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핵심 — THIS WEEK POINT

  • 축제 경제가 둘로 갈라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풀뿌리·독립 축제가 무더기로 취소되며 생존을 걱정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미식·브랜드 축제가 수출과 거래의 장으로 몸집을 키운다. 위기와 확장이 같은 시기에 나란히 나타났다.
  • 축제 설계의 질문이 '얼마나 크게'에서 '누구를 위해'로 바뀐다. 변방의 창작자를 세계 무대의 주인공으로 세우는 대표성, 행사의 절반을 무료로 여는 접근성, 세대를 잇는 무대가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떠올랐다. 축제가 창작자와 관객, 세대를 다시 배려하기 시작했다.
  • 창작자와 브랜드가 직접 축제를 세운다. 인기 아티스트가 자기 이름을 건 축제를 열고, 식품·웰니스 기업이 축제를 팝업·수출 채널로 삼는다. 축제는 이제 '열리는 행사'가 아니라 '만들고 활용하는 자산'이 되어 간다.

이번 호 핵심 트렌드

콜롬비아, 세계 최대 애니메이션 축제의 주빈국이 되다 — 안시가 라틴아메리카를 부르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축제가 다음 회차의 '주빈국(country of honor)'으로 콜롬비아를 지목했다. 프랑스 안시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매년 120개 가까운 나라에서 1만 8천 명이 넘는 업계 전문가가 모이는, 애니메이션 분야 세계 최대의 만남의 장이다. 그동안 주빈국의 영예는 일본·캐나다·아일랜드·스페인·멕시코·브라질 같은 나라들에 돌아갔는데, 이번에 콜롬비아가 그 대열에 합류했다. 이 결정이 특별한 이유는, 축제가 단순히 완성된 작품을 상영하는 무대가 아니라 스튜디오·창작자·투자자·플랫폼이 만나 공동제작과 계약을 성사시키는 산업 시장(마파, MIFA)을 함께 품고 있기 때문이다. 주빈국이 되면 한 나라의 창작자들이 축제의 예술 프로그램과 비즈니스 무대 양쪽에서 집중 조명을 받는다. 현재 콜롬비아에는 30개가 넘는 애니메이션·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가 전국에 흩어져 활동하고 있고, 지난 10년간 국제 공동제작과 주요 축제 참가로 실력을 다져 왔다. 축제 예술감독은 콜롬비아 애니메이션의 부상을 "작품의 질과 국제무대를 향한 꾸준한 노력이 함께 만든 결과"로 평가했다. 완성된 작품을 트는 극장이 아니라 산업 전체가 거래되는 장이라는 점에서, 주빈국 지정은 한 나라의 창작 생태계에 세계로 나가는 문을 통째로 열어 주는 사건이다. 변방으로 여겨지던 나라의 창작 산업이, 세계가 주목하는 무대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온 장면이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소식은 축제가 한 나라의 창작 산업을 세계에 알리는 '국가적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한국 애니메이션·웹툰·콘텐츠 산업도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 실력을 한자리에 모아 세계에 각인시키는 '주빈국형 무대 전략'은 아직 드물다. 지금 검토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안시·마파처럼 '상영'과 '거래'를 한 지붕 아래 붙인 축제 모델을 벤치마킹하라. 지역 콘텐츠 축제가 작품 상영에 그치지 않고 공동제작·투자·수출 상담을 함께 열면, 창작자에게 실질적 판로가 열린다. 둘째, 국내 축제도 매년 '주빈국·주빈도시'를 초청해 해외 창작자와의 교류를 제도화하면, 우리 창작자가 세계와 만나는 통로가 넓어지고 축제의 국제적 위상도 함께 올라간다. 셋째, 콜롬비아가 30여 개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10년을 준비해 얻은 자리임을 기억하라. 세계 무대의 주인공 자리는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 지역의 창작 생태계를 꾸준히 키우고, 국제 축제에 반복해 참가하며 존재를 각인시키는 '느린 축적'이 결국 세계가 부르는 이름을 만든다. 축제는 그 축적을 세계에 보여 주는 가장 강력한 창이며, 잘 키운 지역 콘텐츠 축제 하나가 한 도시의 창작 산업 전체를 세계 지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

행사의 절반을 무료로 — '접근성'을 앞세우는 축제

축제의 문턱을 낮추는 움직임이 영국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재즈·과학·음악·문학 축제를 운영하는 한 예술 재단은 2030년까지 전체 행사의 절반을 무료로 여는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티켓 판매와 후원으로 마련한 재원을 지역 문화 경제에 다시 투자해, 45만 명의 어린이·청소년을 예술과 만나게 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 주민과의 접점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같은 시기 런던 동부의 대형 음악 축제는 나흘간 무료로 열리는 '이웃과 함께'라는 부대 축제를 예고했다. 라이브 음악과 연극, 시 낭송, 예술 워크숍은 물론, 지역 구의회와 프로 축구 구단 재단이 함께 무료 운동·축구 세션까지 마련한다. 티켓을 파는 헤드라이너 무대와 무료 지역 프로그램을 하나의 축제 안에 겹쳐 놓은 구조다. 관객을 '표를 산 소비자'로만 보던 시대에서, '함께 사는 이웃'으로 넓혀 보는 관점의 전환이 담겨 있다. 두 사례 모두 무료를 '수익을 포기하는 손해'가 아니라 '더 많은 시민을 문화로 초대하는 공적 투자'로 재정의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접근성이 축제의 부수적 배려가 아니라 핵심 전략으로 올라선 것이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 지역 축제는 대부분 이미 무료이지만, '무료라서 자산이 남지 않는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영국 사례의 핵심은 단순한 무료가 아니라 '무료를 전략으로 설계했다'는 데 있다. 첫째, 무료 프로그램의 목적을 분명히 하라. 취약계층·청소년·지역 주민처럼 '평소 축제에 오지 못하던 사람'을 데려오는 통로로 삼으면, 무료가 곧 공공적 성과의 근거가 된다. 둘째, 티켓 프로그램과 무료 프로그램을 한 축제 안에 겹쳐 설계하라. 핵심 공연·체험은 입장권을 받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워크숍·운동·낭독 같은 지역 밀착 프로그램은 무료로 열어 두 층위를 함께 굴리는 것이다. 셋째, 지역 구청·학교·복지관·스포츠 클럽을 공동 주최자로 끌어들이면 예산과 인력을 나누면서 참여의 폭도 넓어진다. 무료는 '공짜'가 아니라,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를 증명하는 가장 강한 언어가 될 수 있다.

사라지는 풀뿌리 축제, 정부에 손을 내밀다 — 영국 독립 축제의 경고

영국 독립 축제 협회가 정부의 개입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고 나섰다. 2026년 들어서만 20개의 축제가 취소·연기되거나 한 해를 쉬어 가는 '휴지년'을 택했고, 이 숫자는 2025년 43개, 2024년 78개에 이른다는 집계다. 치솟는 비용과 낮은 티켓 판매를 견디지 못한 지역·독립 축제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협회는 가족·어린이 티켓과 관련 서비스에 적용되던 세금 감면을 2027년까지 연장하고, 정부가 준비 중인 음악·창의 산업 지원 계획에 독립 축제를 포함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형 축제와 스타 라인업이 화제를 독점하는 사이, 그 아래에서 지역 문화를 떠받치던 중소 규모 축제의 생태계가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다. 새로운 재능이 처음 무대에 오르고, 지역 주민이 문화를 누리던 풀뿌리 현장이 사라지면, 몇 년 뒤 대형 축제를 채울 다음 세대의 아티스트와 관객도 함께 사라진다. 눈앞의 대형 축제만 화려해 보이지만, 그 뿌리가 마르고 있다는 진단인 셈이다. 이 경고가 무거운 이유는, 한 번 끊긴 지역 문화의 사슬은 예산이 회복돼도 곧바로 되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의 지역 축제도 물가·인건비 상승과 지자체 예산 삭감이라는 같은 압력 아래 놓여 있다. 영국의 경고는 두 가지를 일러 준다. 첫째, 축제 생태계는 대형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은 축제가 길러 내는 신인 아티스트와 지역 관객이 결국 큰 축제의 토대가 되므로, 중소 축제를 '지원 대상'이 아니라 '문화 인프라'로 보는 정책 언어가 필요하다. 둘째, 위기의 시기에는 개별 축제가 각자 버티기보다 협회·네트워크로 뭉쳐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세금·행정 지원, 안전·보험 공동 구매, 인력 공유 같은 실질적 협력이 그 출발점이다. 지금 한국 축제 업계가 갖춰야 할 것은 '개별 행사의 성공담'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건강을 함께 진단하고 대변하는 공동의 틀이다. 가장 먼저 사라지는 축제가 사실은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축제일 수 있다.

창작자가 직접 세우는 축제 — 팬덤이 곧 라인업이 된다

축제를 '누가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새로운 답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래미상을 받은 인기 아티스트가 자기 이름을 건 축제를 캘리포니아에 새로 열었다. 출연진을 전원 여성으로 채우고, 수익금은 여성과 소녀를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에 기부하는 뚜렷한 메시지를 담았다. 한 개인의 팬덤과 가치관이 그대로 축제의 라인업이자 기획 의도가 된 것이다. 영국에서는 틱톡 라이브 방송으로 매주 수천 명을 모으며 200만에 가까운 팔로워를 쌓은 디제이가, 온라인의 열기를 그대로 오프라인 축제로 옮기는 실험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축제를 "서로 다른 세대를 한 공간에 모으는 자리"로 규정한다. 검증된 팬덤을 가진 창작자가 기획사나 대형 자본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축제 플랫폼이 되는 흐름이다. 축제의 출발점이 '장소나 예산'이 아니라 '사람과 관계'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과거에는 대형 기획사가 라인업을 짜고 관객을 모았다면, 이제는 이미 커뮤니티를 거느린 창작자가 그 관계를 그대로 오프라인 무대로 가져온다. 관객이 '보러 오는 사람'에서 '이미 그 세계에 속한 사람'으로 바뀌면서, 축제의 결속력과 지속성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강력한 팬덤과 창작자 생태계를 가진 한국은 이 흐름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K-팝 아티스트, 유튜버, 웹툰·게임 창작자 모두가 이미 하나의 축제를 채울 만한 동원력을 지녔다. 지금 지역 축제와 기획자가 검토할 것은, 이들을 단지 '섭외할 헤드라이너'로 볼 것인가, 아니면 '함께 축제를 설계할 공동 기획자'로 볼 것인가다. 첫째, 창작자의 세계관과 가치를 축제의 콘셉트로 끌어들이면, 그의 팬덤이 곧 충성도 높은 관객이 된다. 둘째, 온라인에서 이미 검증된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오프라인으로 옮기는 '라이브화' 기획은 신규 관객을 끌어오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셋째, 여성·세대 통합처럼 뚜렷한 메시지를 담으면, 축제가 단순한 소비를 넘어 사회적 의미를 지닌 브랜드가 된다. 창작자를 손님이 아니라 파트너로 대할 때, 그들의 팬덤이 지역 축제의 미래 관객으로 전환된다.

미식 축제가 '거래의 장'이 되다 — 시드니와 서울

미식 축제의 성격이 '먹고 즐기는 행사'에서 '사업이 오가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한 매체가 주최하는 연례 미식 축제가 7월 말부터 도시 곳곳에서 50개의 새로운 이벤트를 펼친다. 눈길을 끄는 것은 글로벌 카드사와 배달 플랫폼이 공식 파트너로 참여해, 축제를 단순한 미식 이벤트가 아니라 결제·유통 생태계를 연결하는 상업 무대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 비즈니스 축제가 49개국 1800개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나흘간 진행된 수출 상담에서 약 8억 달러 규모의 상담이 오갔고,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금액만 2억 달러를 넘겼다. 김치·장류·전통주 같은 전략 품목을 앞세운 방한 구매단이 현장에서 계약과 업무협약을 성사시켰다. 미식 축제가 미각의 축제이자 동시에 거래와 수출의 관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관객에게는 즐기는 잔치이지만, 그 뒤편에서는 생산자와 바이어가 만나 실제 사업이 오간다. 미식 축제의 성공을 '방문객 수'가 아니라 '성사된 거래 규모'로 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축제를 보는 눈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의 지역 미식 축제 대부분은 여전히 '관광객이 먹고 가는 하루짜리 행사'에 머물러 있다. 시드니와 서울의 사례는 미식 축제가 지역 식품 산업의 판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첫째, 축제에 '거래의 무대'를 명시적으로 설계하라. 지역 생산자와 바이어, 유통·배달 플랫폼, 결제사를 한자리에 모으면, 축제가 끝난 뒤에도 계약과 거래가 남는다. 둘째, 성과를 관객 수가 아니라 '성사된 거래와 판로'로 기록하면, 다음 해 예산을 지키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셋째, 지역 특산물을 '전략 품목'으로 정하고 해외 바이어를 초청하는 상담회를 붙이면, 작은 미식 축제도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매출을 남길 수 있다. 관광객의 지갑만 노릴 것이 아니라, 지역 생산자의 판로를 여는 축제로 설계할 때, 미식 축제는 하루의 즐거움을 넘어 일 년의 매출로 이어진다.

축제를 무대로 세계에 나서는 K-브랜드 — 농심 '테이스트 오브 런던'

한국 식품 브랜드가 글로벌 미식 축제를 해외 진출의 무대로 활용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농심은 영국 런던 리젠트 파크에서 열린 대표적 미식 축제 '테이스트 오브 런던'에 대형 부스를 마련하고 자사 대표 제품인 신라면을 알렸다. 세계적 레스토랑의 요리와 최신 식음료 흐름을 한자리에서 체험하는 이 축제에서, 농심은 150제곱미터 규모의 부스에 한국식 포장마차 감성을 살린 시식존을 꾸며 현지 관객이 직접 맛보고 즐기게 했다.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는 것을 넘어, 한국의 길거리 음식 문화라는 '경험'을 통째로 옮겨 브랜드의 세계관을 보여 준 것이다. 축제라는 열린 무대는 광고로는 닿기 어려운 현지 소비자와 브랜드가 직접 만나는 접점이 된다. 미식 축제가 글로벌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체험 마케팅의 장이자, K-푸드가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통로가 되고 있다. 매대에 놓인 낯선 수입 상품이 아니라, 축제에서 직접 맛보고 즐긴 기억으로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방식이다. 현지 소비자가 제품을 '경험'으로 먼저 만나면, 이후 마트 진열대에서 그 이름을 알아보는 힘도 훨씬 커진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축제를 브랜드의 무대로 삼는 전략은 대기업만의 것이 아니다. 지역의 식품·공예·콘텐츠 브랜드도 국내외 축제를 활용해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접점을 만들 수 있다. 첫째, 축제 부스를 '진열대'가 아니라 '경험 공간'으로 설계하라. 제품을 늘어놓는 대신 그 브랜드가 담은 문화와 이야기를 체험하게 하면, 관객의 기억에 훨씬 오래 남는다. 농심이 포장마차 감성을 옮긴 것처럼, 지역 브랜드도 자기만의 문화적 맥락을 통째로 보여 줄 수 있다. 둘째, 해외 진출을 노린다면 현지의 유력 축제를 교두보로 삼는 것이 광고보다 효율적이다. 검증된 관객과 미식 애호가가 이미 모여 있기 때문이다. 셋째, 지역 축제 기획자라면 이런 브랜드를 유치해 '체험형 협찬'을 유도하면, 축제의 콘텐츠도 풍부해지고 재정도 보탤 수 있다. 축제는 브랜드에게 무대를, 브랜드는 축제에게 콘텐츠를 주는 관계가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현장 들여다보기

순천의 맛과 멋이 축제가 되다 — '2026 순천미식주간'

전남 순천에서 지역의 맛과 멋을 하나로 묶은 미식주간이 성황리에 열렸다. 남문터광장을 중심으로 유명 셰프의 쿠킹쇼부터 비건 음식 시상식까지, 미식을 여러 결로 풀어낸 현장 행사가 이어졌다. 단순히 먹거리를 파는 장터가 아니라, 지역의 식재료와 조리 문화, 건강·환경을 향한 새로운 식문화 흐름까지 하나의 주간 프로그램으로 엮은 것이 특징이다. 유명 셰프를 앞세운 쇼가 화제성을 만들고, 비건 시상식 같은 기획이 순천 미식의 방향성을 보여 주는 구조다. 지역 미식 축제가 '무엇을 파는가'를 넘어 '어떤 식문화를 지향하는가'라는 메시지를 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현장이다. 하루의 먹거리 행사가 지역의 식문화 브랜드로 확장되는 길목을 보여 준다. 순천은 정원의 도시라는 기존 이미지에 미식이라는 새로운 결을 더해, 방문객이 '먹으러 오는 도시'로도 기억되게 만들려 한다. 지역이 가진 자연·식재료·조리 문화를 하나의 주간으로 엮으면, 축제가 곧 도시 브랜딩의 도구가 된다. 유명 셰프의 화제성과 비건 시상식의 방향성을 한자리에 담아,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잡으려 한 기획이 특히 돋보인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순천의 사례는 지역 미식 축제가 화제성과 방향성을 동시에 잡는 방법을 보여 준다. 첫째, 유명 셰프의 쿠킹쇼처럼 사람을 모으는 '스타 콘텐츠'와, 비건 시상식처럼 축제의 가치를 드러내는 '메시지 콘텐츠'를 함께 배치하면, 축제가 재미와 의미를 모두 갖는다. 둘째, 지역의 식재료와 조리 문화를 앞세우면 다른 도시의 미식 축제와 차별화되고, 그 자체가 순천만의 정체성이 된다. 셋째, 건강·환경을 지향하는 새로운 식문화 흐름을 미리 담으면, 젊은 세대와 가족 관객에게 '앞서가는 축제'로 각인된다. 지역 미식 축제가 반복되는 먹거리 장터를 넘어서려면, 순천처럼 '우리 지역의 식문화는 무엇을 지향하는가'라는 질문을 축제의 콘셉트로 세울 필요가 있다. 맛에 이야기가 붙을 때, 미식 축제는 매년 다시 찾고 싶은 자리가 된다.

전통시장이 축제장으로 변신하다 — 송파의 실험

서울 송파의 한 전통시장이 맥주·막걸리와 세계 음식을 앞세운 축제장으로 변신했다. 평소 장을 보러 오가던 시장 골목이, 다양한 먹거리와 즐길 거리가 어우러진 축제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침체를 겪는 전통시장에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방문객을 불러들이기 위한 시도로, 시장 상인과 지역이 함께 '먹고 마시고 즐기는' 콘텐츠로 공간의 성격을 재해석했다. 세계 음식을 곁들여 이색적인 볼거리를 더하고, 맥주·막걸리로 저녁 시간대의 활기를 끌어낸 점이 눈에 띈다. 상설 상업 공간을 한시적 축제 무대로 전환해 유동 인구와 매출을 함께 끌어올리는, 도시 상권과 축제가 만나는 실험적 현장이다. 시장이라는 익숙한 공간이 밤에는 축제장으로 옷을 갈아입는 셈이다. 온라인 쇼핑과 대형마트에 밀려 활기를 잃던 전통시장이, 축제라는 형식을 빌려 사람을 다시 불러 모으는 방식이다. 물건을 사러 가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러 가는 곳으로 시장의 성격을 넓히면, 방문객의 체류 시간과 소비도 함께 늘어난다. 상권과 축제가 서로를 살리는 이 실험은 전국의 침체된 시장에 하나의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전통시장을 축제장으로 바꾸는 시도는 침체된 지역 상권을 되살리는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첫째, 시장이 이미 가진 '먹거리'라는 자산을 축제 콘텐츠로 재구성하라. 맥주·막걸리처럼 저녁 시간대를 여는 아이템과 세계 음식 같은 이색 요소를 더하면, 낮에 장을 보던 공간이 밤에는 즐기는 공간으로 확장된다. 둘째, 상인이 축제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게 하라. 상인이 직접 기획과 운영에 참여하면 축제가 끝난 뒤에도 단골과 매출이라는 자산이 시장에 남는다. 셋째, 젊은 세대와 가족을 겨냥한 프로그램을 앞세워 '시장은 낡은 곳'이라는 인식을 바꾸면, 일회성 이벤트가 상권의 장기적 회복으로 이어진다. 넷째, 축제로 다녀간 방문객이 평소에도 다시 찾도록, 축제와 상시 영업을 잇는 후속 장치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설 상권과 한시적 축제를 잇는 이 실험은, 도시재생과 축제 기획이 만나는 지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브랜드가 축제의 주인공이 되다 — 하이뮨 '웰니버스 아시아 2026'

인천 상상플랫폼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웰니스 축제에서, 일동후디스의 단백질 브랜드 하이뮨이 팝업스토어를 통해 축제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이 브랜드는 이틀간 운영한 팝업 공간에서 관객이 운동 미션을 수행하고 신제품을 시음하게 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제품을 파는 부스가 아니라, 브랜드가 지향하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관객이 직접 몸으로 경험하게 하는 무대로 팝업을 설계한 것이다. 웰니스라는 축제의 주제와 브랜드의 정체성이 정확히 맞물리면서, 협찬사를 넘어 축제 콘텐츠의 일부가 됐다. 대형 축제가 브랜드에게 체험 마케팅의 장을 열어 주고, 브랜드가 그 대가로 축제에 콘텐츠와 재정을 보태는 협력 모델이 자리 잡아 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현장이다. 관객 입장에서도 광고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몸을 움직여 브랜드를 경험하니, 협찬 부스가 오히려 축제의 즐길 거리가 된다. 웰니스라는 주제와 단백질 브랜드라는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맞물린 덕에, 협찬이 겉돌지 않고 축제의 일부처럼 녹아든 점이 특히 눈에 띈다. 잘 맞는 브랜드는 축제의 격을 떨어뜨리기는커녕 오히려 콘텐츠를 풍성하게 만든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웰니버스 사례는 축제와 브랜드가 서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축제 기획자에게 이는 새로운 재정·콘텐츠 확보의 기회다. 첫째, 축제의 주제와 정체성이 맞는 브랜드를 골라 '체험형 협찬'을 제안하라. 단순히 로고를 거는 협찬이 아니라, 브랜드가 관객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 파트너로 참여하면 축제의 볼거리도 함께 늘어난다. 둘째, 운동 미션·시음처럼 관객이 몸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브랜드와 공동 기획하면, 협찬 부스가 축제의 명소가 된다. 셋째, 브랜드 입장에서 축제는 핵심 소비층과 직접 만나는 검증된 접점이므로, 이 가치를 수치로 정리해 제안하면 협찬 유치가 쉬워진다. 축제와 브랜드가 서로의 목적을 채워 주는 관계로 설계될 때, 협찬은 '돈을 받는 일'을 넘어 '축제를 함께 만드는 일'이 된다.


편집장의 글

① 축제 경제의 K자 분화 — 위기와 확장이 같은 시기에

이번 호를 관통하는 가장 큰 그림은 축제 경제가 두 갈래로 뚜렷하게 갈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영국 독립 축제 협회의 경고처럼, 풀뿌리·중소 축제가 치솟는 비용과 낮은 티켓 판매를 견디지 못하고 무더기로 문을 닫는다. 2024년 78개, 2025년 43개, 2026년에도 벌써 20개가 취소·연기·휴지에 들어갔다는 숫자는 지역 문화의 토대가 조용히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런데 정반대 편에서는, 시드니의 미식 축제가 글로벌 카드사·배달 플랫폼과 손잡고, 서울의 식품 축제가 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만들어 내며 몸집을 키운다. 같은 '축제'라는 이름 아래, 어떤 축제는 생존을 걱정하고 어떤 축제는 사업의 무대가 되는 양극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 분화의 본질은 '규모'가 아니라 '축제가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에 있다. 관객의 티켓값에만 의존하는 축제는 비용 상승 앞에서 무력하지만, 거래·수출·브랜드 협력처럼 새로운 수익 구조를 붙인 축제는 위기 속에서도 성장한다. 한국 축제 업계가 지금 물어야 할 질문은 '우리 축제는 어느 쪽에 서 있는가'다. 티켓과 지자체 예산이라는 두 기둥에만 기대고 있다면, 다음 불황이 왔을 때 가장 먼저 흔들리는 쪽에 속하게 된다.

② 축제 설계의 새 축 — '얼마나 크게'에서 '누구를 위해'로

두 번째 흐름은 축제를 설계하는 질문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시대의 축제는 '얼마나 크고 화려한 무대를 세우는가'로 경쟁했다. 그러나 이번 호에 담긴 세계의 움직임은 하나같이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를 묻는다. 콜롬비아를 주빈국으로 세운 세계 최대 애니메이션 축제는 그동안 변방에 머물던 한 나라의 창작자들을 축제의 주인공으로 초대해 '누구의 창작을 세계에 알리는가'를 물었다. 절반을 무료로 여는 예술 재단과 무료 이웃 축제를 여는 대형 페스티벌은 '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축제의 중심으로 초대했다. 세대를 한 공간에 모으겠다는 창작자의 축제는 '누가 함께 즐기는가'를 기획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대표성, 접근성, 세대 통합이라는 세 갈래는 모두 축제가 '더 큰 자극'을 좇던 경쟁에서 벗어나, '더 많은 사람을 더 깊이 배려하는' 방향으로 성숙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흥미로운 것은 이 배려가 자선이 아니라 전략이라는 점이다. 세계 무대로의 초대는 한 창작 산업 전체를 끌어올리고, 무료 프로그램은 공공적 성과의 근거가 되며, 세대를 잇는 무대는 새로운 관객층을 열어 준다. 한국 축제가 관객 수라는 단일 지표에 갇혀 있는 사이, 세계의 앞선 축제들은 '우리 축제는 누구의 삶을 얼마나 바꾸었는가'라는 질문으로 자기 가치를 다시 쓰고 있다.

③ 축제는 이제 유통·수출·브랜드의 플랫폼이다

세 번째 흐름은 축제가 '열리고 끝나는 행사'에서 '만들고 활용하는 자산'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미식 축제는 지역 식품의 판로가 되고, 웰니스 축제는 브랜드의 체험 마케팅 무대가 되며, 글로벌 미식 축제는 K-푸드가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통로가 된다. 창작자는 자기 팬덤을 라인업 삼아 직접 축제를 세우고, 검증된 축제 브랜드는 다른 도시로 옮겨 간다. 이 모든 장면의 공통점은, 축제의 가치가 '그날 하루의 즐거움'에서 '그 뒤에 남는 거래·관계·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데 있다. 축제는 더 이상 소비되고 사라지는 이벤트가 아니라, 유통과 수출과 브랜드가 오가는 플랫폼이 되어 간다. 한국은 이 전환에 유리한 조건을 이미 갖췄다. K-콘텐츠 팬덤, 강한 식품·제조 산업, 창작자 생태계, 활발한 지역 축제라는 재료가 모두 있다. 부족한 것은 재료가 아니라, 축제를 '한 번 쓰는 비용'이 아니라 '여러 번 활용할 자산'으로 보는 관점이다. 지역 미식 축제에 거래의 무대를 붙이고, 지역 브랜드를 체험형 협찬으로 끌어들이고, 창작자를 공동 기획자로 대하는 작은 전환들이 쌓이면, 한 번의 축제가 일 년의 매출과 여러 해의 관계로 이어진다.

세 흐름을 한자리에 겹쳐 놓으면 하나의 그림이 보인다. 축제는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수익 구조)'와 '누구를 위해 여는가(설계 철학)'라는 두 축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다. 수익 구조가 티켓·예산 한 다리에 머문 축제는 위기에 먼저 흔들리고, 설계 철학이 '얼마나 크게'에 갇힌 축제는 관객의 마음에서 먼저 밀려난다. 반대로 거래·브랜드·수출로 수익의 다리를 늘리고, 안전·접근성·세대로 관객의 폭을 넓힌 축제는 위기 속에서도 성장한다. 두 축은 별개가 아니다. 관객을 깊이 배려한 축제가 단단한 팬층을 얻고, 그 팬층이 다시 브랜드와 거래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배려가 곧 지속 가능한 수익의 씨앗이라는 점을, 이번 호의 세계 사례들은 나란히 증언한다.

한국 축제 업계에 이번 호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위기와 확장이 갈라지는 이 시기에, 우리 축제는 어느 쪽에 설 것인가. 티켓과 예산에만 기대며 다음 불황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안전·접근성·세대라는 새 설계 축으로 관객의 신뢰를 얻고, 거래·브랜드·수출이라는 새 수익 구조로 자산을 남길 것인가. 이 전환은 거창한 예산이 아니라 관점에서 시작된다. 우리 축제가 관객의 몸과 마음을 배려하는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행사가 아니라 키워 갈 자산인지, 그리고 그 가치를 숫자로 증명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묻는 데서 첫걸음이 떼어진다. 세계의 앞선 축제들은 이미 답을 쓰고 있다. 이제 그 답을 우리 현장의 언어로 옮겨 쓸 차례다.

출처 · 한국축제지원센터 페스티벌 인사이트 2026-W28 (공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