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축제에 '기술 컨퍼런스'를 붙이면 어떻게 될까.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소나르(Sónar)는 그 질문에 30년 넘게 답해 온 축제다. 1994년 리카르드 로블레스·엔리크 팔라우·세르지 카바예로 세 사람이 '선진 음악·멀티미디어 예술 축제(Festival of Advanced Music and Multimedia Art)'를 표방하며 시작했고, 첫해 6천 명이던 관객은 최근 12만 명 안팎까지 늘었다. 25주년이던 2018년에는 12만 6천 명을 모았다(주최 측 집계).
소나르가 다른 음악 축제와 갈라지는 지점은 단순한 규모가 아니다. 축제를 '낮의 소나르(Sónar by Day)'와 '밤의 소나르(Sónar by Night)' 두 축으로 나눠 운영하는 구조는 출범 때부터였지만, 결정적 전환은 2013년 'Sónar+D'의 신설이었다.
'Sónar+D' — 축제 옆에 붙인 산업 엔진
Sónar+D는 낮의 소나르와 나란히 열리는 창작·기술·비즈니스 컨퍼런스다. 강연과 워크숍, 신기술 시연, 인터랙티브 설치 전시, 그리고 창작자·연구자·기술기업이 만나는 네트워킹으로 채워진다. 핵심은 이것이 '관객용 부대행사'가 아니라 창작 생태계의 R&D·비즈니스 장(場)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2026년이면 14회째를 맞는 이 컨퍼런스는 바르셀로나 도심의 롯하 데 마르(Llotja de Mar)에서 열리며, 'AI와 음악', '스크린 너머(Beyond the Screen)', '디지털 가든과 어두운 숲(Digital Gardens and Dark Forests)' 세 주제로 묶였다.
주목할 운영 설계는 개방성이다. Sónar+D 프로그램의 상당수가 일반 입장권 소지자에게도 열려 있어, '업계 행사'와 '관객 축제'가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단절되지 않는다. 관객은 음악을 즐기다 자연스럽게 신기술 전시로 흘러들고, 전문가는 현장의 반응을 곧바로 본다. 기술이 무대 위 효과로만 소비되는 게 아니라, 축제 자체가 기술을 실험하고 거래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음악 축제를 '플랫폼'으로 — 그리고 수출하다
이 구조 덕분에 소나르는 일회성 흥행을 넘어 연중 작동하는 창작-기술 브랜드가 됐다. 매년 예술가·연구자·기술기업을 한자리에 모으는 컨퍼런스는 콘텐츠 자산이자 비즈니스 모델이고, 이 포맷은 국경을 넘어 복제됐다. 소나르는 4개 대륙 65개 도시에서 열린 이력을 갖고 있으며, 레이캬비크·이스탄불·홍콩과 보고타·부에노스아이레스·산티아고 등에서 정기·비정기 에디션을 운영해 왔다. 바르셀로나라는 한 도시의 축제가 이식 가능한 브랜드로 성장한 것이다.
| 구분 | 일반적 음악 축제 | 소나르 |
|---|---|---|
| 핵심 상품 | 라인업(공연) | 라인업 + 기술·비즈니스 컨퍼런스 |
| 기술의 위치 | 무대 연출 효과 | 콘텐츠·거래·R&D의 대상 |
| 수익 구조 | 티켓·스폰서 중심 | 티켓 + B2B·산업 생태계 |
| 확장 방식 | 회차 규모 확대 | 포맷·브랜드의 도시 수출 |
한국 축제 현장에 주는 함의 — 소나르의 교훈은 '첨단 장비를 더 들이라'가 아니다. 기술을 또 하나의 엔진으로 구조화하라는 것이다. 첫째, 무대 효과로서의 기술과 별개로, 우리 축제 주제와 맞닿은 전문가·산업 레이어(컨퍼런스·쇼케이스·마켓·해커톤)를 관객 프로그램 옆에 붙여 B2B 수익과 창작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지 보라. 음악·게임·미디어아트·푸드테크 등 지역 산업과 엮으면 보조금 의존도를 낮추는 자생 구조가 된다. 둘째, 그 산업 레이어를 관객에게 일부 개방하면, '업계만의 행사'라는 분리감 없이 축제의 격과 재방문 동기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셋째, 잘 만든 포맷은 자산이다. 우리 축제의 운영·콘텐츠 모델을 다른 도시·국가로 이식 가능한 브랜드로 다듬어 두면, 한 번의 흥행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사업이 된다. 핵심은 '무엇을 보여줄까'를 넘어 '무엇을 실험하고 거래하게 할까'로 질문을 옮기는 데 있다.
출처
- Sónar (Wikipedia, 영문) — 1994년 창설·창립자, 'Sónar by Day/Night' 구조, 관객 규모(첫해 6천→2018년 12만 6천), 65개 도시 확장
- Sónar+D — 공식 사이트 — 2013년 신설된 창작·기술·비즈니스 컨퍼런스의 성격·구성·개방 정책
- Sónar 2026 — 공식 안내 — 2026년 6월 18~20일 개최, Sónar+D 14회차 주제(AI & Music·Beyond the Screen 등)와 장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