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서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무대를 향하는 관객들
※ 실제 행사 사진이 아니라 주제를 환기하는 대표 이미지입니다.

전략 — '이익을 남기지 않는다'를 정체성으로 삼다

대부분의 축제는 '어떻게 흑자를 낼 것인가'를 묻는다. 로스킬레는 정반대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익을 남기되, 그 이익을 전부 내보내는 것을 목표로 설계됐다. 1971년 시작된 이 축제는 100% 비영리로 운영되며, 비용을 제하고 남은 모든 수익을 인도주의·문화 사업에 기부한다.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한 회에 13만 명 이상이 모이고, 하루 약 8만 7천 명이 현장을 채운다. 그럼에도 축제 자체는 한 푼도 가져가지 않는다. 1971년 이래 분배된 금액은 4억 7,600만 덴마크 크로네(DKK)에 이른다(약 950억 원 상당). 2025년에도 약 1,540만 DKK(약 30억 원)의 잉여금이 어린이·청소년 지원 사업으로 흘러갔다(주최 측 집계).

이 '비영리 설계'가 강력한 이유는 도덕적 명분 때문만이 아니다. 수익을 사유화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역설적으로 가장 튼튼한 재무 구조를 만든다. 주주에게 배당할 압박이 없으니 매년 잉여를 안전 자금과 다음 해 투자, 그리고 기부로 돌릴 수 있고, '돈을 버는 행사'가 아니라 '의미를 만드는 운동'이라는 정체성이 관객·자원봉사자·후원사를 묶어 두는 가장 강한 접착제가 된다.

거버넌스 — 2만 7천 명이 굴리는 축제

로스킬레를 가능하게 하는 두 번째 축은 사람이다. 2025년 기준 약 2만 7천 명의 자원봉사자(해외 자원봉사자 2천 명 포함)가 축제를 만든다. 약 1,500명은 1년 내내, 약 1,000명은 개막을 앞둔 몇 달간 집중적으로 일한다. 자원봉사자는 무보수가 아니라 '입장권과 공동체'를 보상으로 받는다 — 내가 만든 축제라는 소유감(ownership) 이 곧 보상이다.

특히 영리한 것은 매점·서비스 운영을 지역 단체·동호회에 맡기는 구조다. 스포츠클럽·학생회·시민단체가 부스를 맡아 일하고, 그 수익으로 자기 단체의 1년 살림을 충당한다. 축제는 인건비를 줄이고, 단체는 자금을 벌며, 지역 시민사회는 그 과정에서 더 촘촘해진다. 한 행사의 운영 노동이 곧 지역 공동체에 대한 투자로 환원되는 선순환이다.

즉 로스킬레의 거버넌스는 '적은 직원이 큰 행사를 어떻게 감당하는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비용을 외주로 메우는 대신, 명분과 공동체로 사람을 모아 운영 자체를 분산시킨다. 이것이 13만 명 규모를 비영리로 지속시키는 엔진이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한국의 지역 축제 다수는 단년도 보조금에 운명을 걸고, 끝나면 조직도 흩어진다. 로스킬레를 그대로 복제할 수는 없지만, 두 가지는 분명히 가져올 수 있다. 첫째, '수익을 어디에 쓸지'를 먼저 선언하는 것이다. 잉여를 지역 청소년·문화 사업에 환원한다고 공개하면, 그 명분이 후원사와 자원봉사자를 끌어들이는 자산이 된다. 보조금을 '받는' 축제에서 가치를 '돌려주는' 축제로 서사가 바뀐다. 둘째, 운영을 지역 단체에 맡겨 자금과 인력을 동시에 푸는 모델이다. 매점·주차·안내를 지역 동호회·학생회에 위탁하고 그 수익을 단체가 갖게 하면, 인건비는 줄고 주민은 '내 축제'로 받아들인다. 축제가 끝나도 남는 것은 정산서가 아니라, 1년을 함께 준비한 지역 공동체라는 점 — 그것이 보조금이 끊겨도 버티는 진짜 자생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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