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야외 축제의 대형 무대에서 화염과 색종이가 뿜어져 나오는 장면
※ 실제 행사 사진이 아니라 주제를 환기하는 대표 이미지입니다.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남쪽으로 16km, 붐(Boom)이라는 작은 도시의 데 스호러(De Schorre) 공원에서 매년 7월 마지막 두 주말에 축제가 열린다. 투모로우랜드는 2026년 7월 17~19일과 24~26일 두 주말에 열렸고, 16개 무대200개국 이상에서 온 40만 명을 모았다. 티켓은 매진이었다.

한국 축제 종사자에게 이 사례가 필요한 이유는 라인업이나 무대 규모 때문이 아니다. 투모로우랜드는 축제의 기술을 '무대 위'가 아니라 '관객의 손목'과 '집에서 축제장까지 오는 길'에 투자한 축제다. 우리가 '스마트 축제'라고 부르며 대개 키오스크 몇 대와 앱 하나로 끝내는 일을, 이 축제는 13년째 한 방향으로 밀어붙여 왔다.

팔찌 하나 = 입장권 + 지갑 + 신원

투모로우랜드는 2013년 캐시리스 팔찌를 도입했다. RFID 전문업체 인텔리틱스(Intellitix)와 함께 만든 이 팔찌는 처음에는 관객끼리 서로를 인식하고 교류하는 장치로 쓰였고, 몇 해 뒤 음식·음료·굿즈 결제 기능이 얹혔다.

주목할 것은 팔찌가 배송되는 방식이다. 티켓 구매자에게는 축제 전에 오르골 형태의 상자가 배송되고, 그 안에 가죽 소재의 RFID 팔찌와 캐시리스 계정 등록 안내서가 들어 있다. 결제 수단을 굿즈처럼 먼저 배송해 집에서 등록을 끝내게 하는 구조다.

시점규모
2013년캐시리스 팔찌 도입
2015년30만 명 이상에게 적용 —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캐시리스 이벤트
2017년두 주말 동안 92만 건 이상의 팔찌 결제

장내 결제는 '펄(Pearl)'이라는 자체 통화로 이뤄진다. 축제장과 캠핑장 드림빌(DreamVille) 안의 식음·굿즈가 모두 펄로 거래된다. 관객은 축제 전에 온라인으로 팔찌를 충전하고(사전 충전에는 소액 보너스가 붙는다), 현장에서도 현금·카드로 충전할 수 있으며, 쓰지 않은 펄은 축제가 끝난 뒤 소액의 처리 수수료를 제외하고 환불된다.

한국 축제 현장에 주는 함의 — 우리 축제의 '캐시리스'는 대개 부스별 카드 단말기 도입에서 멈춘다. 투모로우랜드가 다른 지점은 세 가지다. ① 매체를 하나로 통일했다 — 입장·결제·신원이 팔찌 하나에 들어가니 관객은 지갑도 휴대폰도 꺼낼 일이 없고, 주최 측은 입장 인원·구역별 체류· 품목별 매출을 같은 축(팔찌 ID)으로 붙여 볼 수 있다. 우리 축제가 매년 "몇 명 왔는지"를 추정치로 보고하는 이유는 장비가 없어서가 아니라 세는 매체가 통일돼 있지 않아서다. ② 결제 등록을 축제 전에 끝냈다. 현장 대기줄의 상당 부분은 첫 결제 등록에서 생긴다. 팔찌를 미리 보내 집에서 등록시키는 것만으로 개막 첫날의 혼잡이 크게 줄어든다. ③ 환불 구조를 먼저 설계했다 — 잔액 환불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장내 통화는 반드시 민원이 된다. 지역화폐·쿠폰형 결제를 쓰는 축제라면 "남으면 언제, 어떻게, 수수료 얼마로 돌려주는가"를 공지 첫 줄에 두는 것이 도입보다 먼저다.

티켓이 아니라 '여정'을 판다 — 글로벌 저니

투모로우랜드 관객의 다수는 벨기에 밖에서 온다. 그래서 이 축제는 2012년부터 브뤼셀항공과 손잡고 '글로벌 저니(Global Journey)'라는 여행 패키지를 직접 판다. 티켓 + 항공 + 숙박을 하나로 묶은 상품이다. 2013년 회차에는 67개 도시에서 140편의 항공편이 축제를 위해 편성됐다.

2026년 회차에는 여기에 몇 가지가 더 붙었다.

  • 파리에서 축제장으로 향하는 '파티 트레인'
  • 앤트워프의 전용 호텔(Van der Valk Park Lane)
  • 청년 패키지 확대
  • 스파-프랑코샹 벨기에 그랑프리(F1)와의 제휴

즉 관객이 "축제에 간다"고 결정한 순간부터 비행기·기차·호텔·현지 이동까지가 축제 상품 안에 들어와 있다. 관광이 축제에 '연계'되는 것이 아니라, 축제가 여행 상품의 판매자가 된 구조다.

한국 축제 현장에 주는 함의 — 우리 축제도 "체류형 관광"을 목표로 내걸지만, 실제로 파는 것은 여전히 입장권 한 장이다. 나머지(숙박·교통)는 관객이 알아서 붙이거나, 지자체 홍보 페이지에 링크로만 걸린다. 규모가 작아도 따라 할 수 있는 형태가 있다. ① 가장 먼저 묶을 것은 '교통'이다 — 서울·부산발 전세버스에 입장권·기념품을 얹은 패키지 좌석 100석부터 시작하면 된다. 파티 트레인의 본질도 결국 "가는 길부터 축제로 만든다"는 것이다. ② 숙박은 객실을 확보하는 게 아니라 '요금을 고정'하는 것부터 — 축제 기간 숙박비 급등은 재방문을 가장 크게 깎아먹는 요인이다. 주최 측이 지역 숙박업소와 '축제 요금'을 사전 합의하고 그 목록을 공식 채널에 게시하는 것만으로도 상품이 된다. ③ 지역의 다른 대형 행사와 날짜를 붙여 팔 것 — 투모로우랜드가 F1과 손잡은 이유는 같은 주에 벨기에에 오는 사람을 서로 나눠 갖지 말고 함께 늘리자는 계산이다.

팬데믹에는 축제장을 통째로 3D로 지었다

2020년 여름, 축제가 열릴 수 없게 되자 투모로우랜드는 '투모로우랜드 어라운드 더 월드(Tomorrowland Around The World)'라는 가상 축제를 열었다. 실제 부지를 중계한 것이 아니라 '파필리오넴 (Pāpiliōnem)'이라는 가상의 섬을 새로 지었다.

항목내용
개최2020년 7월 25~26일
제작 기간봉쇄 기간 중 약 3개월
제작 인원200명
무대8개(가상)
출연60팀 이상 + 강연·토크 16편
관객100만 명 이상
티켓20유로부터 (다시보기 12.5유로)
기술언리얼 엔진, 카메라 트래킹, 조명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개조
데이터촬영 소재 300TB 이상

아티스트들은 상파울루·시드니·로스앤젤레스·붐 네 곳의 그린스크린에서 촬영했고, 그 영상이 가상의 섬 위에 합성됐다. VR 기기 없이 웹에서 볼 수 있게 만든 것이 100만 명을 모은 결정적 조건이었다. 이어진 연말 에디션에는 151개국의 관객이 접속했다.

핵심은 이것이 '무료 위로 방송'이 아니라 유료 상품이었다는 점이다. 투모로우랜드는 축제를 못 여는 해에도 관객 명단과 매출과 브랜드를 잃지 않았다.

한국 축제 현장에 주는 함의 — 코로나 시기 우리 축제의 '비대면 전환'은 대부분 유튜브 라이브 한 채널이었고, 끝난 뒤 남은 것은 조회수뿐이었다. 차이를 만든 것은 예산이 아니라 "온라인 관객을 관객으로 셀 것인가"라는 정의였다. 실무적으로 남길 교훈은 두 가지다. ① 온라인에도 '입장'을 만들 것 — 금액이 1,000원이어도 좋다. 결제·등록을 거치면 그때부터 다음 해에 연락할 수 있는 명단이 생긴다. 무료 공개 방송은 명단을 남기지 않는다. ② 재난·기상으로 못 여는 해를 위한 '대체 개최' 형식을 미리 정해 둘 것 — 폭염·태풍으로 야외 개최가 흔들리는 지금, 축제가 취소를 '0'으로 처리하지 않으려면 대체 형식이 필요하다. 3D까지 갈 필요는 없다. 아카이브 상영·온라인 굿즈·지역 상점 연계 쿠폰처럼 우리 규모에 맞는 형식을 정해 두는 것이 요점이다.

그리고 2025년 — 개막 이틀 전 메인 무대가 불탔다

기술 이야기의 끝에 반드시 붙여야 할 사례가 하나 있다. 2025년 7월 16일, 개막을 이틀 앞두고 메인 무대에 화재가 발생해 무대가 전소했다. 관객은 없었고 인명 피해도 없었지만, 축제의 상징이 사라진 상태였다.

주최 측은 축제를 취소하지 않았다. 48시간이 채 안 되는 사이에 대체 메인 무대를 세웠고, 예정대로 7월 18일 금요일에 전 구역을 개방했다. 메인 프로그램은 거의 그대로 진행됐다.

한국 축제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48시간은 장비의 성과가 아니라 조직의 성과다. 상시 인력이 있고, 협력업체와의 관계가 매년 이어져 있고, 대체 무대의 사양을 즉시 판단할 사람이 내부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 축제 대부분은 매년 대행사가 바뀌고, 개최 두 달 전에 인력이 꾸려진다. 그 구조에서는 개막 이틀 전 사고가 곧 취소다. 당장 바꿀 수 없다면 최소한 이것만은 남기자 — 핵심 시설별로 '대체안과 그 연락처'를 한 장에 정리해 두는 것. 무대·전기·음향·천막 각각에 대해 "이게 못 쓰게 되면 누구에게 몇 시간 안에 무엇을 받을 수 있는가"를 적은 종이 한 장이, 사고가 났을 때 축제의 개최 여부를 가른다.

마지막으로 — 기술은 관객이 겪는 순서대로 쌓인다

투모로우랜드의 기술 투자에는 순서가 있다. 화려한 무대 특수효과가 아니라 ① 집으로 배송되는 팔찌 → ② 축제장까지 오는 항공·기차 → ③ 손목으로 하는 입장과 결제 → ④ 못 오는 사람을 위한 온라인 입장이다. 전부 관객이 축제를 겪는 순서를 따라 놓여 있다.

우리 축제가 '스마트'를 말할 때 가장 먼저 사는 것은 대개 미디어파사드나 AR 체험 부스다. 관객이 그것을 만나는 시점은 이미 줄을 서고, 주차장을 헤매고, 현금을 찾은 뒤다.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같은 예산에서 나오는 만족도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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