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핵심 — THIS WEEK POINT

  • 축제의 좌석에 값이 붙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국가 중요무형민속문화재인 아키타 니시모나이 본오도리의 관람 자리가 숙박·식사·해설을 묶은 최고 55만 엔짜리 상품이 됐고, 도쿄 고엔지 아와오도리는 중앙 연무장 특별 구획을 1인 6만 5천 엔에 판다. 발리에서는 재즈 축제가 본 행사에 앞서 리조트 해변에서 50만 루피아짜리 전야제를 열되 그 금액을 전액 식음 크레딧으로 돌려준다. 무료로 보던 거리를 유료 좌석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거리 옆에 다른 값의 자리를 하나 더 만드는 방식이다.
  • 축제가 프로그램보다 먼저 사람을 공모한다. 시드니 페스티벌은 2027년 1월 열흘짜리 현장 랩에 들어올 축제 제작자 여섯 명을 뽑는다. 그중 두 자리는 아시아태평양 몫이고 항공·숙박·일비가 지원되며 한국이 전략 우선국에 들어 있다. 자그레브의 30년 된 대안연극 축제는 2027년 5월 프로그램을 채울 사람을 지금 모으면서 교통비를 기차·버스·카풀에 우대해 지급한다고 적었다. 지원 조건 자체가 그 축제의 태도를 말한다.
  • 아프리카가 '행사'를 산업 정책의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잠비아는 올해 15개 국제 행사를 유치하며 빅토리아폴스 회랑을 계절 사파리에서 연중 비즈니스 이벤트 목적지로 다시 세우고 있고, 앙골라는 관광진흥원 부총국장이 "활동은 이미 많았지만 조율돼 있지 않았다"고 정리하며 국가 컨벤션 뷰로를 공식 출범시켰다. 아프리카 행사 시장은 2023년 166억 달러에서 2032년 656억 달러로 예상된다.
  • 한국에서는 축제의 '언제'가 정책 의제로 올라왔다. 부산에서는 8개 관광·행사 단체가 모여 10월에 몰린 축제를 사계절로 흩고 축제 캘린더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구미는 이미 끝난 라면축제의 메뉴를 파는 업소 12곳을 9~10월 두 달간 스탬프 코스로 묶었다. 하나는 축제를 흩는 일이고 하나는 축제를 늘리는 일인데, 둘 다 프로그램이 아니라 달력을 건드린다. 이런 접근이 한국 축제 실무의 기본값이 되기까지는 대체로 12~18개월쯤 걸린다.

이번 호 핵심 트렌드

관람석에 값이 붙었다 — 55만 엔짜리 본오도리와 6만 5천 엔짜리 아와오도리

아키타현 우고마치의 니시모나이 본오도리는 국가 중요무형민속문화재다. 그 축제의 메인 회장인 혼마치도리 한복판에, 지은 지 180년 된 상가를 고쳐 만든 숙박형 문화교류시설이 2025년 4월 문을 열었다. 모옥 한 채와 창고 네 동을 개조해 객실과 사우나와 공용 공간을 넣은 곳인데, 위치가 곧 상품이 됐다. 이 시설은 숙박객이 건물 안에서 특등석으로 축제를 보는 관람 상품을 만들었다. 첫해인 2025년에는 2층 VIP 자리에 숙박과 인근 프렌치 레스토랑의 지역 식재료 코스 요리, 그리고 축제에 대한 해설을 묶어 최고 50만 엔을 매겼고, 1층에는 뷔페형 식사를 곁들인 아래 등급 상품을 뒀다. 2년 차인 올해는 VIP를 55만 엔으로 올리고 아래 등급의 식사를 찬합 프렌치로 바꿨다. 두 상품 모두 창고를 개조한 사우나와 조식이 포함된다.

시작은 모방이었다. 시설 대표는 아오모리 네부타 마쓰리에서 100만 엔짜리 관람석이 만들어진 사례를 알게 된 것이 계기였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막힌 것은 기획이 아니라 판매였다. 예산이 한정된 상태에서 전통문화에 관심 있는 소수 표적에게 고단가 상품을 어떻게 전달할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첫해에는 축제 전문 여행상품 온라인 상점과 축제 관심층이 모인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팔았고, 2년 차에는 준비 기간을 앞당겨 여행사와 부유층 대상 유통 경로로 판로를 크게 넓혔다. 흥미로운 것은 여행사 쪽에서 상품 설명에 기획 지원사의 이름을 넣고 싶다고 요청했다는 대목이다. 축제 관람 상품에도 '누가 만들었는가'가 신용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같은 문법이 도쿄 한복판에서도 작동한다. 8월 29일 열리는 도쿄 고엔지 아와오도리에서는 중앙 연무장의 특별 구획 자리가 1인 6만 5천 엔(춤 기초를 배우는 사전 워크숍 포함)과 6만 엔(관람만)으로 팔린다. 값에는 관람석 이용료와 고엔지 지역색을 담은 도시락, 알코올을 포함한 음료, 운영비가 들어 있다. 오후 3시 워크숍부터 저녁 8시 종료까지 다섯 시간짜리 일정이고, 소수 한정이며, 구매 후 취소는 원칙적으로 환불되지 않는다. 안내는 일본어로만 이뤄지고 외국어 대응은 사전 문의가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값을 붙인 순간 취소 규정과 언어 안내와 정원이 따라 붙는다는 것, 즉 관람이 서비스 계약이 된다는 것을 이 짧은 안내문이 보여준다.

주목할 것은 지역의 반응이다. 50만 엔이라는 가격이 처음 나왔을 때 주민들 사이에서는 놀람이 컸다고 한다. 세련된 외관의 시설을 두고 "저기는 대체 어떤 호텔이냐"는 시선도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프리미엄 관람이 진행되는 광경을 바깥에서 보게 되면서 "저런 걸 목표로 하는 곳이구나"라는 이해로 서서히 바뀌었다는 것이 시설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용기를 낸 가격 설정이 결과적으로 주민들이 자기 축제의 가치를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정리했다. 현재 이 시설 숙박객의 약 15%가 해외 손님이고, 다음 목표는 진짜 전통문화를 찾아 특정 지점만 콕 집어 방문하는 해외 여행자층이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의 지역 축제에서 '유료 관람석'이라는 말은 대개 반발을 부른다. 세금으로 하는 축제에서 자리를 팔아도 되느냐는 질문이 먼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 두 사례가 실제로 판 것은 자리가 아니다. 니시모나이가 판 것은 잠자리와 저녁과 해설이 묶인 하루이고, 고엔지가 판 것은 도시락과 음료와 다섯 시간의 일정이다. 좌석은 그 묶음이 성립하게 만드는 위치일 뿐이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무료 관람 구역을 줄여 유료로 돌리면 반발이 정당하지만 없던 묶음을 새로 만들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우리 축제에서 관객이 이미 돈을 쓰고 있는 항목(식사·숙박·주차·기념품)을 세어 볼 것. 둘째, 그중 두세 개를 묶고 가장 좋은 관람 위치를 얹어 한 개 상품으로 만들되, 정원을 전체 관객의 1% 이내로 제한할 것. 셋째, 그 매출의 사용처를 사전에 공개할 것. 무료 구역의 그늘막이나 화장실처럼 모두에게 돌아가는 항목이면 반발이 지지로 바뀐다. 넷째, 취소·환불·정원·언어를 문서로 확정할 것. 이 문서가 없으면 첫해에 민원으로 끝난다. 다섯째, 파는 일을 축제 조직이 직접 하지 말고 여행사나 숙박업소에 유통을 맡길 것. 니시모나이의 2년 차 성과는 상품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파는 곳이 늘어서 나왔다. 한국에서 이런 상품이 지역 축제에 처음 등장하기까지는 12~18개월, 지자체 예산 심의에서 자연스러운 항목이 되기까지는 24개월쯤 걸린다고 본다.


축제가 프로그램보다 사람을 먼저 공모한다 — 시드니의 여섯 자리, 자그레브의 질문

시드니 페스티벌이 2027년 프로그램에 들어갈 사람을 지금 모집하고 있다. 뽑는 것은 작품이 아니라 축제를 만드는 사람이다. 선주민·흑인·유색인 정체성을 가진 축제 제작자, 큐레이터, 문화 매개자 여섯 명을 뽑아 2027년 1월 15일부터 25일까지 열흘간 시드니 페스티벌 51회 프로그램 한복판에 넣는다. 그 열흘 동안 마스터클래스와 라운드테이블, 워크숍이 이어지고 축제 전후로는 온라인 세션과 동료 간 교류가 붙는다. 여섯 자리 중 네 자리는 그레이터 시드니 몫이고 두 자리는 아시아태평양 몫이다. 참가자에게는 2,400 호주달러가 지급되고 호주 참가자에게는 퇴직연금이 별도로 적립된다. 국제 참가자의 항공과 숙박과 일비는 호주 예술지원기관이 부담하며, 그 기관의 전략 우선 국가 목록에 한국이 일본·대만·중국·홍콩·인도네시아·태국·싱가포르·인도·뉴질랜드와 함께 들어 있다.

이 공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격 요건의 문장이다. 스스로를 '리더'라고 부르지 않지만 이미 자기 공동체 안에서 비공식적으로, 스스로 정한 방식으로 이끌고 있는 사람. 기관 밖에서 일하거나 기존 리더십 프로그램에서 누락돼 온 사람. 실험적이거나 집단적이거나 지역 주도적이거나 학제 간인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 경력 연수나 소속 기관이나 대표작 목록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자격으로 삼았다는 뜻이다. 접근성 지원 항목도 같은 맥락이다. 수어 통역과 자막, 이동 지원, 문화적 절차를 참가자와 함께 설계하겠다고 적었다. 미리 정해 놓고 신청하라는 것이 아니라 뽑힌 사람에 맞춰 만들겠다는 순서다.

자그레브에서는 다른 질문이 나왔다. 국제 대안연극표현 축제 FAKI가 2027년 5월 25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30회 행사에 참여할 아티스트와 활동가, 연구자, 연극 비평가를 모집하고 있다. 축제 측은 30주년이 축제만의 기념일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조직의 30년, 즉 자기조직화와 집단 작업과 예술적 실험과 우정과 불화와 끈기와 생존의 30년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회고에 잠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 축하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묻기 위해 이 시점에 멈춰 선다고 밝혔다. 공모의 주제는 그래서 '축하'인데, 다루는 방식이 특이하다. 축하를 소재로 삼은 작업이 아니라 축하를 방법으로 삼은 작업, 즉 함께 만들고 나누고 겪는 방식으로서의 축하를 찾는다고 명시했다.

지원 내역을 읽으면 그 태도가 더 분명해진다. 교통비는 개인 200유로, 단체 500유로까지 지원하는데 버스와 기차와 카풀 같은 방식에 우선권을 준다고 적혀 있다. 숙소는 축제가 자리한 자율문화센터 내부의 공동 숙소이고 축제 기간 점심과 저녁은 비건 식단이다. 조명과 음향을 포함한 기본 기술 지원, 공연의 사진과 영상 기록, 축제 네트워크를 통한 홍보, 필요하면 리허설 공간이나 레지던시, 그리고 드라마투르그의 조언이나 피드백까지 목록에 있다. 출연료 항목은 없다. 대신 작업을 만들고 남기고 알리는 데 필요한 것들이 촘촘하게 나열돼 있다. 무엇을 지원하는지가 곧 그 축제가 무엇을 가치 있다고 보는지에 대한 진술이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 축제의 공모는 대부분 '작품 공모'와 '용역 공모' 두 종류다. 사람을 뽑아 축제 안에 넣고 그 사람이 다음 해에 무언가를 만들게 하는 형식은 드물다. 지역문화재단의 기획자 양성 과정이 있기는 하지만 대개 강의실에서 끝나고, 실제 축제의 편성 회의에 들어가지 않는다. 시드니가 한 것은 강의가 아니라 배치다. 열흘 동안 실제로 굴러가는 축제 한복판에 여섯 명을 앉히고, 그 축제의 예술감독과 큐레이터가 쓰는 판단의 언어를 곁에서 듣게 한 것이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우리 축제의 준비 과정 중 외부인이 들어와도 되는 회의를 두세 개 골라낼 것. 편성 회의, 안전 점검 회의, 정산 회의가 후보다. 둘째, 그 회의에 들어올 사람을 두 명만 공모하되 자격을 경력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로 쓸 것. 셋째, 사례비를 반드시 지급할 것. 무급 참관은 시간이 있는 사람만 걸러내는 장치다. 넷째, 아시아태평양 프로그램처럼 항공과 숙박이 지원되는 해외 공모를 우리 지역 기획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것. 시드니의 두 자리는 한국에서 신청할 수 있는 자리이고, 마감까지 남은 시간은 6개월 안쪽이다. 다섯째, 지원 내역 자체를 축제의 태도 표명으로 쓸 것. 자그레브가 교통비를 기차와 카풀에 우대한 것은 문장 하나로 축제의 성격을 말한 사례다. 이런 사람 중심 공모가 한국 지역 축제에 나타나기까지는 12~18개월쯤 걸린다고 보되, 해외 프로그램에 우리 기획자를 보내는 일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다.


"활동은 많았지만 조율돼 있지 않았다" — 아프리카 두 나라가 같은 달에 창구를 세웠다

잠비아가 올해 15개 국제 행사를 치른다. 아프리카마케팅연맹 콘퍼런스와 아프리카공급망 콘퍼런스가 그중에 들어 있다.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우연히 몰린 결과가 아니라 의도된 배치라는 점이다. 잠비아는 오랫동안 빅토리아폴스와 잠베지강과 사파리로 알려진 나라였고, 그 평판은 지금도 유효하다. 달라진 것은 그 평판 하나로 만족하지 않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국내 최대 항공사가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에서 루사카와 리빙스톤으로 직항을 운항하고 최근 몇 해 사이 마운과 빈트훅 같은 역내 노선을 새로 열면서, 대표단을 어떻게 데려오느냐는 오래된 반론이 대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사라졌다. 리빙스톤과 빅토리아폴스를 잇는 회랑은 계절에 따라 오르내리는 사파리 의존에서 벗어나 연중 운영되는 비즈니스 이벤트 목적지로 다시 자리를 잡는 중이다.

이 움직임의 배경에는 대륙 전체의 수치가 있다. 아프리카의 회의·인센티브·컨퍼런스·전시 시장은 2023년 166억 달러에서 2032년 656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17% 안팎의 성장률이다. 대륙 전반의 비즈니스 여행 수요는 약 40% 늘었고, 역내에서 사업하는 다국적기업의 48% 이상이 행사 관련 지출을 늘렸다. 가장 빠르게 자라는 부문은 인센티브 여행으로 연 17.2%다. 잠비아의 지리가 경쟁 자산이 되는 지점이 여기다. 인센티브 구매자들이 찾는 것은 또 하나의 호텔 연회장이 아니라 성과를 낸 팀이 이 년 뒤에도 이야기할 만한 경험이고, 빅토리아폴스와 남루앙과와 로어잠베지는 케이프타운에 방을 못 잡은 대표단을 위한 차선책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

경쟁 구도도 이미 움직이고 있다. 국제협회회의를 기준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115건으로 대륙 선두이며, 세계 100대 목적지에 정기적으로 이름을 올리는 아프리카 도시는 케이프타운과 마라케시와 키갈리뿐이다. 그 다음 층위를 두고는 나이로비와 아디스아바바와 아크라와 루사카가 동시에 자기 자리를 만들고 있고, 남아공조차 케이프타운 너머로 요하네스버그와 더반과 스텔렌보스와 츠와네의 파이프라인을 키우는 중이다. 지금 움직이는 목적지가 몫 이상을 가져가고 기다리는 쪽은 이미 자리가 찬 땅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 이 시장을 관찰한 업계 매체의 요약이다.

같은 달 앙골라에서는 더 앞선 단계의 결정이 나왔다. 앙골라관광진흥원의 부총국장은 자국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상당한 행사 활동이 있었다. 다만 조율돼 있지 않았다." 이 한 문장이 신흥 목적지의 출발점을 정확히 짚는다.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흩어져 있는 것을 한 창구로 모으는 일이다. 앙골라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국제 행사 산업 박람회에서 앙골라컨벤션뷰로를 공식 소개하며 행사 부문을 구조적으로 세우고 국제적으로 보이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인프라를 먼저 짓고 유치에 나서는 순서가 아니라, 창구를 먼저 만들어 지금 있는 것을 세는 순서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의 지역 도시들이 이 소식을 남의 일로 읽으면 손해다. 잠비아와 앙골라가 하는 일은 규모만 다를 뿐 한국 중소도시가 마주한 문제와 구조가 같다. 우리 도시에도 이미 학회와 산업 전시와 지역 축제와 기업 워크숍이 흩어져 열리고 있는데, 그것을 한자리에서 세는 창구가 없다. 그래서 도시가 얼마나 많은 행사를 치르고 있는지, 그 행사가 얼마를 남기는지를 아무도 말하지 못한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지난 3년간 우리 도시에서 열린 100명 이상 규모의 행사를 종류 불문하고 한 표에 모을 것. 학회, 전시, 축제, 기업 행사, 스포츠 대회를 다 넣는다. 대개 담당 부서가 달라 아무도 합쳐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 표를 만드는 것만으로 도시의 실제 규모가 드러난다. 둘째, 그 표에서 반복 개최되는 행사를 골라내 재유치 우선순위를 정할 것. 신규 유치보다 재유치가 다섯 배 싸다. 셋째, 접근성의 반론을 먼저 무력화할 것. 잠비아가 항공 노선을 앞세운 것처럼, 우리 도시는 KTX 소요 시간과 공항 셔틀과 주차 대수를 유치 자료의 첫 장에 놓아야 한다. 넷째, 계절 편중을 확인할 것. 특정 달에 몰려 있으면 그 자체가 유치 실패의 원인이다. 이런 통합 창구가 한국 중소도시에 자리 잡기까지는 12~18개월, 유치 성과로 나타나기까지는 24~36개월쯤 걸린다.


로고를 거는 시대는 끝났다 — 시카고의 급수대와 포르토체르보의 셔틀

시카고 그랜트파크에서 7월 30일부터 나흘간 열린 롤라팔루자는 170개 팀이 오르는 음악 축제이지만, 동시에 하루 11만 5천 명을 만나려는 브랜드들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 축제를 제작하는 회사의 체험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지금 브랜드가 처한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축제에서 팬이 브랜드에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은 시간과 주의라는 것이다. 관객은 하루 종일 수백 번의 작은 결정을 한다. 다른 무대로 갈지, 먹거리 구역에서 점심을 먹을지, 친구를 만나러 갈지. 그의 표현대로 최고의 브랜드 경험은 그 모든 순간과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래서 팬이 자기에게 시간을 쓰도록 스스로 벌어야 한다. 그는 한 문장으로 못 박았다. 축제에 로고만 세우던 시대는 끝났고, 팬은 브랜드가 경험 안에 그냥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올해 눈에 띈 사례들은 그 문장을 그대로 실행했다. 한 휴대폰 제조사는 축제 제작사와 함께 관람차를 세워 도시의 스카이라인과 축제장이 함께 보이는 자리를 무료로 태웠다. 이 회사의 북미 마케팅 책임자는 축제 마케팅이 중요한 이유를 문화가 살아나는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브랜딩만 들고 나타나기보다 축제 자체에 가치를 더하고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초대하는 데 집중한다고 밝혔다. 구강청결제 브랜드는 공식 스폰서로 들어와 제품을 강도별로 맛보게 하는 부스를 운영하고 자사 상징색으로 얼굴에 보석 장식을 붙여 줬으며, 별도로 무음 디스코를 열었다. 보온병 브랜드는 참 장식을 직접 만들고 레이저 각인을 새기는 자리를 마련하면서 그 옆에 급수대를 뒀다. 담당 부사장은 이 흐름을 일률적 경험에서 개인화로의 이동이라고 요약했다.

같은 주 이탈리아 사르데냐의 포르토체르보에서는 다른 형태의 문장이 나왔다. 중국 자동차 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8월 9일 호텔에서 열리는 예술·음악·패션·주얼리 축제의 스폰서이자 모빌리티 파트너로 들어갔다. 이 브랜드가 한 일은 행사장 안에 자사 고급 세단을 전시하는 것과, 전용 셔틀 서비스를 운영해 손님이 축제에 도착하는 경험 자체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2010년에 설립돼 2026년 유럽 시장에 처음 들어가는 이 브랜드에게 축제는 인지도를 쌓고 프리미엄이라는 위치를 설득하는 자리다. 같은 전략의 다른 축에서 이 브랜드는 세계적 배우를 글로벌 얼굴로 세웠고, 그 축제 무대에는 유명 팝 가수가 선다.

두 장면은 규모도 장르도 다르지만 같은 계산 위에 있다. 시카고의 브랜드들은 축제가 어차피 제공해야 하는 것을 대신 맡았다. 물, 그늘, 앉을 자리, 전망, 화장을 고칠 거울 같은 것들이다. 포르토체르보의 브랜드는 축제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것을 맡았다. 손님이 회장에 도착하기까지의 이동이다. 둘 다 축제의 운영 항목 하나를 떠맡은 것이고, 그 대가로 얻은 것은 노출이 아니라 관객이 그 앞에 머무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축제 쪽에도 남는다. 물을 마시게 하고 그늘에 앉게 하고 안전하게 데려오는 일은 원래 축제의 예산 항목이었기 때문이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 축제의 협찬 제안서는 아직도 대부분 노출 단가표다. 그런데 이 사례들이 말하는 것은 브랜드가 사고 싶은 것이 면적이 아니라 운영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한국 축제가 가진 유리한 조건이 하나 있다. 우리 축제는 대개 예산이 모자라고, 모자라는 항목이 정확히 브랜드가 맡고 싶어 하는 항목과 겹친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올해 축제에서 '있으면 좋은데 예산이 없어 못 한 것' 목록을 만들 것. 급수대, 그늘막, 유모차 보관, 충전소, 짐 보관, 셔틀이 대개 여기 들어간다. 둘째, 그 목록을 협찬 제안서의 첫 장에 놓고 단가표를 뒤로 보낼 것. 셋째, 각 항목마다 그 브랜드가 얻을 수 있는 것을 '접촉 시간'으로 환산해 적을 것. 급수대는 1인당 40초, 짐 보관은 왕복 두 번, 셔틀은 편도 12분 같은 식이다. 넷째, 브랜드 이름을 시설 이름에 넣는 것을 허용하되 안내 표지의 서체와 크기는 축제가 정할 것. 다섯째, 도착 동선처럼 축제가 통제하지 못하던 구간을 협찬 대상으로 새로 열 것. 포르토체르보의 셔틀이 그 예다. 이 방식으로 제안서를 다시 쓰는 데는 며칠이면 되고, 실제 계약으로 돌아오기까지는 6~12개월, 지역 축제 실무의 표준이 되기까지는 12~18개월쯤 걸린다고 본다.


세계 현장에서 온 단서

축제를 멈추는 결정은 누가, 몇 시간 안에 내리는가 — 칼리와 베를린

8월 10일 월요일 아침 콜롬비아에 강진이 났다. 그날 칼리 시청은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으로 페트로니오 알바레스 태평양음악축제의 중단을 알렸다. 30회째를 맞아 8월 12일부터 17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축제였다. 시청은 오늘 아침 지진으로 발생한 국가적 비상 상황과 피해를 입은 칼리의 가족들 앞에서 우리의 우선순위는 언제나 모두의 생명과 안전이라고 밝혔고, 시장의 지시에 따른 이 결정을 도시와 국가에 대한 책임 있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새 일정은 아직 없다. 축제 관련 어떤 결정도 구조 기관들이 상황을 평가하는 결과에 달려 있다는 것이 시청의 설명이다.

이 발표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마지막 문단이다. 중단은 이미 칼리에 도착해 있던 사람들에게 곧바로 문제가 된다. 태평양 연안의 전통을 기리는 이 축제에는 각지에서 예술가와 전승자, 대표단이 모여 있었다. 칼리시 문화국은 이들을 위한 비상 계획을 즉시 가동했고, 이미 도착한 예술가와 전승자와 대표단에게 동행을 보장한다고 명시했다. 축제를 멈추는 결정이 개최 여부의 문제만이 아니라 이미 이동해 온 사람들의 숙식과 귀환의 문제라는 것을, 이 한 줄이 보여준다. 발표문에 이 항목이 들어 있었다는 것 자체가 준비된 조직의 표시다.

한 달 전 베를린에서는 다른 방식의 종료가 있었다. 유럽 최대 규모의 성소수자 축제 중 하나인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의 마지막 밤, 티어가르텐 인근에서 차량이 군중으로 돌진해 최소 한 명이 숨지고 열다섯 명이 다쳤다. 밤 10시경 흰색 승합차가 인파에 진입한 뒤 운전자가 도주했고 대규모 추적이 이어졌다. 주최 측은 소셜미디어로 세 문장짜리 긴급 안내를 냈다. 침착하고 질서 있게 현장을 떠날 것, 전승기념탑과 티어가르텐 방향을 피할 것, 베를린 중앙역 쪽으로 이동할 것.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폐막 공연이 진행되던 중 메인 스테이지에서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 행사를 조기에 종료해야 한다"는 안내가 나왔다. 수십만 명이 라이프치거슈트라세에서 포츠다머플라츠와 놀렌도르프플라츠를 지나 브란덴부르크문까지 행진한 하루의 끝이었다.

두 사건은 원인도 성격도 다르다. 하나는 자연재해로 인한 사전 중단이고 다른 하나는 진행 중 종료다. 그러나 실무의 관점에서 보면 같은 질문이 남는다. 멈춘다는 결정을 누가 내리는가, 그 결정이 관객에게 도달하는 통로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순간 이미 현장에 있는 출연자와 협력사에게 무엇을 약속할 수 있는가. 칼리에서는 시장이 결정하고 시청 계정이 전달했으며 문화국이 예술가를 맡았다. 베를린에서는 주최 측 계정과 메인 스테이지 안내가 동시에 움직였고 대피 방향까지 구체적으로 지정됐다. 지난 호에서 우리는 축제 안전이 사고 대응에서 사전 설계로 옮겨가는 흐름을 다뤘다. 이번 두 사례는 그 흐름의 다음 칸, 즉 사고가 실제로 일어난 순간의 절차 쪽에 있다. 같은 논의가 더 구체적인 자리로 내려오고 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 축제의 안전관리계획서에는 대개 '기상 악화 시 중단'이라는 문장이 들어 있다. 그런데 그 문장 뒤에 누가 언제 무엇을 근거로 판단하는지가 적혀 있는 경우는 드물다. 판단 주체가 명시되지 않으면 실제 상황에서 아무도 결정하지 못하고, 결정이 늦어지는 동안 위험이 커진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중단 판단의 주체를 이름이 아니라 직위로 계획서에 못 박을 것. 총감독 부재 시 누구인지까지 2순위, 3순위를 적어야 한다. 둘째, 판단의 기준을 숫자로 쓸 것. 풍속 몇 미터, 강우량 몇 밀리미터, 지진 규모 몇 이상 같은 식이다. 기준이 있으면 결정이 빨라지고 사후 책임 논란도 줄어든다. 셋째, 전달 통로를 이중으로 확보할 것. 무대 음향은 야외에서 뒤쪽까지 닿지 않으므로 문자 발송과 소셜미디어 계정과 현장 인력의 육성을 함께 써야 한다. 넷째, 대피 방향을 미리 지정해 문안으로 써 둘 것. 베를린 사례에서 안내문이 '피할 곳'과 '갈 곳'을 함께 지정한 것이 핵심이다. 다섯째, 이미 도착한 출연자와 협력사에 대한 처우를 계약서에 미리 적을 것. 취소 시 출연료의 몇 퍼센트, 숙박 연장 비용의 부담 주체, 귀환 교통비 처리를 사전에 정해 두면 중단 결정이 훨씬 빨라진다. 이 항목들을 계획서에 넣는 데는 예산이 들지 않고 몇 시간이면 되며, 실제로 한국 축제 실무의 기본 양식이 되기까지는 12~18개월쯤 걸린다고 본다.


프로그램 편성이 곧 입장 표명이 됐다 — 오리약의 지중해, 넥송의 빛

프랑스 중부 오리약에서 8월 19일부터 22일까지 40회째 거리예술 축제가 열린다. 1986년에 시작해 국립 거리·공공공간 예술센터가 운영하는 이 축제의 올해 주제는 '지중해 포커스'다. 예술감독은 축제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구경하러 여기 있는 것이 아니라고. 거리는 여과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덧붙이면서, 1년에 나흘 동안의 무심함은 약점이 아니라 버티는 방식이라고 정리했다. 이 편성은 프랑스 문화부와 문화원이 진행하는 2026년 지중해 시즌과 연결돼 있고, 마그레브와 중동과 지중해 연안에서 온 예술가들을 대거 초청하는 형태로 구체화됐다.

초청 목록을 읽으면 편성이 곧 진술이라는 말의 뜻이 분명해진다. 모로코 출신 안무가는 아홉 명이 추는 현대무용 작품에서 모로코 형제단의 트랜스와 호흡을 오늘의 위기를 묻는 언어로 되살린다. 다른 모로코 작가는 호흡 자체를 집단적 저항의 가장 원초적인 행위로 다루는 안무·음향 작업을 내놓는다. 레바논 출신 안무가는 가부장적이고 남성적인 신체가 어떻게 제조되는지를 묻고, 팔레스타인 작가는 관객이 커다란 흰 드레스에 자기 소망을 묶는 참여형 설치를 공공공간에 세운다. 튀니지와 알제리와 이집트의 작가들이 각각 음악과 디제이 세트와 솔로 무용으로 합류하고, 튀니지 남매 예술가는 무용수와 비둘기가 함께 있는 무대를 만든다. 공식 프로그램은 서커스와 무용과 연극을 아우르는 스무 개 남짓의 단체로 채워지는데, 여성의 신체에 부과된 명령을 패션쇼 형식으로 뒤집는 작품, 중학교 건물을 통째로 쓰며 쥐의 은유로 배제와 권력을 다루는 작품, 기후 시민의회에서 착안한 사면 무대의 비극희극, 12미터짜리 금속 조형물이 등장하는 공중 서커스가 함께 놓인다. 여기에 자주제작으로 오리약 시내에 들어오는 '통과 컴퍼니'가 650개, 예술가가 약 3천 명이다. 공식 프로그램보다 이쪽이 훨씬 크고, 이 자율적 난장도 올해로 40년이 됐다.

같은 나라의 작은 도시 넥송에서는 8월 10일부터 15일까지 15회째 서커스 축제가 열렸다. 누벨아키텐 지역의 국립 서커스 거점이 운영하며, 천막과 야외와 성 공원의 실내 공간을 함께 쓴다. 이 축제의 감독 역시 서문에 정치적인 문장을 적었다. 파괴적인 기제가 계속되고 있으며 게으른 사고가 전체주의적 언어에 대한 복종을 매혹적으로 만든다고 진단한 뒤, 공연예술을 그에 맞서는 방벽으로 세운다. 그의 문장은 이렇게 이어진다. 이 축제의 프로그램은 단일한 시각, 단순하고 복제 가능한 담론의 안티테제이며, 우리가 선보이는 모든 공연과 퍼포먼스와 콘서트는 의심이고 성찰이고 미학적 관점이며, 그것을 각자의 내면에서 그러나 함께 겪어 보라는 초대라고. 그렇게 올해의 주제어가 '빛'으로 정해졌다.

작품 목록도 그 문장을 따라간다. 개막작은 전통 서커스 기구를 비틀어 '비스듬함을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으로' 탐구하는 작업이고, 에스토니아의 극한 스포츠에서 가져온 12미터 높이의 거대한 그네 위에서 한 곡예사가 성과와 남성성에 대한 명령을 자기 분석과 함께 묻는 작품이 이어진다. 어느 연못 해변에는 7,800리터짜리 수조가 놓이고 네 명의 프리다이버 예술가가 그 안에서 부력과 유체역학과 저산소 상태를 다룬 공연을 한다. 40회와 15회, 큰 도시와 작은 도시, 거리예술과 서커스라는 차이에도 두 축제가 같은 자리에서 만난다. 무엇을 초청하는가로 자기가 어떤 축제인지 말하는 방식이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 지역 축제의 프로그램 구성은 대개 장르 균형과 관객 규모로 설명된다. 가족 프로그램 몇 개, 청년 대상 공연 몇 개, 어르신 프로그램 몇 개 하는 식이다. 그 설명은 예산 심의를 통과하기에는 유리하지만, 축제의 성격을 만들지는 못한다. 오리약과 넥송이 보여주는 것은 편성에 하나의 축을 세우면 나머지가 저절로 정렬된다는 사실이다. 한 해의 초청 지역을 정하거나, 하나의 낱말을 주제로 정하고 그 낱말로 작품을 고르면, 관객은 작년과 다른 것을 봤다고 느끼고 예술가는 왜 이 축제에 초청됐는지 이해한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내년 축제의 축을 하나만 정할 것. 지역, 낱말, 질문 중 하나면 된다. 둘째, 그 축을 축제 서문에 문장으로 쓸 것. 예술감독의 이름으로 나가는 400자짜리 글 하나가 프로그램 전체의 판단 기준이 된다. 셋째, 그 축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을 하나 이상 덜어낼 것. 더하기만 하면 축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넷째, 국가 차원의 문화 교류 사업 일정을 확인할 것. 오리약이 지중해 시즌에 올라탄 것처럼, 한국에도 특정 국가와의 교류 해가 지정되는 사업이 있고 거기 맞추면 초청 예산의 상당 부분을 외부에서 조달할 수 있다. 다섯째, 공식 프로그램 바깥의 자율 참가 구역을 남길 것. 오리약의 규모를 만든 것은 650개의 통과 컴퍼니다. 이런 편성 방식이 한국 지역 축제에 자리 잡기까지는 12~18개월, 초청 예산의 외부 조달까지는 18~24개월쯤 본다.


축제가 '하지 말 것'과 '먹을 것'을 같은 정성으로 안내한다 — 싱가포르의 두 지면

싱가포르의 도시 생활 매체가 8월에 낸 두 편의 안내문을 나란히 놓으면, 축제 콘텐츠가 어디까지 내려왔는지가 보인다. 하나는 음력 7월 배고픈 귀신 축제에 대한 것이다. 올해는 8월 13일부터 9월 10일까지이고 귀신날은 8월 27일이다. 이 기간에는 길모퉁이에서 지전을 태우는 광경을 보게 되고 아파트 필로티 근처에 노래 무대가 선다. 그런데 이 매체가 만든 것은 '무엇을 보러 가라'는 안내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말라'는 목록이었다. 열다섯 개 항목이다. 해가 지면 혼자 다니지 말 것. 연기 냄새에 놀라지 말 것, 그것은 지전을 태우는 것이며 종이로 만든 휴대폰까지 태운다는 설명이 붙는다. 길가에 놓인 불이나 음식에는 손대지 말 것, 그것은 영혼의 저녁이다. 실내에서 우산을 펴지 말 것. 이사하지 말 것. 집수리나 가구 재배치를 하지 말 것. 결혼하지 말 것, 다만 이 시기 예식 패키지가 싸질 수 있다는 실용적 단서가 함께 붙는다. 나방이나 곤충을 죽이지 말 것, 영혼이 그것으로 환생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매체는 이 안내문이 정기적으로 갱신되며 현지 관습과 공식 자료를 근거로 작성됐다고 밝힌다. 축제 콘텐츠가 일회성 홍보물이 아니라 매년 손보는 자산으로 다뤄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목록의 성격이 중요하다. 미신을 믿으라고 권하지 않으면서도 지역 사람들이 지키는 관습을 존중할 수 있게 정보를 배열했다. 축제의 시기에 그 도시에 있는 사람이 실수하지 않도록 돕는 것, 즉 문화적 규범 자체를 콘텐츠로 만든 것이다.

같은 매체가 며칠 뒤 낸 두 번째 지면은 정반대 결의 안내였다. 강변 상업지구에서 8월 22일과 23일 이틀간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 열리는 지역 음식 축제다. 이름의 첫 단어는 호키엔어로 '먹다'라는 뜻이고, 입장은 무료다. 안내의 내용은 극도로 구체적이다. 상업지구 안에 있는 식당들이 축제 한정 메뉴를 내는데, 손질한 게살에 칠리크랩 소스와 만터우를 곁들이는 곳, 베이징덕 타코와 사테 슈터를 내는 곳, 굴라 멜라카를 넣은 라떼를 파는 곳이 각각 이름과 함께 적혀 있다. 한 곳은 칠리크랩 떡볶이와 김치치즈프라이라는 한국-싱가포르 혼합을 내놓고, 자매 브랜드는 락사 링귀네를 낸다. 축제에서만 파는 메뉴로는 카야 시솔트 도넛과 브리스킷 른당 샌드위치가 있고, 밀로와 반둥과 판단 맛을 담은 술 슈터도 나온다. 상업지구 밖의 독립·가정 기반 제작자들도 참여하는데, 스위스식 감자전에 솔티드에그와 락사 베샤멜을 얹는 팀과 오타를 넣은 롤 토스트를 내는 팀이 이름과 메뉴까지 안내에 실려 있다.

프로그램의 설계도 촘촘하다. 도자 페인팅과 식용 쿠키 페인팅 워크숍이 시간대별로 배치돼 있고, 참여 조건은 축제 부스나 상업지구 매장에서 한 장의 영수증으로 20달러 이상을 쓰면 등록대에서 무료 교환권을 받는 방식이다. 축제가 상권 매출과 프로그램 참여를 직접 연결한 것이다. 라이브 밴드가 낮 시간대를 채우고 디제이가 저녁 7시부터 이어받으며 사진 부스가 밤까지 돈다. 그리고 별도로 반려동물 먹거리 구역이 있다. 반려견용 차이팬과 아이스크림, 개를 위한 커리퍼프와 사테, 행사 한정 반려견 월병까지 브랜드 이름과 함께 나열되고, 일요일에는 반려견과 함께 만드는 요리 워크숍이 열린다.

현장에 주는 함의 — 두 지면을 겹쳐 놓으면 한국 축제 홍보가 놓치고 있는 두 층이 보인다. 첫째 층은 규범이다. 우리 축제 홍보물은 볼거리와 먹거리를 나열하지만, 그 지역의 관습이나 금기, 즉 '여기서는 이렇게 한다'는 정보는 거의 없다. 종교적 배경이 있는 축제나 전통 의례가 포함된 축제일수록 이 정보가 필요하고, 그것이 있으면 방문객이 무례를 저지르지 않고 주민의 불만도 줄어든다. 둘째 층은 구체성이다. 우리 홍보물의 먹거리 안내는 대개 '다양한 향토 음식'에서 끝나지만, 싱가포르의 지면은 가게 이름과 메뉴 이름과 가격 조건까지 적는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축제 안내에 '알아 두면 좋은 것' 항목을 신설하고 5~10개를 적을 것. 제례 시간에는 사진 촬영을 삼갈 것, 특정 구역은 신발을 벗을 것 같은 실제 규범이면 된다. 둘째, 먹거리 안내를 업소명과 메뉴명 단위로 쓸 것. 참가 업소가 스스로 홍보하게 되어 확산이 빨라진다. 셋째, 영수증 연동 혜택을 설계할 것.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워크숍이나 체험 참여권을 주면 축제 참여와 상권 매출이 한 줄로 묶인다. 넷째, 반려동물 동반 항목을 별도로 만들 것. 동반 가능 구역, 급수 지점, 배변 처리 위치를 표기하는 것만으로도 가족 단위 방문객의 체류 시간이 늘어난다. 다섯째, 안내문을 매년 새로 만들지 말고 갱신할 것. 이런 안내 체계가 한국 지역 축제에 자리 잡기까지는 6~12개월, 상권 연동 혜택이 정산 구조에 반영되기까지는 12~18개월쯤 본다.


한국 축제 현장

10월에 몰린 축제를 흩고, 끝난 축제를 두 달 더 판다 — 부산과 구미가 건드린 것은 달력이다

8월 5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지역 관광·행사 단체 여덟 곳이 모여 정책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다. 7월에 출범한 제10대 부산시의회와의 첫 공식 소통 자리였고 13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나온 가장 구체적인 제안은 축제의 시기에 관한 것이었다. 부산대학교 관광컨벤션학과의 한 명예교수는 부산의 주요 축제가 10월에만 집중돼 있어 사계절로 분산 개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축제인 만큼 관광 상품과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짚은 문제는 일정만이 아니었다. 부산시 축제조직위원회가 축제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부산관광공사나 16개 구·군과 교류가 없다는 진단이었다. 해법으로 그는 부산 축제 캘린더를 제작해 축제와 관광을 결합하고, 관광공사와 축제조직위원회를 통합한 기구를 세우자고 제안했다.

같은 자리에서 나온 다른 제안들도 결이 같다. 한 정책위원장은 16개 구·군 공무원이 참석하는 라운드테이블을 연간 네 차례 이상 열어 관광 정책의 통일성을 확보하자고 했고, 컨벤션산업협회 회장은 부산형 회의 기획자와 전시 운영 전문가를 육성하고 행사 입찰과 평가 제도를 개선하자고 제안했다. 참석자들은 시가 추진 중인 조직 개편에서 '관광마이스산업국'의 이름을 '관광콘텐츠산업국'으로 바꾸는 안에 우려를 표했다. 한 대학 교수는 산업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상위 개념을 지우고 그 하위 실행 요소인 콘텐츠를 조직명에 앞세우는 것은 산업 정체성을 흔드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축제와 행사를 문화 사업이 아니라 산업으로 부르느냐 마느냐가 조직 이름 한 줄에 달려 있다는 인식이다.

경상북도 구미에서는 같은 문제를 정반대 방향에서 다뤘다. 구미시는 11월 15일까지 하반기 관광 스탬프 투어를 운영하는데, 참여 대상은 구미 시민을 제외한 방문객이고 전용 앱의 이벤트 페이지로 참여한다. 코스는 다섯 개 테마로 짜였고 금오산과 금리단길이 필수 방문지다. 여기까지는 흔한 관광 프로그램인데, 9월부터 10월까지 붙는 항목이 다르다. '어게인 라면축제'라는 이름으로, 구미라면축제의 메뉴를 파는 업소 12곳을 방문한 뒤 식사 영수증을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모바일 상품권을 주는 방식이다. 축제 자체를 다시 여는 것이 아니라, 축제에서 팔던 것을 파는 가게들을 두 달짜리 코스로 묶은 것이다.

두 도시가 손댄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달력이다. 부산은 10월에 뭉친 축제를 흩어 1년을 고르게 쓰자는 것이고, 구미는 사흘로 끝난 축제를 두 달로 늘리자는 것이다. 방향은 반대지만 전제는 같다. 축제의 가치가 개최 기간 안에만 갇혀 있으면 도시가 그 축제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부산의 제안은 아직 제안이고 조직 통합까지 가려면 조례와 예산과 인사가 걸린다. 구미의 실행은 이미 돌아가고 있지만 규모는 업소 12곳이다. 그런데 한쪽은 도시 전체의 일정표를 다시 그리자는 이야기이고 다른 한쪽은 이미 있는 상권을 축제의 이름으로 다시 부르는 일이라, 둘 다 새 예산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축제 담당자에게 가장 먼저 권할 일은 우리 지역의 축제 일정을 한 장에 그려 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에서 이 그림은 그려진 적이 없다. 부서가 다르고 주최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려 보면 대개 두 가지가 드러난다. 특정 두세 달에 몰려 있다는 것, 그리고 같은 달에 성격이 겹치는 축제가 둘 이상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 순서는 이렇다. 첫째, 겹치는 축제 중 하나를 비수기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것. 이때 옮기는 근거는 '분산'이 아니라 그 축제 고유의 이유여야 한다. 재료의 제철, 관련 기념일, 지역 행사와의 연계 같은 것이다. 둘째, 축제 이후 두 달간의 연장 프로그램을 설계할 것. 구미 방식대로 축제 메뉴를 파는 업소를 묶는 것이 가장 싸고 빠르다. 참여 업소에는 축제 기간이 끝난 뒤의 매출이 생기고, 도시에는 축제의 체류 효과가 두 달 늘어난다. 셋째, 그 연장 프로그램의 인증 수단을 영수증으로 할 것. 방문 확인과 매출 확인이 동시에 되고, 그 데이터가 다음 해 예산 심의의 근거가 된다. 넷째, 축제 캘린더를 만들되 관광 안내 자료가 아니라 내부 조정 도구로 쓸 것. 다섯째, 조직 명칭과 소관 부서를 둘러싼 논쟁이 시작되면 그 논쟁이 실무 일정을 잡아먹지 않도록 실무 작업을 분리해 진행할 것. 이런 접근이 한국 기초자치단체의 표준이 되기까지는 12~18개월, 축제 통합 기구 같은 조직 개편은 24~36개월이 걸린다고 본다.


73일과 나흘 — 축제가 '보여주는 자리'에서 '다음 무대로 보내는 통로'가 된다

서울어텀페스타가 두 번째 해를 맞는다. 지난해 40일이던 기간이 올해는 73일이 됐다. 9월 18일부터 11월 29일까지 서울 전역에서 38개 축제와 478개 공연을 포함해 총 558개 세부 프로그램이 2,014회 열린다. 참가작은 116건에서 245건으로, 국제교류 국가는 10개국에서 28개국으로 늘었다. 지난해 시민 약 53만 명과 예술가 1만여 명이 참여했고 올해는 관람객 약 98만 명을 예상한다. 참여 프로그램을 합한 전체 사업비는 2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서울 지역 117여 개 극장과 문화공간, 22개 자치구 문화재단이 이 안에 들어온다. 규모가 커질수록 선명해진 질문도 함께 나왔다. 이 많은 공연을 하나로 묶는 것은 축제인가 플랫폼인가.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밝힌 답은 후자 쪽에 가깝다. 그는 축제를 시작한 배경으로 예술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홍보와 유통의 어려움을 꼽으면서, 젊은 예술가들이 한정된 예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시스템이라고 말했다는 점을 전했다. 예술가들의 영토를 넓혀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거칠지만 40일의 역사를 시작했고, 2년 차의 역점은 브랜드 이름보다 예술가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홍보와 유통이라는 것이다. 올해 추진 체계에는 기획과 자문과 홍보와 참여 예술가를 합쳐 217명이 들어왔고, 충북·전북·강원 광역문화재단과 협력해 서울 작품의 지역 진출과 지역 작품의 서울 공연을 함께 추진한다. 해외 쪽으로는 호주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싱가포르 아츠하우스 그룹, 샌프란시스코 국제공연예술제, 바르셀로나 그렉 페스티벌 관계자를 초청해 국내 공연을 소개하고 유통 가능성을 논의한다.

이 구조가 실제로 작동한 사례도 간담회에서 언급됐다. 한 전통예술 기반 창작단체 대표는 2023년 서울거리예술축제에서 해외 프로그래머가 작품을 본 것이 계기가 되어 관계가 이어졌고 2026년 아비뇽 무대까지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별 단체가 관객뿐 아니라 해외 극장 관계자와 축제 프로그래머를 직접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을 짚었다. 올해 초 서울의 다른 사업을 통해 작품을 선보인 대표는 그 참여를 계기로 11월 인도네시아의 한 마스크 페스티벌 초청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지원 이후의 유통이라는 재단의 표현이 사례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73일의 첫 무대는 9월 18일 저녁 뚝섬한강공원에서 시민 약 1만 명과 함께 열린다. 개막공연 연출을 맡은 안무가는 작품을 차례로 보여주는 갈라 형식과 거리를 두겠다고 밝히면서, 전통무용과 현대무용을 중심으로 국악기와 서양악기와 전자음악과 미디어아트와 서커스와 디제이가 하나의 무대를 만들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기 고양에서는 훨씬 작은 규모로 같은 원리가 작동한다. 9월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28회 현대무용 축제가 올해 처음 서울을 벗어나 고양문화재단과 협력해 열린다. 이 축제의 핵심은 독립 안무가에게 전문 무용단과 작품을 제작할 기회를 주는 매칭이다. 올해는 23개 팀이 선정됐고 국제협업 3팀, 안무가 매칭 17팀, 주니어 3팀으로 나뉜다. 국제협업 부문에서는 이스라엘 출신 안무가가 국내 무용단과 작업하고, 대만 출신 안무가와 국내 안무가가 함께 작품을 만들면서 대만 무용수 10명이 국내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중국 출신 안무가도 국내 팀과 협업한다. 안무가 사이의 교류에 그치지 않고 양국 무용수가 공동으로 작품을 제작한다는 점이 이 부문의 설계다. 참여 단체가 연습과 창작 과정을 직접 촬영하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지난해 19개 팀의 영상이 약 5만 회 조회됐고 올해는 23개 팀 전체로 확대된다.

현장에 주는 함의 — 두 사례가 공통으로 말하는 것은 축제의 성과 지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대부분의 축제 결과 보고서는 관객 수와 만족도로 끝난다. 그런데 서울어텀페스타가 자랑스럽게 꺼낸 성과는 관객 수가 아니라 아비뇽과 인도네시아로 이어진 두 건의 초청이었고, 고양의 무용 축제가 내세운 것은 23개 팀의 매칭과 대만 무용수 10명의 공동 제작이었다. 축제가 만든 것이 그날의 관람이 아니라 그 이후의 무대라는 뜻이다. 실행 순서는 이렇다. 첫째, 우리 축제의 결과 보고서에 '이 축제를 계기로 성사된 다음 무대' 항목을 신설할 것. 지난해 것부터 소급해 채워 보면 대개 두세 건은 나온다. 둘째, 축제 기간에 프로그래머와 기획자가 작품을 볼 수 있는 시간대를 따로 지정할 것. 낮 시간대에 몰아 배치하고 그 명단을 출연 단체에 미리 알리면 만남이 실제로 일어난다. 셋째, 해외 축제 관계자를 초청할 때 관람만 시키지 말고 국내 단체와의 개별 면담 시간을 편성에 넣을 것. 넷째, 매칭형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 것. 독립 창작자와 지역의 상설 단체를 짝짓는 방식은 예산 대비 효과가 크고, 그 결과물이 다음 해 프로그램이 된다. 다섯째, 제작 과정을 영상으로 남기고 공개할 것. 조회 수 자체가 성과가 되고, 그 영상이 다음 해 지원자를 모은다. 이 지표 전환이 한국 축제 실무에 반영되기까지는 12~18개월, 실제 해외 유통 성과로 돌아오기까지는 24~36개월쯤 걸린다.


곧 우리에게 올 것

이번 주 다른 나라와 우리 지역에서 함께 눈에 띈 짧은 소식들이다. 아직 흐름이라고 부르기에는 이르지만, 한국 축제 현장에 닿을 때까지의 거리가 저마다 다르다.

영국 — 15년을 버틴 독립 축제가 말하는 '왜 계속하는가'

북아일랜드 리마바디의 들판에서 열리는 한 축제가 15년째를 맞았다. 여덟 개 무대에 1만 명이 모이고, 종이반죽으로 만든 돼지를 타거나 모래에 조각을 새기는 사람들이 있다. 2008년 첫 시도는 개장 17일 전에 취소됐다. 주민 반대로 여름 휴회 중이던 지방의회가 세 차례 열렸고, 허가는 결국 났지만 판매가 저조해 손을 놓았다. 빚을 다 갚은 뒤 2011년에 다시 열어 지금에 이르렀다. 프로그램의 80~85%가 북아일랜드 아티스트인데, 창립자는 이것이 자부심이 아니라 필요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지역 예술위원회의 1인당 예산은 5.07파운드로, 웨일스 10.51파운드, 스코틀랜드 20.73파운드, 아일랜드 25.90파운드에 크게 못 미친다. 재원이 얇은 지역에서 축제가 무엇을 대신하는가에 대한 답이 여기 있고, 이 논의는 한국 비수도권 축제에 6~12개월 안에 닿을 성질의 것이다.

브라질 — 행사를 만드는 사람의 정신 건강이 개막 의제로 올라왔다

상파울루 이비라푸에라 공원에서 8월 10일 시작된 대형 행사에서, 브랜드 경험과 라이브 마케팅에 하나의 무대가 프로그램 내내 배정됐다. 브라질의 대형 행사가 이 분야에 상설 무대를 준 것은 처음이라고 전해진다. 첫날 두 개의 토론이 열렸는데 주제가 눈에 띈다. 하나는 브랜드 체험에 참여하는 관객의 '사회적 건강', 즉 화면을 통해 대부분의 관계가 매개되는 상황에서 대면 만남이 만드는 소속감을 다뤘다. 다른 하나는 행사와 활성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전문가들의 정신 건강이었다. 축제 산업이 관객의 안전을 논의해 온 것에 비해 만드는 사람의 소진은 좀처럼 의제가 되지 못했다. 이 주제가 한국 행사 업계의 공식 프로그램에 오르기까지는 12~18개월쯤 걸릴 것으로 본다.

한국 — 축제 먹거리 39자리가 '조건부 계약'으로 공고됐다

10월 7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나주영산강축제가 먹거리부스 19개와 푸드트럭 20대, 모두 39자리를 8월 14일까지 모집했다. 눈여겨볼 것은 조건이다. 먹거리부스 19개 중 한식이 13개, 분식이 6개이고 한식 중 2개는 사회단체 몫으로 따로 뒀다. 판매 가격은 3만 원 이하로 제한되고 모든 부스는 다회용기를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 신청 자격은 나주에 소재한 영업신고 업소와 나주 소재 비영리단체이며, 푸드트럭 선발에서는 나주 시민에게 우선권이 있다. 선정 기준에는 운영 적합성과 메뉴 차별성 외에 가격 적정성과 지역경제 기여도가 들어가고, 사회단체는 수익금 활용의 공익성까지 심사한다. 지난 호에서 다룬 축제장 자리 배분 논의가 공고문의 조항으로 내려온 사례다. 이런 조항이 전국 기초자치단체 공고문의 기본 항목이 되기까지는 12~18개월쯤 남았다.

한국 — 44만 8천 명이 다녀간 물축제가 다음 축제까지 열기를 넘긴다

전남 장흥의 정남진 물축제가 7월 25일부터 8월 2일까지 아흐레 동안 탐진강과 편백숲 일대에서 열려 44만 8천 명을 모았다. 19회째다. 물놀이를 중심에 두고 케이팝 공연과 록 페스티벌, 수상 레저를 붙였고, 거리 퍼레이드로 문을 열었다. 실무적으로 눈에 띄는 대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영화·드라마 촬영지와 증강현실 체험을 축제 프로그램 안에 넣어 체류 시간을 늘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장흥토요시장과 지역 음식점을 연계해 관광객 소비를 지역 상권으로 넘긴 것이다. 군은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이 열기가 9월 이순신 축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의 축제를 다음 축제의 예열로 쓰는 배치다. 여름 축제와 가을 축제를 한 시즌으로 묶어 설계하는 방식은 6~12개월 안에 다른 지자체로 번질 만하다.

한국 — 시카고 메인 스테이지의 마지막 무대를 한국 아티스트가 맡았다

8월 1일 롤라팔루자 시카고에서 한 한국 아티스트가 메인 스테이지의 클로징을 맡았다. 한국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는 처음이다. 1991년 시작된 이 축제는 여덟 개 무대에 170여 팀이 오르고 40만 명 이상이 모이며, 지금까지 클로징을 맡은 이름들은 대형 밴드와 세계적 솔로 아티스트들이었다. 이날 무대는 약 한 시간 동안 18곡을 밴드 라이브로 채웠고 미공개 신곡이 처음 공개됐다. 이 소식이 축제 실무에 주는 정보는 인지도가 아니라 배치다. 헤드라이너 자리는 음원 성적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밴드 편성과 무대 운용 능력을 함께 본다. 국내 아티스트의 해외 대형 축제 진출이 축제 기획의 수출 경로로 정착하기까지는 18~24개월쯤 남았다고 본다.

한국 — 음료 브랜드가 록 페스티벌에 세운 것은 부스가 아니라 급수 시설이었다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열린 21회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한 음료 회사가 '쿨링 스테이션'을 냈다. 지난해 약 15만 명, 올해는 약 16만 명이 예상된 행사다. 공간은 세 구역으로 나뉘었다. 시음 구역에서는 세 가지 맛 중 하나를 골라 500밀리리터 제품을 받고, 체험 구역에서는 축제 문구가 적힌 타투 스티커를 붙이며, 사진 구역에는 트램펄린이 놓였다. 계정을 팔로우하거나 현장 인증샷을 올리면 키링과 파우치와 음료 스트랩을 준다. 이 구성이 흥미로운 이유는 이번 호 첫 꼭지에서 다룬 시카고의 급수대와 구조가 같기 때문이다. 여름 야외 축제에서 관객에게 가장 절실한 것을 브랜드가 대신 맡는 방식이 한국에서도 이미 작동하고 있다. 다만 이것이 대형 페스티벌을 넘어 지역 축제의 협찬 문법으로 내려오기까지는 12~18개월이 더 필요해 보인다.

아르헨티나 — 입장료를 받지 않는 미식 축제가 도심 전시장을 채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팔레르모의 대형 전시장에서 8월 8일과 9일 이틀 동안 훈제 요리 축제가 열렸다. 정오부터 저녁 8시까지, 입장은 무료다. 브리스킷과 립, 풀드포크, 파스트라미, 본디올라를 저온 장시간 조리로 내는 부스가 늘어서고 훈제 연어와 송어 같은 생선 선택지도 있다. 맥앤치즈와 콘브레드와 콜슬로 같은 곁들임까지 미국 스모크하우스 문법을 그대로 옮겼다. 여기에 음료 바와 음악, 그리고 재료를 사 갈 수 있는 마켓이 붙는다. 입장료 없이 도심 전시장을 채우고 식음과 소매에서 회수하는 구조인데, 한국의 도심형 미식 축제가 참고할 만한 원가 배치다. 무료 입장을 전제로 한 실내 미식 축제가 국내에 자리 잡기까지는 6~12개월로 본다.

태국 — 백화점 두 곳을 통째로 쓴 도시형 미식 축제

지난 7월 방콕에서 백화점 두 곳을 무대로 쓴 미식 축제가 열렸다. 유통 대기업이 관광청, 카드사와 함께 주최했고 150곳이 넘는 식당·카페와 120개 이상의 팝업이 참여했다. 한 건물에서는 3층부터 5층까지와 지하층을 팝업 구역으로 쓰면서 층별로 성격을 나눴다. 3층은 디저트와 베이커리, 4층은 잘 알려진 길거리 음식 상인들을 프리미엄 환경에 배치하는 식이다. 일본에서 이름을 알린 태국 일러스트레이터의 설치 작업이 두 건물에 배치돼 포토스폿을 겸했다. 야외 부지가 아니라 실내 상업시설을 축제장으로 쓰는 방식은 폭염과 우천을 동시에 피하는 해법이라, 한국의 여름·장마철 축제 논의에 6~12개월 안에 들어올 접근이다.

인도네시아 — 본 축제 앞에 리조트에서 '전야제'를 판다

발리 우붓의 재즈 축제가 본 행사에 앞서 8월 5일 누사두아의 한 리조트 해변에서 전야 행사를 열었다. 고원의 축제를 해변으로 옮겨 온 형태로, 저녁 5시 30분부터 두 팀이 연주하고 숯불 해산물 바비큐와 칵테일 카트가 붙는다. 42미터 인피니티 풀과 카바나를 함께 쓸 수 있다. 값은 1인 50만 루피아이고, 여기에 눈에 띄는 조건이 있다. 그 금액 전부를 식음료 크레딧으로 되돌려 준다. 관객이 실제로 부담하는 것은 입장료가 아니라 선결제이고, 리조트는 좌석을 미리 확정하며, 축제는 본 행사 전에 관심층을 한 번 모은다. 이번 호 첫 꼭지의 유료 관람 상품과 같은 계열이면서 값의 회수 구조만 다른 설계다. 숙박업소와 축제가 전야 행사를 함께 파는 방식은 한국에서도 12~18개월 안에 시도될 만하다.

쿠바 — 관광 상품이 된 다양성 축제

쿠바의 국영 여행사가 아바나와 바라데로에서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여는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성소수자 방문객을 겨냥한 프로그램이며, 호텔 체인과 멕시코의 전문 여행사가 함께 참여한다. 일정은 관광 상품의 문법을 따른다. 첫날 저녁 아바나의 한 식당에서 만찬과 라이브 음악이 있는 행사가 열리고, 다음 날에는 쿠바의 성교육 연구 기관 전문가들과의 교류가 배치되며, 저녁에는 유서 깊은 호텔의 카바레 공연이 이어진다. 바라데로로 이동하는 길에는 마탄사스에 들러 지역 음악 프로젝트를 본다. 주최 측은 포용이 이상이 아니라 약속이라고 밝혔다. 축제와 목적지 마케팅과 사회적 의제를 하나의 일정표로 묶은 사례로, 한국 지자체의 포용 관광 기획에 12~18개월 안에 참고가 될 만하다.


편집장의 글

① 축제가 자기 것을 세기 시작했다

이번 호에 실린 소식들은 대륙도 규모도 장르도 다르지만, 하나같이 세는 행위에 관한 것이다. 아키타의 시설은 좋은 관람 위치와 저녁 한 끼와 해설을 묶어 값을 매겼고, 시드니는 축제를 만들 사람의 자리를 여섯 개로 세었으며, 루사카는 올해 치를 국제 행사를 열다섯 개로 세었다. 앙골라의 관계자가 "활동은 이미 많았지만 조율돼 있지 않았다"고 말한 문장은 이 흐름의 핵심을 가장 정확히 짚는다. 없어서 못 한 것이 아니라 세지 않아서 못 했다는 것이다. 부산에서 나온 제안도 다르지 않다. 10월에 축제가 몰려 있다는 진단은 누군가 한 해의 일정을 한 표에 모아 본 뒤에야 나올 수 있는 말이다.

세는 행위가 왜 지금 동시에 나타나는가.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비용이다. 인건비와 장비비가 오르는 국면에서는 어림짐작으로 예산을 짜면 반드시 어긋난다. 다른 하나는 경쟁이다. 목적지든 축제든 협찬이든, 상대방이 자기 실적을 표로 내미는 상황에서 이야기로만 설득하는 쪽은 진다. 세지 않으면 팔 수 없고, 팔 수 없으면 다음 해가 없다.

한국 축제 실무자에게 이 흐름이 주는 실용적 함의는 단순하다. 새 프로그램을 하나 더 만드는 것보다, 지금 있는 것을 항목으로 쪼개 세는 편이 값이 싸고 효과가 크다. 관객이 어디에서 몇 분을 쓰는지, 어떤 항목에 이미 돈을 내고 있는지, 어느 달에 무엇이 열리는지를 표로 만드는 일에는 예산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이 표는 협찬 제안서와 예산 심의와 유치 자료에서 동시에 쓰인다. 해외의 이 작업이 한국 지역 축제의 기본 문법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대체로 12~18개월이 걸릴 텐데, 그 시차는 지금 표를 만드는 조직에게는 앞서 나갈 시간이다.

② 값을 매기는 순간 축제는 약속을 하게 된다

이번 호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변화는 관람에 값이 붙었다는 사실이다. 55만 엔짜리 본오도리 상품과 6만 5천 엔짜리 아와오도리 관람석, 그리고 전액을 식음 크레딧으로 되돌려 주는 발리의 전야제는 모두 관람이라는 행위를 계약으로 바꿔 놓았다. 그리고 계약이 되는 순간 세 가지가 자동으로 따라왔다. 정원과 취소 규정과 언어 안내다. 고엔지의 짧은 안내문이 예약 마감 시각과 환불 불가 원칙과 일본어 안내 여부까지 적어 놓은 것은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값을 받은 쪽의 의무다.

같은 원리가 값이 붙지 않은 곳에서도 작동한다. 나주가 먹거리 39자리를 공고하면서 가격 상한과 다회용기 의무와 지역 우선권을 명시한 것, 자그레브의 축제가 교통비를 기차와 카풀에 우대한다고 밝힌 것, 시드니가 참가비와 퇴직연금과 접근성 지원을 목록으로 적은 것은 모두 같은 문법이다. 무엇을 주고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문서로 확정하는 일이다. 이 문서들은 홍보물보다 훨씬 정확하게 그 축제가 어떤 축제인지 말해 준다.

역방향의 사례도 이번 호에 함께 있었다. 칼리의 축제가 지진으로 중단됐을 때 시청 발표문에 이미 도착한 예술가와 전승자에 대한 동행 보장이 들어 있었던 것, 베를린의 축제가 종료를 알리며 피할 방향과 갈 방향을 함께 지정한 것은 약속의 다른 면이다. 축제가 열릴 때 무엇을 제공할지 적어 두는 조직은 열리지 못할 때 무엇을 책임질지도 적어 둘 수 있다. 한국의 안전관리계획서에 중단 판단의 주체와 기준과 전달 통로를 적는 데는 예산이 들지 않고 몇 시간이면 되는데, 이 항목이 실무의 기본값이 되기까지는 12~18개월이 걸릴 것이다. 지금 적어 두면 그만큼 앞선다.

③ 한국 축제를 향해 — 올가을이 끝나고 두 주 안에 해야 할 일

한국의 축제 담당자에게 9월과 10월은 준비와 개최로 가득 찬 시기이고, 11월은 정산과 결과 보고로 채워진다. 그런데 이번 호의 사례들이 공통으로 알려주는 것은, 다음 해의 격차가 정산이 아니라 정산 직후 두 주에서 갈린다는 사실이다. 그 두 주 동안 기억이 아직 선명하고, 무엇이 부족했는지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아직 살아 있으며, 무엇보다 다음 해 공고문과 계약서가 아직 작년 파일을 복사하기 전이다.

그 두 주에 할 일은 세 가지다. 첫째, 이번 축제에서 관객이 돈을 낸 항목과 낼 의사가 있었는데 팔 것이 없었던 항목을 목록으로 적는다. 좋은 자리, 그늘, 앉을 곳, 짐 보관, 주차, 안내 같은 것들이다. 이 목록이 내년 협찬 제안서의 첫 장이 되고, 유료 관람 상품을 검토할 근거가 된다. 둘째, 이번에 실제로 일어난 마찰을 다섯 개만 적고 그 각각을 공고문이나 계약서의 한 줄로 바꾼다. 자리 배분 기준, 가격 상한, 용기 사용, 중단 판단의 주체 같은 조항은 예산이 들지 않으면서 다음 해의 분쟁을 통째로 없앤다. 셋째, 이 축제를 계기로 성사된 다음 무대를 조사해 기록한다. 어느 팀이 어디에 초청됐는지, 어떤 업소가 어떤 거래를 텄는지를 세 건만 확보해도 축제의 성격에 대한 설명이 달라진다.

이번 호에 실린 해외 사례 대부분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40년째 거리예술 축제가 지중해를 축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은 국가 문화 교류 사업의 일정을 미리 확인했기 때문이고, 아키타의 관람 상품이 2년 차에 판로를 넓힐 수 있었던 것은 첫해에 판매 채널을 기록해 두었기 때문이며, 서울어텀페스타가 아비뇽 초청을 성과로 말할 수 있었던 것은 2023년에 프로그래머가 그 작품을 봤다는 사실을 누군가 적어 두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적어 두는 한 줄이 6~12개월 뒤 제안서의 근거가 되고, 12~18개월 뒤 계약서의 조항이 되며, 24~36개월 뒤 축제의 얼굴이 된다. 올가을 축제가 끝나거든 결과 보고서보다 먼저 공고문 파일을 열어 보자.

출처 · 한국축제지원센터 페스티벌 인사이트 2026-W34 (공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