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 서 있는 조각상
※ 실제 행사 사진이 아니라 주제를 환기하는 대표 이미지입니다.

전략 — 가장 큰 약점을 가장 큰 자산으로

홋카이도의 겨울은 관광에는 약점이다. 영하의 혹한과 폭설은 사람을 불러 모으기 가장 어려운 조건이다. 삿포로 눈 축제는 바로 그 약점을 정면으로 뒤집은 사례다. '치워야 할 눈'을 '보러 오는 눈'으로 재정의하면서, 비수기였던 한겨울을 도시 최대의 관광 성수기로 만들었다.

시작은 초라했다. 1950년, 지역 중·고등학생들이 오도리 공원에 눈조각 6개를 세운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첫 회에 약 5만 명이 몰렸다. 이 작은 성공이 70여 년에 걸쳐 누적되며, 2024년 제74회 축제는 약 238만 9천 명(오도리 회장 176만 3천 명 + 쓰도무 회장 62만 6천 명)이 찾는 행사가 됐다. 코로나로 중단됐던 쓰도무 회장이 부활하고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오면서 전년 대비 약 40%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신치토세 공항의 항공 여객도 함께 증가했다.

핵심은 '눈조각이 예뻐서'가 아니다. 계절의 약점을 도시의 정체성으로 끌어올린 브랜딩이다. 추위는 피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러 오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70년에 걸쳐 삿포로라는 도시 브랜드 자체에 새겨졌다.

운영 — 경제효과를 '측정해서' 관리한다

삿포로가 다른 점은 축제를 감(感)이 아니라 데이터로 관리한다는 데 있다. 삿포로시 경제관광국은 매회 축제의 경제 파급효과를 공식 조사해 보고서로 공개한다. 제73회 기준 추계는 다음과 같다.

지표추계치
시내 총소비액456억 엔 (약 4,100억 원)
생산유발액679억 엔 (약 6,100억 원)
부가가치유발액352억 엔
고용유발6,219명
세수 효과18억 엔 (약 160억 원)

(원화는 100엔≈900원 기준 개략 환산.) 이렇게 숫자를 매회 측정·공개하기 때문에, 축제는 '예산을 쓰는 문화행사'가 아니라 '세수와 고용을 만들어내는 검증된 경제 엔진'으로 다뤄진다. 예산 편성과 투자 결정의 근거가 명분이 아니라 데이터가 되는 것이다.

거버넌스 — 도시 전체가 나눠 만든다

238만 명 규모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은 '누가 만드는가'다. 삿포로 눈 축제는 한 주체가 떠안지 않는다. 1955년 제6회부터 자위대가 대형 설상(雪像) 제작에 참여하기 시작했고(1959년에는 2,500명이 동원되기도 했다), 1999년에는 시민이 직접 눈조각을 만드는 '시민 눈조각 제작위원회'가 발족했다. 2012년에는 시민 눈조각이 98기에 이르러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기업 스폰서의 대형 설상과 상공회의소·NPO가 가세한다.

즉 공공(자위대·시)·시민·기업이 제작을 분담하는 구조다. 운영 주체가 인건비를 모두 떠안는 대신, 도시의 여러 주체가 각자 한 부분을 만들어 채운다. 그 결과 운영 부담은 분산되고, 시민에게는 '내가 만든 축제'라는 소유감이 남는다. 1959년 실행위원회 발족 이래 굳어진 이 협업 체제가, 70년 지속의 진짜 엔진이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의 지역 축제가 삿포로에서 가져올 것은 두 가지다. 첫째, 경제효과를 직접 측정하고 공개하는 습관이다. 우리 축제 대부분은 '방문객 몇만 명'까지만 세고 멈춘다. 그러나 삿포로처럼 소비액·생산유발·고용·세수를 매회 조사해 공표하면, 그 숫자가 다음 해 예산을 지키고 보조금을 설득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된다. 방문객 수는 '얼마나 왔나'를 말할 뿐이지만, 경제효과는 '왜 계속해야 하나'를 증명한다. 둘째, 약점을 콘셉트로 삼고 제작을 분담하는 구조다. 혹한·폭설처럼 우리 지역의 약점(겨울 비수기, 작은 인구)을 피하지 말고 축제의 정체성으로 끌어올리되, 시민·공공기관·기업·상공회의소가 한 부분씩 나눠 만들게 하면 운영비는 낮아지고 주민의 소유감은 높아진다. 화천 산천어축제처럼 '겨울'을 무기로 삼은 우리 축제들이 다음 단계로 참고할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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