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핵심 — THIS WEEK POINT

  • 축제가 '문화 행사'를 넘어 '지역 경제 엔진'으로 다시 정의된다. 아시아·태평양에서는 회의·전시가 도시 성장 전략의 한복판에 서고, 한국에서는 지자체마다 컨벤션센터를 앞세워 유치전에 뛰어들며, 지역 미식주간과 전통시장 축제가 '머무르는 관광'의 문법을 실험한다. 축제를 소비·고용·체류로 번역하는 능력이 곧 예산의 크기를 가른다.
  • IP·창작자·도시가 축제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 넷플릭스가 화면 속 다큐를 현실의 미식 축제로 꺼내고, K-팝 아티스트가 유럽 대형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에 오르며, 콜롬비아는 살사를 앞세워 문화외교의 무대를 연다. 축제는 이제 '열리는 행사'가 아니라 '만들고 옮기고 수출하는 자산'으로 옮겨 간다.
  • 지금이 미리 읽어 둘 때다. 이런 기획 담론은 대개 아시아·태평양과 영미권 현장에서 먼저 무르익은 뒤, 한국 지역 축제 실무에 6~12개월쯤 시차를 두고 닿아 왔다. 먼저 도착한 단서를 지금 설계에 반영하면 그 시차만큼 앞선다.

이번 호 핵심 트렌드

아시아·태평양이 세계 '비즈니스 이벤트' 지도를 다시 그린다

회의·전시·컨벤션을 묶은 '비즈니스 이벤트' 산업이 아시아·태평양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2025년 국제 참가자 유치 목표를 80% 가까이 초과 달성해, 한 해에만 87만 명에 가까운 해외 참가자를 불러들였다. 2030년까지 아시아 상위 다섯 개 비즈니스 이벤트 목적지에 들겠다는 국가 전략이 숫자로 증명되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시기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형 상담회에서는 바이어 참가와 사전 예약 상담, 전시 공간 예약이 모두 건강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보고됐다. 흥미로운 점은 업계 스스로 이 분야를 '보이지 않는 산업'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한 국제 연구는 비즈니스 이벤트가 전 세계에서 2,420만 개의 일자리를 떠받치고 3조 1천억 달러의 매출을 만든다고 집계했다. 사람들이 '산업'이라고 인식조차 하지 않는 사이, 회의와 전시는 도시의 숙박·교통·외식·쇼핑 소비를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고부가가치 엔진이 되어 있었다. 마닐라 역시 새 컨벤션 인프라를 앞세워 '비즈니스 이벤트의 새 지평'을 선언했다. 축제와 행사를 문화·관광의 곁가지로 보던 관점이, 이제는 국가 경제 전략의 중심축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뚜렷한 흐름이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흐름의 핵심은 '축제·행사가 만든 경제 효과를 숫자로 증명하는 나라가 판을 주도한다'는 데 있다. 말레이시아가 '목표 대비 80% 초과' 같은 구체적 수치를 국가 브랜드로 내세우듯, 한국의 지역 축제·컨벤션도 방문객 수를 넘어 소비액·고용·거래 성과를 같은 양식으로 기록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지금 준비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우리 행사가 지역에 남긴 숙박·외식·교통 소비를 매번 같은 표로 축적해 '경제 기여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 아시아·태평양 상담회에 반복해 참가하며 '어떤 바이어가 우리 도시를 찾았는가'를 데이터로 남기는 것이다. 셋째, '보이지 않는 산업'이라는 자기 인식을 깨고, 회의·전시·축제를 하나의 경제 인프라로 묶어 설명하는 언어를 갖추는 것이다. 이 담론이 한국 지역 실무에 본격적으로 닿기까지는 6~12개월쯤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숫자를 먼저 쌓아 둔 도시가 앞선다.

컨벤션센터를 앞세운 한국 지자체의 MICE 유치전이 본격화한다

한국의 지방 도시들이 잇따라 개관한 컨벤션센터를 앞세워 국제회의·기업행사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강릉시는 올해 개관을 앞둔 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서울에서 학·협회와 업계를 대상으로 유치 설명회를 열고, 국제회의와 학술대회를 지역경제의 새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강원관광재단은 여름 성수기 관광 홍보와 전시복합산업 유치를 동시에 추진하며, 서울에서 열린 설명회와 상담회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안동시는 국제회의 참가자 1인당 최대 3만 원의 인센티브를 내걸고 세계유산·유교문화 자원을 회의·관광과 묶은 '복합형 MICE 모델'을 확대한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중국 청도관광그룹과 협약을 맺고 7월 말 칭다오에서 기업행사 유치전에 나선다. 공통점은 뚜렷하다 — 컨벤션센터라는 하드웨어 확보를 계기로, 회의 참가자의 숙박·음식·교통·쇼핑 소비가 일반 관광보다 크다는 '고부가가치' 논리를 앞세워 도시 간 유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지자체의 MICE 유치전은 이제 시설 자랑을 넘어 '무엇으로 차별화하는가'의 싸움으로 넘어가고 있다. 강릉의 자연, 안동의 세계유산·유교문화처럼 그 도시만의 자원을 회의 프로그램과 엮어 '이곳에서만 열 수 있는 행사'로 만드는 쪽이 유리하다. 실무에서 챙길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컨벤션센터를 지은 뒤 '어떻게 채울 것인가'가 진짜 과제이므로, 지역 학·협회·기업과의 상시 네트워크(얼라이언스)를 미리 구축해야 한다. 둘째, 인센티브 경쟁에만 매달리면 예산 소모전이 되므로, 참가자가 회의 전후로 지역에 더 머물게 하는 체류형 관광 프로그램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남는 장사다. 셋째, 제주–칭다오처럼 해외 도시·기업과의 협약을 통해 안정적인 유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유치전은 이미 한국에서 진행 중인 흐름이라 시차가 없다 — 지금의 준비 정도가 곧 내년 성과를 가른다.

넷플릭스가 화면 속 축제를 현실로 꺼낸다 — IP가 미식 축제가 되는 시대

화면으로만 보던 콘텐츠가 실제로 먹고 만지는 축제가 되어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의 인기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첫 방영 11년 만에 같은 이름의 미식 축제로 재탄생했다. 올여름 미국 유타주의 한 도시에서 사흘간 열리는 이 축제는 세계 각국 셰프 70명과 100개가 넘는 점심·저녁·시식·대담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시리즈를 만든 연출자는 "지금까지 관객은 이야기를 보고 듣기만 할 뿐 그 음식을 맛볼 수 없었다"며, 축제가 "한 도시에 모든 것을 응축해 그 식당에서 먹는 경험과 아주 비슷한 무언가를 되돌려준다"고 말했다. 비슷한 움직임은 영국에서도 읽힌다. 10년 전 작은 바비큐 모임으로 출발한 한 미식 축제의 창립자는 "우리가 하는 일은 음식을 파는 게 아니라 추억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음악 페스티벌 관객이 더는 음악만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미식가이자 웰니스 애호가이기도 하다는 관찰이 그 배경에 있다. 이야기·브랜드·경험이 먼저 있고, 축제는 그것을 사람들이 몸으로 겪게 하는 그릇이 되어 가고 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IP가 축제가 되는 흐름은 한국이 특히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K-드라마·예능·웹툰·게임처럼 이미 강력한 이야기 자산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지금 상상해 볼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인기 콘텐츠의 세계관을 실제 먹고 체험하는 축제로 옮기는 '스크린 투 리얼(screen-to-real)' 기획이다 — 드라마 속 그 음식, 예능 속 그 장소를 관객이 몸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둘째, 지역 미식 축제에 '이야기'를 입히는 것이다. 단순히 부스를 나열하는 대신, 셰프·생산자·지역의 사연을 대담과 시식으로 엮으면 '음식을 파는 장'이 '추억을 만드는 장'으로 바뀐다. 셋째, IP 보유사(방송사·플랫폼)와 지역 축제를 연결하는 기획 채널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흐름은 지금 미국·영국에서 본격화하는 초입이라, 한국에 닿기까지 6~12개월쯤 여유가 있다. 지금 IP 보유사와의 협업 모델을 설계해 두면 그 시차만큼 앞서 출발한다.

K-팝이 유럽 대형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가 되다 — 축제가 문화 수출의 무대로

한 K-팝 아티스트가 유럽 양대 대형 페스티벌에서 연이어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르며 K-팝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덴마크의 대표 페스티벌 메인 스테이지에 오른 뒤, 이튿날 폴란드의 또 다른 대형 페스티벌에서도 신곡과 히트곡을 아우르는 무대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덴마크 페스티벌의 음악 총괄은 "그의 합류가 페스티벌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한다"고 평가했고, 폴란드 주최 측은 그를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소개했다. 주목할 점은 이것이 일회성 초청이 아니라는 데 있다 — 이 아티스트는 미국·덴마크·폴란드에 이어 스페인·미국 시카고·일본으로 이어지는 세계 페스티벌 순회 일정을 이어 간다. K-팝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 축제의 '간판'을 맡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뜻이며, 이는 축제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한 나라의 문화가 세계로 나가는 수출 통로가 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축제의 라인업 한 줄이, 곧 국가 문화 브랜드의 좌표가 되는 시대다.

현장에 주는 함의 — K-팝 아티스트가 세계 축제의 헤드라이너가 되는 것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 '축제가 문화 수출의 인프라'라는 관점을 열어 준다. 한국이 챙길 것은 두 방향이다. 하나는 '내보내는' 쪽 — 우리 아티스트·콘텐츠가 세계 주요 축제 무대에 오르도록 연결하는 에이전시·정책 지원을 체계화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불러오는' 쪽 — 한국의 대형 페스티벌이 세계적 라인업을 유치할 만큼 운영·안전·의전 역량을 갖춰, 세계 아티스트가 '서고 싶은 무대'가 되는 것이다. 특히 지역 축제라면 세계 무대에서 검증된 K-아티스트를 지역 브랜드와 엮어 '이 도시에서만 볼 수 있는 라인업'을 만드는 전략이 유효하다. 이 흐름은 이미 진행 중이므로 시차가 짧다 — 지금 세계 축제 캘린더와 K-아티스트 순회 일정을 함께 읽으며 협업 기회를 선점하는 도시가 앞선다.

영화제가 '사회적 의제'의 무대가 되다

세계의 주요 영화제가 오락을 넘어 사회적 의제를 던지는 광장으로 바뀌고 있다. 매년 6월 뉴욕에서 열리는 대형 영화제는 올해 200편이 넘는 상영작과 함께 스토리텔링 서밋, 피치 대회, 게임 쇼케이스를 함께 열었다. 출품작 가운데는 이란 시민들의 저항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전부 AI로 생성돼 화제를 모았고, 장애 포용·여성 인권·고령화 같은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 잇따랐다. 영화제 프로그래밍 책임자는 "이 예술가들은 강력한 이야기가 단지 즐거움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감을 깊게 하고 시야를 넓히며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든다는 것을 일깨운다"고 말했다. 비슷한 흐름은 다른 곳에서도 읽힌다. 영국에서 열린 한 국제 영화제는 가자와 이주민의 현실을 담은 작품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영화제가 세계의 아픈 현실을 마주하게 하는 창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축제가 '무엇을 즐기게 하는가'를 넘어 '무엇을 생각하게 하는가'로 질문을 옮기고 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영화제·문화 축제가 사회적 의제의 무대가 되는 흐름은 한국의 지역 축제에도 새로운 정체성의 길을 제시한다. 지역마다 넘쳐나는 비슷비슷한 축제 속에서, '우리 축제는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를 분명히 하는 쪽이 오래 기억된다. 실무에서 검토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지역이 안고 있는 고유한 사회적 과제 — 고령화, 인구 소멸, 이주민 공동체, 장애 접근성 같은 주제를 축제의 프로그램·전시·상영과 자연스럽게 엮는 것이다. 이는 축제에 명분과 공적 지원의 근거를 동시에 준다. 둘째, AI로 만든 작품처럼 새로운 창작 기술을 축제의 실험 무대로 끌어들여, 지역 창작자에게 최신 흐름을 실험할 장을 여는 것이다. 이런 '의제형 축제'의 담론은 영미권에서 먼저 무르익어 한국에 닿기까지 대체로 6~12개월쯤 걸린다. 지금 우리 축제가 던질 질문을 벼려 두면, 그 시차만큼 앞서 차별화할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가 축제를 문화외교의 무기로 든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축제와 문화를 앞세워 세계 시장, 특히 아시아를 두드리고 있다. 콜롬비아는 7월 서울에서 살사와 도시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관광·문화 행사를 열고, 한국 여행업계와 관광상품 개발까지 넓히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동안 커피와 카리브 해안으로 알려졌던 나라가, 이번에는 '살사의 수도'로 불리는 도시의 대표 공연팀을 앞세워 "리듬을 직접 경험하는 여행지"로 스스로를 다시 브랜딩한 것이다. 이 공연팀은 2011년부터 청년들에게 무대와 훈련 기회를 제공하며 누적 관객 48만 명, 지역 일자리 250개 이상을 만들어 온 문화예술 재단으로, 국제노동기구도 이 도시의 살사 산업을 관광·고용의 기반으로 주목한 바 있다. 같은 나라의 또 다른 도시에서는 36년째 이어진 국제 시(詩) 축제가 다섯 대륙의 시인을 불러 모으며, 갈등의 시대에 축제가 연대와 희망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축제가 한 나라의 이미지를 바꾸고 외교의 물꼬를 트는 '소프트 파워'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콜롬비아의 사례는 '축제·문화가 곧 국가 브랜딩이자 외교'라는 점을 선명하게 보여 준다. 한국에는 두 갈래의 시사점이 있다. 하나는 '받는' 쪽 — 이런 라틴아메리카의 문화 공세는 한국 축제·공연 시장에 새로운 협업과 초청 프로그램의 기회를 연다. 세계의 다채로운 문화를 지역 축제 무대에 초청하면, 우리 관객에게는 색다른 경험을, 축제에는 국제적 위상을 준다. 다른 하나는 '배우는' 쪽 — 콜롬비아가 '살사의 수도'라는 도시 정체성을 관광·고용·외교로 확장했듯, 한국의 지역 도시도 자기만의 문화 자산(판소리·탈춤·특정 음악·공예)을 도시 브랜드로 세우고 세계에 내보내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이런 문화외교형 축제 전략은 세계에서 이미 활발히 전개되는 흐름이라, 지금 지역의 대표 문화자산을 정해 세계로 향하는 서사를 준비하는 도시가 6~12개월 뒤의 기회를 먼저 잡는다.


현장 들여다보기

순천의 맛과 멋이 축제가 되다 — '2026 순천미식주간'

순천시가 지역 식재료와 문화예술을 결합한 도심형 미식 축제를 선보이며 '미식 도시'의 저력을 증명했다. 원도심 광장 일원에서 열린 현장행사에서는 미식마켓과 체험부스, 맛집 인증식, 비건음식 시상식, 로컬 미식 토크쇼가 이어졌다. 가장 큰 화제는 유명 셰프가 지역 대표 기업·농협과 협업해 순천의 신선한 식재료로 이색 메뉴를 선보인 쿠킹토크쇼였다 — 지역의 1차 산업과 기업 제품이 훌륭한 미식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 무대였다. 눈여겨볼 점은 축제의 무게중심이 '무엇을 먹는가'에서 '누구의 식재료로, 어떤 이야기를 곁들여 먹는가'로 옮겨 갔다는 데 있다. 셰프의 손을 거친 지역 농산물은 그 자리에서 상품이 아니라 콘텐츠가 되고, 관람객은 생산자의 사연과 조리 과정을 함께 소비한다. 순천시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단품 음식 소비에서 벗어나, 지역 식재료·외식업소·관광 공간을 하나로 잇는 '머무르는 미식 관광'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원도심과 전통시장, 생태자원을 융합해 도시 전역을 하나의 미식관광 무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하루짜리 먹거리 행사가 아니라, 도시의 산업·관광·문화를 잇는 상시 플랫폼으로 축제를 키우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순천의 실험은 '축제를 하루의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 산업의 연결망으로 설계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다른 지자체가 참고할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유명 셰프·인플루언서를 단순 초청 공연이 아니라 '지역 식재료와 기업 제품을 콘텐츠로 바꾸는 무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둘째, 축제를 단품 소비가 아니라 전통시장·외식업소·숙박으로 이어지는 '체류형 동선'으로 설계해, 방문객이 도시에 더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다. 셋째, '미식 도시'라는 일관된 도시 브랜드를 여러 해에 걸쳐 쌓아, 매년 반복해도 질리지 않는 정체성으로 키우는 것이다. 지역 미식 축제가 흔한 시대에, 관건은 '얼마나 화려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고 지역 경제에 남기는가'다.

전통시장이 축제장으로 변신하다 — 송파의 야시장 실험

서울 송파구가 전통시장 야시장·음식문화 축제를 다섯 곳으로 확대 운영한다. 지난해 하루 최대 3천 명이 몰리며 호응을 얻은 행사를 올해 두 곳 더 늘린 것이다. 각 축제는 먹거리 장터를 중심으로 온누리상품권 페이백, 경품·체험 프로그램, 특별 할인을 함께 운영하며, 시장마다 '비어 페스타', '막걸리 페스티벌', '월드 트립 페스티벌'처럼 저마다 다른 색깔의 이름을 달았다. 하나의 대형 축제로 뭉치는 대신 시장마다 다른 테마를 입힌 것은, 방문객이 이 시장 저 시장을 옮겨 다니게 만드는 '순회형' 설계다. 생맥주 증정과 지역가수 공연, 노래자랑, 세계음식 테마 푸드트럭, AI 포토부스까지 더해 가족 단위 방문객을 겨냥한다. 침체된 전통시장을 축제라는 형식으로 되살리려는 시도이자, 상인회가 지역 특색을 직접 살려 준비했다는 점에서 '주민이 만드는 축제'의 성격도 띤다. 온누리상품권 페이백을 축제의 중심 장치로 둔 대목이 특히 눈에 띈다 — 북적임을 그저 구경거리로 흘려보내지 않고 실제 상권 매출로 되돌리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송파의 실험은 '축제를 상권 활성화의 도구로 쓴다'는 실용적 접근을 보여 준다. 다른 지역 상권이 참고할 점은 세 가지다. 첫째, 하나의 큰 축제가 아니라 여러 시장에 각기 다른 테마(맥주·막걸리·세계음식)를 입혀 '순회하는 축제 벨트'를 만드는 것이다 — 방문객이 여러 시장을 돌게 하는 효과가 있다. 둘째, 온누리상품권 페이백처럼 축제의 소비가 실제 상권 매출로 이어지는 장치를 설계하는 것이다. 셋째, 상인회를 단순 참여자가 아니라 기획 주체로 세워, 축제가 끝난 뒤에도 상권에 운영 역량이 자산으로 남게 하는 것이다. 관건은 '북적임'을 '매출'과 '지속 가능한 상권 활력'으로 번역하는 설계다.

세대를 잇는 여름 축제 — 무안연꽃축제의 향토 미식

전남 무안군에서 열린 제29회 무안연꽃축제에서는 지역 생활개선회가 운영한 향토음식점과 양파김치 담그기 체험이 축제의 인기 코스로 자리 잡았다. 축제의 주제인 '연(蓮)'을 활용한 연근비빔밥·연잎영양밥·연근물냉면 같은 특색 메뉴는 "연꽃축제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라는 입소문을 타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 메뉴들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향토색이 짙어서가 아니라, 축제의 주제(연)와 지역 특산물(연근·양파)이 접시 위에서 하나로 만나기 때문이다 — 주제와 미식이 따로 노는 여느 축제와 뚜렷이 갈리는 지점이다. 지역 대표 특산물인 양파로 직접 김치를 담가 집으로 가져가는 체험은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였고, 지역 농특산물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증명했다는 평을 받았다. 대행사가 차려 준 무대도, 유명 연예인의 초청 공연도 없이 자연 경관(백련지)과 향토 음식, 지역 공동체의 손맛만으로 29년째 이어진다는 사실 자체가, 이 축제의 자생력을 말해 준다. 축제가 지역이 이미 가진 자산을 하나로 엮어 '이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만들어 낸 사례다.

현장에 주는 함의 — 무안의 사례는 화려한 무대나 유명 연예인 없이도 '지역의 고유 자산'만으로 축제가 성립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참고할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지역 특산물(연·양파)을 단순 판매가 아니라 '직접 만들어 가져가는 체험'으로 설계하면, 관광객에게는 기억을, 지역에는 특산물 브랜딩 효과를 동시에 남긴다. 둘째, 생활개선회 같은 지역 공동체 조직을 축제의 운영 주체로 세우면, 외부 대행사에 의존하지 않고도 축제가 매년 이어질 수 있는 자생력이 생긴다. 지역 축제의 경쟁력은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그 지역에서만 가능한 경험'의 밀도에서 나온다는 점을, 무안의 향토 미식이 조용히 증명한다.


편집장의 글

① 축제가 '지역 경제 엔진'으로 다시 정의된다

이번 호를 관통하는 첫 번째 흐름은, 축제와 행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문화'에서 '경제'로 옮겨 가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태평양에서는 회의·전시를 '보이지 않는 산업'으로 재발견하며 국가 경제 전략의 중심에 세우고, 한국의 지방 도시들은 컨벤션센터라는 하드웨어를 앞세워 유치 경쟁에 뛰어든다. 지역의 미식주간과 전통시장 축제, 향토 미식 체험은 저마다 '머무르는 관광'과 '상권 매출'이라는 경제적 언어로 스스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공통된 메시지는 분명하다 — 이제 축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모았는가가 아니라, 그 사람들이 지역에 무엇을 남겼는가로 평가받는다. 방문객 수를 넘어 소비·고용·체류·거래를 같은 양식으로 기록하고 증명하는 도시가, 문화 예산의 수혜자를 넘어 산업·통상 정책의 파트너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축제의 가치를 '경제 인프라'의 언어로 번역하는 능력이 곧 협상력이 되는 시대다.

② IP·창작자·도시가 축제의 새 주인이 된다

두 번째 흐름은 축제를 '누가 만드는가'의 변화다. 넷플릭스는 화면 속 다큐멘터리를 현실의 미식 축제로 꺼내고, K-팝 아티스트는 유럽 대형 페스티벌의 간판이 되며, 콜롬비아는 살사를 앞세워 문화외교의 무대를 연다. 세 장면은 서로 멀어 보이지만 하나의 문장으로 묶인다 — 강력한 이야기·브랜드·정체성을 먼저 가진 쪽이, 그것을 사람들이 몸으로 겪게 하는 그릇으로 축제를 세운다. 축제는 이제 지자체나 예술단체만의 것이 아니라 플랫폼·아티스트·도시·기업이 함께 만드는 열린 무대가 되었고, 그 무대의 라인업 한 줄이 곧 국가와 도시의 문화 좌표가 된다. 여기에 영화제가 사회적 의제의 광장으로 바뀌는 흐름까지 겹치면, 다음 시대 축제의 경쟁력은 '얼마나 크게'가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몸으로 겪게 하는가'에서 갈릴 것임이 분명해진다.

이 두 흐름은 결국 한국 축제 업계에 같은 질문을 던진다 — 우리 축제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 이야기가 지역에 무엇을 남기는가. 세계는 이미 축제를 경제 엔진이자 문화 수출의 통로, 사회적 의제의 광장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런 담론은 대개 아시아·태평양과 영미권에서 먼저 무르익은 뒤 한국 지역 실무에 6~12개월쯤 시차를 두고 닿는다. 지금 우리 축제가 던질 질문을 벼리고, 그 성과를 숫자로 기록하는 습관을 갖춘다면, 그 시차만큼 앞서 다음 시대의 축제를 설계할 수 있다.

출처 · 한국축제지원센터 페스티벌 인사이트 2026-W29 (공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