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핵심 — THIS WEEK POINT

  • 국가가 축제 유치를 두고 본격적으로 맞붙기 시작했다. 영국 정부가 회수율 높기로 이름났던 비즈니스 이벤트 유치 프로그램의 예산을 줄이는 사이, 싱가포르는 한 해 만에 관련 수입이 35% 늘었다고 발표했고 태국·중동은 정부 차원의 유치 드라이브를 걸었다. 행사 유치가 국가 간 경쟁의 최전선이 됐다.
  • 축제가 그 시대의 가장 민감한 가치 논쟁이 펼쳐지는 무대가 됐다. 미국 프라이드 시즌은 기업 후원 후퇴라는 정치적 역풍을 정면으로 맞았고, 같은 시기 일본·유럽에서는 음식·여행 콘텐츠로 행사가 오히려 더 풍성해졌다. 축제는 더 이상 사회 분위기와 무관한 중립지대가 아니다.
  • 검증된 축제가 '브랜드'가 되어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 일본의 서머소닉이 방콕에서 데뷔하고, 유럽의 EXIT 페스티벌은 이집트에서 새 축제를 연다. 한 번 성공한 축제가 여러 나라에 지점을 내는 '프랜차이즈' 시대가 열렸다.

01 헤드라인 — 이번 주 핵심 흐름

정부가 축제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 영국 비즈니스 이벤트 예산 삭감의 경고

영국 정부가 가장 높은 투자 회수율을 자랑하던 관광청(VisitBritain)의 비즈니스 이벤트 유치 프로그램 예산을 삭감했다. 한 나라가 국제 컨퍼런스·전시·박람회를 자국에 유치하면, 참가자들이 머무는 동안 항공·숙박·요식·관광에 쓰는 돈이 행사 매출의 몇 배로 돌아온다. 그래서 비즈니스 이벤트 유치는 '쓴 돈보다 훨씬 많이 돌아오는' 대표적 고효율 투자로 꼽혀 왔다.

그런데 영국이 바로 그 프로그램의 예산을 줄이는 사이, 경쟁국들은 오히려 유치 경쟁에 더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싱가포르는 같은 주에 2025년 비즈니스 이벤트 수입이 한 해 만에 35% 늘었다고 발표했고, 태국·아랍에미리트·사우디는 정부 차원의 대규모 유치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회수율이 높은 영역에서 한쪽이 발을 빼면, 그 자리는 곧바로 다른 나라가 채운다. 이것은 단순한 예산 뉴스가 아니라, 국가 간 행사 유치 경쟁의 판도가 재편되고 있다는 분명한 조짐이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도 국제회의·전시 유치를 도시 경쟁력의 핵심 지표로 삼아 왔지만, 영국 사례는 '한번 확보한 우위는 손을 떼는 순간 사라진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컨벤션 유치 지원은 단기 비용으로 보면 깎고 싶은 항목이지만, 회수율로 따지면 가장 효율 높은 투자에 속한다. 특히 지방 도시의 경우, 행사 한 건이 그 지역의 숙박·요식·교통 업계 전체를 먹여 살리는 효과가 크다. 지금 한국 지자체와 컨벤션뷰로가 점검해야 할 것은, 경쟁국이 공격적으로 나오는 이 시점에 우리의 유치 예산과 인센티브가 그들에 견줄 만한가다. 또한 단순히 큰 국제행사를 '가져오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행사가 지역에 데이터·네트워크·재방문이라는 자산으로 남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사 유치는 보조금 경쟁이 아니라, 그 도시만이 줄 수 있는 경험과 연결의 경쟁으로 옮겨가야 살아남는다. 경쟁국이 발을 굴릴 때 우리가 멈추면, 그 격차는 시차를 두고 뼈아프게 돌아온다.

정치가 축제 안으로 들어왔다 — 프라이드 행사가 보여준 '후원의 후퇴'

올여름 세계 곳곳의 프라이드(성소수자 축제) 시즌을 관통한 화두는 '기업 후원의 후퇴'였다. 미국에서는 뉴욕 프라이드가 또 한 해 줄어든 기업 후원 속에서 행사를 준비하는 법을 고민했고, 반(反)다양성 기조와 다양성·형평·포용 정책 후퇴라는 정치적 역풍 속에서 브랜드들이 어떻게 프라이드에 참여할지를 두고 미디어가 잇따라 분석을 내놨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시기 정반대 권역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동시에 펼쳐졌다는 점이다.

일본 도쿄 프라이드에는 호주 커피와 길거리 음식을 선보이는 특별 카페가 처음 문을 열었고, 미국에서는 암스테르담 월드프라이드를 위한 미식·여행 가이드가 나왔으며, 독일에서도 프라이드 먼스를 맞은 깜짝 콘서트 소식이 전해졌다. 한쪽에서는 정치적 역풍으로 기업이 발을 빼고, 다른 한쪽에서는 음식·여행·문화 콘텐츠로 행사가 더 풍성해지고 있다. 축제가 더 이상 사회의 분위기와 무관한 중립지대가 아니라, 그 시대의 가장 민감한 가치 논쟁이 직접 펼쳐지는 무대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흐름이 한국 축제 기획자에게 주는 교훈은 두 가지다. 첫째, 외부 후원에 과도하게 기댄 행사는 정치·경제 환경이 바뀌면 한순간에 흔들린다는 점이다. 미국 프라이드가 기업 후원 축소 속에서도 행사를 이어갈 수 있었던 힘은, 결국 그 행사를 지지하는 커뮤니티의 자발적 참여와 소액 후원, 그리고 명확한 정체성이었다. 한국 지역 축제도 대기업 협찬 한두 건에 운명을 거는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소상공인·팬 커뮤니티가 함께 떠받치는 다층적 후원 구조를 미리 설계해 둘 필요가 있다. 둘째, 가치와 정체성이 분명한 축제일수록 위기에 강하다는 점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다 색깔을 잃은 행사보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말하는 행사인지 또렷한 축제가 더 단단한 지지층을 만든다. 동시에 음식·여행 같은 보편적이고 친근한 콘텐츠를 결합하면, 민감한 주제도 더 넓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다. 정체성의 선명함과 콘텐츠의 친근함, 이 둘을 함께 갖추는 것이 흔들리는 시대에 축제가 살아남는 길이다.

축제 IP가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 — 서머소닉의 방콕, EXIT의 이집트

성공한 축제 브랜드를 다른 나라로 그대로 '수출'하는 흐름이 또렷해지고 있다. 일본의 대표 음악 축제 서머소닉이 방콕에서 데뷔하고, 세르비아에서 시작돼 유럽 전역으로 확장해 온 EXIT 페스티벌은 이집트에서 '스타라이트'라는 새 축제를 선보인다. 검증된 축제 브랜드 하나가 여러 나라에 지점을 내는, 일종의 '축제 프랜차이즈' 모델이다. 이것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두 가지 변화가 있다.

하나는 축제가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고유한 분위기·음악 큐레이션·브랜드 경험을 갖춘 '지식재산(IP)'으로 성숙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신흥 시장 국가들이 자국의 관광·문화 산업을 빠르게 키우기 위해 이미 검증된 글로벌 축제를 유치하려 한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새 축제를 만드는 것보다, 이미 세계적 인지도와 운영 노하우를 갖춘 브랜드를 들여오는 편이 위험이 적고 효과가 빠르기 때문이다. 축제가 콘텐츠 산업의 한 장르로 본격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흐름은 한국 축제에 두 갈래의 질문을 던진다. 첫째, 한국에도 해외로 수출할 만한 '축제 IP'가 있는가다. 한국은 매년 수백 개의 지역 축제를 열지만, 대부분 그 지역에 묶인 일회성 행사에 머물러 있다. 음악·음식·불꽃·등(燈)·미디어아트처럼 한국이 강점을 가진 영역에서, 국경을 넘어 통할 만한 고유한 콘셉트와 브랜드를 갖춘 축제를 의식적으로 키워 IP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잘 키운 축제 하나는 케이팝·드라마처럼 한국 문화를 알리는 수출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둘째, 거꾸로 한국이 검증된 글로벌 축제를 유치하는 전략도 유효하다. 다만 단순히 해외 브랜드를 들여오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운영 노하우를 흡수하고 한국적 색채를 입혀 우리 것으로 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축제도 이제 '만들거나 사 오거나'를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콘텐츠 사업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한국은 콘텐츠 강국의 저력을 축제 IP라는 새 영역으로 확장할 충분한 자산을 갖고 있다.

02 세계 축제 현장 — 글로벌 벤치마크

다른 나라 축제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보고와 기획에 바로 쓸 수 있는 해외 사례를 모았다.

  • 베트남 — '축제의 나라'로 변신 중. 한 주 사이 베트남에서만 영화제, 후에(Huế) 페스티벌의 프랑스 듀오 무대, 채식 음식 축제, 어린이 그림책 축제, 전통 여신 축제 소식이 동시에 쏟아졌다. 영화·음식·도서·전통 신앙을 한꺼번에 키우며 도시 전체를 축제 생태계로 만드는 신흥 강국의 전형이다.
  • 일본 — 도시의 '밤'을 무대로. 도쿄 신주쿠에서 빛의 축제 '도쿄 라이츠'가 미디어아티스트의 신작과 대규모 조명·영상 연출로 도심의 밤 풍경을 통째로 바꿔 놓았다. 더운 여름, 낮보다 밤에 사람을 모으는 '야간 경제'형 축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 태국 — 인력난을 '구조'로 푸는 나라. 태국이 정부·학계·직업교육을 한데 묶는 '삼중 나선' 동맹을 발표하며 아시아·태평양 전역의 이벤트 인력 부족을 체계적으로 풀겠다고 나섰다. 행사를 키우는 일만큼 그 행사를 떠받칠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 의제가 됐다.
  • 스페인 — 건축이 광장으로 나온 축제. 'TAC! 페스티벌'의 수상 임시 파빌리온들이 발표됐다. 전시장에 갇혀 있던 건축·디자인이 도시 광장으로 나와, 시민이 직접 거닐고 사용하는 '축제'가 됐다.

03 딥다이브 — 축제가 '독립 행사'에서 '국가 전략 자산'으로 격상되고 있다

이번 주 단서들을 관통하는 가장 큰 변화는, 축제가 더 이상 개별 주최자의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국가와 도시가 전략적으로 운용하는 자산으로 격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가 표준·정책·인력이라는 산업 인프라가 축제 위에 얹히는 장면이었다면, 이번 주는 그 인프라를 손에 쥐려는 국가 간 경쟁이 본격화되는 국면이었다.

세 갈래가 동시에 움직였다. 첫째, 행사 유치가 국가 경쟁의 최전선이 됐다. 영국 정부가 비즈니스 이벤트 예산을 삭감하자 싱가포르·태국·중동이 곧바로 그 자리를 채우려 달려들었다. 회수율 높은 영역에서 한쪽이 멈추면 다른 쪽이 그 빈자리를 가져간다. 둘째, 검증된 축제가 IP가 되어 국경을 넘었다. 서머소닉의 방콕, EXIT의 이집트처럼 성공한 브랜드가 여러 나라에 지점을 낸다. 셋째, 신흥국이 축제를 도시 브랜딩의 핵심 도구로 삼아 빠르게 부상했다. 베트남이 영화·음식·도서·전통을 한꺼번에 키우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대표적이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축제는 이제 관광객을 부르고, 도시를 브랜딩하고, 문화를 수출하는 국가 전략의 도구가 됐다. 한국 축제·이벤트 업계에 주는 함의도 여기서 나온다. 우리의 축제가 그저 한 지역의 연례행사인지, 아니면 국경을 넘어 통할 콘텐츠이자 도시 경쟁력의 자산인지를 다시 물어야 한다. 매년 수백 개를 열면서도 대부분이 지역에 묶인 일회성 행사에 머무는 현실은, 이 글로벌 경쟁의 시대에 점검해야 할 지점이다. 축제를 전략 자산으로 보는 관점의 전환이, 한국 축제의 다음 단계를 결정한다.

04 프로그램 & 킬러 콘텐츠

축제의 경쟁력은 결국 '무엇이 사람을 모으는가', 즉 콘텐츠다. 이번 주는 콘텐츠를 둘러싼 세 갈래의 변화가 동시에 나타났다.

  • '밤'이라는 새 콘텐츠 무대. 도쿄 라이츠가 보여준 빛·미디어아트 기반의 야간 축제는, 같은 도시 공간이 시간대에 따라 두 번 작동하게 만든다. 빛과 영상은 언어 장벽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사진·영상으로 퍼지기 좋아 방문객 한 사람 한 사람이 홍보 채널이 된다.
  • '니치 커뮤니티'를 정조준한 콘텐츠. 게임 팬과 반려인처럼 분명한 관심사로 묶인 커뮤니티를 겨냥한 축제가 부상했다. 규모는 작아도 몰입의 깊이가 깊다. 보러 오는 게 아니라 '하러' 오는 능동적 참여가 충성도와 입소문을 만든다.
  • '건축·디자인'을 시민 체험으로. 스페인 TAC!의 임시 파빌리온처럼, 전시 관람에 그치던 디자인이 시민이 직접 사용하는 도시 공간 체험으로 바뀌고 있다. 큰 비용 없이 도시 한 모퉁이를 단숨에 명소로 만든다.

핵심은 콘텐츠를 '많은 사람에게 얕게'가 아니라 '분명한 대상에게 깊게' 닿게 만드는 발상이다. 작지만 깊은 축제가, 크지만 얕은 축제보다 강한 시대다.

05 푸드 페스티벌

음식은 이번 주에도 축제의 가장 강력한 매개였다. 민감한 주제를 친근하게 풀어내는 통로이자, 도시의 색깔을 드러내는 콘텐츠로 동시에 쓰였다.

  • 음식이 민감한 주제를 푸는 통로가 됐다. 도쿄 프라이드의 특별 카페, 암스테르담 월드프라이드의 미식·여행 가이드처럼, 음식·여행 콘텐츠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행사를 더 넓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여는 다리 역할을 했다.
  • 채식·친환경이 음식 축제의 콘셉트가 됐다. 베트남 후에의 채식 음식 축제는 '친환경 생활과 문화 가치'를 전면에 내걸었다. 무엇을 어떻게 먹이는가가 그 축제의 정체성이자 메시지가 되고 있다.
  • 지역 음식이 도시 브랜딩으로. 호주 시드니의 대형 음식 축제, 싱가포르 단오절 라이스 덤플링 명소 큐레이션처럼, 지역 음식을 묶어 도시의 미식 경험으로 만드는 기획이 여러 권역에서 동시에 펼쳐졌다.

06 지속가능 이벤트

지속가능성의 의미가 이번 주, 한 단계 넓어졌다. 환경(탄소·폐기물)을 넘어 '사람'과 '문화 가치'까지 지속가능성의 범위로 들어왔다.

  • 국제 표준과 유엔 목표의 연결. 글로벌 표준 협업 프로젝트가 비즈니스 이벤트의 영향을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개별 행사의 친환경 성과를 전 세계 공통의 언어로 측정·증명하는 틀이 다듬어지고 있다.
  • '사람의 지속가능성'이 의제가 됐다. 축제·이벤트 종사자의 정신 건강과 안전한 일터, 그리고 태국의 인력 양성 동맹처럼, 지속가능성이 환경에서 노동·인재로 확장됐다. 산업의 병목이 자원에서 사람으로 옮겨갔다.
  • 문화 가치를 내건 친환경 축제. 베트남 채식 축제가 친환경과 문화 가치를 함께 내건 것처럼, 환경 메시지가 도덕적 구호가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정체성과 결합한 콘텐츠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07 테크 & 이노베이션

기술이 축제 운영을 바꾸는 방향이 이번 주에는 '경험'과 '사람'이라는 두 축에서 두드러졌다.

  • 미디어아트가 도시를 캔버스로. 도쿄 라이츠는 미디어아티스트의 신작과 조명·영상 기술로 도심의 밤 풍경을 통째로 바꿨다. 기술이 새 시설을 짓는 대신 기존 도시 공간을 새로운 경험의 무대로 재활용하는 방향으로 쓰이고 있다.
  • 음악 축제 운영의 디지털 플랫폼화. 이스라엘에서는 음악 축제 운영을 돕는 혁신 플랫폼이 주목받았다. 행사 기획·참가자 연결·운영을 디지털로 묶는 솔루션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 사람을 길러내는 기술. 태국의 삼중 나선 동맹처럼, 기술과 교육 인프라가 행사 운영뿐 아니라 그 행사를 떠받칠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데까지 들어오고 있다. 데이터와 교육이 결합한 인력 시스템이 다음 경쟁의 토대가 된다.

08 곧 다가올 — 한국 축제가 미리 준비할 것

해외에서는 본격화됐지만 한국에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움직임이다. 미리 준비하면 6개월에서 1년 앞설 수 있다.

  • 검증된 축제 IP의 양방향 거래. 서머소닉·EXIT처럼 축제를 '복제 가능한 포맷'으로 라이선싱하는 모델은, 한국에도 곧 닿는다. 한국은 들여오는 쪽과 내보내는 쪽 양쪽 다 가능한 드문 위치에 있다.
  • 빛·미디어아트 기반 야간 축제. 도쿄 라이츠 같은 야간 경제형 축제는, 미디어아트 기술이 강한 한국에 유리한 영역이다. 기존 랜드마크에 빛을 입히는 방식이 6~12개월 내 본격 확산할 여지가 크다.
  • 축제 인력의 지속가능성. 종사자 번아웃과 인력난은 영국·태국에서 먼저 의제가 됐다. 더 심한 프리랜서 의존 구조인 한국에서 머지않아 표면화될 문제다. 미리 양성 시스템을 짜는 쪽이 앞선다.
  • 신흥국과의 동시 경쟁. 베트남은 시차를 두고 따라오는 시장이 아니라 한국과 동시에 아시아 관광을 두고 겨루는 경쟁자다. 노하우 수출의 1순위 시장이자, 긴장해야 할 상대다.
단서본고장한국 도착 예상준비 난이도
검증된 축제 IP의 라이선싱·수출입일본·유럽6~12개월중 — 브랜드·운영 노하우
빛·미디어아트 야간 축제일본·유럽6~12개월낮음 — 공간 재활용
축제 인력 양성·웰빙 시스템영국·태국6~12개월중 — 정부·교육 협력
신흥국 동시 경쟁(노하우 수출)베트남진행 중중 — 합작·컨설팅

09 현장 도구함 — '흔들려도 버티는 축제' 5단계 점검표

이번 주 바로 쓸 수 있는 점검표.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서는 축제를 만들기 위한 최소 점검 항목이다.

  1. 후원 다변화 — 대기업 협찬 한두 건이 아니라, 지역 소상공인·크라우드펀딩·유료 회원으로 후원 구조를 분산했는가?
  2. 정체성 선명 — 우리 축제가 '누구를 위한 무엇을 말하는' 행사인지 한 문장으로 또렷하게 말할 수 있는가?
  3. 포맷의 자산화 — 우리 축제를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운영 매뉴얼·연출 가이드·브랜드 자산으로 문서화했는가?
  4. 밤·니치의 발굴 — 낮·대중 중심을 넘어, 밤 시간대와 분명한 관심사 커뮤니티라는 새 무대를 살펴봤는가?
  5. 사람을 지키기 — 행사를 만드는 사람의 노동 환경·정신 건강을 기획의 정식 점검 항목으로 다뤘는가?

10 에디터스 노트

이번 주 흐름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축제가 '독립 행사'에서 '국가 전략 자산'으로 격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표준·정책·인력이라는 산업 인프라가 축제 위에 얹혔다면, 이번 주는 그 인프라를 누가 쥘 것인가를 두고 국가들이 본격적으로 맞붙었다. 영국 정부가 비즈니스 이벤트 예산을 삭감하자 싱가포르·태국·중동이 곧바로 그 자리를 채우려 달려드는 모습은, 행사 유치가 국가 간 경쟁의 최전선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베트남이 영화·음식·책 축제를 한꺼번에 키우며 '축제의 나라'로 변신하는 것도, 서머소닉과 EXIT 같은 검증된 브랜드가 방콕과 이집트로 수출되는 것도 모두 같은 이야기다.

축제는 이제 관광객을 부르고, 도시를 브랜딩하고, 문화를 수출하는 국가 전략의 도구가 됐다. 이런 변화는 멀리 있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한 나라가 회수율 높은 영역에서 손을 떼면 그 빈자리는 곧장 다른 나라가 채우고, 검증된 브랜드는 국경을 넘어 새 시장에 지점을 내며, 신흥국은 영화·음식·전통을 한꺼번에 키워 도시 전체를 축제 생태계로 만든다. 경쟁국이 발을 굴릴 때 우리가 멈추면, 그 격차는 시차를 두고 뼈아프게 돌아온다.

동시에, 이번 호의 흐름들은 축제의 성패를 가르는 진짜 변수가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 뒤에 있음을 보여준다. 프라이드 행사들이 기업 후원 후퇴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커뮤니티의 자발적 지지와 명확한 정체성이었고, 도쿄 라이츠가 도시의 밤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그 도시만의 이야기를 빛으로 풀어낸 기획력이었으며, 게임·반려견 축제가 깊은 충성도를 만들어낸 비결은 참여자를 관람객이 아닌 주체로 대한 설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의 번아웃과 인력난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가장 근본적인 경고다.

아무리 멋진 콘셉트와 화려한 무대가 있어도, 그것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사람이 지치고 떠나면 축제는 지속될 수 없다. 결국 한국 축제·이벤트 업계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도 분명해진다. 우리는 외부 후원에만 기대지 않는 단단한 지지 기반을 갖추고 있는가, 우리만의 정체성과 이야기로 승부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떠받칠 사람을 지키고 길러내고 있는가. 화려함은 한철이지만, 사람과 정체성은 축제를 매년 자라나게 하는 뿌리다. 이번 주 세계 곳곳의 움직임은, 그 뿌리를 먼저 돌보는 쪽이 다음 시대의 축제를 쥐게 됨을 보여준다.


*본 리포트는 한국축제지원센터에서 제공합니다.*

출처 · 한국축제지원센터 페스티벌 인사이트 2026-W25 (공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