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머드축제는 매년 7월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여름 체험 축제다. 시작은 거창한 문화기획이 아니었다. 석탄산업 사양으로 지역경제가 무너진 보령시가 1998년, 갯벌 진흙에서 뽑아낸 머드 화장품을 알리려고 만든 판촉 이벤트였다. 그런데 '홍보물'로 태어난 이 행사가 지금은 최근 한 해 165만여 명(그중 외국인 약 8만 명, 주최·언론 집계)이 찾고 경제 유발효과가 약 1,300억 원으로 분석되는,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국내 여름 축제가 됐다. 2026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새로 만든 '글로벌 축제'로 지정됐다.
상품을 팔려던 홍보물이, 축제 자체가 브랜드가 됐다
보령의 출발점은 흔한 '지역 특산물 축제'와 같았다 — 팔고 싶은 상품(머드 화장품)이 있었고, 그걸 알릴 이벤트가 필요했다. 다른 점은 그 다음이다. 대부분의 특산물 축제는 상품이 주인공이고 축제는 들러리로 남는다. 보령은 반대로 갔다. 상품의 원재료(머드)를 관객이 직접 온몸으로 겪는 '체험'으로 바꾸자, 축제 자체가 상품보다 큰 브랜드가 됐다.
- 로컬 자원을 IP로 전환 — 보령이 판 것은 결국 '진흙'이라는, 어디에나 있어 보이는 흔한 자원이다. 이걸 화장품이라는 상품 라인에 가두지 않고 미끄럼틀·머드탕·머드 감옥·바디페인팅 같은 놀이 콘텐츠로 재설계하면서, '보령=머드=재미'라는 등식을 만들었다. 자원이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가 지명 브랜드가 됐다.
- 한 해 이벤트가 아니라 IP 자산 — 머드는 상설 머드테마파크·머드 화장품·MICE 연계로 이어져 축제가 끝나도 남는 자산이 됐다. 축제는 '그날'이 아니라 '보령'이라는 브랜드에 매년 예금을 쌓는 장치가 됐다.
왜 하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오는 축제가 됐나 — '언어가 필요 없는 콘텐츠'
보령이 외국인 최다 여름 축제가 된 데는 마케팅 예산보다 콘텐츠의 성질이 컸다. 전통·역사·서사를 파는 축제는 그 나라 말과 맥락을 모르면 절반만 즐긴다 — 번역·해설이 관문이다. 그런데 진흙을 뒤집어쓰고 노는 데는 통역이 필요 없다. 국적·세대·언어를 몰라도 몸으로 바로 이해되는 '무언(無言)의 체험'이라는 점이 그대로 진입장벽 제로의 글로벌 콘텐츠가 됐다.
여기에 사진·영상으로 퍼지기 좋은 비주얼(온몸이 진흙 범벅이 된 그림)이 SNS 시대의 자발적 확산과 맞물렸다. 축제가 스스로 '찍고 싶은 장면'을 만들어 관객을 홍보 매체로 만든 셈이다. 그 결과가 2021년 세계축제협회(IFEA)의 '아시아 대표 축제' 언급 같은 국제적 평판으로 돌아왔다(언론 보도 기준).
| 구분 | 흔한 특산물 축제 | 보령머드축제 |
|---|---|---|
| 주인공 | 상품(먹거리·특산품) | 자원을 재설계한 '체험' |
| 관객의 역할 | 구경·구매 | 온몸으로 참여(콘텐츠의 일부) |
| 외국인 접근성 | 언어·맥락 장벽 | 통역 불필요한 '무언의 체험' |
| 남는 것 | 그날의 매출 | 지명 브랜드 IP(테마파크·화장품·MICE) |
2026년, '홍보 이벤트'가 국가 관광 전략의 앵커가 되다
2026년 3월,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보령머드축제를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진주남강유등축제와 함께 '글로벌 축제'로 신규 지정했다. 선정 축제에는 연 8억 원씩 최대 3년(2026~2028), 총 24억 원이 지원되고, 예비 글로벌축제 4곳(대구치맥·부산국제록·순창장류·정남진장흥물)에는 연 2억 5천만 원이 투입된다. 지원 기간 내 외국인 관광객 2배 이상 유치가 공동 목표다. 보령은 이 예산으로 머드를 K-뷰티 관광 콘텐츠로 확장하고, '머드몹신'을 야간까지 연장하며, 머드 캐스크 존·인피니티풀 같은 신규 체험을 얹는다.
주목할 것은 흐름의 방향이다. 상품을 팔려고 만든 동네 홍보 이벤트가, 방한 관광 3천만 시대를 여는 국가 콘텐츠의 앵커로 격상됐다. 로컬 자원을 IP로 키우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궤적이다.
한국 축제 현장에 주는 함의 — 보령의 교훈은 '머드 같은 특별한 자원이 있어야 한다'가 아니라, '우리 지역의 흔한 자원을 상품이 아니라 체험 IP로 재설계하라'다. 첫째, 팔 상품(특산물)이 주인공인 축제는 성장에 천장이 있다 — 상품의 원재료·생산과정·현장 그 자체를 관객이 몸으로 겪는 콘텐츠로 바꾸면, 축제가 상품보다 큰 브랜드가 된다(진흙→놀이). 둘째, 외국인을 겨냥한다면 '언어가 필요 없는 콘텐츠'가 가장 강하다 — 서사·해설이 핵심인 축제일수록 다국어·맥락 장벽을 함께 설계해야 하고, 몸으로 바로 즐기는 체험은 그 장벽이 낮다. 셋째, '찍고 싶은 한 장면'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라 — 관객의 카메라가 곧 무료 글로벌 매체다. 넷째, 축제를 그날의 매출이 아니라 지명(地名) 브랜드에 매년 쌓는 자산으로 보라 — 상설 공간·굿즈·연계 산업으로 이어져야 '한 번 반짝'을 넘는다. 방한 3천만·글로벌 축제 육성이라는 정책 바람은, 보령처럼 자원을 IP로 바꿔 둔 축제부터 태운다.
출처
- Boryeong Mud Festival (Wikipedia) — 1998년 대천해수욕장 첫 개최, 석탄산업 쇠퇴 후 머드 화장품 홍보·지역관광 활성화 목적, 2007년 220만 명 방문 등 연혁
- Boryeong Mud Festival Selected as Global Festival with $1.7M Funding (Seoul Economic Daily, 2026-03-12) — 문체부·한국관광공사 '글로벌 축제' 지정, 연 8억 원×3년(총 24억), 외국인 2배 유치 목표, K-뷰티 콘텐츠·야간 머드몹신·머드 캐스크 존·인피니티풀 등 강화 계획
- 문체부, 보령머드·안동탈춤·진주남강유등 '글로벌 3대 축제' 선정…총 24억씩 지원 (뉴스핌, 2026-03-12) — 글로벌축제 3곳·예비 글로벌축제 4곳(대구치맥·부산국제록·순창장류·정남진장흥물, 연 2.5억), '축집사' 스마트 시스템·방한관광 3천만 연계
- 스포츠대회·머드축제로 '생활인구' 잡은 보령시…"지역경제 효자" (한국일보, 2026-02-20) — 최근 방문객 규모(약 165만 명)·외국인 방문·경제 유발효과 약 1,300억 원 집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