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순환 실험실'이라는 콘셉트
DGTL 암스테르담은 2013년 시작된 일렉트로닉 음악 축제다. 규모나 라인업으로만 승부하지 않고 "폐기물 제로·배출 제로의 완전한 순환형 축제" 를 목표로 내걸어, 지속가능성을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축제의 정체성이자 운영 원칙으로 끌어올렸다.
DGTL은 순환경제 컨설팅사 Metabolic 과 함께 자체 배출·자원 흐름을 측정하고 '제로 웨이스트 전략'을 설계한다. 핵심은 이벤트 당일이 아니라 몇 달 전 자재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축제장에 들어오는 모든 물건은 재사용·재활용· 반납 중 하나의 '두 번째 삶'에 대한 계획을 갖고 반입된다.
무엇을 어떻게 했나
- 다회용 시스템: 일회용 플라스틱 대신 다회용 하드컵, 보증금(디포짓) 방식 커피컵, 세척 후 재사용하는 케이터링 접시를 쓴다.
- 거의 완전한 분리배출: 유리·유기물·금속·종이 등으로 흐름을 나눠 회수한다.
- 순환형 푸드코트: 육류를 팔지 않는 채식 중심 푸드코트를 운영한다. DGTL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암스테르담 에디션에서 식물성 버거(Beyond Meat) 1,322개 이상이 팔려 약 28만 리터의 물을 아낀 것으로 집계됐다. 푸드 폐기물은 약 600kg의 퇴비로 바뀌어 암스테르담 도시농부들의 텃밭 작물 재배에 쓰인다.
- 자재 재사용: 무대 디자인과 사이니지는 여러 에디션에 걸쳐 다시 쓰거나 임대로 충당하고, 축제가 끝나면 다음 회차용으로 보관하거나 임대사에 반납한다.
- 에너지·물 측정: 재생에너지 조달을 원칙으로 하고 2024년에는 수소 발전기를 도입했으며, 물 사용량을 계량기로 측정해 다음 해 절감 설계의 근거로 삼는다.
핵심은 개별 친환경 아이템의 나열이 아니라, "들어온 것과 나간 것을 킬로그램 단위로 측정하고 다음 회차 설계에 되먹인다" 는 순환 루프 자체를 운영 체계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 DGTL이 스스로를 '리빙 랩(living lab)'이라 부르는 이유다.
한국 축제 현장에 주는 함의
다회용기 몇 개, 분리수거함 몇 개를 놓는 '이벤트성 친환경'과, DGTL처럼 자재 반입 단계부터 폐기물의 행선지를 설계하고 그 데이터를 다음 회차에 되먹이는 순환 체계는 전혀 다른 층위다. 한국 지역축제도 (1) 다회용기·보증금제, (2) 유기물 퇴비화를 지역 농가와 연결하는 순환 고리, (3) 무대·사이니지의 회차 간 재사용, (4) '반입 물량 대비 배출량' 같은 측정 지표를 도입하면, 지속가능성을 비용이 아니라 브랜드 자산과 예산 절감으로 전환할 수 있다. 특히 문화관광축제 평가에 수용태세·부정문제와 함께 지속가능성 지표를 반영한다면, DGTL식 순환 설계는 현실적인 벤치마크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