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에서 휠체어를 탄 사람이 햇살을 바라보는 모습
※ 실제 행사 사진이 아니라 주제를 환기하는 대표 이미지입니다.

호주 애들레이드 프린지(Adelaide Fringe)는 매년 2~3월 5주간 열리는 남반구 최대의 예술 축제다. 세계에서 에든버러 프린지 다음으로 큰 '오픈 액세스' 프린지로, 2025년에는 500곳 이상의 베뉴에서 1,400편 넘는 공연이 올랐고 티켓 106만 장(1,066,515장)이 팔려 3년 연속 100만 장을 넘겼다. 무료 행사까지 포함하면 500만 명 이상이 즐긴다(주최 측 집계). 그런데 이 축제가 근래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린 계기는 규모가 아니라 '접근성'이었다.

접근성을 '나중에 덧붙이지' 않고 기획에 심는다

대부분의 축제는 접근성을 사후 대응으로 다룬다 — 민원이 들어오면 경사로를 놓고, 자리가 없으면 뒤편을 내준다. 애들레이드 프린지의 방식은 반대다. 접근성을 처음 기획 단계에 넣고, 조직과 인력에 '설계'로 박아 둔다.

  • 당사자가 들어간 자문 구조 — 장애·접근성·포용(Disability, Access and Inclusion) 외부 자문위원회를 두고 장애 당사자 단체와 예술계가 함께 프로그램을 검토한다. '우리가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설계에 참여하는' 구조다.
  • 인력을 교육한다 — 자원봉사자·스태프에게 휴먼 가이드(시각장애 안내) 훈련, 아우슬란(호주 수어) 클래스, 자폐·정신건강 인식 교육, 히든 디스어빌리티(해바라기) 인식 교육을 시킨다. 시설이 아니라 사람이 접근성의 최전선이다.
  • 매년 접근성 가이드를 낸다 — 어떤 공연에 수어·자막·촉각 투어가 있는지, 어느 베뉴가 어떻게 접근 가능한지를 담은 연례 접근성 가이드와 베뉴별 접근성 영상·'소셜 스토리'(방문 전 예습용)를 공개한다.

실제 관객이 쓰는 서비스도 촘촘하다. 아우슬란 통역·릴랙스드 공연(감각 자극을 낮춘 회차)·촉각 투어·개방/폐쇄 자막, 소리에 민감한 관객을 위한 이어디펜더 대여, 기저귀 교체·수유·저자극 휴식이 가능한 케어러 라운지(SACARE), 그리고 컴패니언 카드 소지자의 동반자 무료 티켓까지. 파트너도 데프 커넥트(Deaf Connect)·가이드 도그·오티즘 SA·액세스2아츠 등 전문 단체와 묶여 있다.

접근성은 '비용'이 아니라 '관광 경쟁력'이었다

주목할 점은 이 노력이 받은 상의 이름이다. 애들레이드 프린지는 2024년 남호주 관광대상(SA Tourism Awards)에서 '접근성 관광 우수(Excellence in Accessible Tourism)' 부문을 받았고, 전국 단위 호주관광대상(Australian Tourism Awards)에서도 같은 부문 동메달(2024)·은메달(2025)에 올랐다. 접근성이 복지 항목이 아니라 관광 상품의 품질로 평가됐다는 뜻이다.

숫자가 그 논리를 뒷받침한다. 2025년 애들레이드 프린지의 총지출 효과는 약 1억 9,770만 호주달러, 이 중 지역에 새로 유입된 돈이 1억 4,420만 호주달러로 집계됐고, 티켓 수익 2,670만 호주달러가 아티스트·베뉴에 직접 돌아갔다. '누구나 표를 살 수 있게' 만드는 일은 곧 팔 수 있는 티켓의 총량을 늘리는 일이다 — 휠체어 이용자도, 청각장애인도, 자폐 아동을 둔 가족도 관객이 된다.

구분흔한 접근애들레이드 프린지
접근성 시점사후 민원 대응기획 단계에 심음(당사자 자문위)
접근성의 주체시설 몇 개 추가교육받은 스태프·자원봉사자
정보 제공그때그때 안내연례 접근성 가이드·베뉴 영상·소셜 스토리
접근성의 의미지출 항목(복지)관광 경쟁력(수상·관객 확대)

한국 축제 현장에 주는 함의 — 애들레이드 프린지의 교훈은 '장애인석을 늘려라'가 아니라 '접근성을 기획서에 넣어라'다. 첫째, 접근성을 축제가 끝난 뒤의 민원이 아니라 기획 단계의 항목으로 올려라 — 어느 프로그램에 수어·자막·저자극 회차를 둘지, 어떤 동선이 휠체어로 완주 가능한지를 실행계획서에 미리 쓰는 것만으로 절반은 해결된다. 둘째, 시설보다 사람이다. 안내 자원봉사자에게 '해바라기(비가시적 장애) 인식'과 기본 응대만 교육해도 관객 경험은 크게 달라진다. 셋째, 정보의 접근성을 갖춰라 — 베뉴 접근성 정보·다국어·'방문 전 예습' 자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면 이동약자·외국인·노약자가 '갈 수 있는 축제'가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비용'이 아니라 관객의 총량을 늘리는 투자로 재정의하라.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방한 관광 확대를 생각하면, 접근성은 소수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표를 파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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