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러이끄라통(Loy Krathong)은 음력 12월 보름밤에 바나나 잎·꽃으로 만든 작은 배 '끄라통'에 촛불을 얹어 강에 띄우는 전통 축제다. 북부 치앙마이에서는 같은 시기에 하늘로 등불(콤로이)을 띄우는 이펭(Yi Peng)이 겹친다. 2025년에는 11월 5일 밤에 전국이 동시에 불을 밝혔다.
이 축제가 한국 축제 종사자에게 흥미로운 이유는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다. 축제가 끝난 뒤 남는 청구서를 태국이 숫자로 계산해 매년 공개하기 때문이다. 물 위에는 수십만 개의 쓰레기가, 하늘에는 항공기와 충돌할 수 있는 불덩이가 남는다. 방콕과 치앙마이는 이 두 청구서를 각각 '집계'와 '구역·시간 규칙'으로 다뤄 왔다.
축제 다음 날 아침, 도시가 등불을 한 개 단위로 센다
방콕시(BMA)는 러이끄라통 당일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짜오프라야강·운하·저류지· 공원에서 끄라통을 수거하고, 몇 개를 건졌는지·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소재별로 집계해 발표한다. 2025년 집계는 11월 5일 오후 8시부터 6일 오전 5시까지, 110개 지점 수거 결과다.
| 연도 | 수거량 | 소재 구성 |
|---|---|---|
| 2023 | 639,828개 | 자연소재 96.74% / 폼 3.26% |
| 2024 | 514,590개 | 자연소재 98.39%(약 50만 6천 개) / 폼 1.61%(약 8,270개) |
| 2025 | 391,027개 | 자연소재 82.76%(323,626개) / 빵 10.01%(39,103개) / 폼 7.23%(28,298개) |
수거된 끄라통은 그대로 버려지지 않는다. 자연소재는 유기질 퇴비로 전환하고, 폼(스티로폼) 끄라통만 매립한다. 즉 이 집계는 통계용 숫자가 아니라 다음 공정을 결정하는 분류 작업 이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가 곧 어디로 갈지를 정한다.
숫자를 정직하게 읽으면 성과와 숙제가 함께 보인다. 총량은 2년 사이 63만 개대에서 39만 개대로 줄었고, 2024년에는 자연소재 비율이 98%를 넘겼다. 반면 2025년 폼 끄라통은 개수로도 8,270개에서 28,298개로 늘었다. 다만 2024년까지 '자연소재/폼' 두 갈래였던 분류가 2025년에 '자연소재/빵/폼' 세 갈래로 바뀌었으므로, 연도 간 비율은 단순 비교보다 분류 기준과 함께 읽어야 한다. 빵으로 만든 끄라통이 별도 항목으로 떨어져 나온 것 자체가, "썩으니 괜찮다"고 여겨지던 소재가 수질 관리 관점에서 재평가되고 있다는 신호다.
핵심은 매년 같은 방식으로 세고, 세자마자 공개한다는 점이다. 소재 전환 캠페인의 성패가 이듬해 아침의 숫자로 즉시 채점된다.
온라인 끄라통 — 대체재가 아니라 병행 선택지
방콕시는 시 플랫폼(greener.bangkok.go.th)에서 디지털 끄라통을 띄울 수 있게 하고, 34개 공원과 대형 상업시설 아이콘시암에 연동했다. 참여 실적도 함께 공개한다.
- 2024년: 온라인 끄라통 36,832건
- 2025년: 온라인 끄라통 23,347건
실물 수거량(39만 개)에 견주면 아직 작고, 전년보다 오히려 줄었다. 디지털 참여가 실물 행위를 곧바로 대체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태국은 숨기지 않고 숫자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수치가 의미 있는 이유는, 총량·소재·온라인 참여가 한 장의 표에 함께 놓여 다음 해 정책 판단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하늘 — 축제를 금지하지 않고 시간과 구역을 나눈다
치앙마이의 문제는 물이 아니라 하늘이다. 이펭 기간에 뜨는 수천 개의 콤로이는 착륙·이륙 항로와 직접 겹친다. 태국은 이 충돌을 금지 대신 조정으로 풀어 왔다.
- 구역 — 활주로 반경 약 5km는 방출 금지, 활주로 양 끝 방향으로는 약 20km까지 금지 구역이 적용된다. 관제센터는 이를 1급(방출 전면 금지)·2급(방출 7일 전 사전 통보 필수) 구역으로 나눠 고지한다.
- 시간 — 공항 인근 주민은 항공 교통이 없는 밤 9시 이후에만 방출할 수 있다(치앙라이 매파루앙 공항 반경 8km는 밤 9시 30분 이후).
- 항공편 사전 조정 — 2024년 11월 15~16일 이틀간 치앙마이 국제공항에서 74편이 결항, 96편이 시간 변경됐다. 대신 축제 전후로 16편(국내선 8편 포함)을 증편해 수요를 흡수했다.
- 현장 점검 — 같은 기간 활주로 이물질 점검을 하루 10회로 늘려 날아든 등불을 확인했다.
과거에는 조정 없이 100편 넘는 항공편이 결항해 공항이 약 200만 바트의 수입을 잃은 적도 있었다. 지금 방식의 요체는 불확실한 사고를 예측 가능한 스케줄로 바꾼 것이다. 결항 74편은 손실이지만, 사전에 공지된 74편은 승객·항공사가 대비할 수 있는 손실이다.
한국 축제 현장에 주는 함의 — 우리 축제도 물 위에 등을 띄우고(유등), 하늘에 풍등을 올린다. 그런데 끝난 뒤 몇 개를 건졌고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숫자로 공개하는 축제는 드물다. 방콕 사례에서 옮겨올 수 있는 것은 등불 문화가 아니라 집계 습관이다. ① 수거량(개수·톤), ② 소재 구성비, ③ 처리 경로(퇴비/매립) — 이 세 줄만 매년 같은 기준으로 공표해도, 다회용기·친환경 소재 전환 캠페인이 '했다'가 아니라 '얼마나 됐다'로 평가된다. 공모 사업 실적보고서의 정성 서술을 이 세 줄로 바꾸는 것부터가 출발점이다. 하늘 쪽 함의는 더 직접적이다. 국내에서도 관제권 안에서는 지방항공청장 승인 없이 풍등을 날릴 수 없고, 2018년 고양 저유소 화재처럼 화재 원인이 된 사례도 있다. 치앙마이가 보여주는 답은 '풍등 금지'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금지 구역 + 허용 시간대 + 사전 통보 기한이라는 세 개의 손잡이다. 공항·군 비행장 인근 지자체라면, 축제를 접기 전에 관제기관과 합의된 시간·구역표를 먼저 만들 수 있는지 검토할 만하다. 그리고 결항·통제를 감추지 않고 미리 공지한 태국 공항의 태도 — 불편을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안전 대책이다.
이 사례가 좋은 사례인 이유
러이끄라통은 완성된 모범이 아니다. 폼 끄라통은 여전히 나오고, 온라인 참여는 줄었으며, 총량 감소가 환경의식 때문인지 참여 감소 때문인지는 이 수치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수사례로 볼 만한 지점은 세 가지다.
- 끝난 뒤를 센다 — 축제 성과를 방문객 수가 아니라 다음 날 아침의 수거량으로도 잰다.
- 나쁜 숫자를 그대로 낸다 — 폼 증가, 온라인 참여 감소를 함께 공개해 다음 해의 과제가 저절로 드러난다.
- 전통을 금지하지 않고 조건을 설계한다 — 하늘길과 등불이 같은 밤을 나눠 쓰도록 구역·시간·통보 기한을 정했다.
축제의 지속가능성은 선언문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같은 형식의 숫자에서 만들어진다.
출처
- Bangkok sees decline in krathongs collected during 2025 Loy Krathong Festival (Pattaya Mail)
- Loy Krathong: Bangkok floats towards sustainability (The Star)
- Chiang Mai flights cancelled, rescheduled for lantern festival (The Star)
- Air Traffic Control Centre Designates Zones for Release of Sky Lanterns During Loy Krathong (Chiang Mai Citylif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