런 문안이 지역 축제의 공지 서식에 자리 잡기까지는 6~12개월쯤으로 본다.
미국 — 15년 된 영화제가 '시장 바깥의 생태계'를 자기 성과로 내세운다
필라델피아에서 8월 6일부터 9일까지 열린 한 영화제가 15주년을 맞아 91편을 상영했다. 이 영화제가 내건 말은 해방을 위한 영화이고, 그 말이 상영작뿐 아니라 부대 프로그램에도 배어 있다. 1935년 이탈리아의 침공에 맞선 에티오피아의 저항을 다룬 다섯 부작 다큐멘터리, 포르투갈 식민 지배에 맞선 인도와 아프리카 자유 투쟁의 유산을 다룬 작품, 1940년대에 녹음된 노예제 생존자 인터뷰를 흑인 디아스포라의 기록 영상과 엮은 작품이 함께 걸렸다. 매체가 짚은 대목은 이 영화제가 상영 편수가 아니라 시장 바깥에서 독립·실험 영화 노동자와 예술가와 작가를 위한 생태계를 짓는 실천을 자기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의 정치성보다 성과를 정의하는 방식이 참고할 지점이고, 한국 독립 영화제 논의에 닿기까지 12~18개월쯤 남았다.
영국 — 두 달짜리 대형 축제 안에 하루짜리 작은 축제를 심는 편성
여름 내내 이어지는 영국의 대형 클래식 축제에서 하루 공연 하나가 통째로 이탈리아 음악으로 채워졌다. 매체는 이 회차를 축제 안의 작은 이탈리아 축제라고 불렀다. 눈에 띄는 것은 편성의 내용이다. 1920년대 중반에 쓰인 한 작곡가의 대표작이 작곡 100년 만에 이 축제에서 처음 연주됐다. 100년 동안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그 작곡가의 음악이 얼마나 저평가돼 왔는지를 보여 준다고 매체는 적었다. 이날 무대는 예정된 테너가 갑자기 나서지 못해 다른 테너가 짧은 통보를 받고 대신 올랐는데, 훌륭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긴 축제 안에 하나의 주제로 묶은 하루를 심고 그 하루에 초연을 배치하는 편성은 예산을 늘리지 않고 화제를 만드는 방법이다. 이런 편성이 한국의 장기 축제에 나타나기까지는 12~18개월로 본다.
프랑스 — 정치 상황이 어려운 해에 축제가 프로그램으로 답하는 법
프랑스 동북부의 한 희곡 축제가 올해도 열린다. 예술감독은 문화 부문을 무겁게 누르는 정치·사회 상황을 먼저 언급한 뒤, 국경 없는 말과 우리의 시선을 흔들고 새로 만드는 글쓰기를 찾아내 무대에 올리는 것이 이 행사의 임무라고 밝혔다. 올해는 세르비아·크로아티아·벨기에·카탈루냐의 젊은 극작가 세대에 초점을 맞췄고, 세르비아와 카탈루냐 작가의 텍스트는 축제가 직접 번역을 의뢰했다. 사회의 인공화, 과잉연결, 지구 파괴, 농민의 미래, 무력 충돌 같은 주제를 프랑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독일·러시아·호주·퀘벡의 작가들이 다룬다. 어려운 해에 규모를 줄이는 대신 번역을 의뢰해 새 작가를 들이는 선택이 눈에 띈다. 번역 발주를 축제 예산 항목으로 세우는 방식이 한국 공연 축제에 닿기까지는 18~24개월로 본다.
이탈리아 — 세 마을을 옮겨 다니는 미식 축제
이탈리아 아펜니노 산지의 세 마을에서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미식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의 특징은 한곳에 머물지 않고 순회한다는 점이다. 같은 주 안에서 장소를 옮겨 가며 열리고, 지역의 오래된 식당 한 곳이 운영을 함께 맡는다. 프로그램에는 초청 셰프들의 만찬과 숲과 강변에서의 식재료 채집, 장인들의 피자와 젤라토와 칵테일, 교육 워크숍, 음악, 어린이 프로그램이 들어 있고, 한 이탈리아 영화의 50주년을 기념하는 만찬도 포함됐다. 작은 마을 하나로는 사흘을 채우기 어렵지만 셋을 묶으면 가능해진다는 계산이고, 방문객은 이동하면서 세 마을의 상권을 모두 지나간다. 인구가 적은 기초자치단체가 인접 마을과 축제를 나눠 여는 방식은 한국에서도 6~12개월 안에 시도될 만하다.
호주 — 3주짜리 도시 축제가 관객에게 '고르는 법'을 먼저 준다
브리즈번의 도시 축제가 9월 4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공연과 부대 행사와 전시가 도시 전체에 흩어지는데, 지역 매체는 이 방대한 편성을 그대로 소개하는 대신 꼭 봐야 할 12개를 골라 안내했다. 세계 초연 연극, 오래 사랑받은 동네 잔치, 롤러더비, 빛 축제, 그리고 개막을 알리는 강변 불꽃 행사가 그 안에 들어간다. 축제가 공식 프로그램북을 내는 것과 별개로, 매체가 관객 대신 골라 주는 지면이 만들어진다는 점이 눈에 띈다. 프로그램이 많아질수록 관객이 겪는 어려움은 정보 부족이 아니라 선택 과부하이고, 이때 필요한 것은 홍보가 아니라 편집이다. 한국의 대형 지역 축제도 언론과의 관계를 노출 요청이 아니라 편집 협업으로 옮길 여지가 있고, 그 전환은 6~12개월 안에 시도할 수 있다.
남아공 — 축제가 지역 음악 교육 사업의 재원과 무대가 된다
서케이프 남쪽 끝 프린스앨버트에서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음악·예술 축제가 두 번째로 열린다. 비올라 연주자가 창설한 이 축제는 첫해의 성과를 바탕으로 실내악을 넘어 여러 장르와 예술 분야로 범위를 넓혔다. 설계의 핵심은 축제와 교육 사업이 한 몸이라는 데 있다. 이 축제는 지역 학교 100명 넘는 아이들에게 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를 가르치는 현악 교육 사업을 지원하고, 올해는 공연과 워크숍과 나란히 서기 프로그램을 통해 250명 넘는 청소년 연주자를 무대에 올린다. 창설자는 이 축제가 예술적 탁월함에 뿌리를 두면서 동시에 기회와 교육과 연결에 뿌리를 둔다고 말했다. 축제 사흘과 1년치 교육을 하나의 사업으로 묶는 구조는 한국 지역 축제에 6~12개월 안에 옮겨 볼 만하다.
스페인 — 성수기 해변 마을이 나흘짜리 푸드트럭 축제를 여름 일정에 끼워 넣는다
카디스의 해안 마을 코닐데라프론테라에서 8월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 동안 푸드트럭 축제가 열린다. 마을 공원 하나를 통째로 쓰고, 아레파와 타코와 햄버거와 바오와 핫도그와 엠파나다와 풀드포크처럼 여러 나라의 길거리 음식이 모인다. 눈여겨볼 것은 편성 의도다. 이 행사는 8월에 이 마을과 인근 해안에 머무는 많은 방문객과 주민을 동시에 겨냥해 여름 프로그램에 얹혔고, 음식만이 아니라 공연과 어린이 프로그램과 놀이 활동을 매일 함께 돌린다. 성수기에 이미 사람이 와 있는 곳에서 체류 시간과 저녁 소비를 붙잡는 방식이다. 한국의 해수욕장과 계곡 상권에서도 같은 계산이 가능하고, 이런 편성은 6~12개월 안에 늘어날 것으로 본다.
필리핀 — 성공한 축제가 두 번째 브랜드를 만들어 다른 결의 관객을 부른다
마닐라 남쪽 필린베스트시티 행사장에서 11월 28일 하루짜리 어쿠스틱 음악 축제가 열린다. 주최는 이미 대형 음악 축제를 만들어 온 팀이고, 이번이 두 번째 브랜드다. 같은 팀이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결의 행사를 여는 셈인데, 이 축제는 자국 대중음악을 편성의 중심에 두고 편곡을 덜어 낸 친밀한 연주를 내세운다. 음식 구역과 말차 구역, 수공예 설치물, 커뮤니티 공간, 휴식 구역이 함께 배치되고, 연령 제한 없는 가족 행사로 안내된다. 입장권은 등급에 따라 1,150페소부터 3,400페소까지다. 한 팀이 큰 축제와 작은 축제를 함께 굴리면 인력과 장비와 협력사를 나눠 쓸 수 있고, 큰 축제에 오지 않는 관객을 따로 만난다. 이 방식이 한국의 축제 제작사에 자리 잡기까지는 12~18개월로 본다.
베트남 — 축제를 '기간'이 아니라 '계절'로 여는 실험
베트남 북부 산악 지역의 한 마을이 가을 축제를 8월 22일부터 11월 15일까지 연다. 사흘도 열흘도 아닌 석 달이다. 주제는 큰 산의 매력이고, 계단식 논의 수확기와 운해, 소수민족의 전통, 지역 특산물을 앞세운다. 다만 집중 프로그램은 9월 11일과 12일 이틀에 몰려 있다. 차 따기와 가공 체험, 지역 음식 프로그램, 전통 의상 공연 경연, 개막식, 달리기 대회, 첫 산악 등반 대회가 그 안에 들어간다. 개막식 아침에는 공예품과 농산물 전시가 함께 열리고 특산물은 실시간 방송으로도 소개된다. 석 달의 기간은 방문 가능한 창을 넓히는 표지이고, 이틀의 집중은 실제 운영 부담을 관리하는 장치다. 축제를 시즌으로 선언하고 핵심 이틀을 심는 이 이중 구조는 한국 농촌 축제에 6~12개월 안에 닿을 만하다.
베트남 — 국가 문화 행사가 '마을'이라는 형식을 고른다
하노이에서 10월 1일부터 4일까지 세계문화축제가 두 번째로 열린다. 주제는 유산의 만남과 미래의 형성이다. 편성에서 눈에 띄는 것은 협업의 방식이다. 베트남 전통 악기와 외국 성악가를 짝짓고, 베트남 작품을 외국 악기로 연주하며, 참가국의 독특한 악기를 서로 소개하는 자리를 둔다. 5대륙 콘서트와 거리 축제, 5대륙 음식, 영화 상영, 그리고 유산에서 창의를 퍼뜨린다는 주제의 체험 공간이 함께 열린다. 그런데 이 축제가 하이라이트로 내세운 것은 공연이 아니라 세계문화마을이다. 참가국별 전시관을 각국의 전통과 문화 특징으로 꾸미고, 베트남 공간에는 하노이의 공예품을 중심에 둔다. 무대 편성이 아니라 공간 편성을 축제의 얼굴로 삼는 방식이고, 한국의 국제 문화 행사에도 12~18개월 안에 참고될 만하다.
멕시코 — 20년째 축제가 매년 다른 지역을 '초청 주'로 불러들인다
칸쿤 인근 테마파크에서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죽음의 날을 다루는 축제가 스무 번째로 열린다. 나흘 동안 음악과 미식과 예술과 전통이 이어지는데, 운영 구조에서 눈여겨볼 것은 초청 주 제도다. 올해는 내륙의 한 주가 초청 지역으로 참여해 그 지역의 조리법과 공예와 음악을 관객에게 소개한다. 축제의 주제는 20년째 동일하지만 매년 다른 지역이 들어와 프로그램의 일부를 새로 채우는 셈이다. 이 축제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명절을 다루는 만큼 기억과 전통을 중심에 두고, 제단과 봉헌물과 전시와 주제별 투어를 함께 편성한다. 지역의 전통 요리사와 공예가를 20년간 축적해 온 것도 자산이다. 매년 다른 지역을 초청해 프로그램을 갱신하는 방식은 한국의 장수 축제가 6~12개월 안에 바로 시도할 수 있는 구조다.
미국 — 라인업보다 날짜를 먼저 파는 순회 축제
여러 도시를 도는 미국의 한 순회 음악 축제가 2027년 1차 일정과 개최지를 발표했다. 4월 탬파를 시작으로 초여름까지 애틀랜타와 콜럼버스와 세인트폴이 이어지고, 추가 도시는 올해 안에 발표한다. 눈여겨볼 것은 순서다. 출연진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 입장권 판매는 8월 19일 오전 10시에 시작하고, 사전 등록자에게는 하루 먼저 살 기회를 준다. 라인업이 아니라 날짜와 도시와 브랜드에 대한 신뢰로 먼저 파는 방식이다. 올해 시즌은 아직 진행 중인데 첫 일곱 개 주말에만 16만 명 가까이가 다녀갔고 여섯 개 개최지가 남아 있다. 공동창업자는 2027년에 각 도시에 그 어느 때보다 크게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다년 순회 구조를 갖춘 국내 축제 브랜드가 같은 방식으로 다음 해 일정을 선판매하기까지는 12~18개월쯤 남았다.
콜롬비아 — 무료 공연 70회를 도시의 36개 극장에 흩는 방식
보고타에서 8월 23일까지 연극·서커스 축제가 21회째로 열린다. 규모가 아니라 배치가 눈에 띈다. 70회가 넘는 공연이 모두 무료이고, 한 곳에 모으지 않고 도시 전역의 서로 다른 자치구에 있는 36개 공연 공간에 흩어 배치했다. 대형 시립 극장과 야외 무대, 그리고 시가 협약을 맺은 민간 극장 회로가 그 안에 들어간다. 약 300명의 예술가와 45개 단체가 참여하고, 프로그램에는 개막작과 다른 도시에서 초청한 단체의 무대, 아홉 편의 대학 작품, 여섯 회의 구술 이야기 공연이 포함된다. 표어는 당신에게 맞춘 것이다. 축제를 한 장소에 모으면 운영은 쉬워지지만 관객은 오는 사람만 온다. 도시의 기존 극장 회로를 축제 기간의 공동 인프라로 쓰는 이 방식은 한국 광역 도시의 공연 축제에 12~18개월 안에 참고될 만하다.
미국 — 행사 산업이 정부를 설득할 '공용 자료집'을 3판까지 갱신했다
세계 행사 산업 단체들의 협의체가 글로벌 매니페스토 3판을 냈다. 이 문서의 용도가 분명하다. 정부와 목적지 기관과 공직자를 상대로 행사 산업의 가치를 설명해야 하는 실무자에게 최신 데이터와 사례를 제공하는 것이다. 3판은 행사 산업 협의회가 올해 낸 세계 경제 기여도 연구의 수치를 반영했다. 산업 단체가 개별 회원사 대신 공용 설득 자료를 만들어 갱신한다는 구조가 참고할 지점이다. 한국의 축제 현장에서 예산 심의나 의회 설명에 쓰이는 자료는 대개 각자가 각자의 축제 숫자로 만든다. 산업 전체의 기여도를 담은 공용 자료집이 있으면 개별 축제의 설명이 그 위에 얹힌다. 이런 공용 자료집이 국내 축제 분야에서 만들어지기까지는 18~24개월쯤으로 본다.
일본 — 두 달짜리 사진 축제가 커피 축제를 하루 얹어 다른 관객을 부른다
나가노현 미요타초의 복합문화시설을 주 회장으로, 일본 최대 규모의 야외형 사진 축제가 8월 1일부터 9월 27일까지 열리고 있다. 2018년부터 이어진 국제 사진 축제로, 국내외 작품을 아사마산 기슭의 자연과 조용한 건물 공간에 함께 건다. 올해 주제는 이미지의 그 후다. 사진이 셔터가 눌린 순간만이 아니라 보이고 공유되고 기억되면서 그 뒤의 시간 속에서 의미를 계속 갱신하는 존재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눈에 띄는 것은 회기 중 9월 26일에 붙는 하루짜리 스핀오프다. 나가노 각지에서 열려 온 커피 축제가 이 사진 축제의 주 회장으로 들어와 자가배전 커피를 낸다. 사진 축제의 유료 관람권과 커피 축제의 한정 디자인 머그컵을 묶은 표도 판다. 긴 회기의 중간에 다른 장르의 하루를 심어 관객층을 갈아 끼우는 방식은 한국의 장기 전시형 축제에 6~12개월 안에 옮겨 볼 만하다.
일본 — 도시형 축제가 '사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을 축제의 한 축으로 세운다
예술과 음악과 음식과 패션이 교차하는 도시형 축제가 10월 9일부터 12일까지 도쿄 덴노즈 운하 일대에서 열린다. 이번에 공개된 것은 축제 안에 들어가는 마켓의 구성이다. 현대적 장인정신을 개념으로 내걸고, 일본 각지의 미의식과 전통 기술과 지역의 개성을 지금의 감각으로 다시 편집해 손에 들고 돌아갈 수 있게 만든다는 설계다. 예술 상품과 공예, 식음료 세 갈래에서 80개가 넘는 창작자와 브랜드와 상점이 모이고 행사 한정 상품도 나온다. 지난해 처음 만든 공예 구역에는 전국에서 30개 넘는 상점이 들어오고, 올해 새로 만드는 콘셉트숍 구역에서는 상품만이 아니라 출점자 각자의 세계관 자체를 공간으로 체험하게 한다. 축제의 기억을 물건으로 가져가게 하는 이 구조는 한국의 도시형 예술 축제에 12~18개월 안에 닿을 만하다.
싱가포르 — 목표치를 80% 가까이 넘긴 나라가 다음 목표를 2030년으로 옮겨 잡는다
말레이시아의 비즈니스 행사 산업이 2025년 목표를 크게 넘겼다. 국제 참가자 수가 기대치를 79.9% 웃돌아 86만 7,000명을 넘겼고, 애초 목표는 48만 2,000명이었다. 이 나라는 2030년까지 아시아의 상위 다섯 개 비즈니스 행사 목적지 안에 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속도를 올리는 중이다. 목표 초과 자체보다 눈여겨볼 것은 목표를 세우고 공개하고 결과를 대조해 발표하는 순환이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한국의 광역 지자체 대부분은 행사 유치 목표를 세우지만 그 목표 대비 실적을 같은 형식으로 공개하지는 않는다. 목표와 실적을 같은 단위로 매년 공표하는 관행이 국내 광역 단위에 자리 잡기까지는 12~18개월쯤으로 본다.
한국 — 목적지를 바꾼 인도 기업, 9월 한 달에만 2,000명
9월 한 달에 인도 기업 임직원 약 2,000명이 포상 여행으로 한국을 찾는다. 한 글로벌 웰니스 기업의 임직원 약 1,400명이 9월 6일부터 11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서울과 강원도를 방문하고, 한 도료 기업의 임직원 465명이 9월 1일부터 7일까지 서울과 경기도를 찾는다. 뒤쪽 단체는 애초 300명 규모였는데 사전 답사 뒤 465명으로 늘었다. 눈여겨볼 것은 유치 과정이다. 기업 포상 여행은 국제회의처럼 공개 입찰로 개최지를 정하지 않고 기업 내부에서 목적지를 고른다. 뉴델리 지사가 2~3년 전부터 접점을 이어 왔고, 다른 나라를 유력하게 검토하던 기업이 현지 사정으로 계획을 바꾸자 한국에서 사전 답사를 하도록 제안했다. 1차 답사 뒤 숙박 협의가 막혀 다른 목적지가 다시 검토되기도 했지만 다른 5성급 호텔을 연결해 2차 답사를 진행한 끝에 확정됐다. 포상 여행객의 1인당 소비액은 2,710달러로 일반 방한객의 1,801달러보다 약 1.5배 많다. 3분기까지 유치·지원 규모는 4,0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9% 늘 전망이다.
한국 — 기초자치단체 재단이 11년째 굴린 클래식 축제의 누적 숫자
마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클래식 축제가 올해 11회를 맞아 6월부터 12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주제는 피아노이고, 독주와 듀오, 네 손과 여섯 손 연주를 거쳐 성악과 실내악, 70인조 오케스트라까지 범위를 넓힌다. 데뷔 70주년을 맞은 원로 피아니스트의 리사이틀과 해외 연주자, 그해의 상주 아티스트, 성악과 현악 실내악 무대가 한 축제 안에 배치된다. 여기서 실무자가 볼 숫자는 편성이 아니라 누적이다. 지난 10년간 600여 회 공연에 약 9,000명의 예술가가 참여했고 누적 관객은 70만 명을 넘었다. 기초자치단체 재단이 하나의 축제를 10년 넘게 이어 갈 때 어떤 규모의 자산이 쌓이는지를 보여 주는 수치다. 축제의 성과를 회차별 관객 수가 아니라 10년 누계로 제시하는 방식은 다른 지역 재단에도 6~12개월 안에 번질 만하다.
한국 — 25회째 축제의 추진 계획을 위원회가 개막 한 달 전에 심의한다
경산시가 8월 12일 시청에서 올해 첫 축제추진위원회를 열고 9월 19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지역 대표 축제의 추진 계획을 심의했다. 위원과 시 문화관광과, 문화관광재단 축제관광팀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논의된 항목이 실무적이다. 지역의 상징성을 살린 차별화된 콘텐츠 발굴, 시민과 관광객의 참여 확대, 지역 상권과의 연계, 방문객 편의와 안전 관리다. 올해로 25회를 맞는 만큼 축적된 역사성을 바탕으로 축제 정체성을 강화하고 체류 시간을 늘릴 콘텐츠를 계속 발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눈여겨볼 것은 시점이다. 개막 약 한 달 전에 열리는 심의는 계획을 바꾸기에는 늦고 확인하기에는 이른 자리가 되기 쉽다. 위원회를 연 2회로 나눠 상반기에 방향을, 개막 전에 점검을 다루는 구조로 옮기는 지자체가 6~12개월 안에 늘 것으로 본다.
한국 — 축제가 끝난 뒤 푸드트럭 운영자를 불러 앉힌 자치단체
부천시가 8월 5일 시민 소통 프로그램을 통해 봄꽃축제와 여름 치맥축제에 참여했던 푸드트럭 운영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관내 푸드트럭의 축제 참여 기회 확대, 축제 홍보 강화, 운영 시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시는 제안된 의견을 관련 부서와 검토해 향후 축제 운영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규모는 작지만 구조가 중요하다. 축제의 먹거리 운영은 대개 공고와 선정과 정산으로 끝나고, 운영자가 현장에서 겪은 문제는 다음 해 공고문에 반영되지 않는다. 축제가 끝난 뒤 참여 사업자를 다시 불러 의견을 듣는 자리를 정례화하면 그 의견이 다음 해 공고문의 조항이 된다. 운영 시간 연장 같은 요구는 관객 체류 시간과 직결되므로 축제 쪽에도 이익이다. 이런 사후 간담회가 기초자치단체 축제 실무의 기본 절차가 되기까지는 6~12개월로 본다.
편집장의 글
① 축제의 질문이 '누가 만드는가'에서 '누가 이어받는가'로 옮겨 갔다
이번 호에 실린 소식들은 장르도 나라도 규모도 다르지만 한 줄로 꿰인다. 축제를 만드는 이야기가 아니라 축제를 넘겨주는 이야기다. 도쿄만의 새 동네에서 자치회장이 하는 일은 본오도리를 여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없어도 본오도리가 열리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포스터를 언제 외주로 넘겼는지, 신청 마감이 언제인지, 작업을 어떻게 쪼개야 하는지를 남긴다. 고치의 상점가에서 50년째 병풍을 거는 축제는 소장가와 상점주와 상공회를 하나의 위원회에 묶고 상품 판매 수익을 작품 보전으로 되돌린다. 히우의 축제는 자기 운영을 12시간짜리 커리큘럼으로 만들어 4,500명에게 팔았고, 상파울루의 운영사 대표는 이력서 대신 상황 대처 능력을 첫 번째 필터로 삼는다고 썼다. 남아공의 작은 축제는 사흘의 무대와 1년치 음악 교육을 하나의 사업으로 묶었다. 이 다섯 가지는 서로 다른 처방처럼 보이지만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 자리를 다음에 누가 맡는가, 그리고 그 사람이 읽으면 바로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되어 있는가. 한국 축제 현장에서 이 질문은 대개 담당 공무원이 바뀌는 순간에야 뒤늦게 등장한다. 그때는 이미 노하우가 사람과 함께 떠난 뒤다.
② 관객의 주의력이 짧아지자 축제가 가진 것이 오히려 귀해졌다
상파울루에서 나온 숫자 하나가 이번 호 전체를 다시 읽게 만든다. 사람이 한 화면에 머무는 평균 시간이 47초다. 2004년에는 2분 30초였다. 전 세계가 광고에 연 1조 2,000억 달러를 쓰는데 최근 1년의 광고를 하나라도 기억하는 사람은 절반이 되지 않는다. 이 조건에서 축제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가 선명해진다. 축제는 사람이 자기 발로 와서 몇 시간을 머무는 몇 안 남은 자리다. 그래서 같은 행사장에서 나온 다른 문장이 중요하다. 좋은 경험은 관객을 중단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와 있는 사람을 초대하는 것이다. 브랜드가 다투는 것은 주의력의 자리가 아니라 참여의 허락이라는 정리도 같은 말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면 이번 호의 다른 소식들이 같은 문장으로 읽힌다. 영국 요양원이 입주자를 매대 주인으로 앉힌 것도, 도쿄의 새 동네가 주민 출점료를 0원으로 한 것도, 부천이 푸드트럭 운영자를 다시 불러 앉힌 것도 모두 관객을 손님에서 참여자로 옮기는 일이다. 반대로 도쿄의 신사에서 69세가 사람에 막혀 마지막 곡을 기다리지 못하고 돌아온 장면은, 초대장을 보내 놓고 문턱을 낮추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를 보여 준다. 초대와 문턱은 한 쌍이다.
③ 한국 축제를 향해 — 가을 개막 전 두 주 안에 할 수 있는 다섯 가지
가을 축제 준비가 한창일 시기다. 이번 호의 사례에서 지금 당장, 예산 없이, 두 주 안에 끝낼 수 있는 것만 골라 다섯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준비 일정을 작업 분해 구조로 쪼개 공유 문서에 남길 것. 포스터 외주 시점, 신청 마감, 인허가 제출 기한처럼 매년 반복되는 항목부터 적으면 된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남는 문서 한 장이 내년 예산보다 값지다. 둘째, 협찬 제안서의 첫 장을 노출 수치에서 관객의 행동으로 바꿀 것. 우리 관객이 이미 하고 있는 세 가지 행동을 적고, 브랜드가 그중 무엇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지를 묻는 문서로 만들면 대화의 성격이 달라진다. 셋째, 후원 제안에 문화예술후원 인증 안내를 한 줄 넣을 것. 올해 접수는 8월 31일에 닫히고, 관람 기회 제공과 축제 후원도 실적으로 인정된다. 담당자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이 아니라 결재 명분이다. 넷째, 축제장의 배터리 총량을 한 번 세고 안전 계획서의 화재 항목을 고쳐 쓸 것. 매대 이동식 전원과 무선 장비, 운영진 충전기까지 세어 보면 지금 문서가 왜 부족한지 곧바로 보인다. 다섯째, 참여형 프로그램의 회차를 20분 이내로 끊고 회차 사이에 앉을 자리를 배치할 것. 고령 관객이 중간에 돌아가는 이유는 프로그램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숨이 차서다.
이 다섯 가지에는 공통점이 있다. 전부 예산이 아니라 문서와 배치의 문제이고, 전부 올해 안에 결과가 보인다. 올가을 축제가 끝나고 결과 보고서를 쓸 때, 관객 수 옆에 한 줄만 더 적어 보기를 권한다. 이 축제를 계기로 다음에 이어진 일이 무엇이었는지. 그 한 줄이 쌓이면 내년 예산 심의에서 할 이야기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